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별을 살아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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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프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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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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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60화

DUMMY

60화

EP 6.5 – 새로운 가족


송송태는 조심스럽게 유동주의 뒤를 따랐다.


서울 서북쪽에 위치한 금평구.

북한산을 바라보는 단독 세대 아파트가 송태, 서완, 동주의 새 보금자리였다.


“이야, 유동주 좋은 데 집 잡았네?”


유동주는 별말 없이 아파트의 문을 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아파트였지만, 송태의 입에선 연신 감탄이 나왔다.


“와, 내가 본 자취하는 놈 중에 제일 잘 산다. 이건 그냥 집이잖아.”


동주는 송태를 향해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핳. 야! 그러면 집에 살지 내가 무슨 판잣집에 사는 줄 알았냐!?”


그 말에 송태가 급속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나 일곱 살까지 할머니랑 판잣집 살았는데······.”


동주가 송태를 향해 신속하고, 정확한 변명을 했다.


“파, 판잣집 살면 엄청 멋지지! 이야! 멋지다! 판잣집!”


유동주 본인이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변명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마구 웃기 시작했다.


“푸푸하하하핳. 하하하핳.”

“푸하하하하핳”


두 사람이 마구 웃던 그때, 거실 안쪽에서 박서완이 걸어 나왔다.


“신발도 안 벗고 뭐 하고 있냐. 밥이나 먹자!”


세 사람의 첫 식사는 송태의 부모님이 보내준 한우였다. 아무리 구워도 끝이 없이 고기가 나왔다.

동주가 말했다.


“와, 너 도대체 왜 가출한 거냐? 집에서는 이런 거 맨날 먹었을 거 아니야?”


차돌박이, 부챗살, 안심, 등심, 치마살과 토시살까지.

그야말로 소고기의 대향연이었다.


-치이이익!


소고기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세 사람의 요란한 식사 시간이 이어졌다.


남자 셋이 모였는데도 무슨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쓸데없는 소리가 끝없이 계속됐다.


송태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다소 무거운 마음을 벗어버렸다.


동생과 있었던 일, 자신의 가출, 새로운 출발.

그리고 유동주의 세 가지 조건까지.


송태 앞에 놓인 과제는 많지만, 새로운 출발 앞에서 지금은 설렘뿐이었다.


그리고.

유동주가 제시한 세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2월 검정고시에 자신과 함께 합격할 것.

2. 가족에게 연락을 자주 할 것.

3. 꿈을 찾을 것.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세 가지 조건이었다.





60화

EP 6.5 – 새로운 가족





“아니, 또 밤새웠어?”


송태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서완의 방에 들어갔다. 겨울방학을 맞은 박서완은 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다.


“야, 이 돌은자야! 밤을 3일 새면 사람은 죽어!”


박서완은 다크써클이 광대뼈까지 내려온 상태였다.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3일 안 샜어.”


송태가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서완을 노려보았다.


“그러면? 3일 새는 거 내가 봤는데!? 네 방에서 3일 넘게 불이 안 꺼지던데?”


박서완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1시간씩은 매일 꼭 자고 있다고! 건강한 루틴!”


1시간 수면.

1시간 식사.

22시간 작업이 언제부터 건강한 생활 루틴으로 정립된 것일까.


송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얼굴로 서완의 방을 나섰다.


“알아서 해라. 나는 모르겠다. 그림이란 심오하고 어려운 세계······.”


그러나 무리하는 건 환쟁이만이 아니었다. 골방에 틀어박혀 흉흉한 기세로 작업에 몰두하는 건 한 명이 더 있었다.


“야, 미친 유동주야! 밥은 먹고 해야지!”


서완이 잠을 줄이는 타입이라면 동주는 식사를 줄이는 타입이었다.


송태는 동주가 밥을 굶은 횟수를 세워보았다.


“야, 인마! 밥 굶은 지 벌써 이틀째야!”


유동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그가 책상에 놓인 컵을 들어 올렸다.


“이것이 나의 식사.”


그가 들어 올린 것은 고작 우유 한 컵이었다.

유동주는 원고지에 파묻힌 채로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야, 송송태, 나의 부탁은 잘 수행하고 있소?”


송송태가 의아한 얼굴로 유동주를 바라보았다.


“아, 미안. 미안. 요즘 쓰는 소설이 강점기 배경이라서 말투를 따라 해 버렸네.”

“지, 진정한 광인으로 변하는 중이구나?”


유동주는 기지개를 켜며 일어섰다. 그가 천천히 송송태에게 다가섰다.


“야, 송태. 내가 얘기한 건 생각하고 있어? 꿈을 찾으라고 했잖아.”

“꾸, 꿈은 무슨!”


송태는 별안간 짜증을 냈다.

그렇다.

검정고시 공부도 어떻게든 하겠으며, 가족과 연락도 어찌어찌하고 있다.


하지만 꿈 하나만큼은 도저히 찾아지지 않는 송송태였다.


유동주가 하품하며 송태를 다그쳤다.


“야, 검정고시 공부도 하루에 2~3시간 꼴랑 해. 가족이랑 연락하랬더니 아빠랑만 통화해. 네 동생이 나한테 전화를 해! 오빠가 왜 전화 한 통이 없냐고!”


유동주의 타박에 송송태가 고개를 숙였다. 그가 우물쭈물하며 변명했다.


“야, 원래 2~3시간 하는 게 정상이야. 박서완, 유동주 너희처럼 밤낮을 새고, 밥을 거르고 하는 게 이상한 거고!”


동주는 멀뚱멀뚱 송태를 쳐다보았다.


“그래, 알아서 해라. 검정고시야 합격만 하면 되는 거지. 그래도 동생한테 연락은 해. 열 살짜리한테 오빠가 뭐 하는 짓이냐!?”


송송태는 고개를 숙였다.

자신도 동생을 회피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란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무지 용기가 나질 않는 걸 어떡하란 말인가.


송태의 푹 숙인 고개 앞에서 동주가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야, 송송태.”

“응?”


동주가 천천히 서재 쪽으로 걸어가 만화책 한 권을 꺼냈다. 그건 송태가 가장 좋아하는 해적 만화 ‘투피스’였다.


“납작모자 로피가 말한다. ‘사랑은 용기 있는 자의 것이야!!!’”


송태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동주를 바라보았다.


“야, 유동주. 농담이냐?”

“진담 반, 농담 반.”


동주의 능글맞은 표정에 송태가 헛웃음을 지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투피스 1권을 뽑았다.


“야, 유동주.”

“응?”


송송태가 잠시 숨을 죽이더니 투피스의 명대사를 따라 했다.


“꿈 찾았어. 내 꿈은 바로 문학왕이다.”


유동주가 황당한 얼굴로 송송태를 노려보았다.


“문학왕은 대체 뭔데?”

“음······. 글쎄? 그러면 문학왕 말고 시인왕이 될까!?”

“진담이냐?”


유동주의 진지한 표정에 송송태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진담 반, 농담 반.”


송태가 동주를 향해 말을 이었다.


“그냥 너희 둘이 맨날 그렇게 몰입하는 거 보면 나도 뭐 하고 싶잖아. 그리고 소년원에서 시집 몇 권 읽었을 때, 마음에 많이 와닿기도 했고.”


말을 마친 송태가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송태는 두 사람과 같이 살기 시작한 후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유동주.

박서완.


자신과 동갑인 두 친구는 누가 말려도 듣지 않고 작업을 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게다가 서완은 곧 중국에서 첫 전시회를 열고, 동주는 큰 문학상을 받은 뒤에도 신간 작업에 몰두 중이다.


사실 송태는 매일 불안했다. 두 사람을 보면 두 사람만큼 열정적이지 못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열등감이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나날이었다.


송태는 동주를 향해 마침내 입을 떼었다.


“너희 보면 솔직히 좀 많이 부러워. 너희가 잘되는 게 아니라, 너희가 꿈이 있고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사실이.”


동주는 송태의 진솔한 고백에 입을 다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다시 만화책을 들었다.


“야, 송송태.”

“응?”

“꿈도 용기 있는 자의 것이다!!!! 시인왕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라!!!!”


유동주의 너스레에 송송태가 폭소를 터뜨렸다.


“풉, 푸하하! 하나도 안 어울린다! 인마!”


그리고 두 사람이 대화하던 그때, 송태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지?”


낯선 번호가 송태의 핸드폰에 떴다. 그 애가 의아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빠······. 나 채경이야.]


의외의 전화에 송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채경이 너 핸드폰 새로 샀어?”

[오빠는 나 번호 바뀐 것도 모르지? 괜찮아, 나는.]

“어, 어, 어?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전화기 너머는 침묵으로 가득 찼다. 고요 속에서 천천히 흐느끼는 소리가 넘어왔다.


[오빠, 내가 미안해. 나 때문에 오빠가 나쁜 말 들었어. 나 미워하지 마. 채경이한테 왜 전화 안 해!?]


“어, 어!? 오빠가 우리 채경이를 왜 미워해! 아니야, 그래서 전화 안 한 거 아니야!”

[그러면 왜 서울에 있어!? 왜 전화도 안 해!?]


한참이나 울던 채경이는 지친 채로 전화를 끊었다. 송태의 얼굴엔 황망함만 감돌았다.


“정말, 정말, 동생 탓이 아닌데.”


유동주가 그런 송송태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송송태는 풀 죽은 목소리로 돌아섰다.


“방에 가서 잠깐 쉴게. 채경이가 많이 속상했나봐. 동주, 네 말이 맞다. 얼른 전화 걸었어야 했는데.”


송태는 힘이 빠진 얼굴로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또다시 송송태의 전화벨이 울렸다. 이번에 연락을 해 온 것은 다름아닌 부모님이었다.


[송태야! 채경이가 너 보러 간다는 쪽지만 남기고 사라졌어! 아니, 지금 시간이 자정인데!]





60화

EP 6.5 – 새로운 가족





“이, 이래도 돼?”

송송태가 불안한 눈빛으로 택시 미터기를 확인했다. 유동주가 무심하게 답했다.


“야, 나 스타 작가 유동주야.”


택시 요금은 이미 13만 원을 훌쩍 넘어 있었다. 동주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론 불안했다.


물론 그 불안이 돈 때문은 아니었다.

열 살짜리 아이가 밤 12시에 쪽지 하나 남긴 채 연락이 끊겼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혹시 몰라서 팀을 나누었다.

박서완은 서울에 남아 집을 지키기로 했다.


[혹시라도 송태 동생이 오면 내가 챙길게.]


유동주와 송송태는 택시를 타고 강원도 부동까지 달려왔다.


마침내 도착한 부동역.

유동주는 기사에게 현금으로 택시비 전액을 지불했다.


“감사합니다! 기사님!”

“그래! 학생들! 동생 꼭 잘 찾으라고!”


송송태는 숨을 헐떡거리며 부동역을 향해 내달렸다.

동주가 송태의 뒤통수를 향해 외쳤다.


“여기 있는 거 맞겠지!?”

“맞아야지! 편의점 사장님이 채경이 역으로 가는 거 봤다고 말했다니까!”


부모님이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발견한 채경의 마지막 경로는 편의점이었다.


[생수 한 병이랑 사탕 하나 샀어요. 반대쪽으로 가서 좀 이상했다니까. 근데 생각해 보니 거기가 딱 기차역 방향이네!]


부동역 근처에는 두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먼저 출동한 경찰과 부모님도 이 잡듯 주변을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채경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송태와 동주는 큰 소리로 동생의 이름을 외치면서 뛰어다녔다.


“채경아!!! 김채경!!!!”

“채경아! 채경!!!”


채경이란 두 글자 이름이 어두운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달빛은 무심하게 반짝거렸다.


송태의 머릿속으로 집을 나왔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옷깃을 파고들던 칼바람과 노숙자의 텃세. 기차역은 결코 어린애한테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아, 진짜 잼민이가 여기가 어디라고 막 가출해!”


불평을 쏟아내던 송태의 기억 속으로 문득 한 가지 장면이 떠올랐다.


<내 자리야!>


굴다리에 몸을 누이려던 송태를 쫓아낸 노숙자. 길바닥에도 네 것, 내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그 사람 말이다.


송태는 그 기억을 깨닫자마자 마구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목적지는 굴다리였다.


“채경아!! 채경아!!!”


송송태의 마음속으로 불안감이 쓰나미처럼 몰아쳤다. 부랑자의 험상궂은 얼굴, 굴다리의 습하고 어두운 기운. 혹시라도 채경이 잘못됐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폭풍쳤다.


송태는 해일처럼 몰려드는 마음을 거슬러 올랐다. 동주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내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채경아! 김채경!!!”


채경은 정말로 굴다리 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엔 송송태가 걱정하던 사람이 함께 있었다.


동생과 노숙자가 나란히 함께 있는 모습에 송태의 눈이 돌아버렸다.


“머, 머, 멈춰요!! 채경이한테 뭐 하는 거예요!?”


이전엔 아무 말도 못 하고 물러섰던 송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용기를 내야 했다.


“안 꺼져요!!!”


송태가 채경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노숙자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동생이 송태의 바짓단을 붙들었다.


“오, 오빠, 그러지 마!”

“뭘, 뭘, 그러지 마!”


남매의 몸이 함께 떨려왔다. 동생을 위해 용기를 낸 송태였지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동생이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우, 우리, 그냥 여기 굴다리 밑에서 라면 먹고 있었어. 봐봐. 그냥 컵라면 먹고 있었어.”


김채경이 우물쭈물하는 얼굴로 컵라면을 내밀었다. 이제 막 물을 부었는지 연기가 솟고 있었다.


노숙자가 무심한 눈으로 송태를 쳐다보았다.


“네 동생이냐?”

“네, 네.”

“이런 날씨에 어린애 혼자 돌아다니게 하면 안 돼.”


송태는 할 말이 없었다.

가만히 서 있는 송태에게 노숙자가 컵라면을 내밀었다.


“너도 먹을래? 물 부어줘? 너도 추워 보이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송태는 주변에 칼바람이 몰아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아직 1월이었다.

지금 시간은 새벽 3시. 함부로 바깥을 나돌아다니기엔 매서운 시간이었다.


노숙자가 송태에게 씩 웃어 보였다.


“안 먹을 거면 말아. 내 식량이다.”


송태는 아무 말 없이 채경의 손을 꽉 붙들었다. 아직 경계를 다 풀 수 없었다. 노숙자가 그런 남매를 보며 말했다.


“컵라면 이제 막 물 부었는데 그건 먹고 보내지?”


노숙자가 자신의 텐트 쪽으로 걸어갔다. 남매는 생각지도 못한 초대에 우물쭈물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두 사람은 천천히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텐트였다.


안에는 적당한 가재도구와 캠핑 의자, 간이 식탁까지 있었다. 노숙자가 털썩 주저앉았다.


“거기 의자에 앉아.”


노숙자의 말에 따라 두 사람은 캠핑 의자에 어정쩡하게 앉았다.

이윽고 채경과 노숙자가 따뜻한 식사를 하는 걸 송태는 바라만 보았다.


국물까지 다 비운 노숙자가 남매를 바라보며 짧게 말했다.


“나도 동생이 있었어. 딱 그만한.”


송태가 의아한 눈으로 노숙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송태를 향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이제는 동생이 없다. 평생 있는 게 아니더라고.”


노숙자는 일어나서 컵라면 용기를 정리했다. 그가 채경과 송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부럽네. 남매가 싸우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부럽다. 부러워.”


얼마 뒤, 송태와 채경은 노숙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연거푸 남기고 밖을 나섰다.


노숙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굴다리 텐트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


짧고, 굵은 인사가 두 남매의 뒷통수를 향할 뿐이었다.

채경은 송태의 손을 잡고 부동역을 향해 걸었다.


“오빠, 미안해. 나 많이 찾았어?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아니야, 금방 왔지. 우리 채경이 보고 싶어서 한달음에 왔지.”


그 말에 채경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 애가 송태를 향해 말했다.


“거짓말이야. 나 보고 싶은데 왜 서울에 있어?”


채경의 말간 두 눈이 송태를 바라보았다.


왜 서울에 있냐고?

처음에는 도피였다. 가족을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함께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몇 주를 보낸 지금, 송태의 생각은 달라졌다. 그는 달라진 생각을 동생에게 말했다.


“오빠, 꿈이 생겼어. 그 꿈을 이루려면 서울에서 친구들이랑 함께 노력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서 서울 있는 거야. 채경이한테 전화 못 해서 미안. 많이 연락할게.”


채경이는 그 대답에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았다. 이해한다는 듯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 애가 송태에게 물었다.


“오빠 꿈이 뭔데?”


그 말을 듣자, 송태의 머릿속으로 무수히 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소년원에서 목적 없이 읽던 시집과 소설책들.

동주와 서완의 열정을 닮고 싶은 간절한 마음.


송태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그는 문득 자신의 꿈을 이렇게 내뱉었다.


“오빠의 꿈은 시인이야. 시인이 되는 거야.”


그렇다.

송송태가 비로소 자신의 꿈을 결정한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60화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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