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 귀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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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돌
작품등록일 :
2024.07.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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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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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 (6)

DUMMY

공초량은 아침 댓바람부터 끌려 나온 것이 몹시 불쾌했다. 받아 처먹는 놈들은 대 윗대가리들인데 정작 뒷정리하는 것은 자신이니 마음이 편할래야 편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더불어 뒤에서 따라오는 돼지 떼는 덤이고.


휘상련의 상인들은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 발을 질질 끌면서 공초량을 따라오고 있었다. 푸들푸들하게 살찐 뺨과 턱 위로 기름기 번들번들한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본 공초량은 괜히 뒤를 돌아봤다고 투덜거리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여보게, 공 포쾌. 얼마나 남은 것인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조금 만들 힘내십쇼.”


“아니, 그 이야기는 방금도 하지 않았나.”


“진짜 얼마 안 남았습니다.”


저럴 것이면 그냥 아래서 기다리기나 할 것이지. 속으로 한껏 욕을 퍼붓는 공초량이었지만 저들이 따라온 이유는 알고 있었다. 남궁세가를 찢어먹는 자리에 없으면 개뼈다귀나 받아먹을 것이 뻔하니 저러는 것이리라.


그렇게 진짜로 얼마 지나지 않아 공초량 일행은 남궁세가의 대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문 앞에는 그들이 오는 것을 미리 알기라도 했던 것처럼 남궁검민이 서 있었다.


“아침부터 손님들이 많구려.”


“포쾌 공초량이오. 황산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조사를 위해 왔소.”


“황산현? 거기서 죽은 사람들 다 휘상련 사람들 아닌가?”


“그중에 남궁연이 있어서 그렇소이다.”


“그 작자는 본 가를 떠난 사람이오.”


“떠나면서 무공 비급도 털어갔지. 남궁세가에서 죽일 이유가 차고 넘치지 않소?”


검민은 공초량의 말에 실소를 지었다. 그리고 상대의 표정을 읽었다. 공초량의 얼굴은 지극히 일하기 싫은 관원의 표상 그 자체였다.


“그런 황당한 음해를 한 자가 누구요?”


“백가상단의 상단주께서 직접 고변하신 것이오.”

검민의 시선이 상인들의 제일 끝에 머물렀다. 다른 이들하고는 다르게 호리호리한 체구의 백노경이 뒷짐을 쥔 채 서 있었다.


“본 가는 그 사건과 무관하오. 남궁연과 휘상련 사람들을 죽인 것은 마교도가 저지른 일이었소.”


“마교?”


“궁지에 몰리니 남궁가도 황당한 핑계를 대는구려.”


그때 백노경이 사람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와 말했다.


“황당한 핑계? 황당한 건 백가상단 아닌가. 남궁연 그자가 본 가와 악연이 있다는 것을 빌미로 음모를 꾸미는 것을 모를 것 같나?”


“그런 것을 황당한 음해라고 말한 것이오. 남궁연이 우리 상단을 위해 해준 것이 얼마이며 휘상련 전체를 위해 견마지로의 자세로 뛴 공신이거늘. 그의 넋을 달래기 위해 온 우리에게 황당한 음해이니, 음모이니 따지는 건 어불성설 아닌가.”


백노경의 말에 뒤따라온 상인들의 맞장구가 어우러졌다.


“그리고 이상하지 않소? 사람이 살해당하면 원한 관계가 있는 자들을 먼저 조사하는 것이 상식이거늘. 왜 남궁가는 조사를 거부 하는 거요. 뭔가 꺼리는게 있다는 것 아니오?”


“뒤가 구린 것은 백가상단이 더하지 않소? 내가 듣기로 남궁연이 남궁의 절기를 가져다 바쳤는데도 받은 건 심부름꾼이었다지? 내부의 불만분자를 솎아내면서 겸사겸사 남궁세가까지 홀라당 잡아 먹으려는 속셈을 모를 것 같으냐!”


백노경은 검민의 힐난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잡아먹는다? 지나가 버린 과거에 기대어 썩어가는 남궁 따위 무슨 구미가 당기겠느냐. 애송아. 남궁은 만상검을 잃어버린 날 죽은 것이다. 그러니 되지 않은 복수에 가문의 내력을 탕진한 것이겠지. 비켜라. 남궁연의 핏값은 네놈이 아닌 네 아비에게 받아낼 것이다.”


그 순간 남궁검민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만상검을 잃어버렸다고 했느냐?”


검민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은색의 검을 뽑아들어 백노경을 겨누었다. 백노경은 안색하나 변하지 않으며 말했다.


“이제 남궁에게 남은 것은 하오배들이나 할 법한 협박뿐이로군?”


“아니, 잘 봐라. 이게 무슨 검인지 모르겠느냐? 백노경, 그러고도 네놈이 휘상이냐!”


검민은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검신에 새겨진 수많은 상단의 이름들이 지켜보는 이들의 눈 속으로 스며들었다.


“마.... 만상검? 그럴... 그럴 리가 없다!”


백노경이 당황을 넘어서 경악에 질린 채 말을 더듬었다.


“보아라!”


사람들의 시선이 검민의 손끝을 따라 움직인다. 그 종착지는 무너져 버린 황산의 봉우리였다.


“과거 북막의 악적이 앗아간 만상검을 멸야차 무극천 대협이 되찾아 본 가에 반납하고자 찾아왔으나 남궁의 가세가 기울었음에 돌아서려던 것을 우리는 도전하여 쟁취해 냈다. 그 증거가 저 사라진 황산의 봉우리다!”


“거짓말! 어디서 거짓부렁을! 가짜로 우릴 속이려 드는 것을 모를 줄 아는가. 무극천이 진짜 돌아왔다고 한들 남궁에는 그와 대적할 자가 없지 않느냐? 네놈 아비도 자리보전한 지 오래일 텐데!”


그 순간 남궁세가의 장원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하늘이 무너져 내리듯 휘상련의 상인들을 짓누르는 힘에 그들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고, 고개를 조아린 채 바닥을 향해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과거의 남궁이 어떤 가문이었던가? 그들의 하늘 아래에서 휘상들은 거리낄 것 없이 전 중원을 향해 공격적인 상행에 나설 수 있었다. 남궁이 가졌던 힘, 그것을 오랜만에 체감하게 된 상인들은 자신들이 물어뜯으려는 상대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나.... 나는 대 남궁세가의 하늘 아래 서겠소이다!”


상인들 사이에서 외침이 들려오자 검민은 만상검으로 말한 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대는 누구인가? 나와서 이름을 밝혀라.”


“만금전장의 장주 노우백입니다.”


“노우백, 너는 진정으로 남궁세가와 함께하길 바라는 것인가? 그간 너가 다른 시정잡배들과 어울려 본 가에게 끼친 악행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그렇습니다! 그간 제가 저지른 모든 잘못은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검민은 노우백을 바라보더니 검을 집어넣고 포권했다.


“그렇다면 노 장주, 그대를 환영하겠소. 그러나 이는 용서가 아닌 유예임을 잊지마시오. 그대가 만약 한번 더 남궁을 기만한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만금으로도 갚지 못할 것임을 명심하시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자 상인들이 앞다투어 노우백의 뒤를 잇기 시작했다.


“천하상단의 성유광입니다.”


“쾌풍표국의 사공원입니다!”


“대룡상단의 섭부형이오!”


몰려드는 상인들에게 하나하나 포권을 하던 남궁검민의 눈길이 백노경에게 머물렀다. 백노경은 이를 드러내면서 그를 노려보았다. 몸을 홱 돌리더니 왔던 길을 되돌아 가버렸다.


“뭐, 사건은 종결된 듯 하구먼.”


공초량은 떠나는 백노경을 보면서 말했다.


“그렇지 않소이다. 공 포쾌.”


“무슨 소리요?”


“말했지 않소. 황산현에 있었던 참사는 마교도의 짓이라고. 몇일 후에 내가 직접 출두하여 범인의 외모를 설명드릴 것이오.”


공초량은 검민의 말에 입맛을 다셨다. 성가신 일에 엮인 듯 싶어 마음이 영 불편했던 탓이다.




“이런 빌어먹을!”


백노경의 외침과 함께 객잔에 있던 주전자며, 온갖 집기들이 허공을 수놓았다. 괜시리 엉뚱한 곳에 화를 풀던 백노경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씩씩거리며 더 부술 것이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를 바라보던 곡전풍은 조심스레 부수기 쉬워 보이는 물건 앞으로 움직이며 말했다.


“상단주님, 너무 열을 내시면 건강에 해롭습니다.”


“건강? 건강! 지금 그딴 걸 따질 때냐! 개 같은 남궁의 애송이가 감히 날 물 먹여?”


이를 바득바득 갈던 백노경은 얼굴을 한번 감싸 쥐었다. 어깨가 크게 들썩거리더니 좀 진정이 된 듯 광망이 아른거리던 눈빛에 냉정함이 어렸다.


“안 되겠다. 아무래도 본가에 이를 보고해야겠어.”


그 말에 깜짝 놀란 곡전풍이 주위를 살피더니 말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실패에 대한 징계가 있겠지만 이건 그냥 넘어갈 사건이 아니다. 멸야차가 진짜로 돌아왔다면 본 가의 전력이 직접 나서야 할 일이야. 더불어 그가 진짜로 만상검을 남궁세가에 전달했다면 투신이 가져갔던 모든 문파의 신물을 지니고 있다는 소리겠지.”


“남궁세가에서 가짜 만상검을 만든 것 아닐까요?”


“만상검이야 새로 만든다 하지만 그때 펼쳐진 것은 분명 제왕검형이었다. 남궁세가의 절기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남궁가주가 정신을 차렸다는 의미겠지. 그렇다면 우리만으론 대응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멸야차에 대한 조사와 남궁세가 공작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겠습니다.”


백노경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생각난 듯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현재 대공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도록. 보고가 들어온지 너무 오래 된거 같으니.”




상인들이 돌아가고 장원 안으로 돌아온 검민은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천우에게 다가갔다.


“성공했습니다.”


“어우, 이거 두 번만 더하면 죽겠다.”


천우 뿐만 아니라 남궁세우, 남궁만우 둘 모두 가쁜 숨을 내쉬면서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들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아니, 가주님은 이걸 어떻게 하는 거지?”


천우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저 멀리 가주전으로 통하는 계단에 앉아서 검을 품에 안은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남궁현을 바라보았다.


이전처럼 주위에 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부수는 일은 사라졌지만 완전히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하늘만 바라보는 그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조금만 정신이 더 돌아오셨다면 이런 연극은 필요도 없었을 것을.”


“시간이 약이겠지요.”


천우의 말에 검민이 씁쓸하게 말했다.


“일은 잘 처리 되었는가?”


무극천이 나오면서 물었다.


“무 선배님의 혜안 덕에 본 가가 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무극천은 검민이 크게 조아리면서 말하자 별일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어려운 일을 겪은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감사받을 일이 아닐세. 그나저나 하나 부탁할 것이 있는데.”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본 가의 총력을 기울여서라도 은혜를 갚겠습니다.”


“검민아,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천우가 옆에서 은근하게 말리자 무극천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천우 말이 맞다.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그때 장요령이 허둥지둥 걸어 나오면서 무극천과 남궁검민을 번갈아 보았다.


“숙부님, 혹시 또 거절하신 것은 아니시지요?”


“응?”


“아니 전번에 남궁가에서 보답을 거절하셨잖습니까. 이번엔 안 됩니다. 안 돼요. 확실하게 받을건 받고 넘어가야 한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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