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아빠는 허락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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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1:20
최근연재일 :
2024.08.30 16:0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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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0,032

작성
24.08.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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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9. 스칼렛 #4

DUMMY

“아~ 심심해!”

“공주님 조용히 좀 하세요! 저 사람들 들을라!”


스칼렛 일행은 에센에 돌아가는 길이였다. 이번에 돌아가는 길은 기존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가는 내내 스칼렛답지 않게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조심스러운 느낌이었다.


“에휴⋯ 엘리, 재밌는 이야기 하자. 너 남자 친구는 어디 갔어?”

“공주님 때문에 저희 관계도 들켰잖아요! 작센 쪽 국경에 다른 임무로 보내버렸어요.”

“뭐? 레오나르도가 떠났다고?”

“네⋯ 흑흑”


스칼렛은 당황했다. 레오왕의 세뇌를 거친 스파이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에 또 시간을 써야만 했다.


“울지 마 운명이야. 내 앞에서 염장질 했으니까 벌 받는 거야”

“너무해. 공주님도 벌 받는 거예요. 지금 저 마차 끌고 가는 안경잡이들은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요?”

“풉! 내가 누구야. 마음만 먹으면 당장 내일 저 안경 벗기고 술과 항락에 찌들게 해 버릴 수 있다고”

“저 학업에 성적 매력을 느껴 흥분하는 저런 느낌의 사람들을요?”


스칼렛은 뒤를 돌아봤다. 두 명의 안경잡이들이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추켜올렸다.


“조금⋯ 힘들 것 같긴 하네⋯ 아니 많이⋯. 아! 맞다 근데 생각해 보면 엘리도 처음 봤을 때 저랬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망가졌지?”

“좀! 좀! 그 입 좀! 그나저나 어떻게 할 거예요. 저도 숨 막혀 죽을 것 같아요”

“흐음. 타락이 안 통한다고 하면 남은 방법은 하나!”

“뭔데요?”

“도망 다니자!”

“폐하한테 바로 보고가 들어갈 텐데요?”

“아니 나한테 다 방법이 있어.”


스칼렛과 엘리는 아카데미에 도착해서 기숙사 방에 들어가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뭐야?”

“쿠쿡⋯ 스칼렛 큰일이네”


스칼렛의 아늑한 혼자만의 공간이었던 방이 4인 1실의 기숙사로 변해 있었다.


“잠깐만! 내 침대는! 왜 2층짜리 침대로 변해있는데! 야 너희 둘!”


두 명이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치켜세우며 대답했다.


“네?”

“내 침대 어디 갔어! 그리고 에센에 오면 무조건 반말하는 거야! ”

“침대라뇨? 저희는 여기 오늘 처음 와 보는걸요?”

“그거 네 가족인데⋯ 용서할 수 없어! 내가 너희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 아빠의 사냥개!”


두 명이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다시 치켜세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 엘리는 이 상황을 중재하려고 했다.


“하아.. 어쩔 수 없지 스칼렛. 짐이나 풀자. 그니까 그건 왜 걸려서⋯”

“크흡⋯ 너네 다 2층 써! 코 골기만 해봐 다 짐수레로 보내버릴 거야!”


두 명이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다시 치켜세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칼렛은 당장 침대를 찾고 싶었지만 짐을 풀자마자 수업에 갈 시간이었다.

스칼렛은 수업의 대부분은 지각으로 시작하지만 오늘만큼은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강제로 끌려가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고 기다란 책상에 양 옆으로 안경잡이들이 앉았기에 나갈 방법조차 없었다.

스칼렛은 옆에 앉아있는 엘리의 노트에 뭐라고 적기 시작했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이거 분명 아빠가 이렇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게 분명해!]

[뭐 이 기회에 성적을 올려 보시는 게 어때? 이번엔 성적도 못 숨길 것 같은데]

[죽어도 싫어!]

[그럼 뭐 방법 있어?]

[그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지.]


평소에 강의를 한 번도 듣지 않았던 스칼렛은 꾸벅꾸벅 졸다 보니 강의는 끝나 있었다.

두 명의 안경잡이 학생들은 스칼렛을 강의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스칼렛 일어나 강의 끝났어. 점심 먹으러 가자”

“스흡⋯ 아 침. 잠깐 교수님과 할 이야기가 있어”

“응? 너가?”

“어머 교수님 안녕하세요~”

“아 스칼렛 학생이군요. 앞에서 본건 처음인 것 같은데 정말 잘 주무시네요.”

“헤헤 뭘요.”

“칭찬한 거 아닌데?”

“크흠. 어쨌든 오늘 저기 기다리고 있는 안경 쓴 두 친구 있잖아요? 그 친구들이 교수님 강의에 감명을 받아서⋯”


스칼렛은 교수님에 귀에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대학원생이 하고 싶데요.”


교수의 표정이 여섯 살 아이의 웃음처럼 밝아졌다.


***


스칼렛과 엘리는 아카데미 내 식당에 왔다.


“꺄르르르륵! 하핳 봤어 엘리? 바로 불려 가는 거 봤어?”

“하 어쩜 이럴 때만 머리가 좋은 거야?”

“자유를 갈망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야! 내 생존 본능이 이렇게 하라고 알려줬어.”

“어쨌든 잘 됐네. 그나마 감시에서 많이 벗어나겠는걸?”

“안경잡이 친구들에게도 좋고 교수님에게도 좋고 서로서로 좋은 거라니까? 그나저나 오늘 뭐 먹을 거야?”

“나는 오늘 오렌지 마말레이드 하나면 충분할 것 같아”

“배고픈데? 오늘 머리를 너무 많이 써서 그걸로 부족해. 난 돼지고기 납작 튀김 먹을래!”


둘은 음식을 받아 들고 괜찮은 자리를 찾고 있었다.


“어 이게 누구야!”


그때 누군가가 스칼렛에게 아는 척을 했다. 무도회에서 유일하게 춤을 같이 추었던 니콜라였다.


“앜! 너가 왜 여깄어!”

“왜긴 밥 먹으러 왔지. 이렇게 된 거 같이 먹을까?”

“뭐 그러든가⋯ 난 원래 많이 안 먹어서 이 오렌지 마말레이드 하나면 충분하지만 먹는 거 기다려 줄게”


스칼렛은 자신이 들고 있던 돼지고기 납작 튀김을 엘리한테 건네고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집어 들었다.

엘리의 표정이 썩었다.


“어머 스칼렛~ 얘가 너랑 춤을 같이 추었다는 그 친구니?”

“음 그렇지 뭐. 하도 한 번만 춰달라고 애원해서 어쩔 수 없이 흥!”

“아 맞아. 내가 추자고 제안했어. 아카데미에서 워낙 유명하다 보니 한 번쯤 이야기해 보고 싶었거든. 어제도 같이 술을 마셨는데 재밌더라고”


엘리가 유명하다는 소리를 듣고 혼자 웃었다.


“쿠쿡⋯ 유명하데 하핳! 어떻게 유명한데요?”

“엘리 친구로서 말해주자면 조금 닥. 쳐. 줄 수 있겠니? 납작 튀김을 입에 넣고⋯ 품위가 너무 떨어지는걸?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네 점심에 그렇게 과한 걸 먹고.”


엘리는 엿이나 먹으라는 듯이 납작 튀김 큰 조각을 입안에 쑤셔 넣었다.


“아 혹시 스칼렛 친구분 이름은 뭔가요?”

“아 나는 엘⋯.”


스칼렛이 엘리의 말을 끊고 답했다.


“아 얘는 내 뒤를 졸졸 쫓아 댕기는 강아지 같은 친구 엘리라고 해. 생긴 거랑 다르게 애는 착하니까 친하게 지내 줘.”

“그⋯ 그래”


엘리는 남은 납작 튀김 한 조각을 모두 입 안에 쑤셔 넣었다.


“오늘 강의 있어?”

“아 나는 사실 4학년이라 강의를 듣기보다는 소파나 시트를 만드는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거든. 점심 먹고 회사로 가봐야 해. 어때 밀레오 왕국에서 볼 때랑 달라 보이지?”

“뭐 조금⋯”

“아 맞다! 너희 언니도 여기 왔다던데? 신문에 나오고 장난 아니라던데?”

“뭐? 언니가? 왜?”

“몰라 나도. 구체적으로는 못 봤어.”

“흠 시간되면 봐야겠네.”


셋은 남은 음식을 다 먹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 있잖아⋯ 혹시 괜찮으면 내일쯤 저녁 한 끼 먹을래?”

“뭐 그래. 다른 약속은 없으니까. 내일 저녁 7시 아카데미 정문에서 보자”

“응!”


니콜라는 먼저 자리를 떴다.


“엘리! 식사를 하는데 왜 이렇게 품위가 없어!”

“글쎄? 옆에 누군가가 계속 닥쳐주기를 원해서 어쩔 수가 없었네”

“누가! 옆 테이블에 아무도 없는데!”

“⋯”


스칼렛과 엘리는 오후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에 돌아왔다. 아직 두 안경잡이 룸메이트는 돌아오지도 않았다.


“와 얘네 아직도 안 왔네?”

“스칼렛 너는 분명히 지옥에 떨어질 거야. 두 사람의 인생을 망쳐놨어”

“진짜 서로 좋은 거라니까? 근데 조금 불안하네⋯ 얘네 들어오자마자 우리 있는 거 먼저 확인할 거잖아. 맘대로 술도 못 마시고 잠도 일찍 자야 되고⋯ 공간을 분리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건 자연스럽게 될걸?”

“왜?”

“스칼렛 너가 만든 두 명의 노예들은 노예 작업장이랑 가까운 데로 조만간 거처를 옮기게 될 거야. 교수들은 1분 1초라도 더 노동을 시키고 싶어 하거든.”

“아⋯ 갑자기 안경잡이들한테 미안해졌어. 나는 지옥에 떨어질 거야⋯”


그때 마침 두 안경잡이가 기숙사 방에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스칼렛을 노려보더니 손목을 덥석 잡았다.


“뭐⋯ 뭐야 너 왜 이래!”

“그! 고마워! 평소에 책에서만 보던 저명한 교수님의 제자로 들어가다니! 너무 꿈만 같아! 처음엔 나쁜 공주님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우리를 생각해 줄 주는 몰랐어.”

“머⋯뭐?”

“우리는 연구실 옆 숙소로 방을 옮겨야 할 것 같아. 미안해. 사실 스칼렛 네 아버님께서 옆에서 몰래 감시하면서 보고하라고 했는데⋯ 너의 마음을 몰라주고⋯ 우리가 정말 나쁜 애들이었어. 흑흑⋯ 보고는 잘해줄 테니까 걱정 마!”

“그⋯ 그래⋯”


두 안경잡이들은 빠르게 집을 싸서 해맑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뭔가 훅하고 지나갔네⋯ 엘리, 잘 된 거겠지?”

“뭐⋯ 그렇다고 봐야지. 근데 한 가지 잘 안 된 게 있어”

“뭔데?”

“쟤네들도 없어졌고 네 침대도 없어졌어”

“아! 맞다! 침대!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당장 내일 수배 전단지를 붙이러 가야겠어⋯ 그니까 내가 무도회 때 침대 확인 한번 하라고 했잖아!”

“이럴 때만 촉이 좋단 말이지⋯ 침대 없어질 건 어떻게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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