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아빠는 허락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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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1:20
최근연재일 :
2024.08.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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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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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 스칼렛 #5

DUMMY

다음날 스칼렛은 어울리지 않게 일찍 일어났다.

이 날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이른 아침부터 스칼렛이 엘리의 방문을 두드렸다.


“엘리! 나 좀 도와줘”

“하음⋯ 뭔데 이 아침부터 나를 부르는 거야”

“전단지 붙이러 가자”

“앙? 뭐야! 침대를 찾습니다? 진심이야?”

“그럼! 가족을 잃어버리면 진심으로 찾아야 하는 게 맞는 거잖아!”

“와 진심으로 놀랐어 공주님. 어쩜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했는데 마치 양파처럼 끝이 없이 까도 까도 새로운 모습만 보이네⋯ 좀만 기다려 씻고 옷 좀 입고 올게”


스칼렛은 엘리가 이걸 도와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엘리가 옷을 입고 나오자 스칼렛이 말했다.


“엘리 넌 이거 안 도와줄 줄 알았어”

“도와줘야지. 그 침대 소중한 거잖아. 너한테도, 나한테도”

“엘리⋯너한테는 왜 소중한 건데?”

“비밀이야.”


스칼렛은 부끄러워 붉어지는 엘리의 얼굴을 보고 굳이 이유를 묻지는 않기로 했다.

둘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침대를 찾습니다를 붙이고 다녔다.


“스칼렛 근데 이런다고 우리가 침대를 찾을 수 있을까? 분명 쓰레기장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누군가 주워서 쓰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누군가 쓰고 있다고? 설마 다른 사람이 쓰던걸 그렇게 쓰는 사람이 있겠어?”


스칼렛과 엘리는 아카데미 전체를 돌며 수십 장의 전단지를 붙였다.


“으아 끝났다. 그래도 아침 산책한 것 같아서 개운하네”

“그러게? 자 이거!”


스칼렛이 엘리에게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건네었다.


“뭐야 노동의 대가가 이게 다야? 그것도 제일 작은 사이즈로?”

“좀 봐줘⋯ 어제 방 뒤져보다 보니까 아빠가 생활비까지 가져갔어. 나 이제 가난해. 흑흑”

“폐하께서 단단히 마음먹었나 보네⋯”

“그러게 아구구⋯ 진짜 일이라도 해야 할까 봐. 있잖아 엘리. 요즘 막 그런 생각이 드는 거 있지? 우리 언니는 엄청 똑똑하고 열심히 살고 샬롯도 노력하고 있고 아델라도 어릴 때부터 영악하다고 소문났고 나만 뒤처지는 느낌이랄까?”

“스칼렛이 이런 걱정을 하고 있을 줄을 몰랐는데?”

“이러다가 유산을 하나도 못 물려나갈까 봐 걱정돼. 만약 그렇다면 날 먹여 살려줄 남자 하나 잡아야 하는데⋯그 언니가 데려온 전동차 회사 대표를 꼬셔볼까? 돈도 많고 사람도 괜찮아 보이던데 치정극을 시작하는 거지!”

“왜 항상 잘 가다가 끝이 이상해지는 걸까⋯ 그냥 스칼렛 너도 어제 니콜라처럼 인턴이라는 거 해보는 게 어때? 뭐 잠깐 업무 체험을 하는 건가 봐 돈도 물론 주고”

“인턴?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음⋯ 나도 잘 모르겠는데 니콜라한테 물어보는 게 어때? 마침 오늘 저녁에 밥 먹기로 했잖아”

“아 맞네!”


스칼렛은 강의를 듣고 니콜라를 만나려 준비했다. 이번엔 엘리는 따라가지 않았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지만 아직 니콜라는 도착하지 않았다.


“아 배고픈데 왜 안 와⋯”


10분쯤 기다리자 니콜라가 헐래 벌떡 뛰어서 스칼렛을 보러 왔다.


“아 미안 스칼렛 하아하아⋯ 좀 많이 늦었지?”

“잘 아네. 그럼 너가 밥사!”

“그럼 그럼 뭐 먹고 싶어?”

“돼지고기 납작 튀김”


스칼렛과 니콜라는 아카데미 근처의 식당에 들어갔다. 약간 이국의 느낌이 나는 식당이었다.

스칼렛은 자리에 앉자마자 본론부터 꺼냈다.


“나 어떻게 인턴 하는지 알려줘”

“갑자기? 쉽지 않을 텐데? 회사에서 아카데미 학생들은 잘 쓰지 않으려고 하니까. 훗 내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니까?”

“으 잘난척하는 게 우리 아빠 같아⋯ 어떻게 하는지나 말해줘 봐 나도 할 거야”

“음 간단해. 학년 최고 성적과 여러 수상 이력과 연구이력과 열정만 있으면 면접도 쉽게 통과할 수 있어. 쉽지?”

“와 진짜 재수 없어. 그래 나 멍청해서 그런 거 다 없어. 포기할래!”

“스칼렛 굳이 인턴을 해야 해? 너는 집에 돈도 많고 그럴 필요 없잖아. 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거고.”

“나도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알면 다쳐!”

“음 돈이 필요한 거면 차라리 장사를 해 보는 게 어때?”

“장사?”

“응. 너가 좀 잘 아는 걸 팔아보는 거야. 나도 지금 당장은 돈이 궁해서 이 일을 하지만 나중에는 이때의 경험을 살려 장사를 하고 싶거든”


스칼렛은 자신이 잘 아는 게 무엇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오 있어! 내가 좋아하는 거. 화장품!”

“어? 그거 정말 괜찮은데? 밀레오 왕국의 화장은 유명하잖아. 잘만하면 에센의 대량생산이랑 만나서 잘 될 것 같은데?”

“좋아! 와 신날 것 같아! 뭐부터 시작해야 해? 나 좀 도와줘 나 진짜 가난해 지금”

“글쎄? 지금 쓰는 화장품에 뭐가 들어가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뭐 개발은 한다고 하더라도 재료나 성분은 필요하고”

“오오 좋아! 이거 다 먹고 바로 내 거 보러 가야겠다. 오오 이럴 땐 꽤나 진지하네?”

“그럼~ 날 어떻게 생각한 거야.”


둘은 남은 음식들을 맛있게 먹었다. 니콜라는 계산을 끝나고 점원에게 팁을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흠 생각보다 이른 시간이네? 이제 뭐 할까?”

“왜? 왜? 이 늦은 시간까지 나 집에 안 보낸 다음 나한테 뭔 짓을 하려고!”

“무슨 소리야⋯ 뭐 더 할거 없으면 작업실로 들어가 보려고”

“응 왜? 뭐 소파 만들어야 해?”

“아니, 내가 버려진 침대를 가져갔는데 누가 애타게 찾고 있더라고. 침대 향기가 엄청 좋았는데 어떤 여성분이 나올라나?”

“너구나?”

“응 뭐가?”

“그걸 왜 가져가! 그리고 이 변태새끼야! 그거 냄새는 왜 맡는데?”


니콜라는 상당히 당황했다. 장난으로 한 말이었지만 바로 앞의 스칼렛이 침대의 주인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 그거 전단지 붙인 게 너였어? 아니 들어봐!”

“들을 것도 없어! 치안대 부를 거야!”

“아니 잠깐! 그건 오해야. 그리고 그 침대 그런 목적으로 쓰기보다는 푹신한 시트를 개발 중인데 분해해서 연구에 썼어. 어차피 버려진 거라⋯”

“뭐? 그걸 분해했다고? 천을 갈기갈기 찢어서? 이 변태 살인자! 흐아아아아아앙!”

“어⋯”


스칼렛은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울었다. 니콜라는 상당히 당황했다.


“스칼렛 진정해. 진정해! 뚝!”

“흐아아앙~ 긍거 내애 가조깅라고오오오! 흐아아아앙”


니콜라가 스칼렛을 진정시키는데 까지는 30분이 걸렸다.


“진짜 미안해. 나는 진짜 버린 건 줄 알았어. 내가 똑같은 걸로 사던지 만들던지 해 줄게!”

“킁⋯. 필요 없어. 말 걸지 마! 나랑 그 침대가 함께 한 시간이 얼마나 많은데! 너가 그 추억까지 보상해 줄 수 있어? 나 그거 일곱 살 때부터 쓰던 거야! 여기 기숙사 오면서까지 가져온 거고!”

“⋯ 추억은 새로 만들어 나가면”

“닥쳐!”


니콜라는 상당히 무안하면서도 이런 모습을 가진 스칼렛이 귀여웠다.


“나 갈래. 너 다신 안 볼 거야!”

“잠깐⋯”


스칼렛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니콜라는 스칼렛을 잡을 수 없었다. 살면서 여자의 눈물을 처음 본 니콜라였기에 죄책감이 엄습해 왔다.


***


한 주가 흘렀다. 스칼렛의 감정이 조금 누그러졌을 때쯤 강의가 끝나고 강의실을 나올 때 니콜라가 스칼렛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스칼렛 잠깐만”

“⋯”


스칼렛은 곁눈질로 살짝 보고 [너랑은 다시는 말조차 안 할 것]이라는 느낌으로 지나쳐 갔다.

니콜라는 다급하게 뛰어 스칼렛의 손목을 잡았다.


“잠깐! 그.. 할 말이 있어”

“뭔데 빨리 말해. 나 밥 먹으러 갈 거야. 그리고 이 손 좀 놓고.”

“보여줄 게 있어”


스칼렛은 잠시 고민하다가 약간은 호기심이 생겼다.


“5분 만이야”

“충분해!”

“엘리. 식당에서 잠깐만 기다려줘”


니콜라는 스칼렛을 데리고 건물 복도를 지나면서 지금까지 스칼렛이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방 문 앞에 섰다.

니콜라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스칼렛의 눈에는 낡은 복도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수많은 디자인 그림으로 붙여진 벽면과 재봉기, 사람의 모형,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는 연구 재료들과 자료들. 나무로 된 창문을 통해 햇살이 비추며 먼지가 날리지만 따뜻한 느낌이 들었으며 이 공간 전부에 이 남자의 노력이 가득 담겨있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잠깐 들어와 볼래?”

“⋯”


스칼렛은 자연스럽게 방이 부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잡다한 기기와 물건들이 많아서 방은 작아 보였지만 생각보다 방의 크기는 컸다. 다양한 물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었다면 방 한가운데에 있는 천으로 덮여있는 큰 물체였다.

니콜라는 덮여있는 천을 걷어냈다.


“이⋯ 이건?”

“음 최대한 똑같이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만족할지는 모르겠어. 예전과 같은 느낌과 냄새는 없을 수 있어도 형상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어.”


스텔라는 침대에 앉아 만져보았다. 10년을 함께한 침대와 다르게 앉을 때 삐걱거리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과거의 삐뚤빼뚤한 제봉과 지워지지 않는 얼룩도 말끔하게 없어져 있었지만 형상만은 똑같았다.


“그⋯ 만족할지 모르겠네.”

“앉아봐.”

“어 그래.”


둘은 침대에 앉았다.

니콜라가 만든 침대는 둘이 앉을 때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스칼렛은 이 남자의 손기술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알다시피 우리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어. 그때가 내가 한 여섯 살 쯤이었지 아마? 사실 너무 어릴 때라 솔직히 난 엄마 얼굴이 잘 기억이 안 나. 근데 그때 나는 엄마를 무척 사랑했나 봐. 맨날 잠이 오지 않아서 엄마가 돌아가신 그 방에 들어가서 잤었데.”

“⋯”

“ 유품을 정리하면서 나한테 맞지도 않는 이 큰 침대를 그때부터 써 왔어. 내가 이 침대를 여기까지 가져왔다는 걸 아빠는 아마 몰랐겠지. 그래서 그렇게 버렸던 거겠지.. 사실 내가 화를 내야 할 대상은 너가 아니었는데⋯”

“그렇구나⋯.”

“근데 솔직히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되었다고도 생각하고 있긴 했어. 디자인도 너무 고루해졌고 곧 부서질 것 같긴 했거든”

“그래도 어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거잖아”

“글쎼⋯ 요즘 나만 계속 어린 시절에 머무르는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 언니가 귀품 있게 무도회에서 멋지게 말하는 모습을 봐서 그런가?”

“언니는 언니지. 스칼렛 너가 굳이 언니랑 같아질 필요는 없다고 봐”

“그런가?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뭔가 노력을 해 보려고. 가장 먼저 침대에서 탈출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스칼렛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가야겠어. 엘리가 기다리겠다.”

“아! 가기 전에 잠깐! 이 침대는 어떻게 가져다줄까?”

“흥! 안 받을 거야! 방금까지 뭘 들은 거야!”

“아⋯. 여기 더 이상 공간이 없는데”

“내가 여기 가끔 와서 잘 거니까 치우지 마! 그리고 다음에는 너가 만든 그 전동차 시트도 보여주고”

“하하⋯ 저기 구석에 둘께. 가끔 와서 자. 열쇠는 여기 있어”


스칼렛은 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말했다.


“고마워.”


니콜라는 스칼렛이 나가고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정말인지 귀찮은데 귀엽네.”


***


“아 엘리 미안 너무 늦었지?”

“아 5분이라매! 30분은 기다린 거 같아! 그래서 화해는 했어?”

“아니 평생 용서 안 할 건데?”

“그러기에는 너무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스칼렛⋯ 짜증 나. 빨리 내 눈앞에서 슬픈 표정으로 바꿔. 뭐 때문에 부른 거래?”

“침대를 찾았어. 아 맞다! 엘리. 우리 장사 시작하자. 시작할 만한 괜찮은 장소도 찾았어”

“하⋯ 나는 벌써부터 걱정되는걸 스칼렛?”

“걱정 마. 이번엔 진심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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