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별을 살아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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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프로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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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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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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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DUMMY

53화

EP5 – 베이징의 말


기자회견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중국 기자들도 더 이상의 소동을 벌이지 않고, 정상적인 질문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나는 경지연, 박서완과 함께 다시 한국 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자회견 뒤엔 독자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박서완이 내게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걱정이네. 괜찮으려나.”

“뭐가?”

“중국 기자도 저렇게 날 서 있는데, 중국 독자들은 어떨지 걱정이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자회견이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독자들이 화를 내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우리의 걱정은 괜한 기우에 불과했다.


한국 전시관에 도착한 우리는 흡사 키즈 카페와 같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이게 독자와의 만남!?”


내 옆에서 경지연이 웃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왜요. 귀엽잖아요. 아동도서마켓이라 어쩔 수 없어요. 어린이들의 대축제인걸요.”


나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눈앞을 바라보았다.


우는 아이.

뛰는 아이.

엄마한테 붙들려 혼나는 아이.

다른 아이를 때리는 아이!?


잠깐.

때린다고!?

야! 친구를 때리면 안 되지!?


“어이, 친구! 멈춰! 멈춰! 스탑!! 스타압!!!”


나는 얼른 달려가서 어린이들의 난투극을 중재했다.

어휴. 싸움은 안 될 일이지.


그리고 한국 전시관의 관계자가 우리를 얼른 마중 나왔다.


“오셨어요!?”


그런데 그 관계자가 나를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아까 나에게 한국 아동 청소년 문학을 소개해 줬던 바로 그 편집자였기 때문이다.


경지연이 상황을 파악하고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하하, 여기는 나지훈 편집자님입니다. 문학나무의 신입이고요. 이번 한국 전시관 지원을 담당해 주시고요. 오늘 인터뷰도 도와주실 겁니다.”


나지훈 편집자가 황당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 아니. 유동주 작가님이셨어요? 아니, 그러면 저는 유 작가님한테 유 작가님 책을 소개한 거예요!?”


나지훈 편집자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경지연이 그를 달랬다.


“뭐, 신입의 실수라고 생각해요. 입사한 지 두 달도 안 됐잖아요? 우리 유 작가님이 워낙 신출귀몰하셔서 편집자 뵐 일이 별로 없어요.”


나지훈 편집자는 허탈한 듯 웃음만 짓고 있었다.

그가 이내 정신을 되찾고 나와 박서완에게 말했다.


“사실 이번 독자와의 만남은 좀 걱정했거든요. 두 작가님의 책이 아직 중국에서 출간이 안 되어서요. 그런데 엄청나게 반응이 좋습니다.”


그는 한국 전시관에 모인 어린이들을 가리켰다.


그래.


고성방가를 지르는 아이.

노래 부르는 아이.

누워있는 아이.


“어이어이! 아, 거기 친구! 왜 아직도 싸우려고 해!?”


나와 박서완.

경지연과 박지훈 편집자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웃는 거 외엔 달리 방법이 없네.


얼마 뒤에, 독자와의 만남이 시작됐다. 걱정한 것과 달리 독자의 호응도는 최고였다.


“저요! 저요! 제가 물어볼래요!”

“아니야! 내가 물어볼 거야!”

“이거 나무는 왜 이렇게 삐뚤빼뚤 그려졌어요!?”

“팔랑팔랑이 무슨 뜻이에요!!?”


신기했다.

중국어로 아직 번역도 안 된 책에 이렇게 호응을 해준다고?

이런 게 그림책의 힘인가?


아무래도 나보단 박서완에게 더욱 시선이 집중되었다.


잔뜩 긴장했던 서완은 어느새 프로패셔널한 작가로 변해있었다.


“아, 그 나무는요. 삐뚤빼뚤한 게 아니라, 원래 조금 휘어져 있어요. 실제 나무의 생김새에 제 마음을 담아본 거예요.”

“우와와와와!”


심지어 박서완은 능청스럽기까지 했다.


“여기 유동주 작가님의 마음이 조금 휘어져 있거든요. 그것도 반영했어요.”

“우하하하하!!”


뭐야, 얘. 나 몰래 작가와의 만남 몇 번 해보고 다닌 거 아니야?


경지연의 통역을 통해 말이 전달됨에도, 독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이들은 거의 맹수와 같았다.

통역 없이 바로바로 소통하고 싶어 하는 눈치.


이게 바로 유치원 선생님의 심정인가. 도대체 우리를 왜 이렇게까지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작가님! 자까님!!”

“이 나비는 왜 붉은색이에요!!”

“그늘은 왜 안 없어져요!?”


우리는 아이들의 폭발적 성원에 힘입어 무사히 독자와의 만남을 끝낼 수 있었다.


행사 종료 후.

나와 박서완은 기진맥진한 채 그대로 뻗어 있었다.


자리에서 이동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후, 하, 후, 하아아. 야, 박서완 너 좀 잘하더라!?”

“후우우, 방금은 내가 독자와의 만남을 한 게 아니야.”

“그러면!?”

“나 박서완을 대신해 저 멀리 어딘가의 귀신이 대신한 거다.”


나와 박서완은 서로를 마주 보며 깔깔 웃었다.


경지연이 물을 들고 우리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작가님들 힘드시죠?”

“경지연 작가님이야말로 고생 많으시죠. 박서완 통역하느라고 힘드셨잖아요.”


경지연이 고개를 저으며 씩 웃었다.


“다행히 한 사람만 통역해서 그렇게 힘들진 않답니다. 아, 물론 박서완 작가님한테 뭐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박서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연하죠. 통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녜요, 유 작가님이 중국어를 너무 잘해서 큰일 날 뻔했어요. 박 작가님 아니면 제가 중국에 온 이유가 없었겠는데요?”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환담을 나누었다. 나는 경지연이 건네준 물을 단번에 마셨다.


“콰아아아! 이야, 이제 좀 살겠네. 아니, 근데 왜 이렇게 반응이 안 좋아요? 아까 기자들은 우릴 죽이려고 하더니.”


경지연이 나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독자 반응이 폭발적이니까 기자들 통해서 여론몰이라도 하려고 했던 거죠. 그래도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왜요?”


경지연이 자리에 앉으며 현재 상황을 차분히 설명했다.


“일단 아까 기자회견 덕분에 유 작가님의 겸손한 모습이 주목받아서 여론이 아주 좋고요.”

“하하, 하하. 겸손이라뇨. 모략과 지혜인데요.”


내가 음흉한 웃음을 짓자, 경지연이 내 입을 막았다.


“우리만 알고 있자고요. 그 비밀.”

“하하.”

“그리고 중국에도 제법 다양한 파벌이 있답니다. 여긴 넓은 땅이라서 다 다른 생각들이 있어요. 왜 리우 부자만 해도 유 작가님한테 호의적이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지연이 중국 관계자에게 들은 정보를 슬며시 내게 말했다.


“유 작가님을 견제하는 파벌도 있는 한편, 얼른 수입해서 데려오고 싶은 사람도 있나 봐요. 특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중국에서도 잘 통할 거라고 생각하던데요?”

“그래요?”


그녀는 박서완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물론 박서완 작가님 그림도 엄청 반응 좋습니다. 아까 보셨죠? 중국 어린이들이 전부 박 작가님 그림 보고 질문하는 거!?”


박서완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네, 그렇더라고요. 좋네요. 그냥 긴장만 됐는데, 막상 해보니까 진짜 흐뭇하네요.”


기쁨에 취한 박서완을 보니 나 또한 덩달아 즐거워졌다.


그래.

어쩌면 바로 이 순간 때문에 나는 박서완과 작업한 걸지도 모른다.


베스트셀러도 좋고.

중국 초청도 좋고.

한국 대표 작가 취급도 좋지만.


독자들이 순수하게 열광하는 바로 이 순간이 가장 좋았다.


어린이들이라 그런지 더욱더 진심을 보여주었고 말이다.


유쾌한 대화를 나누던 그때, 우리에게 다가오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건 리우 부자였다.


리우 지앙이 아버지 리우 웬첸 옆에 서서 말했다.


“아버지께서 독자와의 만남 정말 뜻깊게 보았다고 말씀하십니다. 정말 감사하다고 하십니다.”


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저 둘은 항상 저렇게 대화하는 건가.


저 아들은 저 아버지의 말을 도대체 어떻게 알아듣는 거지.

숨소리만 조금 뱉는 것 같은데 술술 말을 한단 말이야.


박서완이 내 옆에서 꾸벅 고개를 숙였다.


“다 보셨어요? 저희야말로 이렇게 초청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중국 독자들이 이렇게 저희를 환영해 줄 줄은 몰랐어요.”


그 말에 리우 지앙이 들뜬 표정을 보였다. 그가 박서완을 향해 마구 칭찬을 쏟아냈다.


“그림이 정말 좋더군요. 중국 독자들이 당연히 열광할 수밖에 없지요.”


리우 지앙은 완전히 박서완에게 빠져든 눈치였다.

그는 속사포처럼 말을 이었다.


“사실 저도 중국에서 갤러리를 운영합니다. 여러 그림을 보았지만, <바람과 그늘>의 그림은 정말 독특해요.”


그의 상찬에 박서완이 고개를 연신 숙였다.

쑥스러워하는 서완에게 리우 지앙이 다시 한번 칭찬을 건넸다.


“환함과 어둠을 동시에 공존시키는 그런 묘한 색채가 너무 좋았습니다. 분명함과 흐릿함을 한꺼번에 거머쥐는 붓질도 인상적이고요.”


급기야 리우 지앙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건넸다.


“박서완 작가님, 혹시 다음 작품 계획이 따로 없으시다면 중국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은 어떠신가요?”


그 제안에 박서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시회요?”


박서완만 놀란 것은 아니었다.

나, 경지연, 그리고 리우 웬첸마저 그 제안에 깜짝 놀란 듯했다.


그리고 리우 웬첸이 사나운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뭐, 뭐야. 심기가 왜 불편해진 거지?’


잠시 인상을 찌푸리던 리우 웬첸이 입을 떼었다.


그가 드디어 직접, 본인의 입으로 말했다.


“아비 된 사람으로서 쑥스러운 말이지만 지앙의 갤러리에선 중국 3대 화가의 전시도 열렸답니다.”


마치 저승에서 건너오는 것 같은 낮고, 무거운 목소리.


그 음성이 자기 아들을 자랑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모두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리우 웬첸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제야 이 사람의 표정을 다소 짐작할 수 있었다.


‘노려본 게 아니라, 입을 떼려고 머뭇거리던 거였어······.’


그리고.

박서완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겠어?”


괜찮냐니.

무엇이 괜찮다는 걸까.


나는 박서완을 향해 의아함을 담아 물었다.


“뭐가? 뭐가 괜찮아?”

“내가 중국에서 전시회를 열면 당분간 한국에서 작업하긴 어려울 텐데.”


나는 황당한 눈으로 녀석을 쳐다보았다.

지금 함께 작업을 못 할까봐 염려하는 거야?


이 좋은 제안 앞에서?

아니, 진심으로?


그런데.


박서완은 눈은 몹시 진지했다.

그래. 녀석은 진심이었다.


그 얼굴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녀석을 쏘아붙였다.


“설마, 나랑 작업하는 것 때문에 중국 전시가 망설여진다는 거야?”


박서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함께 작업하기로 했잖아. 나는 네 작품 덕분에 내 그림이 더욱 빛을 냈다고 생각해."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네 작품의 힘을 믿어. 나야말로 너 덕분에 문학을 시작하게 된 거니까."


우리는 서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나는 괜스레 녀석을 타박했다.


“징그러우니까, 그렇게 쳐다보지마! 우리 당분간 계약된 원고도 없으니까, 편하게 해. 이번 전시회가 네 첫 전시회잖아. 꽤 좋은 기회 같은데?”


내 옆에서 경지연 작가도 말을 거들었다.


“맞아요. 리우 지앙 씨 갤러리는 저도 얘기 들어본 적 있어요.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이 전시하는 공간이라고요.”


박서완은 망설이는 표정을 다시 지어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서완이 결심한 듯 입을 떼었다.


작가의말

53화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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