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파티의 장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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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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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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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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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카데미의 장인인데요? (3)

DUMMY

나는 용사할배의 시계탑을 나와서 아카데미로 갔다.

아카데미 입구부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있었다.

분명 이번에는 아카데미에 소문이 날 정도로 눈에 띄게 행동한 적이 없지만 나를 알아보고 속닥거리는 것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는 우선 이프리트 교수님을 찾아갔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일이 있어서 며칠 빠졌네요.”

“오 루크 군! 이야기는 전부 들었어요. 큰일이었죠. 후 사실 지금도 큰일이에요. 몇몇 교수들이 구 군부에 학생 리스트를 넘기다 잡혀가서 대신해서 강의를 하느라 쉴 틈이 없어요. 지금 바로 강의 준비를⋯”

“잠시만 교수님. 괜찮으면 제가 그 강의 몇 개를 강사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이런 것들을 알려줘야 해요.”


나는 이프리트 교수에게 기억수정과 여러 마법을 보여주었다.


“당신⋯ 연구생으로 위장 취업한 거였군요.”

“하하 어쩌다 보니⋯ 말씀드리지 못했어서 죄송해요. 그래도 교수님의 강의는 듣고 싶어요. 제가 기초가 부족한 편이라.”

“언제든지 환영하죠. 루크 강사님.”


나는 순식간에 강사가 되었다.

그래도 우선 당장 있는 이프리트 교수의 강의에 연구생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내가 강의실에 들어가자마자 학생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야 쟤가 군부의 혓바닥이래?”

“헤~ 진짜?”


무언가 유명인이 된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나는 헤일리의 옆자리를 찾아서 앉았지만 헤일리는 다시 한 칸 옆으로 가서 앉았다. 나는 다시 헤일리의 옆으로 갔다.


“뭐야 왜 피해? 내가 또 영웅이 되어버려서 옆에 앉기 좀 그런가? 할 말이 좀 있는데.”

“저 저리 가! 소리 지를 거야!”


헤일리는 벌써 소리를 지르면서 소리 지를 거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또 들렸다.


“쟤가 군부의 혓바닥 이래매? 헤일리한테 강제로 혓바닥 집어넣으면서 키스를 했데!”

“그러고도 뻔뻔하게 옆에 앉으려고 한 거야? 더러워. 생긴 것도 더러운 것 같아. 헤일리 또 당하는 거 아니야? 한마디 해야겠어!”

“그⋯ 그러지 마. 무섭잖아!”

“그치만⋯”


내 착각이였다. 이번엔 좋은 의미로써의 군부의 혓바닥이 아니었다.

그때는 칼리스토의 의심을 피하려고 한 건데 억울했다. 헤일리도 이걸 친구들에게 쪼르르 달려가 말할 줄은 몰랐다.

나는 침울해하며 헤일리와 조금 먼 자리로 이동했다.

강의가 끝나고 나는 짐을 챙기고 있는 헤일리한테 갔다.


“헤일리⋯ 우리 할 말이 좀 있지 않아?”

“없어! 이 변태!”


강의실을 나가려던 주변의 모든 학생들이 숨죽이고 우리 둘을 보았다.


“아 그 이야기가 아닌데⋯ 우선 이 문제부터 얘기해야겠네⋯ 애들한테 해명 좀 해줘. 그때 칼리스토 눈을 피하려고 한 거였잖아.”

“그⋯ 그래도 혓바닥을 집어넣을 필요는 없잖아! 내 첫 키스였는데⋯”


주변에 또 한 번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후⋯ 그래 뭐 내가 여기 아카데미에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천천히 잊히겠지. 어쨌든 그거 말고 내가 하려던 말은 앞으로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야.”

“뭐⋯뭐? 미래? 키스를 했으니까 너랑 미래를 함께 하라고? 싫어! 절대 싫어!”

“그 이야기가 아니라⋯”


내 말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한 헤일리는 가방을 싸들고 도망쳤다.

나는 복도를 가로질러 도망가는 헤일리를 전속력으로 따라잡아 붙잡았다.


“아 헤일리 멈춰봐! 그 미래 이야기가 아니야. 너희 아빠 책에 미래 이야기가 있었어.”


나는 헤일리를 진정시키고 모든 이야기를 해 주었다.


“미⋯ 미안. 그런 이야기인 줄 모르고 도망쳐서.”

“뭐⋯ 그럴 수도 있지. 어쨌든 그래서 아빠가 남긴 게이트에 대한 별도의 기록은 없어? 너네 집에라도.”

“아쉽게도 없어.”

“흐음⋯ 알겠어. 가볼게. 강의준비 해야 해.”

“잠깐! 그냥 그렇게 간다고? 너도 나한테 사과해!”

“후⋯ 알았어. 미안해. 나쁜 의도는 없었어. 단지 칼리스토를 속이고 싶었을 뿐이야. 앞으로 아는 척 안 할게. 됐지? 간다”


나는 뒤돌아 걸어갔지만 헤일리는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했다.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한데 여기서 헤일리와 말다툼을 하거나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


***


강의준비를 해서 강의에 들어갔지만 학생이라고는 딱 2명이 전부였다. 수업은 모두 공지가 갔을 테지만 이정도로 아무도 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수업에 참여한 둘도 오전에 봤던 왕국의 둘째 공주와 헤일리가 전부였다.

아마 지금 내 아카데미에서의 평판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후⋯이거 강의 중요한 건데 이러다가 단장한테 혼나는 거 아니야? 아 몰라. 할 일이나 하자.”


단 2명의 학생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2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강의를 했다.

나눠주지도 못한 인쇄물을 정리하고 나가려는데 둘째 공주가 나를 불러 세웠다.


“교수님 개인질문이요! 저도 마법을 쓸 수 있나요?”

“흐음⋯ 좋은 기회네요. 잠시 나와볼래요 공주님?”


나는 둘째 공주에게 마법진을 그려보도록 했지만 전혀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녀는 마법에 재능이 없었다.

하지만 마법으로 보이지 않는 신분이 정해지는 나라에서 왕국의 공주가 마법을 쓰지 못한다는 건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저는 역시⋯ 마법을 쓰지 못하는 건가요?”

“흠⋯ 잠시 손 줘보시겠어요?”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몸에서 마나를 뺏어보았다. 마나탱크가 완전 없는 건 아니였다. 공주는 마법진을 상상하는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였다.

나는 석영조각을 꺼내 공주에게 장인의 자질이 있는지 확인했다. 공주는 석영조각에 성공적으로 마나를 주입했다.


“공주님. 공주님은 술식형 마법은 재능이 없지만 아까 강의 때 설명한 것처럼 신체가 닿는 곳의 마나를 넣고 뺄 수 있는 장인의 마나를 가지고 있어요.”

“어? 어? 저 그럼 마법을 쓸 수 있는 건가요?”

“네. 맞아요. 공주님. 공주님 같은 사람들을 모아야 해요. 저를 좀 도와주시겠어요? 친한 사람들한테 이 석영조각에 아까처럼 하게 해 보고 석영이 빛나면 내일 이 시간 수업 때 데려와주세요. 장인들을 위한 특별 강의를 해 드릴게요.”

“그럼요! 다들 그런 능력이 있으면 엄청 좋아할 거예요.”

“감사해요.”

“그⋯ 루크 님은 소문이 안 좋아서 걱정했는데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때 술 좋아한다고 하셨죠? 오늘 저녁에 시간 되세요?”

“그럼⋯”

“강사님은 시간 안 되는데요?”


자리에 앉아서 우리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헤일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는 헤일리와의 약속대로 헤일리를 애써 무시했다.


“돼요 공주님.”

“와인 좋아하세요?”

“술이면 뭐든 없어서 못 살죠. 공주님이 사는 거죠? 제가 천한 노예라 돈도 없어서 하핫”

“당연하죠! 혹시 말 편하게 해도 될까?”

“그럼요. 저도 그게 좋아요. 나가시죠.”


나는 헤일리를 남겨두고 강의실을 나갔다.

강사가 되니 별도의 개인실이 생겼다. 나는 이 개인실에서 조용히 생각했다. 그때 반지에서 들려오는 뀨의 목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풉! 주인, 네놈은 노예에다가 범죄자구나!’

‘조용히 해. 머리 복잡하니까. 아 마침 잘 됐다. 너 내 머릿속 다 들여다봤지? 본거 다 알아. 말해줘봐 시공간을 지정해서 게이트 어떻게 열어?’

‘모른다 주인. 내가 마법사도 아니고.’

‘흠⋯ 그래도 게이트 여러 번 봤을 거 아니야? 뭐 아는 거 없어?’

‘하나 있지 멍청한 주인. 특이점이라는 말을 아느냐?’

‘알아. 대충은. 어떤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점 아니야?’

‘맞다. 그럼 어느 시공간을 통과한 사람이 특이점이지 않겠느냐?’

‘그렇지? 그럼 결국 너 말은 내가 특이점이 되라는 거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다! 그래서 너가 멍청한 거다 주인! 특이점이 생기기 위해서는 특이점 말고 다른 건 모두 그대로 여야 하지 않겠느냐! 힌트는 여기까지! 나라면 벌써 열고도 남았겠다!’


뀨는 무언가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일부로 말해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흐음⋯ 어떻게 하는지 말해. 부숴버리기 전에”

“악 잠깐! 몰라! 나도 모른다고!”

“흠⋯ 뭐야 너도 모르면서 아는 척은⋯ 근데 너 몇 살이야?”

“모른다! 하도 오래 자서. 근데 내 첫 주인은 마법이 없는 시대에서 살았다.”


구력의 개념이 마법을 발견하고 나서부터니 뀨는 2000년을 더 살았다.

뀨가 가진 지식은 여행길에 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 모르겠다. 멍청해서 더 이상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이쁜 공주님이랑 술이나 마시러 가야지.”


정리를 하고 나가려는 순간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오늘 장사 끝났어요. 아름다운 공주님과 술 마시러 가야 하니까 내일 물어봐요.”

“나야 헤일리. 얘기 좀 해.”

“응? 또 왜! 오전에는 나랑 말도 섞기 싫다며⋯ 갑자기 마음 바꿔서 이렇게 찾아오는 이유가 뭔데”


헤일리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너⋯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또⋯ 진심을 다해서 사과했잖아. 헤일리 미안한데⋯ 나 너 신경 쓸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 아니,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너만 바쁜 척. 너만 심각한 척. 너만 태연한 척⋯”

“진짜 모두의 목숨이 걸려있다니까? 중요한 일이야.”

“나⋯ 나도 중요한 일이야!”


나는 또 헤일리가 그때의 키스 이야기나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 달래서 돌려보내야겠다.


“뭔데?”

“뭘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나도 같이할래⋯ 나 마법도 잘 쓰고 똑똑해.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내 예상과 다른 제안에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헤일리는 파티원으로 받기가 조금 우려되었다.


“헤일리. 이건 장난이 아니야. 마물도 죽여야 하고 그럴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잘하면 사람도 죽어야 해. 너 나 처음 칼로 찌르려 했을 때 벌벌 떨었지? 헤일리 너는 마음이 너무 여려. 그런 너의 성격이 언젠가 발목을 잡을 것 같아.”


헤일리는 우물쭈물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쐐기를 박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어.”

“나도 나 사람 못 죽이는 거 알아. 내가 이러는 이유는⋯ 말 못 해. 그래도 이걸 보면 생각이 바뀔 거야.”


헤일리는 자신의 팔에 갑자기 칼로 상처를 내더니 반대쪽 손으로 빛을 모아 상처에 가져다 데었다. 그러자 피부가 말끔하게 치료되었다.


“뭐야! 너⋯ 가호를 받고 있었어? 가호를 주는 천사가 누군데?”

“그건⋯ 비밀이야.”


치료와 같은 상위 빛속성 마법은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 내가 살던 과거의 왕국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성녀라고 칭했다. 성녀들의 빛 속성 마법은 술식과 영창 없이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었다.


“너가 가호를 받고 있다면 더더욱 안돼. 내 예전 왕국에서는 성녀를 특별히 보호했어.”

“내가 그만큼 중요한 존재라는 건데 왜 안된다는 건데!”

“너 가호가 어떻게 끊기는지 모르지? 아무리 악인이라도 타인에게 해를 가하면 끊겨. 너가 처음 나를 봤을 때 칼로 찔렀으면 가호를 벌써 잃어버렸을 거야. 내가 전에 살던 왕국에서 성녀를 보호한 건 그들이 중요해서인 것도 있지만 그들이 가호를 잃지 않도록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보호한 게 더 커.”

“아⋯”

“그 능력. 여기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데 써줘. 한 사람한테 쓰기에는 아까운 능력이야. 알겠지? 나 진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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