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아빠는 허락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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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1:20
최근연재일 :
2024.08.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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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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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1. 샬롯 #2

DUMMY

스칼렛은 이번에는 입이 막혀 있는 가면을 쓰고 무도회장으로 향했다.

물론 마시지 않더라도 술잔을 챙겨드는 것은 잊지 않았다.


“십자가 귀걸이 나와랏! 앗 저기 있다! 흐음?”


스텔라는 키가 큰 가브리엘이라는 남자를 쉽게 발견했다. 여러 여성에 둘러싸여 웃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탐탁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자신이 아빠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기에 스칼렛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스칼렛은 차분한 마음으로 가브리엘의 옆으로 가서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안녕하세요”

“아 예. 반갑습니다.”


갑자기 끼어든 스칼렛 때문에 주번 여성들이 싸늘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가브리엘이라는 사람은 인기가 많은 것 같았지만 스칼렛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십자가를 하신 것 보니 혹시 성직자 이신가요?”

“아 네 맞습니다. 작센에서 온 성직자입니다. 국립에서 좌천되었지만요 하하”

“음⋯ 실명은 못 밝히지만 저는 밀레오의 공주랍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는 작센처럼 종교가 발달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이번 무도회에 종교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근교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주관해주셨으면 해서⋯ 혹시 괜찮으실까요?”


생각보다 진지한 대화에 주변에 꼬였던 여자들은 다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둘은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 저는 신부가 아니라서 제가 해도 괜찮을는지⋯”

“안 하는 것보다는 날 것 같아요. 국교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고요.”

“공주님의 부탁이라 어쩔 수가 없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내일 일출 때 교회에 나와주시면 감사드릴 것 같아요!”

“아 빨리 시작하네요. 시간에 맞추려면 지금쯤 들어가 쉬어야겠네요.”


스칼렛은 특유의 친근감으로 가브리엘과 술잔을 한잔 기울이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 저는 슬슬 들어가 봐야겠어요. 즐거웠습니다 가브리엘 님”

“네 저도요”


스칼렛은 샬롯의 방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언니 노크!”

“샬롯, 내일 아침 일출 때 성 밖 서쪽의 교회에 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손수건도 받을 수 있을걸?”

“아 또 왜 쓸데없는 일을 한 거야! 첫째 언니의 마음을 조금 알겠어.”

“헤에 그러면서 왜 볼은 빨개지는 건데?”

“아 몰라! 나가!”


샬롯은 스칼렛의 등을 밀어 문 밖으로 쫓아냈다.

밖에 나오게 된 스칼렛은 코를 스윽 닦았다.


“스흡⋯ 나란 언니⋯ 좋은 언니⋯”


***


“메이”

“네 부르셨습니까?”

“나 잘 거야. 일출 전에 일찍 일어나야 해”

“공주님, 오늘 뭔가 조금 변하신 것 같습니다.”

“기분 탓이야”


샬롯은 간단하게 씻고 침대에 누웠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 그와 함께 있을 때 느꼈던 안정감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심장박동도 명확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다음날 빠르게 채비를 하고 샬롯은 교외의 교회로 나갔다.

밀레오 왕국의 왕가는 종교를 믿지 않기에 교회에 처음 가 보는 샬롯은 그 웅장함에 약간 움츠려 들었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교회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왼쪽에 있는 작은 방에서만 인기척이 들렸다.


“저기 계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신의 뜻이 모두에게 닿기를. 오늘 예배는 없고 고해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죄를 뉘우치러 오셨나요?”


샬롯은 전날 오기 전 고해성사에 대해 조사했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죄를 용서받는 것. 처음에 하는 인사말과 대본,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것도 확인하였다.

샬롯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사람 앞에서 이야기할 때와 다르게 벽을 보고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서 젼혀 긴장이 되지 않았다.

여명의 따스한 햇살이 작은 공간을 비추었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이 분위기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았다.

스칼렛 언니가 조금은 고맙게 느껴졌다.


“신의 뜻이 모두에게 닿기를. 안녕하세요. 저는 제 나약함에 잡아먹히는 죄를 지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너무 긴장이 되고 입조차 뗄 수가 없습니다. 어제 무도회에서는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버려서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버렸습니다. 저도 이런 나약한 제 자신이 싫어서 바뀌려고 해도 바꿀 수가 없습니다.”


샬롯은 또박또박 잘 말했다. 목소리만 듣고 가브리엘은 어제 쓰러졌었던 그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가브리엘은 샬롯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하다 답변했다.


"신의 뜻이 모두에게 닿기를. 신자분의 주변사람들에게 죄인이 된 마음은 십분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건 신자분의 죄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내려주신 시련일 뿐이며 그것 가지고 좌절하거나 자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해와는 별개로 저는 의사라는 본업을 가지고 있고 비슷한 문제로 저를 방문한 사람들을 여럿 봐 왔습니다. 혹시 언제부터 그런 증상이 생겼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그러셨나요?"

“저도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어요.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한 6살 즈음이었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부터로 기억해요. 당시의 저에게는 큰 중격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셨군요. 애도를 빕니다. 신자분께서는 그 시련을 극복해 나가실 수 있습니다. 우선 작게 시작해 보는 게 어떠신가요? 사람을 대하기 어려우면 그림을 보면서 말을 시작하고 타인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을 연습하시다 보면 그다음 단계, 그다음 단계로 계속 나아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한번 연습해 보겠습니다.”

“이것으로 고해를 마치겠습니다. 신의 뜻이 모두에게 닿기를.”

“어⋯ 이렇게 빨리 끝난다고요?”


샬롯은 너무 빨리 끝나버린 고해에 조금 당황했다. 아니, 이건 고해라기보다는 심리 상담에 가까웠다.


“신도님, 저는 사실 신부가 아닙니다. 이런 고해를 들을 자격도 없지요. 그래서 관계를 조금 바꿔보았으면 합니다. 신부와 신도의 관계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요”

“네? 그게 무슨 의미시죠?”

“혹시 어제 가면무도회에서 쓰러지셔서 테라스에 잠깐 저와 나가셨던 분이 맞으신가요?”


샬롯은 말할지 말지를 고민했다.

지금 이 신부와 신도라는 관계성이 깨지면 다시 말을 못 하는 자신으로 돌아갈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네 맞아요. 가브리엘 님.”

“제 이름 기억해주고 계셨군요. 일부로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설마 손수건을 위해 오신 건가요?”

“아아⋯ 그것도 있긴 한데 어제 일을 조금 해명하고 싶었어요.”

“그렇군요. 그런 병이 있으셨던 것이군요. 걱정 마세요 분명 좋아질 수 있을 겁니다. 혹시 이름을 여쭤봐도 될까요?”

“밀레오왕국의 셋째 공주 샬롯이라고 해요.”

“아 왕국의 공주님이셨군요. 전혀 몰랐습니다.”

“괜찮아요. 오히려 모르고 대해 주시는 게 더 편해요.”

“마음 같아서는 지금 방에서 나와 공주님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은데 무리시겠죠?”

“아뇨. 괜찮아요. 확인하고 싶은 것 도 있거든요.”


샬롯의 심장은 가브리엘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그림자를 통해 보이자마자 심장이 다시 쿵쾅대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고 키가 큰 사내가 방으로 들어왔다.

너무나도 선한 외모와 생각보다 앳됨이 가시지 않은 낭자였다. 샬롯은 이런 어려 보이는 사람이 의사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안녕하세요.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가브리엘이라고 합니다.”

“안⋯ 안녕하⋯ 샬롯⋯”

“아 네 반가워요. 진짜 아름다우시네요.”

“감사합니다⋯ 혹시⋯ 나이”

“아 제 나이요? 스물넷입니다. 아카데미도 의학 전공으로 졸업해서 빠르게 의사가 된 케이스이죠. 나이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젊은 의사는 많이 없잖아요?”

“⋯”

“하하 또 돌이 되셨군요.”

“⋯”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가브리엘도 샬롯의 외모에 감탄하여 말을 잇지 못하고 샬롯은 그냥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교회 정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이 정적을 깨 줄 사람에게 오히려 고마웠다.


“계시나요?”

“네. 고해를 하러 오셨나요?”

“네 맞아요. 오늘 고해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다른 손님이 있어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샬롯은 지금 들어온 사람이 고마우면서도 미웠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으면 했다. 그렇다고 이 가브리엘이라는 사람과 따로 약속을 잡기에는 부끄러웠다.


“아 슬슬 다른 손님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여기 제 명함이에요. 작센에 방문할 일이 있으면 이 주소로 오시면 맛있는 밥 한 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무도회 기간 동안 또 뵐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네⋯”


가브리엘은 고해실의 뒷문을 열어주었고 샬롯은 조용히 나갔다.

샬롯은 문 밖으로 나가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만 더 용기를 내서 약속을 잡을걸 하고 후회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샬롯은 왕궁으로 돌아갔다.


***


“폐하 샬롯 공주님의 하녀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오너라”

“안녕하십니까. 공주님 관련해서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말해보거라”

“공주님이 어제 무도회에서 만난 남성이 있는데 공주님께서 많이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샬롯이? 샬롯은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샬롯이 그럴 리가. 억측 아니더냐”

“아닙니다. 오늘 오전에 혼자서 그 사람을 보러 왕궁 밖의 교회로 갔습니다.”

“뭐라? 뭐 샬롯도 슬슬 이성에 관심을 가질 나이이기는 하지⋯ 그래서 조사는 해 보았느냐”

“네. 공주님이 교회에 가셨을 때 조사해 봤는데 이름은 가브리엘. 작센에서 온 의사입니다. 형제자매는 없으며 유복한 가정에 평판도 나쁜 말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몇 가지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공주님과 나이 차이가 7살이나 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6살이라⋯ 내 아내랑도 나랑 7살 차이였지. 그 정도는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만 다른 무언가가 있느냐?”

“그자는⋯ 이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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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4. 아델라 #6 24.08.20 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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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샬롯 #2 24.07.31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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