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 귀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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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돌
작품등록일 :
2024.07.15 16:39
최근연재일 :
2024.09.0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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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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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 (4)

DUMMY

장요령은 입에서 단내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검을 몇 번이나 받아낸건 지 이젠 손이 떨리고 팔이 저려올 지경이었다. 요령은 막막함을 느꼈다. 남궁검민과 남궁검상 둘 다 자신보다 결코 경지가 낮지 않은 무인이다.


더불어 둘의 검은 자신의 검과 상극 중 상극이었다. 신화충천검은 터져 나오는 화려한 난격과 변초를 강점으로 삼는 검이었다. 그러나 우직하게 밀고 들어오는 남궁세가의 검법은 변초가 발휘되기도 전에 틀어막아 버리는 것이다. 한 명이라면 상대의 검을 어지럽게 만들어서 공략 해보겠으나 둘이 덤벼드니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요령은 이제 정말로 마지막 구명절초 밖에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남궁검민이 일검을 내려치는 순간 옆쪽으로 몸을 빼며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요령이 그렇게 피하자 오히려 검민이 더욱 당황했다.


설마 적이 자존심도 버리고 나려타곤으로 빠져나갈 줄이야. 그러나 요령은 그의 상상을 더욱 뛰어넘었다. 바닥으로 구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몸을 퉁기며 바닥을 한번 더 나뒹굴면서 뒤에 있던 남궁검상을 향해 굴러간 것이다.


그리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구르던 요령의 몸 틈새로 서늘한 검광이 뻗어나왔다. 예상치 못한 기격(奇擊)에 검상은 화급히 뛰어올랐으나 다 피하지 못하고 허벅지를 베이고 말았다.


“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검상이 쓰러지자 요령은 몸을 일으키며 검첨을 검민에게 겨누었다.


“이런 비겁한!”


“비겁은 뒤지고 나서나 떠드는 거야. 이제 내가 너에게 신화충천검의 진정한 요체를 보여주마.”


그 말을 끝으로 요령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솟구쳤다. 검민은 이를 악물며 내공을 검으로 집중했다. 파랗게 물든 검은 닥쳐오는 무엇이든 갈라버릴 듯 오연한 자태를 내뿜었다. 그리고 요령의 왼손이 움직였다.


빈 손에서 무언가 쏘아져 나온다. 검민은 암기인가 싶어 검막을 펼치며 날아오는 것을 튕겨냈다. 그러나 검에는 어떤 무게도 실리지 않았다. 요령이 내던진 것은 구르면서 쥐었던 흙더미 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검민이 검을 휘두른 순간 요령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빼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순식간에 점으로 변해가는 요령을 보던 남궁검민은 얼이 빠진 채 그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정신이 든 검민의 이마 위로 핏줄이 돋는다. 그러나 지금은 더욱 급한 것이 있었다.


“상아, 괜찮느냐.”


“저는 괜찮습니다. 어서 서둘러 저 마두를 쫒아가십쇼. 놈이 만상검을 들고 도망가게 두어선 안 됩니다!”


남궁검상의 상태를 보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남궁검민은 이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요령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거리를 좁혀오는 검민을 보며 얼굴이 새파래져선 죽을 기세로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서! 이 새끼야!”


검민은 멀어지는 요령의 뒤통수를 향해 고래고래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데 저 놈이 가는 방향이 왠지 익숙하다. 검민은 요령이 황산의 남궁세가 장원으로 달려가고 있음을 알아챘다.


감히 안휘성을 더러운 마교놈의 더럽힌 것으로 모자라서 남궁세가의 심장부까지 들어가려 하더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검민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요령을 뒤쫓는다.


얼마쯤 지났을까 남궁검민은 갑자기 멈춰선 요령에게 부딪힐 뻔 한 나머지 급하게 속도를 늦추다가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더러워진 옷자락에 더욱 분노를 불태우며 검을 뽑아 들려는 찰나 요령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며 검민도 입을 쩍 벌린 채 망부석처럼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기세가 변했다. 이전에는 미쳐 날뛰는 광인과 같았다면 이제는 마치 전성기 검황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남궁현의 모습에 무극천은 정신을 바짝 조였다. 검을 든 남궁현은 가볍게, 아주 가볍게 검을 휘둘러 보았다.


앞에 있던 기둥에 기다란 검흔이 새겨졌다. 이를 만족스럽게 보던 남궁현은 이내 검을 무극천에게 겨눴다. 그 순간 예리한 기운이 앞으로 쏘아지면서 바닥에 깔린 청석을 자갈로 만들었다.


무극천은 황급히 남궁천우를 자신의 등 뒤로 밀어 넣곤 내공을 온몸에 두르며 빠른 속도로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궁현이 쏘아낸 검기들이 마치 급류에 휘말린 나뭇잎처럼 무극천의 내공 방벽에 휩쓸리더니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저 가볍게 겨눈 기운 만으로 순식간에 사방이 난자되는 것을 보면 남궁천우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무극천의 피부 위로 빨간 선들이 그어지며 핏줄기들이 비산했다.


미쳐 내공으로 흘려내지 못한 검기들이 침습하면서 상처를 낸 것이다. 그저 피륙에 난 생채기에 불과했지만 무극천은 자신의 호신강기가 뚫렸다는 사실에 긴장 할 수 밖에 없었다.


“천우.”


“예.”


“혹시 장원을 전부 날려버려도 되나? 이거 쉽게 제압은 못 할것 같네.”


“그....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지금 저희한테 남은 건 집뿐인데요.”


“어려운 부탁을 하는구먼.”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궁현은 검을 다시 검집에 밀어 넣었다. 제정신이 든 것일까? 그러나 무극천과 남궁천우의 기대는 무참히 깨어졌다. 막대한 내공이 주위를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제왕검형!”


순식간에 폐부를 짓누르는 듯한 압력에 남궁천우는 무릎을 꿇은 채 간신히 숨을 내뱉었다. 그때 갑자기 어깨가 가벼워졌다. 천우가 주위를 돌아보자 옅은 주황빛의 기막이 무극천과 천우를 감싸고 있었다.


무극천은 허리에 묶어두었던 쇠사슬을 천천히 오른 팔뚝에 감기 시작했다.


“근처에 싸울만한 공터는?”


“장원만 벗어나면 많습니다.”


천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극천의 사슬이 남궁현을 향해 쇄도했다. 남궁현은 검을 뽑아 사슬을 튕겨내려 했으나 무극천의 팔이 한번 튕기며 사슬도 뱀처럼 검을 휘감았다. 남궁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하체에 힘을 주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무극천의 노림수는 검을 빼앗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사슬을 자신의 몸에 감으면서 남궁현을 집어 던져버린 것이었다. 남궁현의 허공에 뜬 순간 무극천의 신형이 그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남궁현은 허공에서 자세를 바로 잡으려 드는 순간 무극천의 밀어차기가 남궁현을 밀어서 남궁세가 장원 너머로 날려버린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무극천은 허공답보의 수를 응용하여 앞으로 다시 한번 도약했다.


속절없이 날아가던 남궁현은 다시 한번 밀어차기에 당한 채 실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더니 몸을 돌려서 가볍게 착지했다. 무극천은 단 두 번의 공격으로 남궁현을 황산 꼭대기까지 날려버린 것이었다.


남궁현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무극천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푸른 신월의 검기에 휩쓸리려는 찰나 무극천은 오른팔을 한번 크게 휘둘러서 검기를 박살냈다. 그러나 충격을 완전히 감쇄하진 못 하였는지 바닥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무극천은 머리부터 떨어지는 몸을 돌려서 바닥에 착지하더니 다시 한번 황산의 꼭대기를 향해 도약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쏘아지는 무극천에 남궁현은 다시 한번 제왕검형으로 주위를 장악했다.


막대한 내공의 무게에 황산의 봉우리가 우르릉거리며 울부짖는 와중에 무극천은 허공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무지막지한 기파에 오히려 제왕검형이 뒤흔들렸고 그 틈새로 무극천은 다시 한번 허공을 걷어차며 황산의 봉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둘은 좁디 좁은 봉우리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섰다. 남궁현의 눈빛 아래에는 은은한 광기가 지하수처럼 흐른다. 그의 눈에 무극천은 북막의 투신으로 보였다. 20년 전의 패배는 아직도 그를 붙잡고 있었다.


무극천은 남궁현을 보면서 오히려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쯧, 중원 제일의 검수라고 자부하던 이는 어디 갔는가? 어리석은 망집에 빠진 정신을 내가 깨워주마.”


나지막한 말을 읊조리면서 무극천은 자세를 바로 잡는다. 그 순간 남궁현은 가볍게 도약하더니 일검을 내리친다. 무극천은 바위도 쪼개버릴 일격을 오른팔의 쇠사슬로 비껴내면서 왼손을 뻗더니 남궁현의 허리춤을 붙잡았다.


이내 솔각의 수로 바닥에 태질을 하려는 순간 남궁현은 붙잡힌 옷자락을 베어 위기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나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철추를 맞받아친 순간 자세가 흔들린다. 무극천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거푸 철추를 날렸다.


남궁현이 매섭게 날아오는 철추의 세례를 받아치다 못 해 뒤로 도약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무극천이 노리던 순간이었다. 그는 단전에서 내공을 있는대로 뽑아올리며 오른 다리에 집중했다. 마치 폭우에 불어난 격류처럼 소용돌이치는 내공이 눈에 보일 정도로 다리에 밀집했다.


무극천은 그대로 진각을 밟았다. 진각으로 퍼져나가는 내공이 퍼져나가면서 황산의 봉우리를 모조리 박살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토룡이 땅을 헤집는 것처럼 돌과 바위가 날카롭게 쪼개지면서 튀어나와 바닥을 가시밭으로 만들고, 흙이 비산하여 눈앞을 가린다.


착지할 바닥이 사라진 남궁현은 허공답보를 연거푸 밟으면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제왕검형의 진정한 요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히 주위를 압박하는 수준이 아닌 실체화된 검형의 범위는 마치 가을 하늘을 연상시키는 맑은 하늘빛을 띄었다.


남궁현의 내공이 얼마나 막대했던지 아래에 있는 이들은 순간적으로 하늘이 걷힌 것처럼 보일 수준이었다. 남궁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검을 아래로 향하며 낙하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가로 지르는 은빛의 검은 그야말로 한 줄기의 낙뢰였다.


쏟아지는 하늘과 은빛의 번개, 남궁세가 창궁무애검법의 오의 중에 오의 천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야말로 창궁, 왜 남궁세가가 자신의 검의 상징을 하늘로 삼은 것인지 이 모습을 보는 자들은 똑똑히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무극천은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쏟아지는 벼락이라니 너무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그러나 갈 길이 먼 그에게 하늘따위가 대수랴.


무극천의 내공이 오른팔에 집중되기 시작한다. 막대한 내공이 적쇄에 모이기 시작하고 이내 적쇄는 마치 달아오른 것처럼 벌겋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족한 것일까? 적쇄는 무극천의 내공을 더욱 흡수하면서 이내 떠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붉은 빛을 내뿜었다.


무극천은 적쇄에 눈길을 한번 주더니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곤 섰다. 이내 왼 다리가 앞으로 나아가며 굽어지고 오른 다리는 뒤를 향해 쭉 뻗는다. 그리고 한껏 허리를 돌려서 하늘을 향해 주먹질을 할 자세를 갖춘 무극천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진 활처럼 긴장되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하늘이 무극천을 덮었다. 새파란 제왕검형은 닿는 모든 것을 억압하고 짓눌렀으나 무극천은 그 안에서 오연하게 선 채로 당당하게 하늘을 받아냈다. 아니, 붉게 달아오른 그의 몸에 닿은 제왕검형은 속절없이 부서지며 흩어졌다.


그리고 그날 황산에는 해가 두 번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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