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 귀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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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돌
작품등록일 :
2024.07.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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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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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북 (3)

DUMMY

“무림맹 차원에서 나온 조사라면 어쩔 수 없지. 이만 가보겠소.”


현성은 순순히 물러났다. 제갈흠과 다퉈서 좋을 것이 없을뿐더러 더 급한 일이 있었으니. 그렇게 계곡을 빠져나온 그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하니 분명 흔적이 남았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퀴자국을 찾았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만 간다면 성가신 다른 장로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무당파의 실권을 쥘 수 있게 되리라.


“남쪽으로 향한건가? 서둘러 쫒아라. 얼마 되지 않았으니 금방 붙잡을 수 있을 것이야.”


흔적을 확인한 현성은 경공으로 내달려가며 말했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마차의 흔적이 갑자기 어지러워졌다. 두 대가 서로 얽혔다가 풀어진 것처럼 뒤섞여 버린 것이다.


“이게 무슨...?”


하나는 서쪽으로, 하나는 남쪽으로 이어진다. 어느 쪽이든 틀린 방향은 아니었다. 남쪽으로 가면 무한의 뱃길을 통하여 의창에서 내려 무당산에 접근할 수 있다. 이대로 서쪽으로 쭉 향하다가 북서로 움직여도 마찬가지다.


율승의 보고대로라면 일행 중 한명은 정신이 온전치 않은 고수다. 만약 그런 자가 날뛴다면 무한은 말 그대로 사지가 될 것이 뻔하다. 그렇게 생각한 현성은 서쪽으로 움직였다. 그 뒤를 따라가는 무당 제자들의 하얀 도복이 휘날렸다.


한참을 가던 그들은 다시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흔적들이 뒤얽힌 것이다.


“허.”


전말을 알아 챈 현성은 헛웃음을 흘렸다.


“장로님?”


“당했구나, 제대로 당했어.”


분명 제갈세가가 벌인 일이 분명했다. 이전까지 무당의 분쟁에 나서지 않던 이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걸 보면 분명 무림맹의 총군사가 움직인 것이 분명하리라. 자신도 알게 된 남궁세가의 소식을 무림맹이 모를리가 없으니.


“모두 균현 쪽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장로님, 균현에 함부로 접근하는 것은 장문인께서 금하지 않았습니까?”


율승이 물었다.


“균현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 지금은 비상사태이니 이번 일이 잘 끝난다면 장문께서도 아무 말 못할 것이다. 그러니 서둘러 움직여라!”


---


때늦은 손님에 효감현의 유일한 객잔이 분주해졌다. 주인은 소면 세 그릇을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하품을 쩍쩍하며 들어갔다.


“그나저나 호북으로 들어오자마자 이런 소란에 휘말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나 말이다. 천우가 조심하라는 말이 이런 의민 줄 알았다면 그냥 마차랑 말을 들고 산을 탈걸 그랬구나.”


“뭘 들고요?”


“마차랑 말 말이다. 내가 젊었을 적엔 천라지망을 제법 겪었거든. 그땐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마차에 말을 태우고 그걸 등에 진 채 포위망을 넘었단다. 그땐 참 짜릿한 시절이었지.”


“그땐 참 경악했지요.”


장요령이 뒤를 돌아보자 제갈흠이 거지 한 명과 여 도관과 함께 객잔을 들어오고 있었다.


“분명 마차를 타고 움직였는데 갑자기 흔적이 뚝 끊겨서 다들 당황했지요. 그 의문이 드디어 풀리는군요.”


“결과적으론 날 다시 몰아넣지 않았나?”


“결과적으론 결국 다 때려 부수고 나가지 않으셨습니까. 그때의 치욕은 제갈세가에 다신 없을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상대의 무위를 가늠하지 못한 천라지망이라니. 하수도 그런 하수가 없었으니까요.”


제갈흠은 빙그레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이쪽은 곤륜의 대제자 심윤영입니다. 다른 쪽은 개방의 후개 소홍기고요.”


“강호의 선배님을 뵙습니다.”


둘이 동시에 인사를 건네자 무극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둘은?”


“무 대협께서 안전하게 무당산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울 이들입니다.”


심윤영은 그럭저럭 예쁘장하게 생긴 외모였는데 제갈흠과 무극천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남궁현에게 다가가서 이리저리 뜯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검에 손이 가려는 것을 장요령이 붙잡았다.


“만지지 마라. 책임 못 진다.”


“책임? 그럼 검만 안 만지면 날 책임져 주려고?”


“아니, 여자가 갑자기 무슨...”


황당한 답에 장요령이 말문이 막히자 심윤영은 배시시 웃더니 다시 남궁현에게 집중했다. 경고대로 검 쪽은 얼씬도 하지 않은 채 손가락으로 남궁현의 몸 이곳저곳을 눌러보았다.


“심 도장, 뭔가 알아낸 것은 있는가?”


“아니요. 가주님, 타통지(打通指)를 써봤지만 내공이 너무 심후해서 도저히 퍼지질 않네요. 살면서 이런 분은 처음 봐요. 대체 경지가 얼마나 되시는 거죠?”


“화경이네.”


무극천의 말에 장요령을 제외한 모두가 놀라움을 표했다.


“안타깝군요. 혹시나 했지만 차도가 없다니.”


“아무래도 몸에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심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심마(心魔)라도 들었단 이야긴가?”


“아니요. 심마에 드셨다면 오히려 내공에 이상이 오셨을 텐데. 살짝 느끼기론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거든요. 어떤 사건때문에 내부로 정신이 침잠하신 것이 아닌가 의심되네요.”


“산봉우리가 무너질 정도로 맞으면 정신이 숨어버릴만 하지.“


장요령이 그때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산봉우리요?“


”아니, 그런게 있어.“


장요령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더니 소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 지금까지 말을 꺼내지 않던 소홍기가 무극천에게 다가갔다.


”무 선배님, 저희 방주님께서 물건을 받아오라고 하시던데. 혹시 짐작 가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음.... 개방이라....“


무극천은 품을 뒤적이자 소홍기가 공손하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에 놓인 건 철전 세 개였다.


”철전?“


”아니, 그런 걸 왜 받아오라는 거에요?“


제갈흠과 심윤영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허, 그런 거라니. 거지에겐 무엇보다도 중요한거요.“


심윤영의 말에 소홍기가 인상을 쓰면서 받아쳤다.


”자고로 거지라 함은 남에게 빌어먹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자들이오. 그렇기에 동냥질한 것들은 거지들에겐 최고의 보물이자 존재의 가치인 셈이지. 이 철전 세 개는 우리 사부님께서 투신에게 얻어 터지고 빼앗긴 보물이란 말이오!“


”아니, 그래도 타구봉같은 걸 가져가지 왜 철전을 가져갔대요?“


”거지새끼 물건이라 지저분하고 부정 탈까바 돈만 뜯고 갔다더구나.“


무극천의 대답에 모두들 소홍기를 바라보았다. 기름에 절은 떡진 머리에, 언제 씻었는 지 모를 때가 새까맣게 앉은 얼굴, 그리고 흙투성이에 음식 흘린 자국이 낭자한 옷까지. 다들 그럴만 하다고 생각했다.


”하긴 개방 방주 주머니 사정이 어려우니 이해가 되는군.“


제갈흠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그 말에 국수를 먹고 있던 장요령이 물었다.


”천하의 개방 방주가 거지라구요? 아니, 거지가 맞긴한데. 에.... 그 뭐냐. 아무튼 호주머니 사정이 어렵다니 이해가 잘 되지 않는군요.“


”개방의 체계는 뭇 문파들과 차이가 상당하지. 소 소협, 이야기 해도 괜찮겠나?“


”물론입니다. 제갈 가주님. 특별히 비밀도 아닌데요. 그나저나 저 소협도 독특하군요. 개방 이야기라면 어지간한 무인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드물텐데요.“


”복주 구석탱이에서 살다가 나와서 그렇소.“


”내 조카라네.“


무극천의 말에 소홍기는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흠은 목을 가다듬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아무튼 소 소협이 허락했으니 설명해 주자면 개방은 각 지방의 단두들이 창고를 열고 닫을 권한을 가지고 있네. 그들은 휘하의 개방도들이 구걸해 온 것들을 창고에 넣고 공평하게 분배하지.


이는 단두의 고유한 권한이라 방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네. 개방의 방주는 개방도 중에서도 가장 강한 자가 차지하는 것이 관례이고. 그런 무력을 바탕으로 단두들의 비행을 막고 공평무사한 개방도의 율법을 수호하는 것이 방주인게야.


요컨대 금력과 무력이 서로 견제하는 관계라고 할까? 단두에게 잘못 찍히면 그 동네에선 개방의 방주라도 밥 빌어먹는 것은 불가능하지. 물론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만 말이네.“


-정파 무림의 상식은 좀 익혀두시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날아든 제갈흠의 전음에 장요령의 뒷목이 뻣뻣해졌다.


-자네 정체에 대해선 알고 있네. 거대 문파의 장문이나 세가의 가주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 모두 무극천이 자네를 보증하니 신경 쓰지 않겠지만 곡절을 모르는 다른 이들은 마교 출신인 것을 알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어쨌든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지만, 이제 무당산으로 가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요.“


”그냥 만나는 놈들을 전부 기절시키고 가면 안 되겠는가?“


”무림맹에서는 무당파의 전력이 온존히 보존되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로들이 나나선다면 피를 안 보고 지나가긴 어려울 겁니다. 그만큼 장문령패에 눈이 돌아갈 상황이니까요. 제자들에게 자살 돌격을 시켜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대체 저들은 무슨 이유로 저러는 건가? 아무리 장문령패가 없다지만 저러는 것은 좀 이상한데.“


”그것은 저보단 범여 장문께 직접 듣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설명드리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거든요.“


”알겠네. 그러면 그 작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게.“


---


”이제 균현까지 이틀이면 닿을거예요.“


”고생했네, 심 도장.“


심윤영의 얼굴은 새까맣게 타 있었다. 효감현에서 이곳까지 마차를 모느라 뙤약볕에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왜 여기서 멈추라고 하신거에요?“


”조카에게 좀 가르칠 게 있거든.“


”예?“


”너, 황산에서 도망 다니느라고 정신없었다고 들었다.“


”아니, 그건 상대가 안 좋아서 별 수 없었던 겁니다. 결과적으론 아무 일도 없었잖습니까.“


”만약 남궁가 아이들이 작정하고 널 쫒아왔다면 죽는 것은 너였을거다.“


”에이, 제가 얼마나 날랜데요. 그런 둔탱이들은 아무리 몰려와도 절 못 잡습니다.“


그 말에 무극천이 피식 웃었다.


”남궁세가의 무공 특징이 뭔지는 아느냐?“


”검이 좀 묵직하긴 했습니다.“


”그래 남궁의 검법은 중검과 강검을 넘어선 패검에 묵직함이 자랑이지. 그리고 그를 받쳐주는 것이 고유한 심법이다. 남궁의 무인들은 심법 덕분에 타 무인들보다 몇 배는 많은 내공량을 특기로 한다. 무인들이 왜 내공을 발출하는 공격을 피하는지는 아느냐?“


”그것도 모르겠습니까. 내공을 발출하는 공격은 물리력이 부족하기에 위력이 떨어지지요. 그래서 고수들간에 싸움에서는 검기를 날리거나 장환을 날리는 건 자살행위지 않습니까?“


”그래, 다만 강호의 문파 중엔 드물게 심법의 독특함 덕에 내공만을 쓰는 공격을 장기로 삼는 문파들이 있지. 그중 하나가 남궁세가다. 그들의 비연검은 3장 밖에서도 위력이 전혀 줄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제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겠느냐?“


그 말에 곰곰히 생각하던 장요령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남궁검민이 시간만 충분했다면 자신을 토막치고도 남았으리라는 것을.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합니까?“


”강해져야겠지. 내가 너에게 검법을 하나 전수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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