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찐따인 내가 악마 왕의 환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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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눈알
작품등록일 :
2024.07.08 18:26
최근연재일 :
2024.08.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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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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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열고의 짐승' 선우 진

DUMMY

*


퇴원 후로부터 하루가 지난 후,

나는 해수와 함께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하지만 뭔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우리 반 애들도 그렇지만, 다른 반 애들도

무슨 이상한 소문이라도 들은 건지

나와 마주치면 일부러 슬쩍 피해서 가는 느낌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애들의 눈빛을 살펴보니

왠지 나를 두려워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뭔가 적응이 안 되네...”


나는 괜스레 피곤한 느낌이 들어

조례가 끝나자마자 보건실로 가서

침대에 누웠다.


보건실에는 새 보건교사로 오신

남세미 선생님께서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흐음, 네가 1학년 8반 마도현 이구나.

소문이 요새 자자하던데.”


선생님의 그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무슨 소문이요?”


“후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굳이 내 입으로 직접 말해 줄 필요는 없지 않니?”


“...그런가요.”


“마실래?”


그녀가 내게 따뜻한 코코아가 든 잔을

내밀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잔을 받아들었다.


따뜻한 코코아가 식도를 타고 뱃속으로 들어오자,

살짝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


‘-보통 이럴 때면 해수가 어김없이 따라와서

내 옆에 붙어있을 텐데...무슨 일이 있나.’


요즘 들어 해수가 내게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묘한 느낌이 들어 굉장히 신경이 쓰였다.


녀석의 성격상 괜히

나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이었겠지만,

이따 학교가 끝나면

한번 얘기를 해봐야겠어.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코코아를 마시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남세미 선생님께서 내게로 다가왔다.


“요새 학교생활은 어떠니?

싸움질하느라 피곤할 텐데.”


그녀의 그 말에,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저는 그런 애가 아니구요.”


“후후, 글쎄...내가 보기엔 그런 애 맞는 거 같은데.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좀 있거든.”


“그러면, 선생님이 보기에 전 어떤 것 같아요?”


“음... 그게 궁금하니? 굳이 말해 주자면...

네 안에는 아주 커다란 어둠이 들어있는,

그런 느낌이 드는걸.

오늘 처음 봤지만 말이야.”


나는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이는 칼날처럼 느껴져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내가 시선을 피하면 피할수록

그녀는 더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가 내 등 뒤에서 나를 살짝 끌어안으며 말했다.


“마도현... 내가 조언하나 해줄까?

선생님이 아닌, 어른으로서.”


그녀의 부드러운 숨결이 내 귓가에 와 닿자,

깜짝 놀란 나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말을 더듬었다.



“조, 조언이라뇨? 무슨...”



“후후, 별건 아니고.

너뿐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내면 안에

시커먼 어둠을 품고 있어.

하지만 그걸 어떻게 잘 다듬어 쓰느냐에 따라

거기서 성패가 갈린다고 봐.”


“글쎄요. 그럴까요?”


나는 그녀의 몸에서 나는 진한 향수 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어,

그녀에게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예전의 나라면 몰라도,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그녀에게서 빠져나올 수 있을 텐데.


“그럼, 내 말 잘 생각해 봐.

네 힘을 잘만 쓰면...

아주 재미있을 거야.

너는 남다른 아이니까.

아주 특별한...

너를 원하는 자들이 아주 많아,

이 세상에는.”


그녀는 말을 이어갈수록

나를 점점 더 세게 힘주어 끌어안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네가 너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너는 아주 강한 존재야.

네 힘을 두려워하지도 말고,

너를 덮쳐오는 현실의 파도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마.

그렇게만 한다면... 넌 아주 훌륭해질 수 있어.


그래... 잘 풀리면 성자가 되거나,

설령 성자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슈퍼 히어로 정도는 될 수 있겠지.


뭐...자칫 실수해서 삐끗하면

악마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내 말이 지금은 이해가 안 되겠지만,


너는 그만큼 아주 특.별.한.존.재.야.

내 말, 잘 기억해두렴.”


알 수 없는 기묘한 힘이 실린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마치 최면상태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나는 뒤에서 나를 꽉 끌어안은 채로

팔을 조여 들어오는

그녀에게 저항할 수가 없었다.


‘젠장, 힘이 점점 빠지고 있네.

이 사람은 대체 뭐지?’


문득 이런 의문이 내 안에서 고개를 들 때,

그제야 그녀는 나를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너의 힘을 너무 억제하려고 들지 말려무나.

그건, 타인이니 세상이니 하는

귀찮은 문제는 빼고 보더라도,

너 자신이 원하는 바가 아니잖아?

-그런 말이 있지?


‘너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이 곧 법칙이 되리라’.”


나는 다방면으로 책을 많이 읽었던 터라

그 말을 했던 사람이 누군지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20세기의 마법사,

알레이스터 크로울리가 했던 말이군요.”


나의 그 말에, 그녀는 대답 대신 조용히 웃어 보였다.




**


나는 보건실에서 나온 뒤,

왠지 오늘은 수업이 듣기 싫어져서

학교 옥상으로 올라갔다.


내가 이곳에 자주 들른다는 것이 소문이 났는지,

요새는 나와 해수 빼고는

여기로 올라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쳇, 내가 뭐 그렇게 무서운 놈도 아닌데.’


아이들이 이젠 더는

날 무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놓고 날 괴물이나

양아치 취급하는 것은

내 성격상 내키지 않았다.


내가 옥상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드러눕자,

옥상 어디선가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혹시 네가 1학년 8반의...

어라, 이름이 뭐랬더라?

마동... 아니. 그래! 마도현. 맞지?”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웬 장발의 거한이

나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서슬에 깜짝 놀란 나는, 벌떡 일어났다.


‘이 사람... 누구지?

우리 학교에 이런 사람이 있었나?’



나는 그를 미심쩍은 눈초리로 바라보며 물었다.


“네, 맞는데... 실례지만 누구시죠?”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는

바로 내 말에 답했다.


“어, 나는 3학년, ‘선우 진’이라고 한다.”


그때, 나는 문득 그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선우 진’?


내가 그의 이름을 다시 마음속으로

되뇌어보던 그 순간,

갑자기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확 떠올랐다.


선우 진.

사실상

우리 학교의 모든 주먹패의

‘정점’에 서 있는,

엄청난 사람이라는 소문을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었다.


게다가,

고1부터 고3까지에 해당하는

학생 중 주먹깨나 쓰고

힘깨나 쓴다는 애들조차도

아무도 그의 맞수가 된 적이 없었고,

또, 앞으로도 그의 맞수가 될 만한 자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심지어, 선우 진이라는 사람은

고3 주먹패들도 두려워하는

대룡파의 두목 대행인 하수현 조차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존재라는 말도 있었다.


게다가, 그의 별명은 ‘세열고의 짐승’이었다.


그러나, 그런 무시무시한 소문과는 달리,

직접 마주한 이 사람은 의외로

그런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덩치가 좀 큰 걸 빼면

그냥 좋은 사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아...지금 생각났어요. 선배님 소문 많이 들었습니다.”


나의 그 말에, 선우 진은 킥킥 웃더니,

내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래, 뭐...소문은 소문일 뿐이지.

나도 네 소문을 들어서 너에 대한 것들은

대강 알고는 있다.

흠... 그런데 말이지...”


그가 그렇게 말끝을 흐리는 순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각(震脚)이 들어왔다.


-쾅!


속도도 속도였지만, 그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내 반사신경이 조금만 더 후졌더라면

그 한 방에 내 오른발등이 그대로 부러졌을 터였다.



“-선배님, 대체 이게 무슨 짓이죠?”


나의 물음에, 선우 진은 웃음기를 싹 거두고는

이렇게 답했다.


“어어, 내가 예전에 사귀었던...

‘전 여친’에게 부탁받은 게 있어서.

너를 좀 눕혀서 걔한테 배달해주려고.

이미 사례비 중 20%를 받았거든.

그러니, 일은 확실히 해줘야지 않겠어?”


나는 뜬금없는 그의 그 말에,

살짝 당황했다.


...이 사람의 ‘전 여친’?

대체 그게 누구길래.

나에게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여자한테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내가 그렇게 머릿속을 헤집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던 그때,

선우 진의 이단옆차기가

내 얼굴을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


“우후~. 그걸 피하다니.

역시 소문이 아주 거품만은 아니었나 보네,

마도현이.”


자신이 내지른 이단옆차기를

간발의 차로 피한 내게

선우 진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무어라 답하기도 전에

노빠꾸로 주먹 연타가 들어왔다.


보통 주먹 연타의 경우 1차 봉인이 풀린

지금의 나로서는 어렵지 않게 피하면서

빈틈을 노릴 수 있었지만,


이 사람이 내지르는 주먹 연타는

그럴 틈조차 주지 않았다.


희한하게도 이 사람의 주먹은

직선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곡선과 직선이 섞인 변칙적인 엇박자로

뻗어 나갔기 때문이었다.


‘골치 아프네. 뭐 이런 주먹이 다 있지.’


나는 계속 생각하면서 이 까다로운 공격을

대체 어떻게 파훼해야 할지 생각해보았지만,

당최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아

몇 대를 맞고 말았다.


‘큭...되게 아프네.

주먹 한방, 한방이

전영훈 선배의

일 인치 펀치 급 위력이야...

여차하면 내가 지겠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어느샌가

선우 진의 발끝 찍기가 내 턱을 노리고 날아들어 왔다.


나는 허리를 살짝 뒤로 젖혀 간신히 피했지만,


아주 미세한 간발의 차이로

선우 진의 예리한 발끝이

내 턱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핏!


발끝이 그저 살짝 스쳐 갔을 뿐인데,

내 턱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나이프에 베어진 것처럼.


그리고 다음 순간,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공격들이 소나기처럼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자! 어떠냐?! 마도현?

지금 내 공격들을 감당해낼 수 있겠나?”


내게로 쏟아지는 공격들이 너무나 빨랐기에,

나는 그걸 다 일일이 피하면서

그 사람에게 타격을 입히려던

생각을 바로 접고,


재빠르게 뒤로 뛰어서 거리를 벌렸다.


“하하하! 제법인데! 굉장하군.

반사신경도 판단력도 아주 뛰어나!

하지만-!”


-탁!


선우 진이 발을 구르며

가볍게 몸을 날리자,

눈 깜짝할 사이에

그가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눈치채기도 전에,

선우 진의 체중이 실린

공수도 기술이 들어왔다.


-뻐어어억!



나는 정통으로 턱과 명치를 맞고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이거, 꽤 아프지?

공수도의 ‘야마즈키(山突)’란 기술이야.”


나는 온몸을 파고드는 고통을 애써 삼키며

다시 벌떡 일어나 선우 진에게로 달려들어

그의 명치를 향해 팔꿈치를 찔러넣었다.


-뻐어어어억!


하는 타격음과 함께 선우 진이

주춤했다.

보통의 ‘평범한 상대’였다면

분명히 이번 공격으로 나가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그런 보통의 ‘평범한 상대’가

전혀 아니었다.


그는, 정통으로 명치를 세게 맞았음에도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은 채,


웃고 있었다.



“하하핫! 굉장해! 어떻게 그런 왜소한 체격에서

이런 폭발적인 힘이 나올 수가 있지?

마도현, 너 말야...

대룡파의 장천락보다 훨씬 실력이 낫구만 그래!”


그리고 다음 순간,


선우 진의 장타(掌打)가 연속으로 내게 쏟아져 들어왔고,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날아드는 맹습에

나는 어떻게 대처해볼 새도 없이

모든 공격을 허용해버리고 말았다.


“자, 이제 마무리다! 이 악물라고!”


-뻐어어어어어어억!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왼쪽 발등 위로

진각이 들어왔고,


태충혈을 정통으로 찍힌 나는 순간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고통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선우 진은 아주 약간의 반격할 틈조차

내게 허용하지 않고, 곧바로

내 명치를 향해 일 인치 펀치를 꽂아 넣었다.


진각으로 내 움직임을 봉쇄한 뒤

바로 파고 들어오는 그 무시무시한 펀치에


나는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눈앞이 흐릿해지는 가운데,


선우 진이 내 뒷덜미를 잡아채

자신의 다부지고 넓은 어깨에

날 들쳐메는 그 순간,


나는 나지막하게 ‘그 문구’를 읊었다.


“...엠 플레(Em pleh).”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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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찐따인 내가 악마 왕의 환생이라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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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인물 설정 및 기타 설정 정리 24.08.22 15 0 27쪽
46 1부 완결기념 특집-폐기된 원고4 24.08.21 7 0 13쪽
45 1부 완결기념 특집-폐기된 원고3 24.08.20 9 0 11쪽
44 1부 완결기념 특집-폐기된 원고2 24.08.19 10 0 13쪽
43 1부 완결기념 특집- 폐기된 원고1 24.08.18 13 0 12쪽
42 *번외편2 24.08.17 14 0 10쪽
41 *번외편 1 24.08.16 15 0 12쪽
40 최종장(2): 1부 완결편 24.08.15 20 0 22쪽
39 최종장(1) 24.08.15 15 0 15쪽
38 악마군 강림 24.08.14 14 0 14쪽
37 큰 일이 지나가면 더 큰 일이 다가온다 24.08.13 13 0 14쪽
36 심해수의 처분에 대한 논의 및 찬반투표 24.08.12 11 0 13쪽
35 코론존과의 싸움 24.08.11 14 0 15쪽
34 코론존 강림 24.08.10 13 0 15쪽
33 훈련 종료, 그리고 새로운 싸움의 시작 24.08.09 12 0 14쪽
32 전(前)선글라스 한국 지부 과장 '라이트닝' 변계광 24.08.08 14 0 11쪽
31 기(氣) 제어 훈련 24.08.07 19 0 12쪽
30 아브라카다브라 남세미 VS 그랜드 마스터 체페슐 24.08.06 16 0 12쪽
29 훈련의 시간 24.08.05 12 0 12쪽
28 '코드 블랙' 24.08.04 22 0 13쪽
27 잠입요원 24.08.03 22 0 11쪽
26 새로운 국면(2) 24.08.02 27 0 12쪽
25 새로운 국면(1) 24.08.01 26 0 12쪽
» '세열고의 짐승' 선우 진 24.07.31 23 0 12쪽
23 진짜가 나타났다 24.07.30 21 0 12쪽
22 각축(角逐) 24.07.29 29 0 12쪽
21 신적 존재들의 내기 24.07.28 27 0 14쪽
20 살다 보면 별 일이 다 있다 24.07.27 29 0 13쪽
19 엠 플레(Em Pleh)-(2) 24.07.26 29 0 13쪽
18 엠 플레(Em Pleh)-(1) 24.07.25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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