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 귀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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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돌
작품등록일 :
2024.07.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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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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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 (5)

DUMMY

무극천이 발출한 막대한 내공의 태양과 제왕검형이 맞닿았다. 일견 검형이 태양을 덮어버리려는 듯 둘러싸기 시작했으나, 처음 둘이 충돌한 부분에서 파탄이 일어난다. 말 그대로 검형을 갈아버리면서 태양이 하늘을 부숴버리기 시작했다.


이를 본 무극천은 내공을 갈무리했다. 단전이 순간 허해지는 것이 이런 수를 일곱 번만 더 썼다간 제압이 아니라 남궁현을 죽일 기세로 싸워야 할 판이었다.


자신의 검형이 속절없이 흩어지는 것을 본 남궁현의 머릿속에서는 과거의 악몽이 떠오른다. 수치스런 패배, 처박은 고개 위로 들리던 악적의 말이 생각난 것이다.


‘남궁의 검은 실로 천하제일을 다툴 만하나, 검형이 없는 검법은 패도에만 치우친 편협한 검이요. 검법이 없는 검형은 그저 상대의 발목을 붙잡는 추한 몸부림에 불과하군.’


남궁현의 얼굴이 노기로 부들부들 떨리면서 일그러졌다. 그가 떨어지는 자세를 바로잡자, 검에는 강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남궁현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쏟아지는 강기의 다발들이 한줄기의 표풍(飄風)이 되어 무극천을 덮쳤다. 무극천은 눈을 부릅뜨며 내공을 빠르게 순환시켰다. 피부 위로 물결치는 내공의 방벽이 흐르면서 강기의 쇄도를 받아 흘려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궁현이 일생일대의 힘을 끌어모아 쏘아낸 일격이다. 이내 무극천의 신형이 시퍼런 강기에 휩쓸리며 사라졌다. 이 모습을 본 남궁현은 광소를 터뜨렸다.


“그래! 이게 바로 남궁의 검이다! 하하하하하하!”


무극천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새파란 세상 속에서 온몸을 웅크렸다. 그럼에도 강기의 일격들이 몸 곳곳에 생채기를 내면서 지나갔다. 온 몸이 따끔거리고 쓰라리자 무극천은 웅그린 몸을 곧게 세우며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내 몸을 타고 흐르는 붉은 기운이 두 손 사이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둥글게 뭉쳐진 기운은 마치 물처럼 출렁거렸다. 무극천의 미간에 내 천(川)자가 새겨지자, 기운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회전하는 기운을 따라 남궁현의 내공까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기운이 걷히고 피투성이가 되긴 했으나 당당하게 서 있는 무극천을 본 남궁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무극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석(汐).”


남궁현은 다급하게 검을 땅에 박아 넣었으나 무지막지한 척력에 날아 가버렸다. 뭉쳐진 내공이 풀려나면서 주위를 휩쓸어버린 것이다.


날아가는 남궁현을 향해 무극천이 몸을 날린다. 순식간에 남궁현의 팔을 움켜쥔 무극천은 남궁현의 몸을 그대로 등으로 바다 바닥을 향해 메쳐버렸다.


거칠게 태질당한 몸뚱이가 바닥에 한번 튕기고 가라앉았다. 남궁현은 뱃속에서 올라오는 비릿하고 뜨거운 것을 입으로 내뱉었다. 기혈이 상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맑게 걷힌 황산의 하늘이 보였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던 먹구름들이 걷혔다.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허, 창천은 그저 무애(無涯), 끝이 없구나....”


파란 하늘을 눈에 담으며 남궁현은 까무룩 기절하고 말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무극천은 이제서야 긴장이 풀리는 듯 바닥에 주저앉았으나 황산의 봉우리가 내뱉는 비명에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내 바위가 쪼개지고 땅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무극천은 기절한 남궁현을 옆구리에 낀 채 달리기 시작했다.


***


“아... 아버지!”


파쇄 당하는 제왕검형을 보던 남궁검민은 대경실색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황산의 봉우리가 무너지는 것을 보자 화급히 장원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라지는 남궁검민을 본 장요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남궁세가 장원으로 오너라.


갑작스레 들려온 전음에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쉰 장요령은 터덜터덜 남궁검민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걸어가고 나니 웅장한 대문을 지키고 있는 한 사내와 마주 할 수 있었다.


“장요령 소협 맞소?”


가볍게 꺼낸 말만으로도 피부에 소름이 일어난다. 상대가 엄청난 고수임을 짐작한 요령은 부디 무극천이 이상한 일만은 안 저질렀길 빌었다.


“그렇습니다.”


“무 대협께서 기다리고 계시오.”


말을 마친 사내가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장요령은 그 뒤에 따라붙었다. 걸으면서 사내의 안색을 살피던 요령은 상대의 기분이 생각한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파악하곤 말을 꺼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존함이 어찌 되시는지요?”


“세우요. 남궁세우.”


사내의 이름을 드는 순간 요령은 머리에 망치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설마 남궁세가 최고수인 남궁삼우(南宮三雨)의 일원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그보다 더 놀라운건 이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지 상당한 세월이 흘렀다는 것이었다.


“남궁세우 선배님이셨군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세우는 장요령의 인사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걸음을 재촉했다. 어느새 남궁세가의 장원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요령은 갑자기 멈춰선 세우를 바라보았다.


“안에 계시니 들어가시오.”


말을 마친 세우는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갔다. 검은 어떨지 몰라도 사교성은 눈꼽 만큼도 없는 사람이라고 투덜거리면서 장요령은 산산조각이 난 정원을 지나서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 넓지 않은 단촐한 방 안에는 침상에 누운 노인을 검진하는 의원과 그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이 있었고 무극천은 한켠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왔느냐?”


팔을 온통 붕대로 싸맨 것을 보니 무극천 또한 부상을 피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요령은 침상에 누운 노인을 곁눈질로 살펴봤다.


“남궁가주다.”


“남궁가주요? 그 창천검 남궁현 말입니까?”


“그래, 머리에 좀 문제가 생긴 모양이더구나. 화경의 무인이 그 지경이 되니 제압하는데 고생 좀 했다.”


무극천이 팔을 쓸어내리며 말하자 요령은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대강 짐작했다.


“황산 봉우리를 날려버린 게 숙부님하고 남궁가주였군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무극천을 보면서 요령도 옆에 앉았다.


“그나저나 숙부님, 저를 그런 승냥이 떼에 던져놓고 가시다니요. 너무 하셨습니다.”


“금방 올 줄 알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더구나. 그래도 결과적으론 다 잘 되지 않았더냐?”


씩 웃는 무극천을 보면서 요령은 허탈한 미소를 마주 지었다. 무극천의 말이 맞았다. 사지 멀쩡하고 목숨이 붙어있으니 다 잘 된 것이다.


“남궁가에 만상검을 돌려주었으니 그래도 한몫은 단단히 잡겠군요. 앞으로 갈 길에 여비 걱정은 없겠습니다.”


“그게 쟤네 알거지야.”


“예?”


“남궁현 저 친구가 날뛰는 걸 막느라고 집안 관리를 못 했다지 뭐냐. 불쌍한 녀석들이야. 그래서 사례를 한다는 것은 거절했다.”


장요령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고광대실에 사는 놈들이 거지라고?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남궁세가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부자 놈들이 더 한다더니 세상물정 모르는 노인네 등쳐먹는 악한들 같으니라고.


그런 요령의 눈길을 느낀 것일까? 남궁현을 살피던 이들 중 하나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요령은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 마두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 온 거야?”


남궁검민은 눈을 부라리면서 말했다.


“대 남궁세가는 손님 대접을 이따위로 하냐?”


장요령이 이죽거리면서 맞받아치자, 검민은 눈이 뒤집힌 나머지 검을 뽑아들었다.


“민아! 지금 뭘 하는 것이냐!”


그것을 본 남궁천우가 기겁을 하며 호통을 쳤다. 남궁현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긴 하지만 만약에 깨어나서 이 광경을 봤다간 무슨 사단이 일어날지 몰랐다.


“아저씨, 남궁가에 마교 놈을 들여놓고 어떻게 참겠습니까. 한 번만 눈감아 주십시오.”


검민이 천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다가옴에도 요령은 당당하게 선 채 검민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오히려 당황한 건 검민이었다. 흙까지 뿌리면서 도망가던 놈이 대체 왜 저러는 것인지. 그런 검민의 눈에 들어온건 차를 들이키고 있는 무극천이었다.


“무 선배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러려무나.”


“저 마교놈이 진짜 조카 맞습니까?”


무극천은 요령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진짜 조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버려둘 순 없는 처지라. 자네가 좀 참게나.”


검민은 무극천의 대답에 별수 없이 검을 집어넣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그의 심정을 대변했다.


“무 대협, 대체 저 친구는 어떻게 만나서 데리고 다니시는 겁니까?”


그러자 의문이 생긴 천우가 물었다.


“항주에서 어쩌다 만났지. 좀 싹이 누렇길래 갱생이나 시킬 겸 데리고 다니는 중이다. 근데 이 녀석이 머리가 꽤 괜찮지 뭐냐. 이번에 남궁세가로 날 보낸 것도 다 이 아이가 그런 것이야.”


무극천의 대답을 듣던 천우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장요령을 바라보았다.


“장 소협이 무 대협을 보내 준 것 때문에 본가가 큰 환난을 피할 수 있었소.”


“아닙니다. 저나 숙부님도 어쩌다 보니 일이 이렇게 된 것이라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그저 우연으로 한 것이니 어....”


“남궁천우입니다.”


“천우 선배님께선 마음에 담지 마십시오.”


공손하게 대하는 장요령을 보며 천우는 마교치곤 나쁘지 않은 청년이라 생각했고, 검민은 가증스러운 듯 가자미눈으로 흘겨보았다.


“인사는 그쯤 하지요. 앞으로 일어날 일이 문제니까요.”


차마 요령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었던 검민이 화제를 돌렸다.


“그래 네 말이 맞구나. 황산현에서 남궁연이 죽었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아주 현명하신 장요령 소협께서 벌인 일이지요.”


요령은 황당해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보아하니 남궁가에서 뛰쳐나간 놈 같던데요.”


“남궁연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 뒤에 있는 놈이지. 남궁연의 윗대가리가 그 백노경이란 말이다.”


검민은 이름을 담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가 없는지 몸서리를 쳤다.


“본 가를 갉아먹으려고 아주 눈이 뒤집힌 놈이니 아주 단단히 작정을 하고 나올 것이 분명하겠지.”


“만상검이 있으니 백노경도 함부로 움직일 순 없지 않겠느냐?”


천우의 지적에 검민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런 사단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만상검의 권위로 찍어 누를 수 있었을 겁니다. 문제는 황산현에서 휘상련의 떨거지들이 대거 죽어 나갔다는 것이죠. 만상검은 오랜 세월 동안 분실되어 있었기에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겁니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느냐?”


천우의 말에 검민은 턱을 매만지면서 고민에 빠졌다. 그때 무극천이 말했다.


“간단한 것 아니겠는가? 무림인답게 나서면 될 일이지.”


“무림인답게요?”


“휘상들이 남궁세가를 우두머리로 세운 것은 강력한 무력을 바탕으로 위험한 상행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지?”


“맞습니다. 숙부님.”


“만상검을 분실하면서 남궁의 힘에 대한 의문이 생겨서 상황이 여기까지 왔다면 그 믿음을 다시 심어주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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