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 귀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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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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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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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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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 (7)

DUMMY

“떼먹어?”


“그래, 어리숙한 숙부님을 속여서 이번에도 떼먹으려고 하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남궁검민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오냐! 그렇게 원하는 대로 제 값을 치뤄주마. 당장 누가 가서 은자를 자루에 꽉꽉 눌러서 가져오너라! 내 오늘 그걸로 네놈 머리통을 박살 내고 만다!”


길길이 날뛰는 검민을 보던 천우가 은밀한 손짓을 보내자 만우와 세우가 나서서 검민을 붙잡더니 끌고 사라졌다. 몸부림을 치는 검민을 보던 무극천이 말했다.


“젊음의 혈기가 좋구먼.”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풀지 못한 것이 한이었겠지요. 장 소협처럼 뒷걱정이 없는 사람이 오니 억눌린 게 좀 새어 나오나 봅니다. 아무튼 장 소협, 오해가 있던 것 같네.”


“오해라니요?”


“무 대협께서 부탁하신건 이미 다 준비 해놨거든. 마굿간 쪽으로 가보게나.”


그 말에 장요령의 표정이 대번 밝아졌다. 그러나 천우의 얼굴에 옅은 그늘이 깔렸다. 그는 주저주저하더니 결심한 듯 무극천에게 말을 꺼냈다.


“본 가를 위해 무 대협께서 해주신 것은 잊지 않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아쉬운 소리를 좀 해야겠습니다.”


“뭔가?”


“남궁세가가 무림맹의 일원인건 알고 계시겠지요?”


“물론이네.”


“가주님의 병환이 깊었을 적이야 여력이 없어서 무림맹의 봉공 회의에도 나가지 못 했지만 이제는 가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겸사겸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문파가 있는지 찾아보고요.”


“좋은 생각이구먼.”


“그러면서 안휘에서 있었던 일을 무림맹에 보고할까 합니다. 무 대협의 이야기까지 포함해서요.”


그 말에 무극천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것이라면 당연히 하셔야지요!”


오히려 화색을 띄며 반기는 것은 장요령이었다.


“장 소협, 불편하지 않겠는가?”


“물론입니다. 저야 숙부님 옆에 붙어있으면 문제 생길 것이 없지요. 거기다가 무림맹에 보고한다면 신물을 잃은 문파들이 전부 환영하지 않겠습니까? 각 문파의 영역에 들어서기만 해도 끝내주는 환영 인사에, 상다리 부러지는 대접, 든든하게 챙겨주는 여비까지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데요.”


자신이 말한 것이 눈 앞에 아른거리자 요령은 몽롱한 눈빛으로 환영을 쫒았다. 지겨운 산적떼라던지, 허름한 객잔, 끼니마다 나오는 것 가장 싼 소면까지. 신교의 대공자로서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온 그에겐 이만저만 고충이 아니었다.


불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서 문제였지. 하지만 무림맹에 소식이 전해진다면 그런 것도 안녕이리라.


“무림맹에 전해진다면 어떻게든 소문이 퍼질 수 밖에 없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한들 무림맹에는 귀와 눈이 많거든. 신물을 빼앗으려는 자들도 많아질텐데 위험하지 않겠는가?”


천우가 걱정을 표하자 요령은 물끄럼히 무극천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빼앗으러 오는 놈들이 불쌍할 것 같습니다.”


“자네 말이 맞겠군. 무 대협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좀 성가시긴 하겠지만 괜찮을 것 같네. 그나저나 요령 너는 떠날 채비를 준비해놓거라. 갈 길이 머니 일찍 해두는 것이 좋겠다.”


기분이 아주 좋아진 요령은 성가신 심부름에도 알겠다며 뛰어갔다. 뒷모습을 지켜보던 천우는 요령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제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가까운 무당쪽으로 갈 생각이네.”


“무당이라.... 무 대협께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단단히 조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무당에 무슨 일이라고 있는가?”


“저도 소식을 들은지 꽤 됐지만 마지막으로 듣기론 무당이 내분, 아니 내전이 터졌다고 들었습니다.”


“내전?”


“북막의 투신이 무당에서 뺏어간 것이 장문령패였다보니 아랫 장로들 중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자들이 뛰쳐나가서 제각기 무당을 살리겠다고 날뛰었다더군요.”


“범유가 죽었는가?”


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태극진인이야 무탈하십니다만, 장문령패를 잃은 이후로 무당파의 장문이 가진 권위가 바닥을 친 나머지 제대로 제어를 하지 못해 그런 사단이 터졌다고 합니다.”


무극천은 마지막 말을 듣곤 인상을 썼다. 아무래도 일이 복잡하게 흘러갈 듯 싶었다.


“그리고 장 소협 말입니다만.”


“말해보게.”


“적당히 데리고 다니시다가 정리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왜 그런 말을 하는가? 그래도 남궁세가를 구하는데 톡톡히 역할을 한 아이일세.”


“그렇다곤 하나 무엇 하나 맞는 것이 없는 이입니다. 황산현에서 민이와 상이를 동시에 상대한 것으로 모자라서 상이에게 부상을 입힌 후 도망까지 쳤습니다. 이건 평범한 무력을 지닌 이가 아니지요.


못해도 절정은 되는 무인입니다. 그런 자가 저렇게 허술하고 유치하게 다니는건 꿍꿍이가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혹시라도 무 대협에게 해를 끼칠 것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그 말에 무극천은 씩 웃었다.


“걱정은 고맙지만 저 애는 그럴 상황이 아니네. 나에게 아주 제대로 코를 꿰였거든.”


“예?”


“자세한 건 저 녀석의 아비와 한 약속이 있어서 밝힐 수 없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진 말게나.”


천우는 알쏭달쏭한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극천이 남궁세가를 떠나는 날, 동시에 전서구가 무림맹을 향해 날아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전보는 맹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맹주, 이 내용이 사실이오?”


웅장한 체구를 가진 팽무혁이 그 손에 비해 너무나도 앙증맞은 종이를 흔들면서 혁련휘에게 물었다.


“물론이오. 팽 가주. 남궁에서 보내온 전갈이니 아주 없는 소리는 아닐 것이외다.”


“전보가 사실이라면 이렇고 있을 것이 아닙니다. 맹주. 서둘러 사람을 파견해야 합니다.”


청수한 인상의 청년 도사가 안달복달한 얼굴로 말했다.


“아서라, 애송아. 아직 사실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


“흥, 천하의 모든 소식은 개방으로 통한다고 그렇게나 자부하시던 방주께서 모르는 사실이 나오니 괜히 심통나신 것 아니오?”


그 말에 의자를 까닥이고 있던 개방의 방주 용대흥이 자세를 바로 하더니 도사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율현 도장, 장문령패를 털린게 실로 가슴 아픈 무당의 비극이긴 하지만 맹 전체를 거기에 끌어들이진 말아야지. 공과 사는 구분하는게 어떤가?”


율현은 그 말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밥그릇 털린 놈이 무게 잡기는.”


용대흥은 그 말에 벌떡 일어나더니 말을 꺼낸 곤륜의 청허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말했다.


“지금 뭐라고 했어?!”


“밥그릇 털린 놈이 무게 잡는다고 했는데? 옴팡지게 깨지고 나서 단두들한테 손 벌린 것이 부끄럽다지만 젊은 놈 기죽일 것은 없잖아.”


“말코 둘이 아주 작당을 하는구만!”


청허가 아픈 과거를 찌르자 용대흥은 흥분한 나머지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아니, 숫제 탁자를 뛰어 넘어 주먹질이라도 할 기세였다. 청허는 상대가 그렇게 나오니 아예 쳐보라는 듯 고개를 쭉 빼밀곤 밉살맞은 표정을 지었다.


결국 못 참은 용대흥의 신형이 솟구치자 옆에 있던 사내가 검집으로 발목을 걸어 제꼈다. 그렇게 허공에서 균형을 잃은 용대흥이 자빠지자 소림승 하나가 그를 허공에서 낚아채더니 다시 의자에 앉혀놓았다.


“용 시주께서 좀 진정하시지요.”


“무공이라곤 잘 달리는 것 밖에 없는 새끼가 열받게 하는데 왜 나만 참는단 말이오!”


“의술도 좀 한다만.”


“청허 도장도 좀 조용히 하시구려.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왜 소란을 일으키고 그러요?”


“아니 저 거지 새끼가 애새끼 기를 죽이잖아. 강호의 동량을 핍박하는데 마땅히 나이 든 선배로서 나서야지. 안 그래?”


“거 참 그만 하라니까!”


참다 못한 해남파의 조윤경이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아니, 왜 나한테 화를 내고 그래!”


“상황을 어렵게 만드니까 화를 내지!”


“상황이 어렵기는 니미, 어차피 여기 앉은 놈들 중에 뾰족한 수라도 있는 놈 있어? 지금 뛰어가서 무극천이랑 한판 뜨고 신물 뺏어올 자신이 있는 놈도 없잖아. 이건 상황이 어려운 게 아니라 답이 없는 거지.”


청허의 말에 순간 좌중이 숙연해졌다. 솔직히 다들 같은 심정이었던 것이다.


“아니, 그 멸야차가 얌전히 배달 해준다는데 왜 모여서 쓸데없이 시간이나 버리고 있어. 그만하고 가서 발 닦고 쉬자고.”


“그렇다고 무림맹으로서 아무런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강호의 지탄을 받을 일이지요.”


조용히 앉아있던 총군사 제갈견이 말을 꺼냈다.


“각 문파가 잃어버린 신물로 현 강호가 얼마나 큰 파란에 휩싸인건지 모두들 잘 알고 계실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제갈견이 일어나 좌중을 한번 둘러보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신물이 각 문파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지요. 다만 무극천이 가지고 있는 신물 중에는 정파의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세력이 움직일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제갈 시주께선 어떤 심계를 품고 계시는지요?”


소림의 도액이 물었다.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방금까진 행동을 해야한다고 하지 않았소?”


팽무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외적으론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의미입니다. 무극천의 소식은 어차피 다른 세력으로 흘러갈 공산이 높습니다. 아무리 단단히 틀어막아도 쥐는 어디에든 있는 법이지요.”


제갈견은 매서운 눈길로 대들보를 한번 쏘아보았다.


“그러나 무림맹이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세력들 또한 눈치를 볼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진짜인가, 아니면 가짜인가를 놓고 혼란에 빠지겠지요. 그때 우리는 무극천의 행보를 지원할 것입니다.”


“하지만 맹 차원에서 움직이는 것이 발각된다면 모두 허사 아니겠소?”


“어차피 시간을 끄는 것에 불과합니다. 무극천이 지닌 물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당과 소림의 신물입니다. 강호의 태산북두가 다시 우뚝 설 수 있도록 이 두 곳에 도착하는 것을 지원하는 정도라면 충분합니다.”


그때 청허가 손을 들었다.


“총군사, 하나 궁금한게 있는데 두 곳만 성공시키고 다른 곳은 포기할거 아니지? 여기에 털린 문파가 하북팽가, 화산파 있을텐데 맘대로 해도 되는건가?”


“본 가가 잃어버린 건 낡은 박도라서 아쉬울 것이 없소.”


“그럼 팽가는 빼고, 화산이 남았는데?”


“그 치들은 봉문중이잖소.”


조운경이 말했다.


“그러네, 생각보다 적구먼. 왜 이렇게 적지?”


“곤륜도 잃어버린 물건이 있지 않소?”


“우린 찻잔 하나 뺏겨서 별거 아니야.”


“정파가 잃어버린 것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신물을 잃을 바에 끌어안고 산화한 문파가 너무 많았던 것이 문제지요. 당금의 강호를 삼분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지요. 무당과 소림만 신경 쓴다면 남은 건 흑룡방하고 마교 쪽일 것입니다. 그들이 무극천에게 달려드는 동안 저희는 최대한 세력을 갈무리해야 할 것입니다.”


“이이제이란 소리구만. 총군사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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