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별을 살아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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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프로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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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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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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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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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DUMMY

56화

EP6 – 이런 날


딱, 이런 날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전생 어느 날의 기억.


나는 소년 시절, 간도를 떠나 평양 숭실중에 공부하러 갔다.

그곳은 외국인 선교사가 설립한 학교로 일제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몇 안 되는 학교 중 하나였다.


하지만 때는 30년대.

일제의 간계는 마침내 숭실중에도 손을 뻗었다.


우리는 신사참배를 강요받았고, 모든 학생은 동맹 휴학에 나섰다.


더 이상 학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 일제는 우리 숭실중 학생을 대놓고 표적 삼아 단속하곤 했다.

길거리에서 공연히 순경에게 시비가 붙어 고초를 치루는 학우가 적지 않았다.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나는 마침내 학교를 그만뒀다.


평양에서 간도로 돌아온 날.

늘 무뚝뚝하던 아버지는 그저 이렇게 몇 마디를 남기셨다.


[잘 했다. 옳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간도에서 평양까지 유학 보낸 아들이 학업을 중단했다.

일제의 삼엄한 문초 속에서 간신히 목숨만 건지고 돌아왔다.


부모된 사람의 마음이 어찌 편안할 일인가.


하지만.

내 아버지는 그저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꾹 견디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잘 한 것이라고.

옳은 일이라고.


나는 그저 고개를 꾸벅 숙여 이리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학교를 멋대로 그만두고 돌아온 아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그런데.

숭실중을 그만두고 들어간 용정 광명중학은 더욱 지독한 곳이었다.


마치, 촛불을 피해 용광로에 뛰어든 꼴이었다.


광명중은 일본인 자본가의 손아귀에 들어가 완전히 일제식 교육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환한 햇살이 부서지던 맑고 고운 어떤 날.


그래, 그날은 침략자의 국경일이었지.


아무 것도 모르는 조선의 어린 아이들은 오색기와 일장기 사이에서 뛰어 놀았다.


만주국의 오색기.

일제의 일장기.


우리를 침략한 원수와, 그 원수가 세운 괴뢰국.


그 두 나라의 깃발 아래에서 우리 어린 것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춤을 추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햇살이 아해들의 순수한 두 볼에서 부서졌다.


제 조국을 빼앗긴 아이들.

그 아이들이 침략자의 깃발 아래에서 순수하게 웃음을 짓는 날.


모순.

그 두 글자만 선명하게 내 머리에 새겨졌던 날.


나는 그날 송몽규를 하염없이 떠올렸다.


송몽규.

내 평생의 가장 절친한 벗이자, 나의 사촌형.


그라면 이 모순된 풍경 앞에서 무슨 행동을 했을까 떠올렸다.


아마 윽박을 질렀겠지.

침략자의 국기, 괴뢰국의 국기를 모두 갈기갈기 찢으려 들었겠지.


그리고 아이들을 타일렀겠지.

조선의 아이로서 너희는 너희의 정신을 세워야 한다고.


괴뢰국 순사들이 그를 잡으려 와도.


몽규는 멈추지 않고 아이들에게 진실을 일러주었겠지.


나의 형.

나의 벗 몽규가 어떤 사람인가.


그 시절, 열여덟 어린 나이에 신춘문예에 당선되고도, 광복군에 투신한 사내 아닌가.


나는 두 개의 국기 앞에서 오래도록 몽규를 떠올렸다.


나의 형.

나의 벗.


내 마음 속의 깃발 같은 그를 말이다.


딱, 이런 날이었다.


햇살이 맑게 부서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닥치는 이런 날.




56화

EP6 – 이런 날




나는 차 안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세단 시트의 푹신함.

눈 앞에 보이는 차창이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었다.


운전석에 앉은 리우 지앙이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푹 주무셨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햇살 속에서 아득한 기억을 헤아리면서.


“네, 꿈을 꿨어요.”

“좋은 꿈이었나요?”

“글쎄요, 그저 아주 옛날의 기억을 간만에 떠올렸네요”


리우 지앙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가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좋은 곳에 오니 좋은 소식을 떠올리셨나 봅니다. 이제 곧 도착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곳이 나의 옛 고향이라니.


이전 생의 풍경은 세상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쓸쓸하고도, 당연한 사실이 내 눈앞에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리우 지앙이 내게 말했다.


“아버님도 무척 오시고 싶어하셨습니다. 저만 대신 보내는 것에 대해 양해 부탁드린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리우 웬첸 작가님은 아동도서마켓 폐막식까지 무척 바쁘시다면서요. 여기까지 오게 도와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죠. 저는 생각도 못 했어요.”


리우 지앙은 별다른 대꾸 없이 씩 웃기만 했다.

그가 멀지 않은 곳을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다 왔습니다. 여기 차를 주차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데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하늘에서 별안간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맑은 햇살이 가득차던 그런 하루였는데 말이다.


-우르르! 콰과과광!

-꽈과콰광! 콰과과광!


집 한 채는 족히 먹어치울 만한 굉음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탄이었다.


만주 전체를 쓸어버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쏘아아아아! 쏴아아아아!


믿기지 않는 광경에 나와 리우 지앙이 말을 잃었다.

흙으로 된 주차장은 금세 진흙밭으로 변하고 말았다.


“어, 이거, 이거, 도대체 어떡하지!”


리우 지앙의 자동차는 바퀴 한쪽이 빠졌는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퀴이이이! 쉬이이이!


바퀴가 헛도는 소리가 우리의 귓전을 불안하게 맴돌았다.

리우 지앙이 내게 말했다.


“유 작가님.”

“네?”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요. 차에 우비도 있고, 장화도 있으니까 먼저 내려셔 보고 계시는 거 어떠세요? 차 꺼내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닙니다. 저도 나가서 도울게요.”


하지만 리우 지앙의 표정은 단호했다.


“아닙니다. 멀리서 중국까지 오신 작가님에게 어떻게 고생을 시킵니까! 저 리우 지앙! 리우 가의 장남으로서 그런 무례를 저지를 수 없습니다!”


그의 표정은 결연했다.

장남인 것과 내가 도울 수 없는 게 도대체 무슨 상관일까.


하지만 누구도 뜯어말릴 수 없는 고집이 그의 두 눈에 엿보였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아마 소나기 같으니까 곧 그칠 거예요!”


리우 지앙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그의 트렁크에서 장화와 우비를 꺼내입고 혼자 밖에 나섰다.

비바람 속에서 한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폭우를 뚫고 옛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멀지 않은 곳에 윤동주 생가라 적힌 펫말이 위태롭게 삐걱거렸다.


“정말 한글로 펫말이 있구나.”


<윤동주 생가>로 가는 길이라고 적힌 한국어 펫말은 땅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다.


나는 그 화살표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런데 전생의 집으로 가기 직전.


어떤 집이 내 앞에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무려 몇 십 년을 거슬러 등장한 장소였지만, 나는 그 집이 누구의 집인지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내가 이 집을 못 알아보겠는가.


“몽규의 집이구나. 형의 집이야.”


내가 종일 몽규를 그리워한 탓에 그의 집이 먼저 내게 그 모습을 드러내 준 것일까.


나는 숨죽인 채 천천히 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당 오른편엔 <송몽규 옛집>이라 적힌 거대한 돌비석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마치 신이 장난이라도 치는 듯 소나기가 맑게 개어버렸다.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하늘 어딘가를 노려보았다.


화사한 하늘에선 아무런 일도 없던 것처럼 빛이 쏟아졌다. 밝다 못해 장엄하기까지 한 햇살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우비를 벗고 몸을 탁탁 털었다. 몽규의 집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구경 오셨나요?”


나는 그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한데, 너무 이상하지.


분명 오늘 처음 본 사람일 텐데, 목소리와 얼굴이 너무도 익숙했다. 마치 오래 전에 만난 적이 있던 것처럼.


그가 내게 다시 물었다.


“구경 오신 거 아닌가요?”


나는 고개를 얼른 끄덕거렸다.


“아, 아, 네.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르게 됐습니다. 비를 홀딱 맞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요.”


그가 짓궂은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윤동주 생가에 가려다가 그만 송몽규 생가에 들어와 버리셨군요?”


나는 머쓱하게 웃음을 지었다.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 말이 영 거짓말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 하하. 영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됐네요. 하지만 송몽규 생가도 꼭 들를 생각이었습니다!”

“맞아요. 여기도 꼭 들를 만한 곳입니다. 같이 둘러보실까요? 저도 뭐 관계자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저 오랜만에 다시 온 사람입니다.”


남자가 익살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지.

너무 이상하기도 하지.


처음 보는 그 미소는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묻고 말았다.


“혹시 저희 어디서 만난 적이 있던가요?”


내가 물어보고도 황당한 질문이었다.

나는 윤동주가 아니라 유동주였다. 그리고 이곳은 중국이었다.


이전 생도 아니고, 현생에서 내가 이곳에 어떻게 아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데 그 남자가 뜻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그런 날도 있는 법이죠.”

“네?”

“익숙한 얼굴을 다시 만나는 그런 날이요.”


남자는 발걸음을 옮겨 생가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나를 인도했다.


“들어오시죠.”


그 손의 크기와 모양, 손에 자리잡은 주름까지도 무언가 익숙했다.

이상한 기분과 함께 나는 집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옛날과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 마치 몇 십 년 전으로 시간을 이동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순간 몸이 울렁거리고.

아주 오래 전의 어떤 날로 갑자기 소환 당한 그런 기분을 말이다.


“아니, 100년도 더 전에 지어진 집인데 이렇게 관리가 잘 될 수 있나.”


송몽규의 집 안쪽은 그 옛날과 전혀 다른 게 없었다.

바닥과 벽지마저 말이다.


그리고 남자는 아주 익숙하게 방에 앉아버렸다. 마치 자기 집이라도 되는 것 같은 몸가짐이었다.

그가 말했다.


“오랫동안 송몽규의 집은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말에 나는 집안 이곳저곳을 훑어보았다.


방치되어 있었다고 믿을 수 없는 보존 상태였다.


“믿기지가 않네요.”


그가 씩 웃으며 내게 말했다.


“중국이 공산화가 된 후에 윤동주와 송몽규 집에 대해 관심이나 있었겠습니까?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고, 개방 후에도 윤동주 생가에나 사람들이 몰려들었죠.”


그의 말은 어쩐지 내게 씁쓸함을 남겼다.

그런가. 그렇단 말인가.

남자는 말을 이었다.


“윤동주의 작품은 사람들에게 애송되고, 민족 시인으로 기억되지만 송몽규의 이름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오랫동안 그 사람은 지워진 사람이었죠.”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

나는 조선어로 글을 쓰는 것이 민족의 혼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었다.


골방에 틀어박혀 시와 소설을 부던히 쓰고, 갈고 닦았다.


하지만 몽규는 달랐다.

그는 누구보다 뛰어난 문재를 가지고 있었지만, 언제나 최전선에 뛰어들어 싸우는 사내였다.


나도 그를 본받아 여러 독립 운동에 투신한 적이 있으나, 감히 몽규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그렇게 잊혀졌고, 나의 작품은 민족 시인으로 추앙받게 되었다.


마음 한편에 쓸쓸한 죄책감이 불어닥쳤다.


“어쩐지 죄스럽군요.”

“네?”

“아니요, 그냥 송몽규 작가도 대단한 작가로 알고 있는데, 윤동주 시인만 기억되는 게 아쉬워서요.”


내 말에 남자가 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가 말했다.


“그래요?”

“네, 송몽규도 윤동주만큼 모든 국민한테 널리 애송되면 좋을 텐데요.”

“문학의 역사는 사람의 역사보다 훨씬 길테니,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지요. 그리고 말이죠.”


남자는 말없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떼었다.


“과연 송몽규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네?”

“송몽규는 자신이 잊혀졌다는 것에 대해 별로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윤동주가 자신보다 더 주목받는 것에 대해서도 억울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요?”

“네, 아마 그 사내라면 윤동주가 주목받는 것이 너무 기쁘고 행복할 겁니다. 자신의 벗이 뒤늦게나마 인정받았으니까요.”


남자는 그 얘기를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고요한 얼굴은 더욱더 낯이 익었다.


‘도대체 누구지. 언제, 어디서 본 거지.’


한참이나 생각에 잠겨있던 남자가 내게 말했다.


“이 근처에 윤동주와 송몽규의 묘가 있는 거 아세요?”

“아, 네. 들었습니다.”


나는 문득 남자에게 물었다.

이 사람을 그냥 여기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두 분의 묘도 보고 가실 예정이신가요? 저도 갈 생각인데 함께 가실래요?”


남자는 잠시 쓸쓸한 웃음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저는 안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네.”


남자는 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그곳에 있다가 왔거든요.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는데 마침내 만났어요. 그래서 그 무덤에 다시 가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남자는 말을 마치고도 한참이나 나를 쳐다보았다.

기묘한 빛의 두 눈이 나를 애잔하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낯빛에 아주 익숙한 표정이 들이찼다.

그가 대뜸 반말을 했다.


“많이 보고싶었다. 야, 인마, 나한테 미안할 거 하나도 없어. 우리는 서로 최선을 다해 살았다. 나는 동주 네가 자랑스러워. 너의 시와 글은 참으로 좋으니까.”


동주라니.

그 사람은 분명 내 이름 두 글자를 정확히 발음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내는 몸을 일으켰다.


“내게 허락된 시간은 여기까지구나.”


그것이 남자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는 홀연히 문밖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다시 세차게 비가 몰아쳤다.


-쏴아아아! 콰아아아아!


천둥번개가 몰아치고, 세상 전체를 휩쓰는 것 같은 돌풍이 불었다.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 걸까.


그리고.

문을 열고 한 사람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건 리우 지앙이었다.


“작가님! 아니, 근데 일반인은 입장이 불가하게 잠궈놨다고 했는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그가 문을 여는 순간.

이상한 일이 있었다.


빗물 냄새와 함께 방 안의 모든 풍경이 바뀌었다.


마치 순식간에 10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것처럼 집안의 모든 집기, 벽지, 바닥이 낡게 변해버렸다.

또한, 리우 지앙은 말했다.


“하여간에 너무 죄송합니다.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했네요.”

“한 시간이요?”


나는 의아한 눈으로 리우 지앙을 바라보았다.

한 시간이라니.


아무리 길게 쳐도 고작 십 몇 분의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근데 한 시간이라니.

말이 안 됐다.


그리고 천천히 모든 걸 깨닫고 말았다.

지금 벌어진 일을 말이다.

그래.

그런 것이다.


‘내가 만난 사람이 몽규였구나······. 형이었어······.’


나는 아까 그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왜 몰랐을까.

그토록 낯익은 얼굴을 말이다. 눈앞에 있는데도 어찌 못 알아봤을까.


나는 천천히 내 마음을 다독였다.

내게 벌어진 일의 의미를 곰곰히 헤아리면서.


그리고 마침내 리우 지앙에게 말했다.


“이제 묘지에 가볼까요?”


오랜 친우가 나를 이곳에 데려다주었다는 말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작가의말

56화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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