윤동주, 별을 살아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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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프로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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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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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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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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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59화

DUMMY

59화

EP 6.5 – 새로운 가족


그리고 이것은 또 다른 소년의 이야기다.


무진 소년원에서 유동주보다 먼저 출소한 송송태는 집으로 돌아갔다.

박서완, 유동주의 도움으로 새로 찾은 엄마의 집으로 말이다.


“잘 왔어, 송태야. 정말 잘 왔어.”


고향인 서울에서 2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강원도 부동.


공기 좋기로 유명한 고장의 3층짜리 정육 식당이 송송태의 새로운 집이었다.


송태는 쭈뼛거리며 식당에 들어섰다. 그곳은 엄마만의 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빠가 있었고.

게다가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던 새로운 동생까지 생겼다.


송송태는 잔뜩 얼어붙은 마음으로 식당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아, 안녕하세요.”


송송태가 긴장된 마음으로 허리를 굽혔을 때, 황소 같은 인상의 새아빠가 다가왔다.

엄마의 소개가 아니었다면, 흡사 조직폭력배로 오인했을 인상.


“허, 허어어업.”


송송태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소년원에서 온갖 흉악무도한 아이들을 만났지만, 감히 범접도 못 할 기세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내는 아이처럼 순수한 웃음을 활짝 터뜨렸다.


“네가 송태구나! 너무 반갑다! 내 평생에 아들이라곤 없을 줄 알았는데, 너무 기쁘구나!”


급기야 그 남자는 송송태를 얼싸안기까지 했다.


“우리 아들 좀 안아보자!”


근육질의 두 팔이 송송태를 꽉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그를 반기는 것은 새아빠뿐만이 아니었다.


“오빠! 오빠가 내 오빠야!?”


이제 막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다는 여동생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송태를 쳐다보았다.


“어? 어!? 그, 그래. 내가 네 오빠야. 송태 오빠.”


오빠.

평생 들어본 적 없는 그 호칭에 송송태는 순식간에 마음이 녹아내리고 만다.


그날 밤, 영업시간이 끝난 식당 중앙에서 온 가족이 단란하게 고기를 구웠다. 그의 새로운 아빠가 요란하게 난리를 피웠다.


“자! 우리 아들 만나는 날인데 이 아빠가 직접 고기 구워줘야지! 식당에서 제일 좋은 고기만 가져온 거야!”


제 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사는 그 사내가 송태에게 직접 고기를 구워줬다.


그 모든 게 송송태에겐 낯설고 이상한 일이었다.


처음이었다.

아버지란 존재가 자신을 반기고, 사랑하는 일이.


아니, 이렇게 가족이 자신을 반기고 사랑하는 일 자체가.


네 가족의 오붓한 첫 식사.

반주를 걸치다 불콰하게 취한 새아빠는 엄마에게 불만을 쏟아놓았다.


“네 엄마 말이야! 송태 네가 원망해도 돼!”

“아휴, 여보 그만 마셔요!”

“뭘 그만 마셔요! 어떻게 아들이 있다는 얘기를 나한테 한마디도 안 할 수가 있어요!? 내가 송태가 있다고 하면 결혼을 안 할 것 같았어요!?”


송송태의 엄마는 말없이 침묵만 지켰다.


그녀라고 아들을 내버려 두고 어찌 마음이 편했겠는가. 하지만 젊은 시절, 이미 자신을 버린 첫 번째 남편이 있었다.


아들과 그녀만 남기고 영영 소식을 끊은 무정한 사람, 그 사람이 준 깊은 상처가 있었다.


송태의 엄마는 차마 그 모든 걸 이기고 새로운 남편에게 진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녀가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여보.”

“미안해야죠, 당신이!”

“난 두려웠어요. 당신이 나를 안 받아줄 거라는 걱정도 들었지만, 송태를 데려왔다가 또다시 송태가 버려질 수 있다는 걱정에······.”


술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차마 털어놓을 수 없었을 진심이 그렇게 새어 나왔다.


그 말에 송송태의 새아빠가 버럭 성질을 냈다.


“아니, 내가 우리 송태를 왜 버려요!”


두 볼이 붉게 달아오른 그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나, 나도 잘 알아요! 사실 당신에게 얘기를 못 했지만 나도 부모 없이 자란 사람이에요! 내가 어떻게 아이를 혼자 놔둬요.”


그 말에 송태의 엄마가 놀란 눈을 떴다.


“당, 당신, 그러면 지금 어머니는요?”

“지금 부모님은 사실 친부모님이 아니라 내 큰아버지, 큰어머니세요. 이제는 친부모나 다름없으니 따로 얘기를 안 한 거고요.”


송태의 엄마도 처음 듣는 사실에 식사 자리가 숙연해졌다.

송태의 새아빠가 천천히 다시 말을 이었다.


“나를, 나를, 왜 이렇게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요. 당신도, 송태도,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삽시다. 우리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요.”


그날 밤.

송송태의 가족들은 오래도록 식사 자리를 가졌다.


송태와 가족들은 떨어져 있던 시간을 모두 채우겠다는 기세로 끊임없이 대화했다.


송태 또한 수다쟁이가 되어 모든 사실을 낱낱이 이야기했다.


소년원에서 만난 친구 유동주, 그 애의 천재적인 글 실력, 함께 치고받던 사건들. 무진 소년원에서의 우정과 그 전의 모든 시간을 말이다.





59화

EP 6.5 – 새로운 가족





시간은 정신없이 흘렀다.


유동주가 일본에 가고, 서울에서 새로운 그림책을 내고, 박서완과 서울에 올라가고, 중국에 간 사이.


송송태도 치열하게 자기만의 시간을 살았다.

그 사이 동주와 연락하며 잠시 일본도 다녀왔고 말이다.


잠시 방문한 무진에선 유동주에게 선물을 받기도 했다.


[받아라.]

[뭔데!? 뭔데!?]

[출간 기념 선물.]


유동주는 일본에서 책이 잘 된 기념이라고 스마트워치를 송송태에게 선물했다.


[우와! 웬 스마트워치야!]

[너 감시용.]

[감시는 무슨!]

[장난이야! 서로 같이 운동이나 하자고! 운동 어디서 했는지 공유하는 기능 있어!]


뜻밖의 선물에 송태는 해맑게 웃음을 지었다.

게다가 동주는 서완과 서울에 올라가서 함께 살기 전에, 사실 송송태에게도 제안을 건넸다.


[야, 나 서완이랑 같이 서울 올라가서 자취할 건데 너도 함께할래? 뭐, 너 돈 없는 건 아니까 나중에 벌어서 갚아.]


그 제안에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면 거짓이었다.

송송태는 지금 자퇴생.


대학에 갈지, 검정고시를 볼지, 취직을 할지.

미래는 막연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자신도 이제 곧 열아홉, 그 다음은 스무 살,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송송태는 아직 강원도를 떠날 수 없었다.


[인마, 이제 부동이 내 집이고, 고향이야. 제안은 고마운데, 가족들이랑 조금만 더 살게. 사실 얼마나 더 있겠어.]

[응, 뭐가 얼마나 더 있어?]

[이렇게 가족들이랑 오붓한 시간을 보내면서 사는 시간 말이야.]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성인이 되면 송송태도 어디론가 나가 독립해야 할 것이다.


물론, 새아빠는 자신 보고 나가지 말라고 하겠지만.

동생도 바짓단을 붙들며 울고불고하겠지만.

엄마는 죄책감에 고개 숙이겠지만.


송태는 자신이 신세 지고 있단 마음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성인이 되면 서울로 나가 독립해서 살기로. 그전까지는 이 오붓한 시간을 마음껏 누리기로.


송태의 말을 들은 동주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래, 가족들이랑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하지. 하지만 너무 서두르지는 마. 네가 재촉하지 않아도 결국 헤어질 순간은 오게 마련이고, 때론 헤어져야만 다시 만날 수 있는 게 가족이더라.]


달관 한 듯한 동주의 목소리에 송태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렇게.

송송태는 부동에서 지내게 되었다. 한가하고, 여유로운 시절이었다.


송송태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본인 인생에서 이렇게 행복하고 좋은 시절은 없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오빠!!”


낮에는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검정고시 공부를 했고, 동생 하굣길엔 나가서 마중을 했다.


물론, 공부하다 말고 종종 편의점과 공원을 이유 없이 쏘다닌 것은 비밀도 아니다.


저녁에는 새아빠의 식당에서 저녁 장사를 도왔고, 퇴근 후엔 온 가족이 단란하게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영업시간이 짧은 부동의 특성 상 8시 정도면 항상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다.


“크아! 아들! 이 아빠 없이 어떻게 살았대!?”


새아빠의 너스레는 송송태에게 세상에 이런 기쁨도 있단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의 엄마는 송태가 잠들기 전이면 꼭 항상 방에 찾아와 저녁 인사를 해주었다.


“잘 자, 내 아들. 엄마가 사랑한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12월.

어느새, 여름과 가을이 뜀박질 하듯 지나, 찬 바람이 불어오던 때.


송송태는 여느 날과 같이 편의점에 들렀다가, 동생의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마중을 갔다.


그런데 편의점에서부터 무언가 이상한 일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느덧 단골이 된 편의점, 사장님에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인사를 건넸는데 무언가 돌아오는 반응이 이상했다.


“어, 어, 어, 안녕하십니까!”


늘 반말로 친근하게 ‘어, 송태 왔냐!’라고 익살스러운 웃음을 짓던 편의점 사장이었다.


그의 낯선 반응에 송태는 의아해졌다.


“에이, 왜 갑자기 존대를 하세요. 사장님.”


사장은 별다른 대꾸도 없이 바코드를 찍고 후다닥 계산을 해버렸다. 송태는 기분이 찝찝해진 채 편의점을 나섰다.


“도대체 왜 저러셔?”


그리고 동생의 영어학원 앞에서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만다. 아이들이 송태의 동생을 둘러싼 채 괴롭히고 있었다.


“야, 채경이랑 놀지 마!”

“놀지 마! 놀지 마!”

“아, 저리 가라고!”


송송태는 달려가서 그 아이들을 모조리 윽박지르려 했다. 왜 내 동생을 괴롭히느냐고 혼내려 했다.


하지만 이어진 말에 송태의 발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야, 쟤 함부로 괴롭히지 마! 쟤네 오빠가 우리도 죽이면 어쩌려고 그래!”

“맞아! 맞아!”


송송태의 머릿속으로 번개가 쳤다.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동생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늘어놓았다.


“너희 오빠가 연쇄살인범이라며!?”

“평일인데도 아무 데도 안 가고 맨날 돌아다닌다던데! 우리 엄마가 조심하래!”

“교도소에서 출소했다며!?”


그리고 그때.

송태와 채경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남매는 눈을 피했다.


둘은 서로 모르는 사람인 척 그렇게 따로 집에 돌아왔다.


그날 밤.

채경은 송태의 방문을 열고 들어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빠.”

“응?”

“아까 오빠 모른 척해서 미안해.”

“아니야, 채경아. 오빠도 채경이 못 챙겨줘서 미안해.”


잠시 우물쭈물하던 채경은 송태에 물었다.


“근데 오빠 교도소 다녀왔어?”

“응?”

“교도소 안 다녀왔지? 사람 다치게 한 적 없지?”


열 살배기의 말간 두 눈앞에서 송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은 교도소가 아니라 소년원에 다녀왔다.

살인마가 아니라 살인범이다.

학폭 가해자에게 복수하려 했는데 그만 죽이고 말았다.


이런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도무지 동생의 앞에서 꺼낼 수 없는 진실이었다.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서 있는 송태 앞에서 채경이 쓸쓸히 돌아섰다.


채경이 돌아간 후.

송태는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까무룩 눈을 감았다.


그리고 꿈속에서 흉흉한 목소리가 번졌다. 그건 다름 아닌 송태를 괴롭히던 일진이었다.


그가 죽인 학폭 가해자였다.

악마 같은 그 자식이 도깨비 같은 형상으로 꿈에 등장했다.


[야! 송송태! 이 찐따 새끼야! 날 죽이면 편안해질 것 같았어!? 넌 평생 불행하게 살 거야! 아니, 네 주변도 너 때문에 죄다 불행해질 거야!]


송송태는 흠뻑 땀에 젖은 채 잠에서 깼다. 시간은 벌써 2시. 새벽 나절의 어둠이 송태를 물끄러미 감싸고 있었다.


“하아, 하아, 후우, 하아아.”


숨을 헐떡이던 송태가 마침내 결심했다. 그는 책상에 짧은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채경아. 나는 보육원이 더 편한 것 같아. 집에서 이렇게 지내는 게 성격에 맞지가 않아. 굳이 찾지 마세요.>


송송태는 인근 부동역으로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겨울이었다. 매서운 칼바람이 송태의 옷깃을 파고들었다.


문을 열지 않은 기차역은 사람 하나 없이 한적했고, 송태는 다음 날 아침 기차를 부정 탑승이라도 하려 했다.


“어디로 가야 하지.”


사실 송태는 갈 곳이 없었다.

돈도 별로 없었다.

보육원은 갈 수 없었다. 이미 엄마와 함께 살기로 한 시점에서, 송태는 보육원에 돌아갈 수 없는 몸이었다.


그는 부동역 굴다리 근처에 아무렇게나 몸을 누였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윽박지르는 사람이 있었다.


“야, 인마!”

“네, 네!?”


한 노숙자가 송송태를 노려보고 있었다. 남루한 행색의 한 남자가 송태에게 외쳤다.


“내 자리야!”


그 억지에 송태는 쭈뼛쭈뼛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노숙자에겐 노숙자만의 질서가 있었고.

부동역에 송송태의 자리는 없었다.


“길바닥에조차 내 자리가 없네.”


송송태는 한탄을 뱉고 정신없이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역이 문을 열 때까지 이렇게 버틸 작정이었다.


구름이 천천히 흐르고.

송태의 두 손과 발은 얼어붙을 것 같았다. 달은 유난히 푸르렀고.

추웠다. 몸 바깥도, 마음의 깊숙한 안쪽도 미친 듯이 추운 그런 날이었다.


마침내.

겨우, 겨우, 부동역의 문이 열렸다. 송태는 거의 달리다시피 해서 그 안으로 들어갔다.


“허, 허억, 허어, 얼어 죽을 뻔했네.”


송태는 화장실로 들어가 손을 녹이려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나오는 건 오직 찬물뿐이었다.


“아, 아아아야.”


꽁꽁 얼어붙은 손에 찬물이 닿자, 화상을 입은 것처럼 화끈 달아올랐다. 그는 처량한 자기 얼굴을 거울에 비췄다.


집 밖을 나온 지 몇 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노숙자와 다름없는 몰골이었다.


송태는 터덜터덜 역사 밖으로 걸어갔다. 주변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하필이면 날이 신년.

1월 1일, 세상 모두가 새로운 날을 환영하는 아침이었다.


송송태는 역사 한구석의 의자에 혼자 앉아 중얼거렸다.


“새해 복 많이 받아야지······.”


그리고 그때.

송송태의 어깨를 치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 새해 복 많이 받아야지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냐!?”


송송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아, 아니, 유동주 네가 여기 어떻게 있어?”


유동주가 잔뜩 열받은 표정으로 송송태를 노려보았다. 그가 손목을 들어 제 시계를 두드렸다.


“야.”

“응?”

“이 멍청한 자식아. 너한테 선물해 준 스마트워치 친구끼리 위치 공유하는 거 해놨잖아.”

“아니, 아니, 그랬나? 아니, 그랬던 것 같긴 한데.”


동주의 말에 송태는 제 팔의 워치를 쳐다보았다. 그렇지.


언젠가 운동 기록을 비교한답시고, 누가 어디서 더 많이 했니 따져 묻다가 위치 공유에 동의한 기억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곳은 부동.

지금 시간은 새벽 다섯 시를 겨우 넘긴 시간이었다. 동주가 말을 이었다.


“마침 나도 부동 근처 들를 일이 있어서 망정이지. 전화도 엄청 걸었는데 대체 왜 안 받냐.”


송태의 어리둥절한 얼굴 앞에 동주는 성질을 냈다.


“너희 부모님이 거의 비명을 지르면서 나한테 전화하셨어. 네 동생이랑도 울면서 전화했고.”

“너 내 동생이랑도 연락했어?”

“너희 부모님 핸드폰으로 같이 한 거지. 근데 그게 지금 중요해? 가자, 집에 가야지. 왜 여기서 거지 꼴로 이러고 있어.”


송송태는 고개를 푹 숙였다.


오랫동안 망설이던 그가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지 천천히 이야기했다.


동생의 따돌림, 자신에 대한 소문,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집을 나왔다는 얘기를.


한참이나 듣던 유동주가 송송태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가족이랑 같이 살기가 싫어? 평생 안 보고 살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지.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뭐.”

“여긴 작은 동네야. 이런 좁은 동네에서 그런 나쁜 소문이 퍼진 채 어떻게 사냐. 내 동생도 계속 여기 살아야 하는데. 가족한테 짐이 되고 싶진 않아.”


유동주는 말없이 송송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민하던 그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야, 송송태.”

“응?”

“일단 서울 같이 올라갈래? 우리집에 네 방 비워놨어.”

“뭐라고?”

“서완이 시켜서 네 방 비워놨다고. 방 하나가 남아서 다행이지. 왜 서울 안 온다고 뻗댔냐?”


유동주의 제안에 송송태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뜻밖의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동주가 송태의 어깨를 두드렸다.


“야. 송송태.”

“응?”

“가족이 별거 있어? 같이 방 쓰고, 부대끼고 살면 다 가족인 거지. 너희 부모님이랑, 동생은 가끔 부동 와서 만나. 서울에서 살면 되는 거지.”


송태는 말없이 동주를 쳐다보았다.


같이 방 쓰고 부대끼고 살던 사람. 그것은 바로 소년원에서 함께 살던 유동주였다.


그리고 동주는 지금 말하는 것이다. 다시 함께 부대끼고 살자.

내가 너의 새로운 가족이다.


그 못 다 한 말을 송태는 다 이해하고 말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 고맙다.”


그런데.

유동주는 송송태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건넸다.


“하지만 서울 올라오는 조건이 있어.”


송송태는 황당한 얼굴로 유동주를 쳐다보았다.


“조건? 조건이 뭔데?”

“자, 조건은 세 가지다.”


유동주는 씩 웃어보였다.


작가의말

59화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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