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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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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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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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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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애타는 마음

DUMMY


[빨리요! 빨리 가주세요!]


느긋하게 걸어가는 장일병의 걸음을 재촉하기 위해 열심히 메모지에 글을 써서 넘겼다.


메모를 확인한 장일병의 걸음이 빨라지자, 나도 속도를 높였다.


통신병이 근무하고 있는 곳은 병원 옥상에 임시로 만든 천막이었고, 그 안에서는 통신병들이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다.


나는 장일병을 따돌리고 서둘러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어어!! 여긴 보안 구역입니다.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들어가자마자 통신병들이 일제히 나를 막아섰다.


메모지에 글자를 적고 있는 그 모양 그대로 들려서 밖으로 내보내졌다.


그때 장 일병이 다가와 말했다.


"여긴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이라 함께 가셔야 합니다."


뒤돌아 장일병을 죽일 듯이 째려봤다.


"그렇게 쳐다보셔도 안되는 건 안 됩니다. 같이 들어가시죠"


장일병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충성! 일병 장진웅! 김소령님 명령으로 용무 있어 왔습니다."


나는 장일병을 따라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어허! 여긴 민간인 출입 금지입니다!"


천막 안에 통신병들은 장일병을 무시하고 나부터 쫓아내려고 했다.


그때 장일병이 내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일병 장진웅! 김소령님의 급하신 용무는 이분입니다!"


천막 안에 간이침대에서 누워있던 군인이 일어나며 말했다.


"쉬어! 장일병아, 김소령님이 시키신 일이 민간인을 여기에 데려오는 거라고?"


"넵! 그렇습니다. 임헌터님의 부모님이 계시는 경원 쉘터와 연결이 가능한지 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너만 보내면 될 걸 왜 민간인까지 딸려 보내셨지?"


그러자 장일병이 곤란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최하사님 곤란하게 왜이러십니까..."


"짜식 언행일치! 역시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 김소령님한테 뺏기지만 않았어도 즐거운 군대 생활을 하는 건데 역시 아쉽다."


최하사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김소령님이 아끼시는 우리 임헌터님의 부탁인데 빨리 알아봐야지! "


그는 이미 나를 알고 있었다.


[부모님이 계시는 경원 쉘터와 통신하고 싶어요]


최하사는 비릿한 입맛을 쩝쩝거리더니 부하 통신병들에게 말했다.


"유닛들아 일해라!! 경원 쉘터 통신 주파수 빨리 찾아내라!!"


최하사는 그렇게 명령하고는 뒤에서 둠칫둠칫 춤을 추며 통신병들의 머리에 세례 하듯이 손을 올리고는 중얼중얼거렸다.


"오오오!! 나의 유닛들이여! 나의 총명함을 너희에게 내리노니 일하랏!!"


통신병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덩달아 내 표정도 일그러졌다.


'저 신박한 또라이는 뭐야? 군대에는 이상한 사람도 많다더니 정말 확실한 또라이다.'


경원 쉘터와 연결된 통신 주파수를 찾기 위해 통신병들은 모든 집중력을 다 끌어 올렸다.


빨리 찾아야 최 하사의 저 미친 쇼를 그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힐긋힐긋 나를 보며 원망하는 통신병들의 눈빛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군인들이 내 조급한 마음은 알지도 못하고 사이비 종교 놀이에 심취하자, 점점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제발 진지하게 찾아주세요. 부모님이 경원 쉘터에 계십니다.]


내 메모를 읽은 최 하사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그래서 이러는 건데? 네 표정 정말 죽을 것 같은 무서운 표정이야, 거울 좀 봐라. 너 때문에 이 천막 안에 통신병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길 바라는 거냐?"


그제서야 최 하사의 행동들이 이해가 갔다.


당연하게도 내 표정은 어마무시 했을 것이다. 거기에 고글까지 쓰고 있어 보기만 해도 괴기스러웠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얌전하게 기다리는 거다. 우리가 꼭 찾아줄게."


듬직하게 말을 끝낸 최 하사가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 중얼거렸다.


'아놔 이 꾸준하게 참신한 개 또라이 새끼가...'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재앙을 대비하는 채널이 있다는데 그 채널에 물어보면 안 되나요?]


최 하사는 내 메모지를 보고 침통한 얼굴을 하며 다시 한번 얼굴을 굳혔다.


"그 채널은 공개할 수 없어. 그곳은 서로 살려 달라며 구조신호만 보내고 있어. 구하러 갈 병력이 없는 우리에겐 그냥 지옥을 경험하는 것 밖에 안돼."


[경원 쉘터가 그 채널에 구조를 요청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재난 대비 채널에서 경원 쉘터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은 없어. 그리고 계급이 대위라면 재난 대비 채널을 모를 수도 있다네 장성급 인사들에게만 부여된 채널이니까. 우리도 원래대로라면 이 채널을 알지 못하는 게 정상이지만 우릴 버리고 도망간 준장이 채널을 알려준 덕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최하사는 병사들을 돌아보며 아련한 눈빛으로 나에게 말했다.


"하여튼 이제 그 채널은 나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 채널에 나오는 음성을 듣다가 PTSD로 자살한 병사만 4명이야."


나는 작심한 듯 최하사에게 메모지를 건넸다.


[제가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최하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린애가 감당 할 수 없을 거다."


[상관없습니다. 부모님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최하사는 간이침대 옆자리에 놓여있던 헤드폰을 들어 나에게 건넸다.


나는 이미 헤드폰에서 나오는 비명 소리를 듣고 있었다.


침이 꼴딱 삼켜졌다. 하지만 경원 쉘터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했다.


헤드폰 넘어 들려오는 소리들은 참담했다.


살려 달라고 비는 사람들, 지원을 요청하는 사람들, 유언을 남기는 사람들, 도와주러 오지 않아 곧 전멸한다며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저주를 퍼붓는 사람들...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좀비들의 목소리...


그들의 목소리가 한데 뭉쳐서 재난 대비 채널 안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이 소리를 하루 종일 듣고 있던 통신병들은 절망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절망은 자살로 이어졌고... 나조차 잠깐 들었을 뿐인데 생각나는 것은 세상이 멸망했고 우린 모두 죽을 거라는 확신이었다.


'아직 죽을 수 없어! 부모님의 안전을 확인해야 해.'


나는 아수라장의 무전 속에서 안대위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내 뒤에 있던 병사 하나가 소리쳤다.


"임헌터님 찾았습니다 경원 쉘터와 무전에 성공했습니다."


쓰고 있던 헤드셋을 벗어던지고 뒤에 있던 통신병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내 옆에는 어느새 최하사가 다가와 자신의 병사를 치하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빠르게 메모지에 글씨를 적어 넣었다.


[다들 안전한지부터 물어봐 주십시오]


"여기는 한빛 쉘터 경원 쉘터 응답해라."


[여기는 경원 쉘터 어느 부대인가?]


최하사가 통신병의 헤드셋을 빠르게 빼앗으며 말했다.


"여기는 한빛 쉘터 제1 작전사령부 제3 수도방위군단 통신부대 최중오 하사다. 경원 쉘터는 안전한지 확인 차 무전 송신"


무전을 보냈는데도 한동안 헤드셋에 반응이 없어 초조해졌다.


[여기는 경원 쉘터 좀비들이 몰려와서 전투를 치렀지만 죽거나 좀비가 된 사람은 없다.]


경원 쉘터의 안전을 확인받자, 그동안 쌓였던 긴장감이 풀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좀비들은 비 때문에 강해진 체향이 바람을 타고 길을 만들어 좀비들이 모인다고 말해주세요.]


[경원 쉘터 전달 사항이 있다. 좀비들은 비 때문에 강해진 체향이 바람을 타고 길어 만들어 좀비들이 몰려온다. 다시 한번 말한다. 비와 바람 때문에 좀비가 몰리는 것이니 비가 온다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사실인가? 중요한 정보 감사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알고 있는 경원 쉘터라면 한빛 쉘터에 모인 좀비들의 반만 쳐들어와도 무너질 것이다. 특히 변이 좀비가 한마리라도 온다면 순식간에 경원쉘터는 폐허가 될게 뻔했다.


나는 곧 경원 쉘터가 무사한 이유를 헤드셋을 통해 듣게 되었다.


[치~지직 좀비들이 갑자기 들이닥쳤지만, 차영진 헌터 님이 계셔서 경원 쉘터는 무사하다. 한빛 쉘터의 상황은 어떤가?]


무전을 듣고 가슴이 또 한 번 쿵 하고 내려앉았다


'자...잠깐... 차헌터? 날 잡으러 와서 아직 안간건가? 부모님께 내가 좀비를 된 사실을 말해버렸다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이 멍한 상태가 되었다.


그때 최하사가 자랑이라도 하듯 말했다.


"여기는 한빛쉘터 이곳은 비가 멈춰 안전하다. 여기는 이지영 헌터와 임찬영 헌터 두 분이 막고 계신다."


나는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렸다.


왜냐하면...


[찬영이? 임찬영이 거기 있다고? 차헌터가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무사히 쉘터에 들어가 있다니! 바로 차헌터님께 알리겠다.]


나는 급하게 메모지를 들어 차헌터에게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적고 있었다.


[차헌터에게 사람을 보냈다. 곧 차헌터가 통신실로 올 것이다.]


'아...망했다... 확실하게 망해버렸다.'


한빛 쉘터는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암울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곧 저승사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고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푹 푹 쉬어졌다.


그토록 바라지 않았던 순간은 너무 빠르게 다가왔다.


[치~직 야 !!이 좀...이 아니라 찬영아! 너 이새끼 죽ㅇ... 이 아니라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안죽... 일단 대화를 하자]


최하사는 알 수 없는 차헌터의 무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울한 기운을 뿜어내던 나는 메모지를 들었다.


[알겠습니다.]


"임헌터가 알겠다고 메모지에 적었습니다."


[아참 그놈 말 못 하지 임찬영에게 전해주게 내가 경원 쉘터로 가겠다고.]


나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차헌터가 경원 쉘터를 떠나고 비가 내린다면 경원 쉘터는 위험해진다.'


나는 빠르게 메모를 적었다.


[제가 경원 쉘터로 간다고 전해주십시오.]


"임헌터가 경원 쉘터로 간다고 합니다"


[내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너 거기 딱 기다려.]


나는 한숨이 절로 쉬어졌다. 내 발로 죽을 자리를 찾아간다는데 믿어주지도 않는다.


[차헌터가 여기로 오면 경원 쉘터도 위험해집니다. 부모님 걸고는 사기 안 칩니다.]


"부모님 걸고는 사기 안 친답니다. 경원 쉘터를 지켜달랍니다."


차헌터는 고민하고 있는지 한참 동안 무전에 답을 하지 않았다.


[여기서 기다리겠다. 바로 출발해라.]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통신병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전달했다.


"알겠다고 하십니다."


나는 무전이 끝난 걸 확인하고 바로 김소령에게 달려갔다.


마침, 회의가 끝났는지 간부들이 막사를 나서고 있었다. 나오고 있는 간부들을 비집고 들어가 바로 김소령 앞에 섰다.


[저 부모님이 계시는 경원 쉘터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 경원시는 여기서 걸어서 6시간은 걸리는데... 그 안에 다시 비가 오면..."


김소령은 탐탁잖은 얼굴이었다.


[네 제가 전력으로 뛰면 2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래도 왕복 4시간 아닌가.."


[다행히 지금 하늘이 맑습니다. 오늘은 비가 올 것 같지 않습니다.]


"내가 막사 안에만 있어서 몰랐구먼... 급한일인가?"


[네 꼭 다녀와야 합니다.]


"되도록 빨리 돌아와 주게! 상황이 되면 부모님을 모셔 와도 좋고"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다. 차헌터에게 가면 나는 죽는다. 하지만 차헌터는 부모님을 인질로 잡고 있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방비를 단단히 하세요.]


"그건 염려하지 말게 우린 뛰어난 군인이라네."


자신감이 넘치는 김소령을 보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회의실을 나오니 이헌터가 문 앞에서 벽에 기댄 채 기다리고 있었다.


"가는 거지? 완전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살아! 꼭 살아서 다시 보자."


나는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 한빛 쉘터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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