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별을 살아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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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프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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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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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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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DUMMY

61화

EP 7 – 도약


박서완이 마침내 중국으로 떠났다. 첫 전시회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나 없다고 엉망으로 살지 말고!]


그렇게 말하는 서완이 가장 엉망진창이었다. 다크서클이 턱까지 뻗어 있었다.


멀리서 서완을 보면 사람이 아니라 검은 점 하나가 걸어오는 것 같았다.


[야, 박서완, 네 몸이나 잘 챙겨. 제발.]


박서완이 없는 집은 고요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딱이었다.


나는 송태와 함께 거실 테이블에서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박서완 한 명 없는 것 뿐인데 집이 조용하네.”


송송태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시를 쓴다고 하더니 도대체 뭘하는지 모르겠네. 녀석은 두 시간 째 빈 종이만 노려보고 있었다.


“야, 송송태.”

“응?”

“도대체 종이랑 뭐하냐. 눈싸움 하냐? 왜 쳐다만 보냐?”


송송태는 분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처, 처, 천재는 범인의 마음을 모르는 거야!!”


나는 황당한 심경으로 송송태를 노려보았다.


“뭔 소리야.”

“넌 뚝딱뚝딱 쓰잖아!”

“내가 밥 굶어가면서 소설 쓰고, 시 쓴 게 송송태 네 눈엔 뚝딱뚝딱으로 보이냐?”


송송태가 나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원망 어린 눈빛이 내게 외쳤다.


“범인의 마음도 몰라주는 천재 미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송태의 헛소리를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다. 글을 안 쓸 거라면 일이라도 시켜야지.


“야, 송송태.”

“왜!”

“이 양말을 흘린 범인이야말로 너지? 저기 치킨 시켜먹고 식탁에 그대로 냅둔 범인도 너지?”


송송태가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녀석을 일으켜세웠다.


“좋은 말로 할 때 치워라. 월세도 안 내는 식충아.”

“아, 아니, 자취방을 전세로 구해서 들어오는 새끼들이 어딨어!”


그렇다.

나와 박서완은 집을 구할 때 전세로 아파트를 얻었다. 하여, 송태는 무일푼으로 방만 얻어쓰고 있었다.


나는 집주인의 정당한 권력을 송송태에게 행사하였다.


“안 치우면 내쫓을 거야. 그리고 글 안 쓸 거면 집안일이라도 해.”

“처, 천재가 범인의 창작의 고통을 아느냐!?”

“조용히 해.”


나는 송송태를 부엌으로 밀어넣었다.

어휴, 시인이 꿈이라더니.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아직 한참 먼 듯 했다.


불평 섞인 표정으로 송송태는 부엌을 향했다. 그리고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우타 나나미랑은 어때?”

“우타 나나미? 나나미는 왜?”

“헐, 이제 이름을 막 불러?”


송송태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껴안았다며!”

“그, 그딴 소리 아무 데서나 뱉지마! 그게 끝이야! 아무 일 없었어!”


송송태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한국이나 조용하지. 일본은 지금 얼마나 시끄러운 줄 알아?”

“아씨, 어제도 일본 웹사이트 탐방했냐? 오타쿠 아니랄까봐.”

“어제만 했겠냐? 오늘 아침에도 했지.”


송송태가 음흉한 미소와 함께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한국의 작가 유동주는 누구!? 우타 나나미의 남자를 파헤친다!”

“뭐, 뭐라고!?”


송송태가 나를 향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본에서 나온 기사다. 아마 너 지금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할 걸?”

“아, 원치 않아. 일본 싫어. 나는 신작에 집중하고 싶다고. 안 그래도 인터뷰 거절하느라 혼났어.”


송송태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일본에서 인터뷰 들어왔어?”

“꽤 많이? 근데 다 거절했지. 신간 쓰기도 바빠. 그리고 당분간은 한국에서의 일에 집중할 거야.”

“아니, 유동주. 그러면 우타 나나미랑은 안 만나!? 나 소개 시켜준다며.”

“어휴, 어차피 나나미도 한국에 있어. 새 작품 다 마무리하고 만나야지. 그나저나 어디서 책 낼 지가 제일 걱정이다.”


송송태가 음흉한 미소와 함께 나를 쳐다보았다.


“허, 스타 작가라며?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께서 어디서 낼 지 걱정은 왜 하냐?”

“경지연 작가님이 그랬단 말이야. 문학나무에서 신간을 냈으니, 두 번째 스텝을 어떻게 가져갈 지가 중요하다고.”


나는 며칠 전 경지연과 통화로 나눈 얘기를 떠올렸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작가는 두 번째 책이 더 중요하다고.


출판사는 단순히 책을 유통하는 곳이 아니라, 작가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는 구칠월문학상을 통해 성공적으로 데뷔했고, 일본 웹진 연재를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내는 정식 단행본은 다음이 두 번째였다.

<바람과 그늘>은 박서완의 책에 내 글을 삽입한 형태니까 말이다.


경지연은 말했다.

지금부터는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떤 출판사에서, 어떻게 보여주는가도 중요하다고.


그게 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독자에게 밝히는 행위가 될 거라고.


“아무튼 경지연 작가님이랑 잠깐 얘기했는데,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뭘 모르겠는데?”

“그냥 작가는 글 쓰는 사람인데 뭘 그렇게 생각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내 말에 박서완이 코웃음쳤다.


“허, 무슨 일제강점기 때 작가야? 야, 요새는 아이돌도 SNS를 해. 넌 어떻게 아웃스타도 안 하냐?”

“그런가?”

“응!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너튜브 틀고! 우타 나나미와의 사연 공개합니다!!”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박서완을 노려보았다. 뭘 기대한 내가 잘못이었다.


“됐다, 됐어. 글이나 쓸란다.”

“우타 나나미 보고 싶다고!!!”

“응, 송송태 설거지나 해. 나 글 쓸 거야.”


나는 송송태를 무시하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61화

EP 7 – 도약






이곳은 서울 송초구.

강남 4구 중 하나인 부자 동네엔 뜻밖에도 출판문화단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강변출판문화단지가 출판계의 성지라면, 이곳 송초 출판문화단지는 출판계의 재벌이 되었음을 상징하는 곳이었다.


실제로 이곳에 입주한 대부분의 회사는 대기업 계열사이거나, 학습출판시장에 진출해 교육업을 병행하는 중견 기업들이었다.


편집장 문혁수는 본사에 들어오자마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변에서 여기만 오면 한숨이 절로 나오네.”


㈜문학나무의 본사.

수십 개의 임프린트와 자회사를 거느린 문학계의 적폐 기업은 당당히 강남 4구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강변출판문화단지에 위치한 문학나무가 실제로 출판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이곳 ㈜문학나무는 그룹 전체를 통솔하는 지휘 타워라 할 수 있었다.


문혁수는 숨죽인 채 본사 대회의실로 입장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미 혁수를 제외한 다른 모든 편집장이 착석을 마친 채였다.

문학나무의 의장 정민태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문 편집장을 반겼다.


“경기도에서 오느라 고생많았군. 실무자를 불러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어차피 1년에 한 번 있는 대회의인데요.”


그렇다.

㈜문학나무는 신년 첫째 달에 모든 자회사, 임프린트가 모이는 대회의를 벌인다.


한 해의 성과를 보고하는 결산이자, ㈜문학나무의 전통이었다. 으레적인 박수, 형식적인 칭찬이 오고가는 자리.


그러나 오늘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문혁수가 대회의실을 물끄러미 노려보았다.


‘아예 작정을 했군.’


회의실 왼편엔 써니북스의 편집장 윤도훈이 있었다.


윤도훈.

아이비리그에서 석사를 마치고 돌아온 편집자로 에세이 전문 임프린트 '써니북스'의 편집장이었다.

30대 중반의 젊은나이로 편집장 자리에 오를 정도로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리고 현재 ㈜문학나무는 유학파와 국내파로 파벌이 갈린 채 치열하게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문혁수는 조용히 회사 생활을 하다 명예 퇴직을 할 생각이었으나, 작년에 일이 대차게 꼬이고 말았다.


윤도훈이 문혁수를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아, 문혁수 선배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오늘 아침에도 유동주 작가님 기사가 일본에서 났던데요?”


윤도훈의 축하에 회의실 왼편에서 비릿한 웃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의 칭찬은 칭찬을 가장한 교묘한 견제였다.


문혁수라고 몰랐겠는가.

오늘 아침에 일본에서 ‘우타 나나미의 남자는 누구인가’로 대서특필된 유동주의 근황을 말이다.


그러니까 윤도훈은 따져묻는 것이다. 신인 작가 가십이나 팔고 다니니까 좋냐고.


모든 걸 파악한 문혁수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고마워. 유 작가님이 인기가 참 많지.”


문혁수의 너스레에 윤도훈의 표정이 미묘하게 구겨졌다. 눈치 빠른 사람이나 포착할 만큼 아주 미세하게 말이다. 문혁수가 모두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회의 시작할까요?”


회의를 권한 문혁수는 슬그머니 정태민 의장의 눈치를 보았다. 그런데 정민태는 혁수와 도훈의 갈등을 재밌다는 듯 부추겼다.


“아니야. 아니야. 정 편집장이랑 문 편집장 둘 다 보기 좋네. 서로 그렇게 환담 나누는 게 좋아. 뭐, 회의 빨리할 필요 있나?”


문혁수는 답없이 고개를 숙였다.

정말이지 좋은 책만 만들다가 조용히 출판계를 떠나고 싶었다. 한데, 왜 늘그막에 이렇게 된단 말인가.

성과를 내서 주목 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여간 회사에선 중간만 해야했다.


문혁수는 눈치를 대강 살폈다.

그러니까 회사 내에서는 문혁수 자신이 국내파의 대표 격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 했다.

윤도훈은 신진 세력으로 유학파의 대표를 자처하고 있고 말이다.


게다가 의장 정태민은 두 파벌의 경쟁을 교묘하게 부추기며 회사의 성장 동력을 키울 생각인 듯 했다. 문혁수가 한숨을 쉬었다.


‘의장님도 여전하군.’


㈜문학나무의 지분 50%를 쥐고 있는 평론가 정태민.


문학계의 전설이자, 출판계의 전설인 그의 또 다른 별명은 ‘한국 문학의 제갈량’이었다.


민중문학vs순수문학으로 대립하던 80년대의 질서를 끝내고, 90년대 초반, 출판계 최초로 주식회사를 설립한 정태민.


출판의 자본화를 이끌며 단숨에 문학판을 천하삼분지계로 쪼갠 장본인이었다. 시대 흐름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사람들의 경쟁심 사이에서 이득을 추구했다.


정태민은 위대한 평론가이자, 뱀 같은 사업꾼이었다.


곧 이어 회의가 시작되었다.

정태민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회의장 전체를 질책했다.


“성과 보고를 해야 하는 자리인데, 사실 보고 할 사람이 없지?”


능청스러운 달변이었지만 속엔 뼈가 담겨 있었다. 계속된 불황으로 문학계 전체의 파이가 줄어든 건 비단 오늘, 내일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문학나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진 않았다.


적막이 감도는 대회의실.

그런데 갑자기 윤도훈 편집장이 손을 들고 발언을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 문혁수 편집장님께서는 대단한 성과를 거두시지 않았습니까?”


문혁수가 의심쩍은 눈으로 윤도훈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왜 자신을 띄워준단 말인가.

윤도훈의 말이 계속됐다.


“작년 구칠월문학상 수상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경우 전년도 수상작보다 6배의 판매 신장을 기록했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일본에서 벌써 판권이 계약됐고, 중국에서도 대형 출판사 3곳이 경쟁 붙었다면서요?”


문혁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윤도훈의 말은 전부 다 사실이었다. 아포칼립스나 다름없는 출판계 불황에서 유동주는 한 줄기 구원자처럼 등장했다.


소년원 출신, 국제 문학상 노미네이트, 우타 나나미와의 교류, 일본에서의 주목까지, 이슈가 끝이 없이 터져나왔고, 유동주의 책은 거침없이 베스트셀러로 나아갔다.


윤도훈의 칭찬에 대회의실에 모인 국내파의 분위기는 날아갈 듯 했다. 문혁수 옆에 앉아서 죽상을 하던 중장년의 편집자들은 그제서야 밝은 웃음을 지었다.


“역시 문 편집장입니다.”

“어디서 그런 대단한 신인을 발굴하셔서.”


하지만 윤도훈은 국내파의 기를 세워주기 위해 그런 발언을 뱉은 것이 아니었다.


잠시 소란을 경청하던 도훈이 비로소 화살을 쏘아올렸다.


“그래서 제가 부족한 식견이나마 모두에게 제안드립니다. 새로운 임프린트를 만들고 문혁수 편집장님이 그곳의 대표를 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윤도훈이 쏘아올린 작은 공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국내파의 얼굴엔 순식간에 노기가 들이찼다.


임프린트.

대형 출판사 아래에 거느리는 또 다른 브랜드로 말하자면 자회사 격의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임프린트의 사장을 역임해라.

그 말을 달리 말하면 이런 말이었다.


‘응, 그렇게 잘났으니 본사에서 나가서 자회사로 독립해.’


문혁수가 있는 문학나무는 ㈜문학나무 그룹의 이름일만큼 상징적인 출판사였다. 문학나무의 시작이었고, 문학숲, 문학씨앗 등 다양한 문예지를 거느린 한국 문학의 심장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가서 임프린트 사장을 맡으라는 것은 ‘사장’이란 이름의 좌천을 당하라는 뜻이었다.


문혁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윤도훈을 노려보았다.


“제안은 감사드리지만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군요.”


작은 소란은 점점 회의실 전체로 번져나갔다. 그러나 정작 이곳의 중심인 의장 정민태는 말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국내파와 유학파 사이의 분쟁을 재밌다는 듯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치 차기 소교주 후보를 선발하는 무협지의 마교 교주처럼 말이다.


잠시 사태를 관망하던 문혁수가 마침내 결심했다. 더 이상 제 뜻이 아닌 경쟁에 이용만 당하고 싶지 않았다. 분쟁을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삼는 정민태에게 휘둘릴 수 없었다.

이 소란의 중심이 문혁수 본인이라면, 페이스는 본인이 휘어잡고 싶었다.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문혁수의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는 과감히 정민태를 바라보며 말했다.


“문예지 중심의 현 사업 모델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문학숲, 문학씨앗 모두 흑자 전환 절대 못 합니다.”


암묵적으로 언급하지 않던 비밀을 문혁수가 갑자기 폭로했다. 문예지가 돈을 못 버는 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출판사인 문학나무는 여전히 문예지 중심의 사업 모델을 고수하고 있었다.


문예지가 지닌 권위.

기존 경영진이 세운 역사.

신인상, 청탁, 문학상으로 구성된 문단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문학은 명예가 곧 돈이 되는 시장이었다.

독자는 출판사의 권위만으로도 책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곤 했다.


양질의 문예지를 운영한다는 것.

그건 출판사의 권위와 명예의 상징이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예지, 즉 문학숲은 정민태가 젊은 시절 직접 창간한 문예지였다는 점이다.

정민태가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문예지 중심의 사업 모델을 변화시키자는 게 무슨 뜻이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봐.”


게슴츠레한 의장의 눈 앞에서 모두가 숨을 죽였다. 하지만 문혁수는 잘 알고 있었다. 정민태는 그 누구보다 실리적인 사람이었다.


문혁수는 정민태의 그런 실용성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 미디어의 질서가 이미 사라졌고, OSMU 중심의 미디어 믹스가 주류가 된 건 새로운 사실도 아닙니다. 하지만 문학은 이 변화에 뒤처지고 있습니다.”


문혁수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모아졌다. 그는 마지막 발언을 이어갔다.


“새로운 임프린트를 만드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종이책에만 국한되지 말고,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스타 작가를 양성하고, 자체 너튜브 채널을 만들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스튜디오도 인수하고, 해외 유명 아티스트도 초빙해야 합니다.”


문혁수의 발언에 정민태가 코웃음을 쳤다.


“우리 문 편집장, 헛똑똑이로군. 미디어 믹스, 좋지. 그런데 왜 그걸 문학판에서 못 하는지 알아?”


잠시 목을 가다듬은 정민태가 말을 이었다.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작가가 없잖아. 그리고 해외 유명 아티스트? 누구를 협업 시킬 건데? 그냥 돈 주고 유명한 사람을 데려오는 게 다가 아니야. 시너지가 나고, 무엇보다 기존 작가랑 서로 이야기가 있어야지. 보통 작가로는 안 돼. 너튜브? 출연시키려면 적어도 인급동에 오를 정도로 스타 작가를 내보내야 해. 근데 인급동 올라본 작가가 문학판에 누가 있어? 다들 인급동은 알지?”


정민태의 다그침에 편집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팔순을 바라보는 의장이 알고 있는 걸 부하 직원이 모른다고 할 순 없지 않은가.


문혁수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정민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에 대해 저렇게 자세히 반대한다는 건, 본인도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린다는 뜻이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냐고 되묻는 건, 그저 할 수 있는 사람만 찾으면 된다는 뜻이다.


문혁수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너튜브 인급동에도 올라봤고, 해외 유명 아티스트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작가가 있습니다. 이미 문학나무에서 책도 한 번 냈고요.”


문혁수의 말에 정민태가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가 속사포처럼 질문을 이었다.


“혹시 그 작가가 작년에 문학상을 탔나? 감옥에서 출소했고? 중국도 다녀오고, 그림책도 내고? 옆 나라에선 유명 아티스트랑 스캔들도 나고?”


정민태 의장의 눈이 미친들 반짝거렸다.


작가의말

61화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늦어서 송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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