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 귀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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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돌
작품등록일 :
2024.07.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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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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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북 (10)

DUMMY

쇄도하는 검을 장요령은 검으로 받음과 동시에 팔을 높게 쳐들었다. 맞닿은 검면이 서로를 긁으면서 미끄러지더니 이내 코등이와 부딪혔고 얽혀 쉽사리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요령의 손이 훅 들어와 검을 쥐고 있던 진성의 손을 단단히 움켜잡았다.


진성은 손을 빼기 위해 용을 썼으나 무쇠로 된 족쇄처럼 조여드는 장요령의 손아귀를 빠져나갈 순 없었다. 이내 그는 손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자신의 복부를 향해 쇄도하는 무릎을 본 것이다.


진성은 다급하게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지만 불편한 자세에서 힘이 제대로 들어갈 리 없었고, 각법으로 단련된 요령의 공격은 쉬이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억!”


허벅지를 강타하는 둔중한 고통과 저릿저릿한 느낌에 진성은 자연스레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요령은 그런 진성의 몸이 고통에 대번 뻣뻣해지는 것을 보자마자 다리를 내려 쓸어버리듯 낮게 후려쳤다.


미처 한쪽 다리를 딛지 못한 진성의 나머지 다리가 허공에 뜨고 요령은 진성의 손목을 비틀었다. 바닥을 나뒹구는 목검의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검수가 검을 놓쳤다. 그것만으로도 승패는 갈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요령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붙잡혀 있던 진성을 놔주었다. 진성은 바닥에 나동그라진 자신의 검을 잠시간 바라보더니 장요령을 향해 포권한 후 아래로 내려갔다. 장요령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내쉬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제법 길어질 것 같았다.


“좀 쉬었다가 하겠느냐?”


“아니요. 날이 짧은데 서둘러야죠.”


비무대 아래로 다가온 무극천은 장요령의 말을 듣더니 안심해도 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도전자가 올라왔다.


“무당의 진명이오.”


“복주의 장요령.”


진명은 이전의 진성이 보였던 기수식을 그대로 취하더니 이번에는 먼저 장요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요령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목검을 몸을 한 바퀴 돌려 피하면서 횡으로 목검을 휘둘렀다.


진명은 옆구리를 향해 들어오는 검을 받아 누름과 동시에 튕기며 장요령의 목을 향해 쏘아냈다. 고개를 옆으로 젖혀서 피한 장요령은 이미 상대가 멀찍히 물러난 것을 보았다.


이후의 공방은 비슷했다. 진명이 몇 번 선공에 나서다가 너무 가까워 진다 싶으면 거리를 벌리는 식으로 말이다. 이전의 진성이 붙잡혀 패배하는 것을 보고 아예 몸이 붙을 여지를 주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연거푸 치고 빠지는 진명의 공격에 상당한 성가심을 느꼈다. 그렇게 잠깐의 술래잡기를 반복하더니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뒤로 빠지는 요령을 향해 진명이 돌격했다.


‘이놈 설마?’


방금은 일부러 뒤로 물러난 것이다. 진명의 호흡도 제법 거칠어진 것을 보곤 상대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요령의 예상을 벗어난 공격에 그는 상대의 의도를 파악했다.


자신이 지는 한이 있더라도 장요령의 진기를 고갈시키기 위함이었다. 요령은 진명의 검을 연거푸 막아내며 다음으로 올라올 자를 살펴봤다. 제법 날카로운 기세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 자였다. 여기서 더 끌린다면 진짜 곤란해질 것 같았다.


요령은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갔다. 가까워지는 상대의 모습에 진명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요령이 노리던 것이었음을 그는 몰랐을 것이다.


요령은 뒷발을 박차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발의 장심으로 모이는 내공이 폭발하며 그의 돌격을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만들었다. 상상했던 것 그 이상으로 날아 들어오는 요령에 진명은 대경실색하며 검을 들어올렸다.


그 모습을 본 요령의 입가에 미소가 맴돈다. 돌격하는 자세에서 몸을 한 바퀴 돌려 맹렬한 회각을 진명의 목검에 적중시키자 그 위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뚝 부러져 버린 것이다. 요령은 내친 김에 뻗은 발을 진명이 쥐고 있는 목검의 반토막에 걸어 몸을 띄웠다.


그리고 동시에 반대편 발로 진명의 얼굴을 찍어버렸다. 그 일련의 공격이 얼마나 재빨랐는지 진명은 미처 방어하지도 못 한 채 일격을 허용했고,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허!”


현각은 그 모습이 그야말로 기가 막힌 나머지 탄식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순서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이 장요령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이었기에 패배는 감수했지만, 아직 검술을 미처 끌어내지도 못한 것이다.


“진일, 무슨 수를 쓰던 간에 상대의 검술을 끌어내거라. 알겠느냐? 이기라는 부담은 주지 않겠다. 상대의 실력을 끌어내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말이다.”


“예, 장로님.”


진일과 현각이 대화를 나눌때 범여가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자, 이번엔 좀 쉬었다가 가지. 삼 대 일인데 숨 돌릴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어? 아니면 계속할텐가?”


“쉬었다가 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제법 성가신 싸움을 끝낸 터라 장요령 입장에선 갈증에 물 한 바가지를 받은 기분이었다. 비무대에서 내려온 장요령은 자신의 옷이 축축하게 젖었음을 깨달았다. 옷이 이렇게 되는지도 모르고 집중했던 모양이다.


“받아.”


때마침 심윤영이 물통을 던져주자 그것을 받은 장요령은 단숨에 한통을 다 마셔버렸다.


“생각보다 근기가 있는데?”


“생각보다?”


“그런데 다음으로 올라오는 녀석 상대론 지금처럼은 힘들겠다.”


“다음 놈이 누군데?”


“진일, 진자배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검수야. 지금까지 나온 녀석들은 태극검은 언감생심이고 검이나 제대로 휘젓지도 못하는 녀석들이지만 진일은 좀 다르지.”


장요령은 심윤영의 말에 다시 한번 진일을 바라봤다. 확실히 정돈된 기도가 이전의 상대들하고는 차원이 달라보이긴 했다. 아무래도 지금처럼 박투와 검을 섞은 어중간한 방식으론 넘어가기 힘들 성 싶었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놈인데.”


“그러다가 대가리 깨지지나 말아.”


“말 좀 예쁘게 할 것이지 못 배워먹은 년처럼 대가리가 뭐냐, 대가리가.”


“골통 갈라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해주리?”


“됐다. 어린애랑 이야기해서 뭘 하겠냐.”


심윤영은 나이 차도 얼마 안 나보이면서 어린애라고 업신여기는 요령의 태도에 기가 찼다. 한 마디 쏘아 붙여줄까 했지만 마지막 말을 남겨놓고 이미 요령은 비무대에 올라가 있었다.


“진일이다.”


“장요령.”


진일은 검을 몸의 중간어림에서 장요령에게 겨누었다. 정석적이고 견실한 자세였다. 상대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나 장요령은 오늘을 더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검의 시작은 둔(鈍)으로, 중간은 예(銳), 마지막은 쾌(快)! 전날 연습했던 초식이 펼쳐진다. 순식간에 다섯 가닥으로 날아 들어오는 목검의 줄기에 진일의 검이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발 늦은 후였다.


진일의 검이 세 가닥의 일격을 막아내었으나 나머지 두 줄기가 검을 후리고 손목을 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순식간에 진일의 손아귀를 빠져나간 목검이 허공을 가르더니 비무대 바깥으로 떨어졌다.


“뭐.... 뭐냐?”


“좀 치는 놈이라길래 나도 한번 보여줘 봤다.”


오화설영(五火焫靈), 다섯가닥의 화염이 영혼을 불사른다는 뜻의 이름처럼 요령의 일초는 진일의 넋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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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북 (10) 24.08.28 72 0 8쪽
20 호북 (9) 24.08.27 69 0 11쪽
19 호북 (8) 24.08.26 72 0 11쪽
18 호북 (7) 24.08.26 73 0 11쪽
17 호북 (6) 24.08.21 7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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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호북 (4) 24.08.19 82 0 11쪽
14 호북 (3) 24.08.16 88 0 11쪽
13 호북 (2) 24.08.14 80 0 11쪽
12 호북 (1) 24.08.13 87 0 11쪽
11 안휘 (8) 24.08.12 92 0 11쪽
10 안휘 (7) 24.08.08 104 0 11쪽
9 안휘 (6) 24.08.07 105 0 11쪽
8 안휘 (5) 24.08.06 114 0 11쪽
7 안휘 (4) 24.08.06 120 0 11쪽
6 안휘 (3) 24.07.17 150 0 11쪽
5 안휘 (2) 24.07.17 170 0 12쪽
4 안휘 (1) 24.07.16 2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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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항주 (2) 24.07.15 321 0 11쪽
1 항주 (1) 24.07.15 46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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