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아빠는 허락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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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1:20
최근연재일 :
2024.08.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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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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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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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 스칼렛 #7

DUMMY

아침에 니콜라는 스칼렛이 걱정되었다.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방 안이지만 무슨 사고라도 치지는 않았나 불안했다.

니콜라는 문을 두드리면서 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이건 걱정돼서 그런 게 아니야⋯ 그냥 뭐 객사해 있거나 술김에 건물에 불이라도 지르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되는 것뿐이야”


방에서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자고 있나? 들어간다?”


니콜라는 살짝 문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창문 밖에서 땅을 파는 소리가 들렸다. 니콜라는 황급히 바깥으로 나갔고 스칼렛은 건물 주변 화단에 쪼그려 앉아 땅을 파고 있었다.


“스칼렛 이런 아침부터 뭐 해?”

“해가 벌써 떴는데 아직도 자고 있던 거야? 게을러~ 게을러~. 뭐 보다시피 땅 파고 있지”

“그니까 땅을 왜 파는데?”

“책에서 봤는데 화장품의 원료는 대부분 식물들이더라고. 그래서 내 연구 재료들을 심고 있지!”


니콜라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귀티 나는 드레스를 입고 가녀린 손으로 땅을 파고 있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고 단지 노력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대견했다.


“열심히네. 뭐 도와줄 건 없어?”

“음 딱히 없는데? 근데 너 출근 안 해도 돼?”

“아 맞다! 늦었어!”

“으휴!”


스칼렛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리고 황급하게 옷을 갈아입으러 가는 니콜라를 총총 따라가서는 외투와 가방을 챙겨주었다.


“크흠⋯ 갔다 올게”


니콜라는 설렜다. 마치 신혼부부가 된 기분이었다.


“올 때 맛있는 빵 좀 사다 줘!”

“하하 뭐 그 정도야”


니콜라에게는 정말 오랜만의 외롭지 않은 하루였다.


***


스칼렛은 니콜라가 가고 나서도 계속해서 땅을 파고 나무를 심었다.

해는 갈수록 높이 올라왔고 스칼렛은 목이 따갑다고 느꼈다.


“으으⋯ 농부들은 이걸 하루 종일 어떻게 하는 거야! 파부 까매지겠어!”

“음 잠깐! 안 까매지는 거 만들면 대박 나겠는데? 피부 망가지는 것도 막고 말이야!”


스칼렛은 나무를 심다 말고 일어나서 짐을 챙겨 총총걸음으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에센의 도서관은 세계의 온갖 서적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스칼렛은 여기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자기보다 훨씬 높은 책장에서 책을 여러 권 꺼내어 자리를 잡았고 스칼렛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보았다.


“으으으⋯ 핫! 내가 이렇게 오래 책상에 앉아있을 줄이야! 이건 기적이야 기적!”

“저기요! 조용히 좀 해 주세요!”

“앗 넵넵 죄송합니다.”


스칼렛은 주변에 있던 사람의 호통 때문에 번뜩 오늘의 수업이 벌써 시작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수업수업!”


스칼렛은 책과 가방을 황급하게 챙겨서 수업에 들어갔다.


“으음⋯ 스칼렛 학생? 지금 온 건가요?”

“죄⋯ 죄송합니다! 다시 나갈게요!”


주변 학생들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뭐 지각은 항상 하던 거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손에 든 책들은 뭔가요!”

“아! 요즘 공부를 하고 있어서⋯”

“⋯”


로메로 교수는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칼렛은 앨리 옆자리를 찾아 앉았고 교수는 수업을 그대로 이어갔다.


“스칼렛 어디 있던 거야? 그 새로운 연구실에 가 봤는데 아무도 없던데?”

“아 도서관에 조금 가 있었어”

“도서관?”

“응. 공부를 좀 하려고 했거든. 나 공부할 거니까 조금 조용히 좀 해 줄래? 흥”


앨리는 혐오하는 표정으로 스칼렛을 바라봤다.


“알았어”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나가려고 준비할 때까지 스칼렛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로메로 교수는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스칼렛 학생. 잠깐 남아보겠어요?”

“네? 저요? 알겠습니다.”


스칼렛은 이제야 책을 덮었다.


“음.. 스칼렛 나 밖에서 기다릴게”

“으응⋯ 뭐지 나 지각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학생들이 모두 나가고 강의실에는 교수와 스칼렛만 남았다.

로메로 교수는 이 상황에서 스칼렛에게 다가가지 않고 강당에 서서 말을 꺼냈다.


“스칼렛 학생!”

“네!”

“갑자기 공부를 왜 하는 거죠? 대학원생에 흥미가 있는 건가요?”

“아.. 아뇨!”


교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왜 공부를 하시는 건가요? 나쁜 의미로 생각하지는 말아요. 단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니까”

“그⋯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아까 책들을 보니 약초학이었던 것 같은데?”

“네. 화장품을 만들고 팔아보고 싶어요”


로메로 교수는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확실히⋯ 먹는 약들은 수없이 많지만 바르는 것들은 없는 것 같긴 해. 괜찮은데요? 그래서 뭘 만들 생각인데요?”

“우선 햇빛을 받아도 피부가 그을리지 않는 화장품을 만들 거예요”


로메로 교수는 스칼렛의 똘망한 눈을 지그시 보더니 종이에 간단히 이름과 주소를 적어서 스칼렛에게 주었다


“오 그거 엄청 좋은 생각이신데요? 다만 제가 그쪽 분야에는 해박하지 않아서 혹시 이 분을 찾아가 보시겠어요?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의학과 약초학에 해박한 사람이거든요. 희귀 식물을 구하러 신대륙도 몇 번 갔다고 들었어요. 보면 로메로 교수가 예전에 못한 감사를 전한다고도 말해주고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왜 저를 이렇게 도와주시는 거예요? 교수님 저 맨날 지각해서 짐승 보는 눈빛으로 보셨잖아요⋯”

“음.. 맨날 자고 늦으니 본능에 충실한 짐승이구나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눈빛이 달라 보이거든요”

“솔직하시네요⋯”

“그럼 수고해요. 만들어지면 저도 하나만 주세요”

“그럼요!”


스칼렛은 강의실을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던 앨리는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칼렛의 표정이 좋아 보이는 걸로 보아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앨리 오늘 먼저 가 나 어디 좀 들렸다가 갈게”

“그래 뭐 내가 도와줄 건 없어?”

“아니야. 이번엔 나 혼자서 해 보고 싶어 헤헤”


앨리는 지금의 스칼렛의 모습을 보고 예전과는 다름을 느꼈다. 천진난만함은 잃지 않으면서 무언가 성숙해짐을 느꼈다. 앨리는 이런 순수함과 성장을 동시에 지닌 어린 공주님이 이대로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도와줄게. 오늘은 먼저 가볼게!”

“응응 잘 가!”


앨리와 인사를 끝내고 스칼렛은 종이에 적힌 주소로 달려갔다.

스칼렛이 도착한 곳은 아카데미 밖에 있는 작은 2층짜리 건물이었다. 로비로 보이는 1층에 들어간 스칼렛은 매퀘한 먼지냄새와 정돈되지 않은 책들이 가득했다.


“여기 사람이 사는 게 맞나? 저기요? 계세요?”


약간 무서움을 느껴 나가려 하는 스칼렛의 뒤로 2층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후줄근한 옷차림의 남자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스칼렛은 침을 꿀꺽 삼켰다.


“누구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앞에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로메로 교수님이 식물에 대해 잘 아신다 해서 추천을 받고 여기로 왔어요! 조지프 교수님 맞으시죠? 식물학에 정통하시다고⋯”

“로메로? 그 양반 아직 살아있나?”

“교수님은 아직 건강하세요!”

“흠 그래? 다행이네⋯ 근데 아쉽지만 번짓수를 잘못 찾아왔어. 나는 예전에 사건이 있어서 교수협회에서 쫓겨나고 약을 만들거나 누굴 가르칠 권리조차 없거든 그리고 나는 화학 전공이지 식물학 전공이 아니야.”

“그렇지만⋯”

“이봐 학생. 나도 학생의 열정은 높이 사. 하지만 우선 나는 도망자 신세야. 학생이 나를 찾아온 것만으로도 지금 나는 큰 위협에 빠진 거야.”

“왜요? 어떤 잘못을 저지르셨길래?”

“글쎼 나도 몰라. 어쨌든 이왕 온 거 차나 한잔 마시고 조용히 가”


조지프 씨는 어지러운 식탁에서 차를 찾아 먼지가 수북해 보이는 잔에 차를 한잔 따라주었다.

스칼렛은 우려낸 지 얼마나 오래된지도 모르는 차를 마신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지만 잔을 받았을 때는 차가 따뜻해서 약간은 안도하게 되었다.


“대충 책 위에 앉아. 방이 많이 더럽지? 이래야지 여기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 테니까 어쩔 수 없어”

“그래 이야기나 들어보자. 사람이랑 대화를 한지 너무 오래되었다 보니까 이야기가 하고 싶네. 어떤 지식을 얻고 싶어서 온 건데?”

“저는 햇빛에 피부가 그을리지 않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어요!”


조지프는 한순간 말이 없었다.


“음 어떤 식물에서 그런 물질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그 식물이 알고 싶어서 온 거면 나도 몰라. 대신 그 원료를 추출하는 법은 아나?”

“아뇨⋯ 기구는 있는데 어떻게 쓰는지 몰라요. 공부하고 있어요”

“음.. 너가 지금 깔고 앉아있는 책 한 권 가져가. 그거 한 권이면 충분할 거야”


스칼렛은 벌떡 일어나서 책을 보았다. 확실히 깔끔하게 적혀있는 책이었다.


“자 내가 너에게 도움을 주었으니 너도 나에게 도움을 주어야 공평하겠지? 넌 나를 위해 뭘 해줄 수 있는데?”

“네?”

“묻잖아.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스칼렛은 당황했다.


“저.. 저 맛없어요⋯ 먹지 마세요!”

“풉⋯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됐다. 어린 학생한테 추하게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차나 마저 마시고 가”


조지프는 이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가려했다.


“그⋯ 어디로 도망치시게요?”

“그 서쪽에 신대륙이 요즘 살기 좋다는데 거기나 가려고 하는데"

“음⋯ 제가 망명 도와드릴까요? 우리나라를 거치면 쉽게 갈 수 있을 텐데”

“뭐? 너 에센 사람이 아니었어?”

“네. 밀레오 왕국 출신이에요. 제가 이래 보여도 나름 공주라서 국경 넘기도 수월할 거예요!”

“공주? 도⋯ 도와줘. 나 여기에 있다가는 조만간 죽고 말 거야. 도와주세요 공주님!”

“히히 저도 도와드릴 테니 뭔가 저를 위해 도움을 주셔야겠죠?”

“그래 말만 해!”

“여기 있는 책 전부랑 원료 추출법의 시연 그리고 외국도 많이 가셨다는데 희귀한 식물들도 다 저 주세요!”

“풉 어차피 버리고 가야 하는 것들인데 그래. 협상 체결이다. 꼬맹이인줄 알았는데 거래는 할 줄 아네. 정식으로 소개하지. 나는 조지프 프리스틀리라고 해.:”

“음.. 저희 교수님은 엄청 유명한 것처럼 말했는데 솔직히 처음 들어봐요”

“뭐 당연하겠지 업적이라고는 아무거나 합성하다 마취제 만든 게 다야. 근데 웃음이 나오는 부작용이 있어서 마약취급받아서 사람들이 안 써. 중독성이 없는데도 말이야. 그것 때문에 마약상으로 몰려서 도망치고 있고.”

“에? 그럼 지금 마취를 어떻게 해요?”

“아편이라는 중독성이 있는 마약을 써서 하지”

“?”

“?”


스칼렛과 조지프는 서로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점사 멍하니 있다가 스칼렛은 주변에 있는 아무 책 위에 자신의 연구실의 주소를 적어주었다.


“어찌 되었든 대단한 분이라는 거죠? 내일 밤에 몰래 여기로 오세요. 책이랑 기구들은 제가 천천히 옮길게요”

“그래. 약속은 꼭 지켜라 꼬맹아.”

“꼬맹이라 부르지 마요! 이렇게 이쁘고 볼륨감 있는 꼬맹이가 어디 있어요!”

“알겠어 꼬맹아”

“?”


스칼렛은 건물을 나왔다. 대화하기 쉬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확실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같았다. 뭔가 스칼렛은 한 발짜국씩 해결해 나가는 것 같아서 뿌듯함을 느끼면서 총총거리는 발걸음으로 연구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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