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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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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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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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경원 쉘터의 위기 2

DUMMY



형은 내가 애타게 내지른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쪽으로 뛰어와 문 옆에서 무언가를 철컥거렸다.


"찬영아 내가 셔터를 내릴 테니까 신호보내면 바로 뛰어 들어와야 돼!"


경원 상가 정문에는 예비용 셔터가 있었다. 형은 평소 상가 쪽으로 다녀서 셔터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위험한 정문으로 뛰어왔던 것이었다.


[드르르르륵]


철이 부딪히는 소리와 기계음이 들리고, 곧 셔터가 천천히 내려왔다.


'안돼 형 빨리 피해 여긴 너무 위험해.'


소리 내서 말하고 싶었지만, 좀비들이 온 힘을 다해 밀어대는 통에 내 입에서는 앓는 소리만 새어 나왔다.


모든 힘을 다해서 좀비들을 막고 있지만, 형이 문 앞에 나타나자 사람 냄새를 맡은 좀비들이더 강한 힘으로 나를 밀어붙였다.


팔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에도 내 시선은 형을 향해 있었다.


그러는 사이 셔터가 거의 다 내려왔다.


"찬영아, 뛰어!"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은 셔터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뿐이었다.


내가 갑자기 몸을 뒤로 빼자, 뭉쳐있던 좀비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넘어져, 오히려 문에 끼어들어 오지 못했다.


서로 몸을 빼려고 발버둥 치는 좀비들을 확인하고, 거의 닫힌 셔터 밑으로 낮은 포복 자세를 하고 기어들어 갔다.


내가 쉘터 안으로 들어오자, 나머지 셔터가 내려갔다.


'휴... 일단 살았다.'


나는 안심하고 형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내 시선에 있는 형은 셔터를 조정하는 조정 간을 잡은 채 좀비에게 목을 물어뜯기고 있었다.


'아... 안... 돼..'


형이 조정 간을 놓으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찬영아... 무사해서... 다행이다."


형의 말이 끝나자, 형을 물고 있던 좀비가 형의 목을 물고 뜯어버렸다.


내가 형에게 급하게 달려갔지만, 형은 천천히 바닥에 쓰러졌다.


"아.....아악!!"


나는 쓰러진 형을 붙잡고 안아 올려 형의 의식을 확인했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찬영아, 잘 들어, 나는 좀비가 되기 싫어... 내가 변하면 날 없애줘... 쿨럭... 쿨럭.."


형의 눈, 코, 입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형의 마지막 말을 거부했다. 고글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눈앞이 흐려졌다.


'아냐! 안 돼! 난 못해! 형을 어떻게 죽여...'


"부탁... 쿨럭 이야... 제발... 해줘... 그리고 쿨럭쿨럭 엄마.아빠를 부탁해 "


내 옷자락을 잡고 있던 손이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형의 눈이 아닌, 다른 눈빛을 가진 형이 눈을 떴다.


좀비로 변한 형은 내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크웨엑 크르르큭"


나는 끝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기 위해 고글을 벗고 품 안에서 작은 볼펜을 꺼내 들었다.


여전히 형은 내 품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쳤다.


'형 미안해... 형... 형... 지켜주지 못해서 진짜 미안해..."


나는 볼펜으로 형의 얼굴을 내리찍었다.


발버둥 치던 형이 움직임을 멈췄다.


나는 형의 시신을 들고, 아파트 상가 2층 가구 매장에 있는 침대에 고이 눕혔다.


괴물로 변해버린 변이 좀비 외에 처음으로 일반 좀비를 죽였다.


생전 처음 죽인 좀비는 내 형이었다.


나는 이렇게 변해버린 세상을 마음속 깊이 원망했다.


'형... 세상이 왜 이렇게 변한 걸까? 왜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 걸까?'


그때 김택현이 해줬던 성심원 이야기가 떠올랐다.


소중한 것을 잃고 차헌터가 각성하게 되었던 성심원에서의 이야기


공감하지 못했던 그 얘기들이 지금은 격하게 공감되었다.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쳤다.


그리고 차갑게 식어 누워있는 형을 보며 다짐했다.


'형 내가 엄마.아빠를 지킬게... 약속 꼭 지킬게. '


나는 고글을 쓰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가에서 아파트로 통하는 계단으로 가고 있는데 내 앞에 안 대위와 동료들이 총을 들고 다가왔다.


"찬영이구나. 정말 고맙다 아파트 정문이 닫힌 걸 확인하고 들어온 좀비를 정리하러 나왔다."


나는 그들이 원망스러웠다. 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아파트 정문을 수비 했다면 형이 희생하는 일 따윈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찬영아, 미안하다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 우린 아파트 생존자들을 대피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그랬겠지, 생존자 중에는 당신의 부인도 있었으니까...'


안 대위는 내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그래도 모든 생존자들을 대피시키고 오는 길이다. 아파트로 통하는 통로는 봉쇄했어."


'모든 생존자를 대피시켰다면 우리 부모님도 대피했다는 말인가?'


나는 집중해서 입을 열었다.


"엄뫅.압뽝늑?"


"너희 부모님들도 대피하셨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엄마.아빠가 대피했다는 말에 그동안 긴장했던 근육들이 스르륵 풀렸다.


"찬영이 너... 말을 했어? 목소리가 회복 되고 있는 거냐?"


안 대위는 내가 목이 다쳐서 말을 못 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친 목이 회복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표정이 밝아졌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참 이거 받아라! 너희 어머니께서 전해 달라고 주셨어."


안 대위가 내민 것은 내 가방이었다. 그리고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통제실에 있던 내 부하한테 무전으로 전해 들었다. 형 일은... 정말 미안하다.."


안 대위는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었다.


부모님을 대피시켜준 안 대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형이 죽은 건 안 대위 탓이 아니었다. 경원 쉘터의 병력으로 몰려오는 좀비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나는 안 대위에 대한 원망을 거뒀다.


부모님의 안전을 확인했으니, 정문 셔터를 뚫고 쳐들어올 좀비를 대비해야 했다.


지금 이렇게 사담을 나눌 시간이 아니었다.


나는 가방 안에 펜과 종이를 들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안 대위님은 상가 안에 들어온 좀비를 정리해주세요. 저는 정문에서 정리하겠습니다.]


 "그래 상가 안에 들어온 좀비들은 우리가 확실히 정리하마 뒤를 부탁한다."


안 대위에게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상가 3층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상가 3층에 올라와서, 평소 경계 근무를 서던 정문 3층 테라스로 갔다.


검은 하늘에 달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비가 그쳤구나! 다행이다.'


정문에 있던 좀비들은 형이 내린 셔터 때문에 아직 상가 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안으로 들어가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재빨리 가방에서 변이 좀비에게서 얻은 구슬을 또 하나 꺼내 먹었다.


맨정신에 구슬을 먹자 찢어졌던 팔과 어깨 근육들이 치료되는 것이 느껴졌다.


오는 길에 소방호스를 보관하는 박스 안에서 도끼도 한 자루 더 구해왔다.


양손에 도끼를 들고 좀비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높게 점프해서 좀비들을 향해 뛰어내렸다.


무사히 땅에 착지했지만, 그들은 역시나 나를 인식하지 않고, 문으로 들어가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었다.


나를 인식하지 않는 적을 해치우는 쉬운 일이었지만, 도끼를 사람 머리에 찍어 내리는 일은 여전히 불쾌했다.


'내가 처리 하지 않으면 안돼. 내가 포기하면 쉘터 사람들이 위험해'


좀비를 바퀴벌레 보듯 하며 죽이던 차헌터와 동료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죽을 만큼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로 고글이 차오르자 흐릿해진 시야를 없애기 위해 고글을 벗어 가방에 넣고, 다시 좀비들을 하나하나 없애 나갔다.


상가 안에서 드문드문 들리던 총소리도 점점 잦아들었다.


"찬영아!! 살아있었구나!"


나는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3층 테라스로 시선을 옮겼다.


테라스에는 김택현과 동료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엄지를 척 들고 있던 김한석이 외쳤다.


"역시 좀비 새끼라 그런가? 생존력이 어마어마하네 !"


김한석의 외침에 확 짜증이 났다.


'씨발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어쩌려고 저렇게 큰 소리로 외치는 거야!'


내 인상이 구겨지자, 김택현이 김한석을 뜯어말리며 말했다.


"찬영아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하던 거 해라!"


나는 다시 도낏자루를 고쳐 잡고 좀비의 머리를 찍어 내렸다.


김택현과 동료들 그리고 나는 원팀이 되어 몰려온 좀비들을 정리해 나갔다.





한빛 쉘터에 있는 통신 보안실은 지금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병사들이 벌벌 떨고 있었다.


그 분위기를 만든 주인공이 입을 열었다.


"빨리 연결해 주시죠"


최하사는 차헌터의 명령에 빠르게 반응했다.


"여기는 한빛 쉘터 경원 쉘터는 응답 바란다. 오버"


한참 동안 기다려도 답이 없자, 최하사는 조급한 마음에 다시 한번 무전을 넣었다.


"여기는 한빛 쉘터 경원 쉘터는 듣고 있다면 바로 응답 바란다. 오버"


또다시 한참의 시간이 흐르자, 마음이 급해진 차헌터가 최하사의 무전기를 뺏었다.


"나 차헌터다. 응답하라고 이 새끼들아!!"


차헌터의 무전이 끝나고 잠시 후 수신을 알리는 치지직, 소리가 들렸다.


[치~직 차헌터님 저는 안대위입니다. 듣고 계십니까?]


차헌터는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는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 안대위 듣고 있다. 임찬영은 도착했나?"


[찬영이는 쉘터에 도착해 있습니다. 그런데 쉘터에 문제가 생겨서 찬영이가 좀비들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차헌터는 다시 벌떡 일어나 책상을 내리쳤다.


"뭐? 쉘터에 좀비들이? 우리 동료들은 무사한가?"


[네 동료분들은 무사하십니다. 그분들이 없으셨다면 저희 쉘터는 무사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도 좀비들과 싸우는 중인가?"


[비가 그쳐서 쳐들어오는 좀비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이제는 정리하는 단계입니다.]


"어떻게 정리한 거지? 쉘터의 병력으로는 힘들었을 텐데?"


[찬영이의 형이 쉘터 정문을 지키려고... 희생했습니다. 지금은 찬영이가 정문으로 들어오려는 좀비를 정리하고 있고요."


"찬영이가 좀비를 죽였다고?"


[찬영이가 형이 죽고 나서부터는 쉘터를 지키기 위해 좀비를 죽이기로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상황은 대충 알겠다. 내가 경원으로 가겠다."


[네 기다리겠습니다.]


차헌터는 어두운 안색으로 무전을 끝냈고, 다급히 천막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본 최하사가 가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무전 씹은 걸로 목이 날아가는 줄 알았네"


"최하사님 그러니까 이제 장난 좀 그만 치시지 말입니다."


"내 목이 날아갈 뻔했는데 지금 장난이 문제야? 이것들 빠져 가지고! 지금부터 무전에 들리는 모든 음성을 직접 수기한다!! 실시!"


최하사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후임 괴롭히기에 몰두했다.



차헌터는 한빛 쉘터 정문으로 내달렸다.


달려오는 차헌터는 본 김소령이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다가갔다.


"차 헌터님 찬영이는 찾았....."


차헌터는 김소령을 보고도 멈추지 않고 정문 밖으로 빠르게 빠져나갔다.


"거 성격도 급하기는 인사라도 하고 가지."


그때 다급히 뛰어나온 통신병 하나가 보고를 올렸다.


"지금 경원 쉘터가 좀비의 습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김소령은 통신병의 보고에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다급할 만했구나... 찬영이가 무사해야 할 텐데..."


통신병이 보고를 마치고 돌아가려고 하자 김소령이 불러 세웠다.


"이 일은 비밀에 부친다. 통신병들 입단속 잘하라고 최하사에게 전달해, 특히 이 헌터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철저하게 입단 속해"


 김소령은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달을 보며 침 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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