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 귀가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손돌
작품등록일 :
2024.07.15 16:39
최근연재일 :
2024.09.02 21:1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152
추천수 :
0
글자수 :
119,146

작성
24.08.14 21:31
조회
80
추천
0
글자
11쪽

호북 (2)

DUMMY

피와 내장을 흩뿌리며 날아가는 시체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고 싶었으나 얼어붙은 몸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검을 뽑아든 남궁현의 기세에 마치 호랑이 앞의 사슴처럼 굳어버린 것이었다.


이는 무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사제가 처참하게 도륙당하는 것을 본 무당파의 제자들은 검을 뽑아드려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굳어버린 것이다.


“자, 어르신. 어르신은 착한 분 맞지요? 진정합시다. 진정이요.”


장요령은 바닥에 나동그라진 칼집을 줍더니 살살 달래면서 천천히 남궁현에게 다가갔다. 검을 집어넣기만 하면 남궁현도 진정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서.


그러나 그의 기대는 무참하게 깨어질 운명이었나 보다. 남궁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자는 모조리 베어버릴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검이 요령에게 닿기 직전 무극천이 날래게 움직이더니 검지와 중지로 칼날 밑동을 붙잡았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장요령은 검을 납검 하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남궁현은 방금 뿜어낸 살기는 어디 갔는지 다시 무력한 노인이 되어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훔친 장요령은 다리가 풀려 버렸는지 남궁현 옆으로 쓰러졌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압도적인 살기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무당파 사이에서 유일하게 율승만이 정신을 붙잡고 소리쳤다.


“아니, 우린 경고했잖아. 매병걸려서 오락가락 한다고. 그걸 무시하고 이 사단을 낸 건 무당파면서 왜 우리한테 화를 내는 건데?”


장요령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입 닥쳐라, 감히 무당파의 제자를 해하다니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율승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 들어오자 무극천이 앞으로 나섰다. 율승은 순간적으로 눈 앞에 벽이 나타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만큼 무극천의 움직임은 눈으로 읽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율승은 이를 악물며 손을 뻗어 무극천의 가슴께를 뻗었다. 이를 붙잡으려는 무극천의 손을 부드럽게 흘려낸 율승의 손길은 이내 더욱더 강한 기운을 품으며 앞으로 내달렸다. 무당의 절기인 면장이었다.


그러나 그 손길이 닿기 율승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야 했다. 손길을 흘린 것은 좋았는데 그 손이 노리던 것은 율승의 면장이 아니라 멱살이었기 때문이었다. 율승은 손으로 무극천의 팔뚝을 내려쳤으나 무슨 거대한 바윗돌을 치는 것처럼 자신의 손이 오히려 더 아팠다.


상대가 손아귀에서 바둥거리며 탈출을 하려고 기를 쓰는 모습을 보던 무극천은 율승이 걷어차고 팔을 후려치는 와중에도 잠시간 고민하더니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왼손을 뻗어서 딱밤으로 율승의 이마을 때렸다.


어찌나 강하게 때린건지 율승은 맞는 순간 온 몸이 한번 들썩거렸다.


“사형!”


그 모습을 본 무당파 제자 중 하나가 경악하면서 달려들었다.


“사형을 놔줘라! 이 악적!”


무극천은 율승을 그대로 내던졌다. 달려오던 무당의 제자는 그를 부드럽게 한 바퀴 돌리면서 받아내었다. 다행히도 율승은 눈을 까뒤집은 채 기절만 했을 뿐이지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사형을 바닥에 다소곳하게 내려놓은 그는 다시 한번 달려들려고 내공을 다리에 모았다.


그러나 갑자기 정수리에 벼락이 내려꽂힌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 쓰러졌다. 장요령이 어느새 다가오더니 검집째로 그를 후려 깐 것이었다.


무극천은 몸을 움직여 무당파가 길을 막아두기 위해 세워둔 나무 앞에 섰다. 그리곤 가볍게 주먹을 뻗어서 톡하고 쳤다. 그러자 통나무는 거의 가루가 되어서 흩어졌다. 그 모습을 본 무당파 제자들은 소름이 돋았다.


만약 죽이려고 들었다면 그들은 벌써 시왕전으로 보내졌을 것이 뻔했다. 그렇게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장요령이 다가와 검집으로 한 명, 한 명 뒤통수를 후려쳤다.


일을 마친 장요령은 마차에 올랐고, 무극천은 다시 마부석에 가서 고삐를 쥐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자리를 떠나는 그들을 보는 상인들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었다.


“그것 참....”


이를 지켜보던 제갈흠은 황당함을 넘어서 경외감을 느낄 지경이었다. 저렇게 손쉽게 무당파의 저지선을 돌파한 걸 넘어서 죽이는 자 하나 없이 제압하다니. 그러나 감탄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았다.


-작전을 시행하라.


그는 전음으로 주위에 있는 제갈세가 무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받은 이들의 기척이 떠나가는 것을 느끼자 제갈흠은 계곡의 입구를 향해 경공을 펼쳤다.


아슬아슬하게 무극천의 마차가 계곡을 완전히 떠나기 직전에 맞춰서 도착한 제갈흠은 소매에서 돌멩이 몇 개를 꺼내더니 마차의 짐칸 안으로 내던졌다. 그러나 무극천 일행은 눈앞에 뭐가 나타난 것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쪽이오. 이쪽으로 오시오.”


제갈흠이 말하자 무극천은 마차를 몰아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대가 이 안개를 불러온 자인가?”


“그렇소.”


“진법을 펼치고 나를 불러낸 것을 보면 특별한 이유가 있겠군?”


“일단은 좀 더 움직이고 나서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사정은 얼마든지 설명해 드리겠지만 위치가 좋지 않소이다.”


그때 그들 뒤로 화탄 하나가 솟아올랐다.


“생각보다 무당파 제자들이 빨리 일어난 모양이군. 서두르시오. 지원 오는 자들과 마주치면 방금처럼 죽이지 않고는 못 지나갈 테니.”


제갈흠이 재촉하자 무극천은 마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갈흠은 등에 지고 있던 빗자루로 마차의 흔적을 쓸어내면서 뒤따랐다. 그렇게 한 식경 쯤 움직이자 무극천은 안개가 옅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돌에 담겨진 진법의 정수가 다 떨어진 것이었다.


“다 왔소. 미끼들도 같이 이동했을 터이니 쉽게 추적해오진 못 할 것이오.”


제갈흠은 돌멩이를 회수하면서 말했다.


“미끼라니? 그전에 자네는 누구인가?”


“제갈흠이오. 무림맹의 총군사인 형님께서 세가에 부탁한 것이 있어서 내가 온 것이라오.”


“제갈흠? 천산(天筭) 제갈흠? 제갈세가의 가주!”


예상치 못한 거물의 등장에 남궁현이 안고 있는 검의 칼집과 손잡이를 실로 칭칭 묶고 있던 장요령이 놀라움을 표했다.


“무림맹 총군사라면.... 남궁세가의 전갈을 받고 움직인 것이겠군.”


“맞소.”


“근데 아까 미끼 이야기는 무엇인가?”


“남궁세가에서 받은 그대들의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다섯 조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소. 그 사이에 융중산 쪽으로 가시오.”


“융중산이라니, 우린 무당산이 목적지일세.”


“지금 호북성의 상황은 녹록치 않소이다. 무한의 무림맹의 대부분의 인력은 사천 쪽으로 나가 있고 무당파는 말하지 않아도 아실 것이오. 본 가의 영향권인 융중산 일대를 거쳐서 무당산으로 향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탈 없는 길이오.”


그 말을 듣던 장요령이 물었다.


“제갈 가주님은 같이 안 가십니까?”


“난 그대들과 마주쳤던 무당파 쪽으로 갈 생각이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지.”


“제갈세가에서 이렇게 전폭적인 지원을 나서줄 줄은 몰랐습니다.”


“그대들의 임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지. 그리고 우리가 줄 수 있는 도움은 여기까지가 한계야. 무당파의 내분에 더 깊게 파고들어 엮일 순 없는 일이라 말이지. 그럼 행운을 빌어드리겠소. 무 대협, 일이 잘 풀리면 서쪽의 효감현에서 만납시다.”


“그대도 무운이 있길 바라네. 제갈 가주.”


그 말을 끝으로 제갈흠은 몸을 날려 사라졌다. 마치 아지랑이처럼 사라지는 그 모습을 본 장요령이 탄성을 내뱉었다.


“와, 저게 그 유명한 천기신통이군요.”


“제갈가 무인들은 곤륜파 다음으로 붙잡기 까다롭지. 아무튼 우리는 서둘러 움직이자꾸나. 제갈세가가 저렇게 나올 정도면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할지도 모르겠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율승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소리 말거라. 네가 이렇게 당한 정도라면 보통 고수가 아니었겠지.”


현성은 안스러운 눈빛으로 제자의 이마를 보았다. 이마는 혹이 주먹만 하게 솟아있었다. 율승은 무당의 후기지수 내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자였다. 그런 이가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기절했다는건 경지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반증이었다.


“그나저나 흉수들의 정체에 대해서 짐작 가는 것이 있느냐?”


“송구스럽지만 전혀 모르겠습니다.”


“곰같은 체구의 권사에, 매병 걸린 노검수, 거기에 한 가닥하는 젊은 청년이라.”


현성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매우 독특한 조합인데도 어딘가 걸릴만한 데가 없는 자들이라. 그렇다면 최근에 발호한 이들이란 의미였다. 기억 속으로 침잠하던 현성은 불현듯 고개를 쳐들면서 말했다.


“혹시 그 권사의 허릿춤에 쇠사슬이 매달려 있더냐?”


“사슬이요? 경황이 없어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천을 덧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말에 현성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났다.


“어쩌면 네가 큰 공을 세운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예?”


“서둘러 추격조를 꾸리거라. 그 자들을 따라잡을 것이다.”


“거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는 모양입니다.”


제갈흠이 천천히 걸어오면서 말했다.


“제갈가주, 별 일이구려. 여기서 그대를 만날 줄은 몰랐소.”


“저도 이런 자리에서 얼굴을 뵙고 싶진 않았습니다. 현성 장로. 그나저나 여기서 무얼 하고 계셨는지요.”


“허허, 이건 무당의 일이오. 제갈세가에서 신경 쓸 일은 아니라오.”


“글쎄요, 이곳을 통과한 상인이 무당파에게 돈을 뜯겼다는 소리를 안 들었더라면 무당의 일이니 관여하지 않겠습니다만.”


현성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무당파가 지금 도적질을 했다는 의미요?”


“설마요. 강호의 태산북두인 무당파가 그런 일을 벌이겠습니까? 워낙 황당한 일이라 혹시나 해서 와봤습니다. 그런데 추격조는 무슨 소리이신지요.”


“제갈 가주,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하였소.”


“지금 본 가를 겁박 하시는 겁니까?”


“겁박이 아니라 무당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요.”


제갈흠은 그 말에 빙그레 웃더니 몸을 돌렸다.


“그러길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지요. 다만 이 계곡에서 무당의 인원은 물려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이오? 여기는 제갈세가의 영역이 아니거늘.”


“하지만 무당의 영역도 아니지요. 여긴 엄연히 무림맹의 영역입니다. 저는 제 형님이신 제갈견 총군사의 요청으로 이곳에 왔다는 것을 밝히지요. 이 근방에 난립한다는 도적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제갈흠의 말은 도적이 아니라면 얌전히 떠나라는 의미였다. 자금이 부족해서 이 먼 곳까지 와서 억지로 희사금을 뜯어내던 현성 장로의 입장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을 진데도 그렇게 이야기 한다는 것은 명백히 도적으로 몰아가는 행위였다.


그러나 무림맹의 입장을 대변해서 왔다는 것은 현성이라 할지라도 제갈흠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방금 전에 무당의 일이라는 명목으로 그를 압박했으니 여기서 더 선을 넘는다면 제 아무리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유명한 제갈흠이라도 유하게 넘어가진 않을 것이 뻔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하제일인 귀가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한 말씀을 전합니다. 24.09.03 53 0 -
공지 연재 시간 안내 24.08.21 37 0 -
24 호북 (13) 24.09.02 51 0 12쪽
23 호북 (12) 24.08.30 56 0 9쪽
22 호북 (11) 24.08.29 72 0 11쪽
21 호북 (10) 24.08.28 73 0 8쪽
20 호북 (9) 24.08.27 70 0 11쪽
19 호북 (8) 24.08.26 72 0 11쪽
18 호북 (7) 24.08.26 74 0 11쪽
17 호북 (6) 24.08.21 76 0 11쪽
16 호북 (5) 24.08.20 76 0 11쪽
15 호북 (4) 24.08.19 83 0 11쪽
14 호북 (3) 24.08.16 88 0 11쪽
» 호북 (2) 24.08.14 81 0 11쪽
12 호북 (1) 24.08.13 88 0 11쪽
11 안휘 (8) 24.08.12 93 0 11쪽
10 안휘 (7) 24.08.08 104 0 11쪽
9 안휘 (6) 24.08.07 105 0 11쪽
8 안휘 (5) 24.08.06 115 0 11쪽
7 안휘 (4) 24.08.06 121 0 11쪽
6 안휘 (3) 24.07.17 151 0 11쪽
5 안휘 (2) 24.07.17 171 0 12쪽
4 안휘 (1) 24.07.16 232 0 11쪽
3 항주 (3) 24.07.16 296 0 12쪽
2 항주 (2) 24.07.15 322 0 11쪽
1 항주 (1) 24.07.15 460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