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 귀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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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돌
작품등록일 :
2024.07.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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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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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북 (11)

DUMMY

“무슨 검술이냐?”


진일은 진정으로 궁금했다. 검을 맞대어 보고 졌더라면 이 정도로 억울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름이랄 것 없는 가전 무공이다.”


장요령은 진일의 기대를 무참하게 짓밟으며 비무대를 내려왔다. 안 그래도 관중석에서 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다섯 갈래의 연격? 어디서 한번은 본 것 같은 초식인데.”


“관주도 그렇소? 나도 익숙하긴 하나 또 초식의 후반부가 어설프게 땜빵 된 것 같아서 긴가민가 하오.”


“마교의 제일검 이량흔의 검법이 저런 여러 가닥의 검로를 자랑하긴 하지만 그 작자는 하나하나가 제각기 다른 성질을 품고 있잖소?”


“맞지. 내가 예전에 싸워봤을 때 그래서 된통 당한 거 아니오.”


불행 중 다행일까? 장요령이 어설프게 절반만 익힌 검술에 그들은 확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때마침 범여가 비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장문! 장문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외쳤다. 범여는 그 자를 쌜쭉한 눈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가전무공이라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하지만 그 검술이 많이 낯익지 않습니까?”


“다섯 가닥 연격? 그런거야 많지. 호광성 뇌검문의 오뢰동천(五雷洞天) 같은 기술도 있고, 옛 당문의 연검 중엔 오공출두(五蚣出頭) 같은 기술도 있으니 원하는 걸로 아무거나 골라서 잡아.”


“예?”


“천지에 다섯 줄기 연격을 쓰는 검술이 얼마나 많은데 저거 하나 가지고 검술을 맞추라는 거야? 가슴에 손을 올려놓고 생각해 봐라. 그게 되겠어? 아무튼 오늘은 끝! 내일 다시 오라고.”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단순 초식 하나를 놓고 검술 전체를 논하는 건 우스운 일이었다. 아직 의문이 풀리지 않은 이들이 많았지만 범여가 비무를 파하기로 결정했으니 여기 남아서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 의문을 풀려면 장요령을 붙잡을 수밖에. 그런 생각을 떠올린 이들이 아래를 내려다 봤을 땐 요령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


“소협, 마교 사람 맞소?”


장요령은 갑자기 훅 들어오는 소홍기의 질문에 당황했다. 비무대에서 도망친 것은 좋으나 하필 남궁현의 거처에 들어올 수 있던 이들 중에는 개방의 후개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정체가 밝혀진다면 온 천하에 그의 신상이 뿌려질 게 뻔했다.


“마교라니 생사람 잡지 마.”


“아무리 봐도 그 검술, 마교제일검 이량흔의 신화충천검 아니오? 오뢰동천은 하늘을 꿰뚫는다는 의미처럼 다섯 번 찌르는 기술이오, 당가의 오공출두는 애초부터 연검술이니 궤가 다르지. 그렇다면 남는 것은 하나 뿐 아니겠소.”


이 놈의 거지 새끼는 쓸데없이 감이 좋다고 장요령은 생각했다. 아니, 애초에 개방이라는 거대한 정보 조직을 물려받을 후계자인데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한가? 숨겨봐야 의미가 없다면 애초에 정공법으로 나가는게 옳았다.


“맞아, 난 신교 출신이다. 그게 뭐 문제라도 되냐?”


“아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거요.”


“뭐?”


“다들 궁금해하지 않소. 나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물어본건데 너무 날 세우지 마시오. 애초에 소협이랑 날 연결시켜준건 제갈 가주님 아니오? 그분께서 몰랐을 리가 없으니 소협이 여기에 있는것도 어떤 사정이 있는거겠지.”


“그러면 나중에 물어보면 덧나냐?”


생각보다 너무 김빠지게 끝이 나자 오히려 장요령이 살짝 화가 났다. 어투에서 묻어나오는 냉기에 소홍기는 머리를 한번 긁적였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생각해보니 내가 배려가 좀 없긴 했군. 좋소, 기분이니 소협이 물어보는 것은 무엇이든 하나 알려드리리다.”


개방의 후개가 질문에 답해준다라. 장요령은 흔치않은 기회에 무엇을 물어볼까 고민했다. 앞으로 갈 문파의 동향? 근데 갈 길을 정하는 것은 무극천이니 자신은 모른다. 장보도? 그런걸 챙기러 갈 시간이 있을리가.


애시당초 개방이 알 정도면 이미 털리고 털려서 철전 한 닢 남아있을 것 같진 않았다. 개방은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지만 내막을 깊게 파고드는 것에는 재주가 부족했으니. 고민하고 또 고민하니 그에겐 지금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다음으로 올라올 비무자들에 대해서 좀 아는 게 있냐?”


“음, 이거 부정행위 아닌가?”


“말 안 해주면 개방의 후개는 자기 말도 못 지키는 반푼이라고 가는 곳마다 떠들고 다닌다.”


“허, 그러면 안 알려드릴 수가 없지. 다음으로 올라 올 비무자는 아마 한 명일꺼요.”


“한 명? 세 명이 아니라?”


“현성 장로의 세력은 그렇게 크지도 못하고 무공이 고강하지도 않소. 본인부터가 실력이 셋 중 가장 떨어지는 편이니 당연한 일이지. 다만 사람이 문제인데.”


소홍기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장요령을 바라봤다. 그러곤 연신 헛기침을 하는 것이 뭔가 원하는 것이 있어보였다. 장요령이 모르는 척을 하자 소홍기는 별 수 없이 입을 뗐다.


“목이 좀 칼칼해서 그런데 뭐라도 마셨으면 좋겠구먼.”


“이 거지 새끼가?”


“허허, 소협, 본인은 이미 말을 지켰소이다. 비무자가 한 명이라는 것을 알려 드리지 않았소? 이 다음부터는 추가금이 든다오.”


지독한 놈이다. 이런 곳에서까지 뭘 받아 처먹으려 하다니. 장요령은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움직였다.


평소라면 무당산에 술이 있을 리가 없겠지만 지금은 손님이 제법 들어와 있다 보니 술 한 병쯤을 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요령이 술을 찾으려 식당으로 가는데 심윤영과 마주쳤다.


“야, 어디가?”


“술 가지러 식당 간다.”


“지금 가면 난리 날 텐데?”


“왜?”


“안에서 네 검술 가지고 갑론을박을 펼치느라 정신이 없거든. 안에 들어가면 속옷까지 다 털릴껄?”


“니미럴, 일이 안 풀리려니.”


장요령은 식당 가까이 가더니 문을 살짝 열고 틈새를 엿봤다. 안에는 이미 불콰해진 무인 몇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온갖 초식이니, 검법이니를 떠들고 있었다. 심윤영의 말은 오히려 부족한 데가 있었다.


지금 저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간 밑천을 다 털리는 수준이 아니라 검술을 보겠다며 칼 물고 덤빌 작자들도 여럿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야, 술 한 병만 가져다줘.”


“싫어. 니 일인데 내가 왜 하니?”


“아니, 좀! 그냥 가져다주면 어디가 덧나냐? 아니, 너도 그 거지 새끼랑 똑같네. 원하는 게 뭐야?”


심윤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무 대협이랑 떠날 때 나도 데려가.”


“뭐? 그게 뭔 미친 소리냐. 너 무림맹 의각 소속에 곤륜파 대제자라며? 지금 우리보고 납치범이 되라는 거야? 뭐야?”


“사실 난 지금 말도 안 하고 제갈 가주님을 졸라서 나온 거라서 들어가면 난리 나거든. 이왕 나온 김에 아예 사부님 손이 닿지 않는 먼 곳까지 유람하다가 돌아가려고.”


미친년, 장요령은 심윤영을 보고 이 생각밖에 떠올리지 못했다. 가만히 있어도 따박따박 밥 나오고, 돈 나오고, 등 따신 침상에서 일상을 보낼 수 있는데 굳이 자기들을 따라오겠다니 보통 미친년이 아니다.


“너, 속셈이 뭐야. 말 안 하고 나왔으면 적당히 좋은 명승지 유람이나 즐길 것이지 왜 우리를 따라오냐고.”


그 말에 심윤영은 배시시 웃었다.


“그건 네가 상관할 것이 아니지. 어떻게 할래? 술을 포기할래? 그래도 나는 달라붙을 방법이 다 있는데. 너만 손해겠지?”


밉살맞은 표정을 짓는 심윤영을 한 대 때려주지 못해서 부들부들 떠는 주먹을 억누르는 장요령은 한숨을 푹 쉬었다.


“너 알아서 해. 어차피 데려가고 말고는 숙부님 소관이니까. 숙부님이 안 된다고 하면 나도 별 수 없는 건 알지?”


“오, 그건 괜찮을거야. 난 무 대협이 가지고 있는 큰 비밀을 하나 알고 있거든. 아무튼 술 가지러 간다.”


심윤영은 식당으로 들어가더니 금세 술 한 병을 들고 나왔다. 대체 저년이 알고 있다는 비밀이 뭘까? 장요령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대체 뭘 알고 있길래 무극천을 상대로 반드시 허락을 받아낼 것이란 확신을 가지는 걸까?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장요령은 심윤영에게서 뺏다시피 술병을 받아 들더니 소홍기가 기다리고 있을 남궁현의 처소로 돌아갔다. 귀찮은 거머리를 달고.


“심 여관? 전날부터 둘이 사이가 좋으시구려?”


“후개, 입조심 안 할래요?”


다짜고짜 날아오는 심윤영의 지풍을 소홍기가 몸을 비틀며 피했다.


“저 년은 사람한테 지풍 쏘는 게 무슨 습관이야.”


“별일로 나와 소협의 생각이 같구려.”


“둘 다 조용히 못 해요?!”


“야, 따라온 건 너잖아. 난 내 볼 일 급하니 얼른 가라.”


“나도 볼 일이 있어 온거거든? 누가 누굴 따라왔다는 거야. 진짜.”


심윤영은 방문을 열고 들어가버렸다. 아무래도 남궁현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서 온 모양이다. 장요령은 귀찮은 방해꾼이 사라지자 술 병을 소홍기에게 넘겼고, 소홍기는 한 번에 술병을 비우더니 만족스럽다는 듯이 혀로 입술을 핥았다.


“커허, 이제 좀 이야기가 나올 것 같구만.”


“그래, 그래. 이제 제발 이야기 좀 들어보자.”


“소협이 이런 성의를 보였으니 본인도 기꺼이 그에 대해 화답을 해드리지. 다음으로 나올 상대는 아마도 율승 도장일거요.”


“율승?”


“소협도 아는 사이 아닌가? 그 안휘에서 넘어오는 골짜기에서 무 대협이랑 같이 대판 일을 벌였다고 들었소만.”


장요령은 그제야 누군지 떠오른 듯 손바닥을 쳤다.


“그 고지식해 보이는 말코놈?”


“고지식한 말코? 말코인지는 모르겠으나 고지식한건 사실이오. 그리고 소협에게 더 불행한 것은 율승 도장에 현재 무당의 후기지수 중 최강에 든다는 사실이지.”


“그 놈이 최강이라고? 하지만 대제자는 그 율현인가 뭔가 하는 녀석 아니야?”


“율현 도장은 음.... 약한건 아니지만 무공이 썩 뛰어나지도 않소. 다만 그의 능력은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데 있기에 무리의 수장이 되기에 적합한 사람이지. 과거 무당이 이렇게 분열되기 전에는 율현 도장과 율승 도장을 두고 무당비익이라고 칭했지.”


“무당비익이라면?”


“율현 도장의 혜안과 율승 도장의 무력, 이 둘이 조화가 되어 무당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거라고 기대한 이들이 제법 있었다오. 안타깝게도 옛말이지만.”


비익, 비익조라는 전설의 새는 한마리가 눈 하나, 날개 하나만 타고 나기에 두 마리가 힘을 합쳐야만 날 수 있었다. 소홍기의 설명을 들으니 장요령은 꽤 정확한 평가라고 생각했다.


율현에 대해서 지나가는 말로 들었으나 범여를 대신하여 무림맹에서 무당의 위치를 유지한걸 보면 보통 수완이 있는 자는 아니었으니.


“율승은 태극검을 쓰나?”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소. 다만 풍문으론 무당산을 떠나기 전에 범여 장문께서 태극혜검을 전수했다는 말이 있었소. 그게 사실이라면 내일 바닥을 나뒹굴고 있을 쪽은 소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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