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아빠는 허락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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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1:20
최근연재일 :
2024.08.30 16: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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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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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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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9. 스칼렛 #6

DUMMY

“아구구⋯ 후 이제 좀 일할 맛 나는 공간이네”


스칼렛은 연구동의 방 하나를 얻었다. 건물 자체가 오래되고 낡아서 아무도 적당한 연구 과제나 사업계획서만 있으면 경쟁 없이 임대가 가능했고 니콜라의 바로 옆 호실에 들어갔다.

스칼렛이 선택한 사업은 화장품이었다. 그나마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 들이라고 생각했고 잘 될 거라는 확신도 가지고 있었다.


이번 방을 청소하고 꾸밀 때에는 엘레나 니콜라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 자신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싶었다.


“스칼렛 문 좀 열어줄래?”

“응? 니콜라? 뭘 두 손 가득 들고 온 거야?”

“아 별거 아니야. 그래도 처음 시작하는데 이것저것 기구들은 필요할 것 같아서”


니콜라는 니콜라의 연구실에서 스칼렛의 방으로 옮겨온 침대 위에 큰 물건 상자를 올려두었다.

니콜라가 가져온 물건들은 증류기나 플라스크, 고형 틀과 같이 연금술 실험실이나 화학 연구실에서나 쓸 법한 기구들이었다.


“와 이런 것들을 어디서 가져온 가야? 정말 꼭 필요한 것들이잖아!”

“뭐 그냥 아는 친구가 화학과인데 안 쓴다고 해서 가져왔어. 좀 오래된 것들이기는 해도 못 쓸 정도는 아닐 거야”

“정말 고마워 니콜라⋯ 그 오늘 그래도 처음 들어온 날인데 엘리 불러서 작은 파티라도 할까?”"

“음 좋지. 그 스칼렛 이 건물 옥상 안 가봤지?”

“오 왜 옥상에 뭐 있어?”

“훗 기대해⋯ 난 먹을 거 좀 사러 갔다 올게”

“응 응! 앨리는 내가 불러올게”


스칼렛은 니콜라가 가져온 물건들의 정리를 끝내고 앨리를 부르러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와 스칼렛! 이거 이거 완전 다른 공간이 되었는데? 우리 공주님 다 컸네”

“아 엘리! 마침 부르려고 했는데. 오늘 니콜라가 고기 구워 먹재”

“오⋯ 고기! 나도 너 월세랑 돈 빌려주고 며칠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와 근데 이거 진짜 연구실 같은데? 이런 것들은 어디서 구해온 거야? 엄청 오래된 것 같은데?”

“니콜라가 어디서 주워왔데. 으으 고마워 죽겠어!”

“고마워 죽겠는 게 아니라 사랑 스러 죽겠다는 표정인데?”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근데 궁금하긴 하네? 왜 이렇게 너를 알뜰 살뜰히 챙겨주는 걸까? 스칼렛의 주변에는 원래 어떻게 하면 영혼까지 털어먹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밖에는 없잖아”

“음⋯ 뭐 내가 이쁘니까 원래 작업 거는 애들은 이렇게 많이 도와주긴 했으니까”

“아니야 스칼렛. 너 친구로서 느끼는 건데 평소에 알랑알랑 거리는 가벼운 남자들의 느낌이 아니야. 오늘 물어봐야겠어”


마침 니콜라가 다시 돌아왔다.


“둘이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엄마야 깜짝이야! 니콜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기척도 없이!”

“빨리 온 건가? 2시간은 넘게 걸렸는데? 뭐 어쨌든 밖이 어두워졌으니까 올라가 볼까?”


셋은 잠겨있는 문을 열고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옥상에 펼쳐진 풍경은 수없이 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스칼렛은 자연스레 감탄사가 나왔다.


“우와!”

“어때? 멋지지? 여기서 맛있는 것까지 먹으면 천국 그 자체더라고”


니콜라는 구석으로 가더니 어떤 스위치를 올렸다. 전구라고 부르는 발광체에서 불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우와! 이거를 다 설치한 거야?”

“그럼. 스칼렛 너도 여기 올 때 느꼈겠지만 이 건물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일 년 동안 나 혼자서 쓰고 있었을 정도니까. 그래서 완전히 내 건물로 만들었지. 그 저기 테이블 펴는 것좀 도와줄래?”


이 연구동의 옥상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니콜라는 불판을 준비했고 엘리와 스칼렛은 재료를 손질하고 테이블을 세팅했다.

옆에서 도와주는 스칼렛을 보고 엘리는 조금 신기한 모양새였다.


“뭐야? 너가 준비를 도와주는 건 내 상식엔 없는데?”

“엘리 슬슬 나도 혼자 하는 걸 습관화시키려고. 맨날 남들이 다 해주니까 점점 글러먹는 것 같아”

“왜 그래 무섭게⋯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글쎄? 침대를 잃었을 때부터일까? 혼자 힘으로 해야지 보람도 더 크잖아”

“뭐⋯ 그렇긴 하지. 근데 처음은 배우는 게 좋을걸? 으 저 봐봐 칼 그렇게 쓰면 다쳐! 밭치는 손가락은 살짝 주먹 쥐듯이 오므려야 해”


스칼렛은 이런 작은 일에도 세심한 기술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엘리는 재료를 엄청 빠른 속도로 다듬었다

분주하게 준비하다 보니 테이블은 모두 갖추어졌고 니콜라의 바비큐도 거의 완성되어 갔다


“와.. 침 나와! 지금 먹으면 안 돼?”

“안돼 스칼렛. 좀만 참아.”

“지금은?”

“안돼! 물어본 지 1분도 안 지났어. 불은 이게 최대라고. 음 그럼 이거나 구경하고 있어”


고기를 굽던 니콜라는 다시 어디 구석진 곳으로 가더니 술병을 가져왔다.


“와 이거 뭐야! 와인이잖아? 아카데미 안으로 어떻게 술을 가져온 거야?”

“작업 재료라고 하고 안에 숨겨 오면 안 걸려”

“와 어디서 이런 못된 것만 배워서! 고로 이건 압수야!”

“하하⋯ 많으니까 걱정하지 마”


셋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셋다 웃고 떠들며 먹고 마시다 보니 술병을 대부분 비워졌다.

술이 다들 많이 올라왔을 무렵, 웃음소리를 뒤로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이 작은 정적 속에서 스칼렛은 이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을 거라고 혼자 작은 사색에 빠졌다.

문득 궁금해졌다. 엘리가 도와주는 건 그렇다고 해도 니콜라가 도와주는 이유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니콜라~”

“응 왜?”

“나 갑자기 궁금해졌어. 나를 왜 이렇게 도와주는 거야?”

“훅들어오네⋯ 뭐 큰 이유는 없는걸?”


옆에서 엘리가 흥미가 가득 찬 눈으로 바라봤다.


“진짜? 사실 사라들이 다 뭐 원하는 게 있어서 접근하는 편이거든 근데 너는 알 수가 없어 설마 이러다가 날 인질로 잡아서 어디 팔아먹는 거 아니야?”

“뭐 진짜 별거 아니야. 그냥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친구가 되고 싶달까?”

“진짜요? 진짜 단순히 친구가 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엘리 너마저 왜 그래⋯. 에센에서는 권력이 아닌 돈이 아닌 능력 위주의 사회인 거 알잖아. 스칼렛이 공주인 건 나한테 큰 의미 없다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죠! 겨우 친구? 겨우? 당신 딱 그 정도의 사람이었어?”


스칼렛은 엘리를 잡아끌었다. 엘리는 거하게 취해서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다.


“너 이봐! 남자가 말이야! 어! 그럼 안돼! 어? 알아!”

“아 앨리 왜 그래 많이 취했어. 집 가서 발 뻗고 자자”

“어? 내가 우리 공주님⋯ 아니 우리 스칼렛 어릴 때부터 봤는데 우리 스칼렛 어릴 때부터 울리고 못살게 군 애들은 싹~다! 혼내줬어! 내 손으로!”

“아니 엘리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으⋯ 왜 이렇게 무거워졌지?”

“너! 두고 봐! 내가 두 눈 부릅뜨고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으니까아!”


엘리는 풀린 눈으로 눈을 부릅뜨려고 하려고 노력했다. 니콜라는 이 모습이 너무나도 재밌어서 웃음이 터졌다.


“너어~ 웃어? 일로와!”

“엘리가 발버둥 치면서 스칼렛은 엘리를 업고 내려가려다가 주저앉았다.”

“괜찮아 스칼렛? 내가 업을게.”


니콜라는 스칼렛의 등에 업혀있는 엘리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어딜 만져! 내가 내가 이 새끼 이럴 줄 알았어! 아주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고 우선 만지고 보는구먼! 너 내가 가만 안 둬! 너어 우리 스칼렛도 몸이 목적이지?”

“엘리 으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스칼렛은 얼굴이 빨개져서 엘리를 업고 계단을 내려갔다. 업혀서 계단을 내려가는 와중에도 엘리는 계속해서 니콜라에게 심한 욕을 퍼부었다.

잠시 후 엘리를 침대에 눕히기까지 많이 힘들었는지 스칼렛은 숨을 헐떡이며 옥상으로 다시 올라왔다.


“하아⋯하아⋯ 엘리 저렇게 취하는 거 몇 번 본 적 없는데⋯ 오늘은 이게 무슨 일이람”

“뭐 그런 날도 있는 거지. 두 사람은 언제부터 알았어?”

“음 너무 오래돼서 모르겠는데 10년은 넘었는데? 왜?”

“둘이 보다 보면 부러운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래. 내 가족들은 좀 다르거든”

“생각해 보니 니콜라 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 매일 나만 말하고. 불공평해!”

“음⋯ 딱히 내 개인 사생활이나 가정사를 말하는 편은 아니거든. 좋은 이야기는 아니니까. 나는 가족들하고 별로 친하지 않아. 뭐랄까 대단한 집안의 오점 같은 거랄까?”

“니콜라 너가? 만약에 내가 너였으면 길거리에 팔렸겠는데?”

“하하 집에 원체 대단한 사람들이 많아서⋯ 맞나? 대단한 사람들? 어쨌든 그래서 솔직히 말해서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랐어. 근데 관심을 갈구하거나 조금 더 열심히 해야지 뭐 그런 생각보다는 나를 찾지 못했으면 좋겠었어. 그냥 나중에, 엄청 나중에 봤을 때 혼자 나가서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아 그래서 인턴도 하면서 돈도 벌고 하는 거구나:”

“맞아 그래도 꼴에 귀족이라고 무도회 초대장이 날아와서 너를 만나게 된 거지”


스칼렛은 잠깐 움찔했다. 큰 의미는 담겨있지 않았지만 이 니콜라라는 사람의 인생에 자리를 잡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쨌든 그래서 연락도 잘 안 해.”

“음 그건 좀 슬프다⋯ 그래서 너 연구실에서 홀아비 냄새가 풀풀 났던 거구나”

“뭔⋯ 뭔 소리하는 거야! 나 냄새나?”

“처음에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랐다니까? 앤틱 한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냄새랄까?”

“아니 근데 그건 씻지도 못하고 계속 뭐 만들고 연구하고 그러니까⋯”

“네네~ 뭐 그런 거라고 쳐 두죠. 그나저나 어두워지니까 이제 쌀쌀해지네. 정리는 내일 하고 들어갈까?”

“아 뭔가 해명이 제대로 안 된 것 같아 아직 안돼!”


스칼렛은 니콜라를 무시하고 일어났다. 비틀거리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어?”


아차 하는 순간 스칼렛은 중심을 잃었다.

그때 넘어지는 스칼렛을 뒤에서 따라가던 니콜라가 허리를 잡아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야! 조심해 큰일 날 뻔했잖아!”

“⋯”

“뭐야 왜 아무 말이 없어? 뭐든 말해야 하는데 까먹은 거야?”

“고⋯ 고마워”


스칼렛은 빙 돌아 허리에 감긴 팔을 풀더니 계단을 두 칸씩 내려가고 뛰어서 자신의 연구실에 뛰어들어가 문을 닫았다.


“하아⋯ 무⋯ 뭐야 왜 이래. 정신 차려 스칼렛! 저건 아빠야. 냄새가 아빠냄새잖아.”


방에 있는 침대에 앉아있는 스칼렛은 니콜라가 문을 두드리는 걸 시물레이션 하고 있었지만 맞은편 문이 열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뭐야 이렇게 그냥 간다고? 아 몰라 피곤해 자야겠어”


스칼렛은 술로 인해 따뜻해진 자신의 몸을 온기로 긴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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