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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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최근연재일 :
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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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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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경원 쉘터의 위기 1

DUMMY


같은 시간 차헌터는 눈앞에 보이는 좀비는 모두 썰어버리며 최고 속도로 한빛 쉘터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변이 좀비를 확인하지도 않고 앞으로만 뛰어간 게 화근이었다.


차헌터의 뒤편에 어느새 통통하게 살찐 변이 좀비 하나가 뛰어오고 있었다.


차헌터는 방향을 돌려 변이 좀비에게 뛰어갔다.


"이 좀비 새끼 죽어!! 죽어!!"


차헌터는 이성을 잃고 검집에서 칼도 빼지 않은 채, 변이 좀비를 말 그대로 비 오는 날 먼지 나듯 팼다.


당황한 변이 좀비는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이 좀비 새끼 너 때문에 그 자식이 도망가면 널 대신 갈아 마셔버리겠다."


변이 좀비의 팔이 부러지고 너덜너덜해지자, 검집에서 검을 뽑아 성의 없는 칼질로 변이 좀비의 목숨을 거뒀다.


"이 씨발 화풀이 깜냥 안되는 게 !! 임 찬 영 너는 오늘 내가 갈아 마셔버린다!"


어둑어둑하게 밤이 내려앉아 조용한 산길에 차헌터의 광기 어린 포효가 울려 퍼졌다. 봉인된 악마가 깨어나는 것 같았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차헌터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무전기조차 들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안대위가 알려준 길을 따라 앞만 보고 달렸다.


차헌터가 지나가는 길은 어느새 좀비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한빛 쉘터에 도착할 때까지 분노의 좀비 사냥은 멈출 줄 몰랐다.


"내가 씨발 이 나이에! 응? 어린놈의 좀비 새끼나 따라다녀야겠냐고!"


복수를 위해 찬영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복수고 뭐고 얼굴 보면 목부터 베어버릴 것 같았다.


피를 뒤집어쓰고 하얀 기운을 내뿜은 사내의 모습에 한빛 쉘터에는 비상 경계령이 내려졌다.


"김소령님 !!! 악마가... 악마가... 나타났습니다"


"무슨 소리야 악마라니?"


"쉘터 정문 앞에 피를 잔뜩 뒤집어쓴 남자가 무서운 얼굴로 서 있습니다."


김소령과 강할아버지는 서둘러 쉘터의 정문으로 향했다.


김소령은 아주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차헌터는 한빛 쉘터 정문 앞에서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은 채, 가버린 찬영을 내놓으라며 소리치고 있었다.


김소령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려 모자를 벗었고, 정수리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차헌터라고 들었네. 일단 들어와서 얘기하는 게 어떤가?"


차헌터는 들어갈 생각이 없다는 듯이 손을 앞뒤로 저으며 말했다.


"급한 일이 있어 빨리 대답을 들었으면 합니다. 임찬영 어디로 빼돌린 겁니까?"


"경원 쉘터로 떠난 지 한참 됐다네! 지금쯤이면 도착했겠지."


"그럼 어째서 임찬영이 출발했냐고 묻는 무전에 답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통신병을 이끌고 있는 최하사에게 물어보게나. 바로 지휘실로 오라는 전달하겠네. 지휘실로 가세."


"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김소령과 차헌터의 팽팽한 신경전을 옆에서 보고 있던 강할아버지가 나서서 말했다.


"어린것들이 머리가 이렇게 안 돌아가서 쓰겠나? 이봐 김소령 자네는 차헌터의 행색 때문에 군인들이 두려워하고 있으니 빨리 지휘실로 데려가고 싶은 거고, 차헌터 자네는 찬영이를 찾고 싶은 게 아닌가? 그럼 둘 다 하면 될 걸 왜 이렇게 머리들이 안 돌아가 쯧쯧"


김소령과 차헌터의 시선이 동시에 강할아버지에게 쏟아졌다.


"김소령 찬영이가 출발한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쯤 경원 쉘터에 도착했을 걸세. 그럼 무전을 쳐보면 찬영이가 도착했는지 알 수 있을 게 아닌가. 그리고 차헌터 자네는 여기가 어딘 줄 아는가? 여긴 노인들이 요양하는 요양병원일세! 어찌 어르신들 앞에서 피 칠갑하고 협박을 하느냔 말이다!"


강할아버지가 겁도 없이 차헌터 등짝을 후려쳤다.


김소령은 강할아버지의 해안에 다시금 놀랐고, 차헌터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아차 싶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선배님! 높으신 해안에 이 후배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말씀 따르겠습니다"


차헌터는 말없이 조용히 강할아버지의 뒤를 따랐고 다른 어르신들이 놀라지 않게 재빠르게 샤워실로 들어가 샤워를 끝내고 나와 지휘실로 향했다.


[똑똑똑 벌컥!]


들어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문이 열리자 김소령의 이마에 주름이 살짝 잡혔다.


"기다렸네. 앉게"


"찬영이의 행방은 알아내셨습니까?"


김소령은 정 자세로 앉아 있는 최하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최중오 하사 자초지종을 설명하게"


최하사는 두려움에 떨며 흐르는 식은땀을 닦지도 못한 채, 앞만 보고 차헌터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



쉘터 사람들이 환대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 내가 좀비라는 걸 밝히진 않은 것 같은데, 나는 왠지 모르게 집 앞에서 망설이고 서 있었다.


그날 아침 일찍 도망을 친 이유를 설명할 변명 거리도 만들지 않았고, 차헌터가 왜 나를 찾는지 설명할 변명 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저 부모님이 걱정돼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초인종을 누르려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별안간 갑자기 열린 현관문이 내 얼굴을 강타했다.


"윽! 악~파앗!"


"아 씨바 깜짝 놀라라. 어? 너!! 찬영이!! 엄마!!! 엄마!! 찬영이 왔어요! 아빠!! "


형 새끼가 날 확인하고 엄마.아빠를 불러제꼈다.


'아 좀 닥치라고 또라이새캬.'


내 바람과 다르게 부모님은 헐레벌떡 뛰어오고 계셨다.


엄마는 나를 얼싸안고 놓으실 생각을 하지 않으셨고, 아빠는 내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 주셨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단어를 입 밖으로 조심스럽게 꺼냈다.


"엄뫅, 압뽝"


아직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불러보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때 누군가 계단을 허겁지겁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임헌터님 ! 임헌터님!! 큰일 났습니다!"


쉬지 않고 13층까지 올라왔는지 군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저...헉..헉... 변...이...헉...헉.. 좀비가... 헉"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복도를 달렸다.


뒤에서 엄마가 소리치며 하신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다치지 말고 조심해야 한다."


세상이 멸망하기 전 매일 같이 아침에 듣던 말 등교할 때면 엄마는 항상 저 말을 해주셨다.


저 말을 다시 듣기 위해 목숨을 걸 준비가 되었다.




김택현과 동료들은 대규모 습격에 혼신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갑자기 몰려든 좀비의 숫자는 많았고, 저 멀리 변이 좀비가 다가오는 것도 보였다.


김택현이 동료들을 독려하듯 말했다.


"할 수 있다. 찬영이가 곧 올 거야 그때까지 버틴다."


제일 앞서 달려오는 좀비의 머리를 정확하게 명중시킨 김한석이 말했다.


"이 씨발 그 좀비 새끼 언제 와? 지금 우정의 무대 찍어? 좀비가 득시글거리는데 엄마는 왜 찾아!!"


총알을 모두 사용한 김한석의 뒤를 이어 최정민이 총을 쏘며 말했다.


"그러니까!! 씨발! 이걸 언제 다 죽여? 그리고 저기 오는 변이 좀비 막을 수는 있는 거야?"


총탄을 교체한 김한석이 욕설을 섞으며 말했다.


"씨발 도움이 안 돼 재수 없는 그 좀비 새..."


[파~~밧]


'그래 너희들이 말하는 재수 없는 좀비 새끼 등장이다.'


나는 3층 테라스를 통해 1층으로 뛰어내렸다.


'나 예전에 차헌터 처럼 간지났겠지?'


창문으로 뛰어 내리던 차헌터가 멋있어 따라 해 보았다.


그런데...


[물....컹]


멋있게 착지할 거란 내 예상과 다르게 나는 좀비를 밟고 앞으로 꼬꾸라졌다.


좀비들에게 지근지근 밟히면서도 나는 일어날 수 없었다.


'쪽팔려... 너무 쪽팔려서... 차라리 좀비들에게 밟혀 압사당하고 싶다.'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지금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시 상황이었다.


온 힘을 다해 좀비들을 비집고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변이 좀비에게 향했다.


"임헌터님이 변이 좀비를 처리해 주신다고 한다. 우린 힘내서 일반 좀비를 정리한다!"


"임헌터가 왔어! 살았어! 우린 살았어"


"차헌터가 가버려서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어."


내 뒤에서 나를 응원하는 군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쭐한 마음이 들었지만, 변이 좀비 앞에서는 응원도 소용없었다.


건물 2층은 더 되어 보이는 키에 덩치도 거대한데 일반 좀비들을 들고 무기처럼 휘두르며 던지기까지 했다.


'진화한 변이 좀비인가? 도구를 쓰는 좀비는 처음인데...'


내 존재를 발견한 변이 좀비는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손에 잡히는 일반 좀비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빠르게 날아오는 좀비들을 피하는 건 꽤 까다로운 일이었다.


날아오는 좀비를 피하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변이 좀비가 가까이 왔다는 걸 늦게 인식했다.


[퍼~~억]


나를 향해 쇄도하는 변이 좀비에 육중한 주먹에 얻어맞고 5~6미터를 날아갔다.


'윽... 너무 아파'


입안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변이 좀비의 공격이 이어졌다.


변이 좀비는 두 팔을 모아 나를 향해 힘껏 내리찍었다.


거의 스치듯 피하긴 했지만, 정통으로 맞았으면 녹즙이 될 뻔했다.


변이 좀비는 생각보다 빠르고 민첩했다. 그리고 덩치만큼 힘이 좋았다.


뛰어난 변이 좀비의 능력에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계속 변이 좀비의 위치를 파악하며 날아오는 좀비를 피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잠깐의 방심으로 날아오는 좀비를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숨이 턱턱막히고 입에서는 피가 왈칵 쏟아졌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또다시 눈앞이 아찔했다.


'또 시작된 건가? 큰일 났네 급해서 가방을 놓고 와버렸어'


이대로 폭주한다면 내가 좀비라는 사실이 모두에게 알려질 거다.


나는 정신을 부여잡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내 뒤에서 김택현이 소리쳤다.


"정민이는 장거리 저격용 총으로 바꾸고 찬영이를 지원한다. 변이 좀비의 눈을 날려버려"


내가 끝없이 뒤로 밀리자, 김택현이 나선 것이다.


[탕~! 피슝~~팟]


"끄웨~~~에엑!!"


갑작스럽게 눈을 공격당한 변이 좀비가 포효했다.


'이때야 지금 없애야 해!'


변이 좀비가 눈을 감싸며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도낏자루를 양손으로 꽉 움켜잡고 전력을 다해서 뛰어가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공중에서 변이 좀비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변이 좀비의 움직임이 아주 느릿느릿하게 느껴졌다.


망설임 없이 변이 좀비의 미간 사이에 도끼를 박아 넣었고 도끼는 정확하게 좀비의 머리에 박혔다.


좀비는 생명을 다했지만, 여전히 서 있었다.


나는 도낏자루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몸에 반동을 주어 좀비를 쓰러트렸다.


변이 좀비의 머리맡에 앉아 도끼를 뽑는 척하며 구슬을 챙겨먹었다.


그때 쉘터 쪽에서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임찬영 빨리 와서 도와!!"


뒤돌아 확인해 보니, 일반 좀비들이 이미 정문 쪽에 몰려있었다.


나를 돕느라 쉘터 방어에 빈틈이 생겨 일반 좀비들이 앞으로 전진해 버린 것이었다.


고민할 틈이 없었다.


나는 좀비들의 머리를 밟으며 정문 입구에 도착했다. 좀비들을 비집고 들어가 간신히 정문을 사수했고, 온 힘을 다해 좀비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이미 들어가 버린 몇 마리의 좀비는 어쩔 수 없었지만, 문안으로 들어오려는 수많은 좀비들은 꼭 막아야 했다.


좀비들이 밀어제끼는 압력에 팔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제발 제발... 더 이상은 안 돼!'


그때 내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찬영아!"


'아니야... 안돼. 형이 왜 여기 있어?'


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당황해서 입을 열어버렸다.


"혝 똬마악까악!!!'



작가의말

오늘의 찬영언어!

"엄마.아빠"

"형 도망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 스빠크
    작성일
    24.08.06 21:51
    No. 1

    ㅎㅎ 찬영이 말 뭘까 생각하고 있는 데 작가님이 써주셨네요. 이번화도 재밌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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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이딴것도 제국이라고? 1 +1 24.08.20 4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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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새로운 보금자리 +1 24.08.13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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