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찐따인 내가 악마 왕의 환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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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눈알
작품등록일 :
2024.07.0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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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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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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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최종장(2): 1부 완결편

DUMMY

*


갑자기 나타난, 부부로 보이는 두 명의 인간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 악마 군의 병력 절반 이상을

먼지로 바꾸어 놓았다.


“-저놈들, 대체 뭐지?”


나 체페슐은 영안을 써서 그 두 놈이 누구인지

그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내력을 전부 들여다보았다.


‘인간으로 환생한 데이프로니 폐하의

생물학적 부모였군.

그것도 특S급 주술사라..

그렇다면

인간 기준의 강함을

아득히 뛰어넘은 수준의 실력자들이라

우리 악마들과 싸워도

그 승패를 장담하기 힘든 괴물들이로군.’


하지만, 아직 우리의 병력은 절반이나 남아있고,

나는 데이프로니의 몸을 차지했다.


“너희가 아무리 날뛰어봤자 나를- 응? 크허어어억!”


나는 갑자기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는

피를 토하며 소리를 질렀다.



**


“아무리 우리 아들이라곤 하지만,

모습이 저렇게 바뀐 걸 보니까

전혀 망설임 없이 때릴 수 있어서

어찌 보면 다행이군.”


나, 마두혁의 그 말에 해수가

톡 쏘아붙였다.


“아저씨, 지금 저 악마의 몸은

마도, 아니 도현이 것이 맞지만

지금 저 몸을 점유하고 있는 놈은

데이프로니 왕국의 2 인자,

악마 체페슐이라구요!”



허허, 당돌한 녀석. 볼수록 맘에 들어서

빈말이 아니라 이젠 진짜 며느리로 삼고 싶어지네.


나는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사실 이 아저씨도 다 알고 있단다.

괜히 내가 최상위 클래스인 특S급 주술사겠니?

그저 그냥 너의 그렇게 똘똘한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런 거란다.”



나의 그 말에, 해수는 조금 미안했는지

살짝 얼굴이 붉어지더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어딘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묘하게 우리 아들놈,

도현이가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마누라는 그런 내 귀를 잡아당기며

잔소리를 한바탕 퍼부어대었다.


나는 그저 웃으면서 다시 한번 더

나의 기타줄을 튕겼다.


“비바치시모, 코드 진행은

Dm-Bb-F-C-Am-Dm-Bb-F-C!

강렬한 록 음악의 코드 진행이지.

이거 듣고 정신 차리라고!

그 몸에 잠들어있는 우리 아들의 영혼!”



-지이이잉! 징! 징! 지지징-!!


분명 철로 만든 통기타인데도

역시 솜씨가 뛰어난 내가 연주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렉기타 저리 가라 할 멋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쏘아낸 음공을 이용한 연주의 울림을,

내 마누라가 배드민턴 채처럼 생긴 무기를

휘둘러 더욱 그 음량을 증폭시켰다.


실로 멋진 연계 플레이였다.


그 엄청난 위력의 공격을 그대로 맞은

악마, 체 뭐랬지? 여튼 우리 아들의 몸을

멋대로 빼앗은 그놈은 몸을 비틀면서

고통스러워하더니, 버럭 소리를 지르며

성을 내기 시작했다.


이 자식. 제아무리 악마라도

이 정도의 속도와 위력으로 날아오는

공격을 막아내긴커녕, 감지조차 못할 테지.


“좋았어. 아주 제대로 먹혔네.”


나의 그 말에, 아내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고

해수도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와, 정말 엄청나네요. 두 분...마치 뭐랄까..

의지를 가진 태풍 같아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쿡쿡 웃으며 답했다.


“해수야! 그건 슈퍼맨이잖아, 하하하!

난 그런 정의의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다고.

우리 부부의 모토는,

‘선과 악 그 둘 중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진정한 일원성을 지향하자!’

이거라고.

그래, 아브락사스! 같은.”



우리 부부는 그 체...아무튼 체 뭐시기란 놈이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는 사이,

아주 눈 깜짝할 사이에 이곳에 남아있던

악마 군의 잔여 병력들을 전부 먼지로 만들어버렸다.


“하하하! 뭐야, 이놈들. 정말 약하구나!

그러니 고작 마계의 제후국으로 남아있었겠지만!

우리 부부와 제대로 한판 뜨고 싶으면

루시퍼라도 불러오라고! 이 한심한 놈들아!”





***


“마...말도 안 돼.

저 많은 악마 군을 순식간에...”


나, 심해수는 눈앞에서 직접 그 광경을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이만하면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힘을 가지고 건방을 떨며

살았는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저 정도라면,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이 들자,

그 두 분이 특정 국가나 집단에

소속되어있지 않은 채 자유롭게 행동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마계로부터 인간계로 넘어왔던 데이프로니 왕국,

아니 이젠 체페슐 왕국이라 불러야 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악마들의 군대는 전부

증발해 버렸고, 이제 남은 악마라고는

악마로 변한 마도현,

그리고 그 몸을 강제로 점유하고 있는

체페슐, 단 두 명뿐이었다.



나는 마도, 아니 순식간에 악마군대를

이 세상에서 삭제시켜버리고 내게로 되돌아온

도현이네 부모님께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이제 저희 셋이서 협공하면 저 녀석을

마도, 아니. 도현이의

몸에서 내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나의 그 물음에, 그 두 분은 그저 웃으시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노우~,노우. 해수야. 세상일이란 그렇게

단순한 다구리 만으로는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단다.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는...

다른 방법을 써야지.

거기서 잘 지켜보고 있거라.

이 아저씨랑 아줌마가 네게 좋은 가르침을 줄 테니까!

자, 여보! 이제 준비하자!”


도현이네 아버지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도현이네 어머니의 배드민턴 채같이 생긴 무기가

푸른 불꽃에 휩싸인 채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인간의 몸을 강제로 점유한 악마를 쫓아내는

퇴치 주술,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나, 마두혁이 두 손을 합장한 채

그렇게 말하자, 내 아내인 유혜정이

배드민턴 채처럼 생긴 무기를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휘둘렀다.

그러자 그 궤적을 따라 무기를 휘감고 있던

푸른 불꽃이 움직이며 악마로 변한 내 아들의 몸을

빼앗은 체...뭐시기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기타로 멋들어진 반주를 곁들이며

귀신 및 악마를

퇴치할 때 쓰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진익장성유귀정

(軫翼張星柳鬼)

참자필묘위루규

(參觜畢昴胃婁奎)

벽실위허여우두

(壁室危虛女牛斗)

기미심방저항각!

(箕尾心氐亢角)”



그러자 내가 외운 주문, 그리고

그에 곁들인 반주가 만들어낸 소리의 파장이

아내가 쏘아 올린 푸른 불꽃과 합쳐지며

그대로 악마 놈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그러자 그놈은 그놈 나름대로,

특S급 주술사인 나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로 엄청나게 소름 끼치는

사악한 기운을 내뿜으며 우리의 주술에 저항했지만,

제아무리 웬만큼 강력한 악마라고 해도

이 술법에는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나와 아내는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혀를 차며 그대로 추가타를 날렸다.


그리고 그 직후, 나는 아내의 음공 증폭 주술을 이용해

음공의 위력을 크게 높인 채로,

내가 가진 최대치의 힘을 담은

큰 기술을 사용했는데,


그것에 우리 부부의 바람과 사랑이 담긴

메시지를 담아서, 있는 힘껏 발사했다.


우리의 메시지가 그 몸 안에 잠들어있는

우리 아들, 도현이에게 닿아 녀석이 깨어나길 바라며.




****



“크으...으으으윽. 이 몸으로도

겨우 인간 주술사 따위가 내지른

음공을 견디지 못하다니.

아직 내가 이 몸에 담긴 힘들을

제대로 다룰 줄 모르기에 더 그런 것인가.”


온몸을 파고드는 통증에, 나 체페슐은

숨을 헐떡였다.


혹시 도움이라도 받아볼 수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샌가 나의 군대는

전부 사라져 버린 지 오래된 후였다.



“제기랄... 아니야! 이럴 수는 없다...!”


나의 부하들을 전부 한 날에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나는, 크게 울부짖었다.

나의 절규에 담긴 악마적인 에너지들이 퍼져나가면서

사방에서 먼지가 일어났고,

마치 태풍이라도 맞은 듯

나무들이 부러져 날아갔으며, 땅이 진동했다.



나는 내가 아는 한,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흑마법 기술인 <어둠을 두른 악마>를 써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이 몸에 어둠의 힘을 둘러

더욱 큰 몸집의 괴물로 변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알아채 버리고 말았다.


이 몸의 원래 주인인, 마도현의 영혼이

나 체페슐의 의식을 거세게 밀어내려 하는 것을.


“-어째서지? 왜...분명히 잠들어 있었을 텐데.

왜 네 영혼은... 깨어나 나를 밀어내고 있는 것이냐..?”



내가 그렇게 마음속으로 되뇌는 그 순간,

갑자기 기타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눈앞에 푸른 불꽃이 번쩍이더니

나는 그대로 땅 위로 추락해버렸다.


“젠장...어째서냐. 나는...

이렇게나 강한 몸을 손에 넣고도 왜...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냐.”


그러자, 마도현의 영혼이 웃으며 내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거야, 이 몸은 네 것이 아니니까. 체페슐.

너는 이 몸이 가진 힘의 절반,

아니, 그 절반의 반의반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어.

만약, 우리 부모님께서 여기로 아예 안 오셨거나,

조금만 더 늦었다면...

넌 이 몸에 완전히 적응하여

‘진짜 데이프로니의 힘’을 얻었겠지만,


아무래도 ‘더 높은 곳에 계시는 누군가’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힘을 쓴 걸지도 모르지.

뭐, 상상은 자유니까 어떻게 생각하건

다 우리 마음이겠지만.”



녀석은 그렇게 쾌활하게 말하고는,

내 의식을 자신의 몸으로부터

있는 힘껏 밀어내며

덧붙여 말했다.


“여하튼, 내 몸을 가지고 장난질을 치느라

고생했다. 요즘 들어서 내가 쓰기를 거부하고 있던

[엠 플레]까지 멋대로 쓰고 말이지.

그러니까 이 자식아. 이젠 그만 얼른 나가!”


녀석의 영혼이 그렇게 외치는 순간,

갑자기 내 눈앞에 다시 한번 더 푸른 불꽃이 번쩍이더니,

몸과 영혼을 잃은 채 오로지 의식만 남아 존재했던

나 체페슐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 세상뿐만 아니라, 모든 우주와 그에 속한 세상으로부터.


그렇게, 나는 완전한 죽음을 얻어

나를 옭아매던 모든 것들로부터 해방되었다.




*****


체페슐 녀석의 장난질로 인해

‘악마 왕 데이프로니’의 모습으로 변해있던 나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폭주한 악마적 기운을

다시 잠재우고는, 이미 해제되어버린 1차 봉인을 다시 복구했다.


그러자, 나는 다시 원래의,

아니. 현생의 내 모습인

‘마도현’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나의 어머니께서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후우-, 우리 부부가 악마 놈들을 싹 쓸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쉽게 너의 폭주한 악마성을

잠재우지 못했을 거야.

정말 다행이었지. 우리 부부가 그렇게나 강해서 말이야.

하지만, 가장 다행인 건...

네가 무사하다는 거란다.”



나는 어머니의 그 말씀에 뭔가 마음이 뭉클해져서

눈물이 나올 뻔했으나


아버지와 해수가 지켜보고 있었기에

나는 애써 참아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왠지 저 두 사람 앞에서만큼은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이번에 연달아 일어났던 대사건들이

마치 폭풍처럼 지나갔고, 우리는 살아남았다.


나는 문득 내 몸이 체페슐에 의해

악마로 변해버리고 나서

나의 영혼이 잠들어버렸을 때

아버지, 어머니께서 음공을 통해

전해주신 메시지를 다시 한번 더 떠올렸다.


‘일어나, 아들.

너는 잠들어있으면 안 돼.

어서 일어나.

너의 몸을 빼앗은 놈을 쫓아내 버리렴.

넌 그럴 만한 힘이 있단다.

사랑한다, 아들.’



잠들었던 나의 영혼이 다시 깨어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부모님의 사랑이 담긴 그 메시지 덕분이었다.





******



“아들, 아빠가 주는 가르침이야.

이거 잘 간직하고 있다가

한국에 돌아가면 읽어보렴.

또 언젠가 우린 다시 볼 날이 있을 거다.

그때까지 건강히 잘 지내고.”


아버지께서 내게 작은 수첩 한 권을

내밀며 말씀하셨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해수와 함께

저 멀리 피신해 있던 [선글라스] 한국지부 및

기타 잔여 병력들과 합류했지만,

부모님께서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또다시 어딘가로 바람처럼 사라지셨다.


그리고, 해수와 나는 그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나는 [선글라스]한국지부에서 신세를 졌다.

어차피 이젠 집에 돌아가기도 글렀고,

해수 녀석도 이곳에서 처벌을 받기 시작했기에

이곳에 머무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인류 역사상, 세계는 지금껏 그 유례가 없던

커다란 사건이 일어났었습니다.

바로 현세에 강림한 악마, 코론존의 출현.


이후에 곧바로 악마들의 대규모 침공이 있었으나,


UN군과 그동안 비밀결사로 존재해왔던

범세계적인 초현상방어기구, [선글라스]의

활약으로 우리 인류는 다시 한번

국가 간의 단결과...”


따로 내 방으로 마련해준 1인실 숙소의 소파에 앉아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본

나는,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내 몸에 체페슐이 빙의되어서 난장판을 일으킨 것,

그리고 내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는 쏙 빠졌군.

아무래도 선글라스 측에서 힘을 썼겠지.’


나는 한숨을 쉬며 계속 TV 화면을 주시했다.

어느샌가 화면은 바뀌어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인류는, 그리고 세계는 그간

3차 세계대전으로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일어났던

초현실적 사건들 덕분에

우리 인류는, 세계는 다시 한번 하나로 뭉쳐

공동의 위협에 맞서 싸우며

상호 간의 신뢰와 사랑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대사건들의 후유증으로

UN군, 그리고 여러 나라의

군 병력이 심각하게 약화 되어,

각국의 지도자들과 현 미국 대통령인

저, 로날드 제임슨은 진지한 논의 끝에

보다 더 범세계적인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존의 UN을 해체한 후

<하나의 세계 정부>라는 초국가적 기구를 발족시켰습니다.

앞으로, 이 기구에 가입을 원하는 국가들의

신청을 받아 <하나의 세계 정부>에 합류하는 국가에겐

각종 혜택을 제공할 생각입니다.


또한, <하나의 세계 정부>는 언제 어디서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항상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세계 정부군>을 창설해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도모하여

‘새로운 세계의 질서’를 확립하는 것에-.”



-픽.



나는 한숨을 쉬며 TV를 껐다.


“-피곤하네.”


지금쯤, 해수 녀석은... 처벌 중이겠지.

148일 간이라. 아직 많이 남았네.

녀석, 괜찮을까.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산란했다.


문득, 예전에 꾸었던 세상이 멸망 직전에 다다르면서

악마군대가 내려오는 꿈이 떠올랐다.

그 내용은 대체로 며칠 전에 일어났던 일과 비슷했으나,

몇 가지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그 꿈에서는 해수가 여전히 [13F]의 사상에 물들어

그 비전을 따르고 있었던지라,

악마 군이 내려오는 것에 기뻐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대한

선택에 따라... 생각을 바꾸면 운명도, 미래도

어느 정도 선까지는 바뀌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적 존재를 믿는 종교인들이라면,

우리가 자유의지로 선택했다는 것조차도

신께서 보이지 않게 힘을 써서

인도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실상이 어떤들 그게 무슨 상관이랴.

어찌 되었든, 결과만 좋으면 그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아버지가 건네주셨던 수첩을 꺼내 펴보았다.


그 수첩의 첫 페이지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선도 악도 아닌 오직 너만의 길을 가라.

누군가의 뜻에 이끌려 휩쓸리지 말고

오로지 너의 뜻에 따라 걸어가라.


네가 가진 특별한 힘을 두려워하지 말라.

설령 그 힘이 너 자신과 나아가 타인, 그리고

사회와 국가를 파멸시킬 위험성이 있더라도,

너는 그것을 잘 다룰 수 있도록 단련하되

함부로 그 힘을 아무렇게나 휘두르지 않도록 해라.

또, 정말 부득이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어서

그 힘을 쓰게 되더라도 충분히 그 위험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너의 굳은 의지로 그 힘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해라.


그렇게, 너는

네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면 된다.

부디 네가 가진 힘을 저주라고 생각하지 말고

사람들을 돕는 데에 쓰도록 하렴.

그런 말이 있잖냐. 칼이라도 어떤 놈이 쓰느냐에 따라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되기도 하고, 예쁘게 과일을 깎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다음 장엔, 이런 구절이 적혀있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나는 그 내용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것은 바로, 전에 내가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왔던 구절이었다.


“아버지가 무슨 말을 내게 전하고 싶었는지

아주 확실히 알겠어.”




*******



나는 이곳 선글라스 한국지부에서

1달간 휴식을 취하고 나서

그 이후부터

제대로, 빡세게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가치관이 바뀐 해수에게서 받은 영향 때문에

나는 가능한 한 [엠 플레]를 쓰기를 꺼렸으나

한은영 차장의 끈질긴 설득과

아버지께서 내게 건네준 수첩의 내용 덕분에

나는 , 며칠동안을 고민하다가

결국 마음을 다잡고

내 안에 잠재된 데이프로니의 자아에

의식을 먹히지 않은 채로

오로지 내 통제하에

그것을 쓰고 싶을 때만 쓰고,

쓰고 싶지 않을 때는

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법들을 익혀나갔다.


‘그렇지. 설령 핵폭탄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걸 어떻게 쓰느냐는 것은

결국 그것을 쓰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으니까.

뭐,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게 제일 좋겠지만.

이거, 해수 녀석이 이걸 알게 되면 잔소리 좀 듣겠는걸.’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훈련에 필요 이상으로 매진했다.


코론존 강림,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악마 군의 대규모 침공, 그리고 체페슐의

일시적 육체 강탈이란 굵직한 일들을

겪은 이후로, 이상하게도

조금이라도 마음을 한가하게 두면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데이프로니의 악마성이 수시로 내 의식을

잠재우고 이 몸을 차지하려 들었던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148일간의 구금]이란 처벌을 받는 중인

해수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해수야...보고 싶네.”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훈련으로 보내며

해수가 처벌을 마치고 나오는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날은 드디어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해수가 구금을 마치고 나와서 회복 중이라는

말을 듣고는, 곧바로 녀석이 있다는 치료실 및 회복실로 달려갔다.


녀석은, 그동안 굉장히 여러모로 고생이 심했는지

몸이 많이 마른 상태였고, 148일간 눈을 가린 채

좁고 어두운 곳에 갇혀있었던 터라 아직 안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 장기간 있던 사람은

곧바로 밝은 곳으로 나와 빛을 쐬어 버리면

눈이 멀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는 녀석에게로 다가가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자는 줄만 알았던 녀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마도, 너구나. 와 줘서 고맙네.

148일간 갇힌 채로 지내는 동안...

정말 보고 싶었거든. 네가.”


나는 수척해진 녀석의 뺨을 어루만지고는,

녀석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나도. 보고 싶었어.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러자 녀석은 살짝 얼굴이 붉어진 채로 미소지었다.


“지금 내 눈이 이렇다 보니

영안으로 널 보고 있는데 말이야,

왠지 너 그동안 못 본 사이에

키가 좀 큰 것 같은데?”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어, 음... 한 10cm 정도는 큰 것 같아.

원래 내 키가 161cm였으니까

지금 그럼 171cm 정도 일라나?”


나의 그 말에 해수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후후후후, 그렇다면 나랑 이제 8cm 차이밖에 안 나네.

안타깝다. 이제 키 차이가 별로 안 나서 말야.

딱 네 키가 160대였을 때가 좋았는데.

그, 뭐랄까...딱 설레는 키 차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서.”


뭔가 해수 녀석이 내 키가 자란 것을 아쉽다는 듯

그렇게 말하자, 나는 어이가 없어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바보.

여자들은 보통, 자기들보다

훨씬 더 키가 큰 남자를 좋아한다고.”


나의 그 말에, 녀석은 큭큭 웃더니

이렇게 내 말을 받아쳤다.


“마도, 난 보통 여자가 아니잖아.

난 그 범주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다고.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지.”


그 말에 서로 동시에 납득이 된

우리 둘은 크게 한참을 웃었다.



********



해수가 [148일 간의 구금]이란 처벌을

모두 마치고 나와 완전히 몸을 회복한 후,

[선글라스]한국 지부에 대한 216일간의 봉사 및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킹> 최민형 사장의 배려로 나와 해수는

13일간의 특별휴가를 받았다.


모든 비용은 한국지부에서 제공해 주었으며,

우리는 그저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골라서

서로 간에 장시간의 의논을 마친 다음,

결국 몰디브를 선택해 그곳으로 휴가를 떠났다.


우리는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환상적인 색깔의 바다를 바라보며,

최대한 우리에게 주어진 휴가를 마음껏 즐겼다.


이제 막 몰디브에서의 휴가가 10일이 지났을 때

갑자기 [선글라스] 한국지부에서 나와 해수에게

각각 하나씩 제공해 준 전용 휴대폰이 울렸다.


-역시 이 물건도 한국지부에서 직접

특정 조직에 의한

도청, 감청, 위치추적 및 해킹이 되지 않도록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든 것이었다.-



나와 해수는 거의 동시에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야, 마도! 지금 한국 서울에서 정체 모를 악령들이

물질화되어 나타나 날뛰고 있다는데?

그렇다면 한번 우리가 가봐야지 않겠어?”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좋아, 그럼 이제 짐 싸두고, 출발 준비하자.”



-완(完)-


작가의말


1화-40화까지가

이 작품의 1부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그 동안 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좀 더 괜찮은 작품을 들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아, 근데 그 전에 후일담 형식의 번외편을 몇 편 써볼까

-하는 생각도 좀 드네요.

본편은 이미 끝났지만, 제 역량 부족으로 인해

몇 화 이후를 기점으로 증발해버린 애들이 많다 보니...

여러모로 아쉽기도 해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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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찐따인 내가 악마 왕의 환생이라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인물 설정 및 기타 설정 정리 24.08.22 15 0 27쪽
46 1부 완결기념 특집-폐기된 원고4 24.08.21 8 0 13쪽
45 1부 완결기념 특집-폐기된 원고3 24.08.20 9 0 11쪽
44 1부 완결기념 특집-폐기된 원고2 24.08.19 11 0 13쪽
43 1부 완결기념 특집- 폐기된 원고1 24.08.18 14 0 12쪽
42 *번외편2 24.08.17 15 0 10쪽
41 *번외편 1 24.08.16 15 0 12쪽
» 최종장(2): 1부 완결편 24.08.15 21 0 22쪽
39 최종장(1) 24.08.15 16 0 15쪽
38 악마군 강림 24.08.14 14 0 14쪽
37 큰 일이 지나가면 더 큰 일이 다가온다 24.08.13 13 0 14쪽
36 심해수의 처분에 대한 논의 및 찬반투표 24.08.12 11 0 13쪽
35 코론존과의 싸움 24.08.11 14 0 15쪽
34 코론존 강림 24.08.10 13 0 15쪽
33 훈련 종료, 그리고 새로운 싸움의 시작 24.08.09 12 0 14쪽
32 전(前)선글라스 한국 지부 과장 '라이트닝' 변계광 24.08.08 15 0 11쪽
31 기(氣) 제어 훈련 24.08.07 19 0 12쪽
30 아브라카다브라 남세미 VS 그랜드 마스터 체페슐 24.08.06 17 0 12쪽
29 훈련의 시간 24.08.05 13 0 12쪽
28 '코드 블랙' 24.08.04 22 0 13쪽
27 잠입요원 24.08.03 23 0 11쪽
26 새로운 국면(2) 24.08.02 28 0 12쪽
25 새로운 국면(1) 24.08.01 26 0 12쪽
24 '세열고의 짐승' 선우 진 24.07.31 23 0 12쪽
23 진짜가 나타났다 24.07.30 22 0 12쪽
22 각축(角逐) 24.07.29 29 0 12쪽
21 신적 존재들의 내기 24.07.28 28 0 14쪽
20 살다 보면 별 일이 다 있다 24.07.27 30 0 13쪽
19 엠 플레(Em Pleh)-(2) 24.07.26 30 0 13쪽
18 엠 플레(Em Pleh)-(1) 24.07.25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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