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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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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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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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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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6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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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9화

DUMMY

“ 집행관? 마르티노 쪽에서 말이야? ”



“ 그냥, 그···어부가 갑자기 겁을 주는 바람에. ”



겁, 공포란 말로 형용할 수 있는 존재들일까. 마르티노라는 국가의 이념은 마법의 통제. 그것에 기반을 둔다. 마술사의 통제가 아닌, 마법의 통제.



집행관이라는 이들은 세계의 모든 마법의 흐름, 마소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고, 금기의 발생은 곧 마법의 통제를 위한 무차별적인 학살을 의미한다.



그 마법이, 어떤 이에게서 발생하였고 어떤 경로를 통해 퍼졌는지, 일련의 사건에 만족할 만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그 행위는 지속된다.



그 사례는 물론,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만. 시안, 그가 만나왔던 모든 인연들이 만약의 가능성에 의해서라도 끔찍한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은 사양하고 싶을 일이다.



어쩌면, 자신이 순순히 마르티노에 잡혀가는 것이 이 사태를 끝낼 가장 좋은 방법일 지도 모른다고. 잠깐은 그리 생각해 보기도 했다.



“ 괜한 걱정을···마르티노 쪽에는 이미 손을 써 뒀어. 행동하는 순간 월권으로 해석되게 말이지. 그러니, 내 서재에서 좀 나가줄래? 애초에 누가 여길 가르쳐 준 거야? ”



“ 버틀러, 그···레이커드 님께서. ”



“ 하아, 어지간히 귀찮게 하네. 여기는 안 들킬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찌됐건 간에, 여기에서 자고 갈 생각이면 그 레이커드 녀석에게 리코리스의 옛날 침실을 빌려 달라고 하면 돼. ”



“ 네, 그럼···평안한 밤 되십쇼. ”



시안은 그나마 발걸음에서 가벼움이 느껴진다. 쭈뼛거리며 별채를 점검하던 버틀러에게 여왕의 행방을 묻던 때보단 훨씬 나은 걸음으로. 그러나 제이드는 그렇지 못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 어딘가에서 놓친 듯한 위화감이, 그를 떠나지 않는다.



그것은 추측에 지나지 않았기에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어쩌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자그맣고도 커다란 의문.



로단테가 인간계에 온 이유, 네헬브가 그것을 따라온 것, 시안의 사건, 덧씌워짐. 그 모든 것은 어쩌면, 하나의 목적을 두고 시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 ···어. ”



시안은 분명히, 버틀러가 가르쳐 준 방의 위치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상한 풍경은 관리가 되지 않은 채로 먼지 쌓인 방이 분명히 맞았건만.



그곳에는 낯선 사람이 있었다. 낯선 여인, 그런데 어째선가 눈에 익었다. 기억 속의 릴리에 보다도 더 성년이 된, 산발의 여성.



“ ···누구지. ”



“ 어, 저, 그. ”



시안은 말문이 나오지 않았다. 방이 암전되어 있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달빛에 반사된 그녀의 모습은 분명히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였기에.



“ ···네헬브 아저씨? ”



“ 예? ”



“ ···아니네. 크흠, 레이커드 아저씨가 보내셨나. ”



“ 아, 네. 맞습니다. ”



“ ···후우. ”



겨우 걸친 가운 한 장은, 하반신을 가린다고 해도 거대한 언덕이 솟은 상반신을 채 가리지 못한 채로. 그녀는 방 안에서 걸어 나온다.



“ ···못볼 꼴을 보여줘서, 미안해. ”



“ ?? 그, 네. ”



“ 문 옆에 있는 종을 치면, 경비를 서는 버틀러가 와서 정리해줄 거니까. 그럼. ”



의문의 여성은 복도를 천천히 걸어나간다. 어쩐지, 다른 이가 그 모습을 보고 호통을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오늘 본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리라. 그리 생각하고 종을 울렸다.




이튿날, 시안은 켈브로 돌아와 서로가 자주 만나던 그곳에서 다시금 네헬브를 만났다. 그는 이미 자경단원들과의 관계 정리를 끝낸 뒤였다. 솔직하게 모든 상황을 설명했고, 스스로 판단하기를 권했다.



자경단은, 네헬브가 가장 신용할 수 있던 다른 이에게 넘어가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고, 그에게 실망한 이들은 욕을 한껏 퍼부으며 떠났다.



허나 대부분의 인원들은, 더이상 그에 대한 건 상관 없어졌다는 투로 말하며 잔류하기로 한 뒤의 아침.



성 지하에 있을 때보다 더욱 수척해진 얼굴이 된 그에게는, 세이켈 왕성에 나체로 돌아다니는 미친 여자가 있는데 당신 이름을 알더라, 무슨 관계냐라고 물을 자신은 없었다.



“ ···그래, 뭐. 할건 해야지. ”



식사할 시간이면 물어도 괜찮겠지. 그리 생각하고 목적을 상기했다. 시안의 전투 훈련, 그것은 앞으로의 여정에서 필요할 전투 상황에서, 마도구나 혈마술에 의지하지 않고 쓸 수 있는 전술들을 찾아내기 위한 시간이다.



“ 그래서, 그···시안, 당신 안에 있는 그 사람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



“ 어부···이름이면, 제이드라던데. ”



“ 그래, 뭐. 제이드 씨. 지금 있나? ”



‘ ···빙의하기엔 아직 멀었는데. 이번에도 자네의 입을 통해서 전해야겠군. ’



“ 어. 잘 살아 있네. ”



“ 다름이 아니라 제이드 씨, 내가 발악을 할 때처럼 육신에 빙의해서 싸우는 건, 뭔가 제한이 있나? ”



“ 자신은 아가타에게 쫓기고 있는 몸이라서, 직접적으로 빙의하는 건 앞으로는 하기 싫다. 라네. ”



“ ···귀찮은 몸일세 거. 그럼 다음으로, 당신이 보기에 시안에게 어울리는 전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나? ”



“ 녀석은 어릴 때부터 마법 자체에는 소질이 없었고, 이제 와서 배운다고 해도 실전으로 투입하기엔 무리겠지.


체술은···예언에 의해 이곳에 오기 전, 여러가지로 배운 기본적인 체술이 있지만, 당신처럼 적당히 봐주는 게 아니라면 역시 실전에도 못 미쳐···완전 까는 거잖아 그냥. ”



“ 이걸 어떡한담. 그럼, 희망은 있어 보여? ”



“ ···어부, 잘 좀 말해 봐. ”



‘ 하아···그나마, 소질이라고 할만한 건, 정신력이겠군. 끈기와 광기. 어떤 극한의 상황이라도 이성을 놓지 않을 괴랄한 정신 능력 만큼은 인정하지.


또 하나는···목적만 명확하다면, 습득은 빠르다는 것 정도. ’



“ 그럼··· ”



네헬브는 초토화된 넓은 벌판의 어딘가에서 돌멩이를 손에 들었다. 그것을 쥔 세 개의 손가락에서는, 혈관이 부풀기 시작하며 조금 타들어가는 듯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 퍼석–! ’



단박에, 그것을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차력을 보여준다.



“ 혈마술이긴 하지만, 마르티노의 마법 감시망을 속일 수 있는 꼼수가 있지. ”



“ 꼼수···? ”



“ 혈마법에는 예외 조항이 있어. 의료용으로, 파열된 근육이나 혈관을 연결할 때 쓰이는 마법. 지금 내가 쓴 혈마법은 그것과 트리거가 거의 같으니, 흔적이 남더라도 구분하기 매우 어려워. ”



“ ···아, 근섬유의 강화인 건가? ”



“ 정확해. 혈류를 가속하는 마법, 근육을 과재생하는 마법. 둘을 섞어서 쓰면 제법 강력한 신체 강화형 마술로 변하니. 이정도라면 익히는 데에도 문제가 없을 거야. ”



“ ···근데, 마취제 없이 그게 가능한가? 맨정신으로 근육과 혈관이 뒤틀리는 건데. ”



“ 정신력 하나는 좋다면서? ”



“ 그···하··· ”



깡으로 버티라는 말이겠다. 그럼에도 다른 방법이 보이는 것은 아니었기에, 시안은 잠자코 따를 수 밖에 없었다.



“ 그럼, 우선 고통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천천히 시작해볼까? ”




“ 우웨에에에엑··· ”



“ 으, 더럽게. ”



“ 무, 울···하늘이, 돌아가··· ”



“ 이건 완전히 망가졌네. 좀 쉬지. ”



그 근간은 결국, 자신이 알아서 완벽히 돌아가게 짜여진 생체 시스템을 무리해서 건드리는 것에 있기에. 계속된 혈류의 가속으로 뇌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이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 호수, 가···으, 우욱··· ”



“ 그래도, 당신 말대로 습득은 빠른 편이긴 하네. 이미징 하는 것도 문제 없었고. 세부적으로 그걸 컨트롤 하는 건 그 다음의 문제지만··· ”



“ 하, 흐으···좀, 으···이제 좀, 낫네··· ”



“ 좋아. 영양소라도 보충하지. ”



네헬브는 마력 내장형 라이터로 멀쩡한 장작에 불씨를 붙여, 바람이 막히는 변두리에 모닥불을 만들었다. 타오르는 불꽃에 찬합 하나를 올려두고, 그것에 지진 궐련을 입에 문다.



“ 후우. ”



“ ···이봐, 네헬브 씨. 좀 진정돼서 묻는 건데, ”



“ 어, 말씀하시죠, 나의 주인. ”



“ ···그, 성 안에서 나체로 돌아다니는 여자, ”



“ 아, 로벨리아를 만났나 보네? ”



“ 로···로? 로벨리아?! ”



마도학자라면, 엔지니어라면 그 이름을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세이켈 로벨리아. 릴리에의 언니 되는 자이자, 연금술의 천재. 마소학에 있어서 그녀의 이름을 빼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로벨리아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존재였다.



그녀가 성에 은거하기 시작한 것은 성검 의식에서 정신 이상을 호소한 이후였다고, 네헬브를 포함한 대중들은 그리 알고 있다.



“ 뭐, 날 잘 따르던 아이였지. 성 안에서는 늘 나체로 돌아다닌다고 곧잘 혼났거든. 노출증 그런 건 자기가 부정하긴 했지만, 이유는 말해주질 않았어. ”



“ 아아, 천재들은 특이한 습관 하나씩은 있다고 그러니까. ”



“ 후우, 옛날에는 그렇게 나를 잘 따르던 애였는데. 언제 그렇게 컸는 지 모르겠다니까? 우리 마족은 200년을 사는데, 사람은 80년 남짓이니, 그렇게 빨리 자라더라고. ”



“ 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



“ 삼촌과 조카같은 사이라고 생각해 둬. 아, 다 끓은 것 같네. ”



점심 식사는 잔뜩 뒤틀려버린 속을 감안하여, 죽을 끓여둔 것 같다. 으깬 페미컨, 밀가루 떡, 콩 수프를 함께 넣고 푹 끓인 것.



비주얼은 상당히 끔찍한 모습이었긴 했지만, 그것과 반대로 상당히 잘 어울리는 식사였다.




“ 뭐 쓰고 있는 거야? 연설문? ”



“ 아니, 잠깐 기분전환 용으로. 내 가족들에게 편지 한 통 쓰고 있어. ”



“ ...가족들 말인가. ”



“ ···그래. 당신의 심장으로 이곳에 오기 전, 내가 지키지 못한···나의 가족들에게. ”



네헬브는 피우던 궐련을 재떨이에 비벼서 껐다. 급속도로 착잡해진 분위기 속에, 펜 긋는 소리만이 서걱거리며 들려온다.



“ 내 마왕의 심장 말인데. 나한텐 4조각 중 하나만 있었고, 다른 하나는 제이드 씨가 성검이 내려치기 전에 잽싸게 회수해서 당신 몸에 붙였잖아. ”



“ ···그런 것 같더라고. 뭔가, 고동이 느껴지지 않지만. ”



“ 성검에 그을려져서 잠깐 비활성화 된거겠지. 아무튼, 내 심장이 많이 허전한 관계로···나는 먼저 메이그로 가 있으려고 해. ”



“ 메이그···라면, 그 반대편 대륙의 남쪽, 사막 왕국 말이지? ”



“ 맞아. 거기엔 임차료를 대 두고, 사막 한가운데 깊은 곳에 묻어뒀거든. 나머지 한 조각을 먹은 내 시종을. ”



“ ···나머지 두 조각은? ”



“ 마왕성에 두고 왔어. 당분간 빼앗길 일이 없도록. 뭐, 내가 가족들처럼 혈마술만 주구장창 써대는 것도 아니니, 반에 반 조각이라도 나쁘진 않지만···마계로 가는 게 목적이라면야. ”



6개의 심장. 그것이 마계로 돌아가는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고, 제이드도 네헬브도 잠깐 언급한 바가 있었다.



“ 6개나 심장이 필요하단 건, 확실한 거야? ”



“ 어. 마계에서 클리포트···포탈? 을 열 때도, 6명을 못에 매다는 인신공양을 했었거든. 확실할 거야. ”



“ 그건 뭔··· ”



“ 어쨌든 간에. 최근 옆 대륙으로 가는 선박이 많이 줄은 탓에, 당신 취임식 당일 일찍 켈브를 떠나게 됐어. 잘···할 수 있지? ”



“ 걱정은 됐어.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잖아. 난 해야만 하는 일은 피하지 않거든. ”



“ ···다행이군 그래. 너무 씩씩해졌어. 옛날에 널 처음 만났을 땐 진짜 철 없는 땅꼬마였는데. ”



“ 대체 언제적 얘기를··· ”



그렇게 피하지 못할 날은 점차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고, 수련과 연습의 끝에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시안이 두번째 죽음을 맞는 날이. 피하지 못할 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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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장 2화 24.08.06 6 0 11쪽
16 2장(텔로즈 편) 1화 24.08.04 7 0 11쪽
15 1장 막간 3화 24.08.01 11 0 11쪽
14 1장 막간 2화 24.07.28 10 0 12쪽
13 1장 막간 1화 24.07.23 11 0 11쪽
12 1장 11화 24.07.21 9 0 11쪽
11 1장 10화 24.07.17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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