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파티의 장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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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1:39
최근연재일 :
2024.09.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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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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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아카데미의 장인인데요? (4)

DUMMY

루크가 나간 방 안에는 헤일리만이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헤일리는 구 군부에게 꼭꼭 숨겨온 능력을 보여주고도 거절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헤일리는 천사님을 불렀다.


‘천사님⋯ 실패한 것 같아요. 제가 루크를 나쁘게 소문내서 아직도 삐진것 같아요⋯’

‘흠⋯ 그런가?’

‘이게 다 천사님 때문이에요! 천사님이 나쁘게 소문내면 저밖에 의지할 때가 없을 거라고 해서 그런 거잖아요! 뭐 츤데레? 같은 이상한 말이나 알려주고! 연애해 본 적도 없는 천사님 말을 믿는 게 아니었어! ’

‘스흡⋯ 아닌데⋯ 이거 나름 잘 통하는데? 내가 나름 사랑과 관련된 천사인데⋯’

‘몰라요! 천사님 미워!’

‘진정해 헤일리. 내가 무조건 이어줄게. 근데 저런 놈이 뭐가 좋다고⋯ 오래 본 사이도 아니고.’

‘천사님은 몰라요! 어쨌든 천사님 때문에 망했어!’

‘헤일리 진짜 걱정 마. 정 방법이 없으면 을 이어두면 되니까’

‘네? 그게 뭐예요? 나쁜 일 아니에요?’

‘후훗, 사랑에는 어떤 행동도 허락되는 거야.’

‘불안해⋯ 아! 근데 루크 말이 사실이에요? 제가 나쁜짓 하면 천사님 못 보는 거예요?’

‘아니? 재미없으면 다른 사람한테 붙는 건데? 뭐 너무 나쁜 사람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한테 붙겠지?’

‘뭐야 그럼 막 제가 저를 보호하려고 다른 사람들이나 마물을 해쳐도 괜찮아요?’

‘응. 난 별로 신경 안 써. 그런 건 맘대로 하고 빨리 나에게 뜨겁고 불타오르는 사랑이나 보여줘. 하악⋯ 하악⋯’


루크는 천사에 대해서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다.

헤일리는 기회를 봐서 다시 한번 설득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내가 왕궁으로 갔을 때에는 둘째 공주는 옷을 갈아입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왕궁에서 가까운 유명한 바로 걸어갔다.


“하하⋯ 저는 이런 장소가 어울리는 사람은 아닌데⋯ 오크통과 맥주가 어울리는 사람이에요.”

“바는 처음인가 봐?”

“네. 그래도 술이면 다 좋아요. 또 요즘 바빠서 잘 못 마셔서 빨리 위에 때려 넣고 싶어요.”

“흠⋯ 너 요즘 고민 있지?”

“아 표정에서 티 많이 나나요?”

“아무리 술이 좋아도 그 정도로 당길 때는 뭔가 이유가 있거든. 흐음⋯ 군부도 바뀌었고 딱히 걱정이 있을 이유는 없는데? 뭐 때문인데? 사랑? 아니면 나쁜 소문? 그것도 아니면 오늘 우리 아빠 때문인가?”

“땡! 다 틀리셨네요. 흠~ 다 말하기에는 머리 아프고 너무 길어지는데⋯”

“괜찮아. 시간은 많으니까”


나는 내가 시공간을 지정해서 게이트를 열고 싶다고 압축해서 설명했다.


“흠 어려운 문제네?”

“맞아요. 근데 누구는 특이점이 되면 주변은 그대로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주변은 그대로 있어야 한다고? 그럼 체크포인트나 마일스톤(이정표) 같은 걸 만들어 두면 되는 거 아니야?”

“체크포인트라⋯ 일리가 있네요. 그걸 어떻게 만들까요?”

“흠⋯ 이런 거 아닐까? 웨이터! 킵해두었던 몰티드 레드로제 위스키 2잔만요.”


웨이터는 붉은색으로 빛나는 위스키를 2잔 가져왔다. 잔이 멀리 있는데도 알코올이 느껴질 정도로 도수가 높은 위스키였다.


“나는 이 싱글몰트 위스키를 매주 한잔씩 마셔. 웨이터는 과거의 내가 킵해둔 병을 기억하고 매주 가져다주지. 그러니까 이건 과거로부터 온 술이 아닐까?”

“으음⋯ 비유가 개떡 같아서 전혀 이해가 안되는걸요?”

“너는 지금 이 위스키를 찾고 싶은 거잖아? 그럼 지금의 나랑 상호작용도 되고 그 과거에도 있었던 무언가를 찾으면 되는 거 아닐까? 마치 지금의 웨이터처럼. 그는 변하지 않고 여기서 계속 일하고 있었으니까.”

“오! 그럼 웨이터가 체크포인트가 되는 건가요?”

“그렇지.”


공주의 말을 듣고 나니 용사할배의 책 중에 역사책이 많았던 것이 조금 납득되기 시작했다.


“그럼 역사책 속에 어떤 장소에 있던 물건이 현재에도 있다면 체크포인트가 되는걸까요? 근데 그 물건은 딱 그 시간대에만 존재했던 게 아니잖아요.”

“그지. 근데 사실 나는 이 위스키를 3일 전에 군부가 바뀌었을 때에도 축하의 의미로 마셨어. 근데 웨이터는 3일 전의 위스키가 아니라 일주일 전의 위스키를 가져다주었잖아? 중요한 점은 체크포인트에 내가 생각하는 걸 제대로 전달하는 거 아닐까?”

“흠⋯ 시도할 가치는 있네요. 그럼 근데 해결되지 않는 게 있어요. 미래로 가는 건 어떻게 하는데요?”

“반대로 해 보는 거지. 여기 있던 게 미래에도 있을 거라고 상상하면서”

“공주님 천재에요?”

“음~ 성적은 좋지 않은데 가끔 그런 소리 들어.”

“우리 짠 할까요?”

“뭐야? 갑자기 근심이 풀린 모습인데?”

“조금은요. 뭐 시도해 보고 안되면 또 손 벌벌 떨 예정이지만요.”

“뭐⋯ 왜 그렇게 불안해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도움이 되길 바랄게.”


우리 둘은 꽤 많은 술을 마셨다.


“공주님은 왜 저랑 술 마시자고 했어요? 저 좋아해요? 요즘 왜케 이렇게 나한테 집착하는 사람이 많지?”

“뭐래애! 너 거울먼저 보고 와! 너가 나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안돼. 너 너무 못생겼어.”

“와 뼈 맞았어⋯”

“히히 장난이야. 뭐랄까 내 류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 있잖아. 얘라면 뭔가 친해질 수 있겠다 그런 거. 왕궁은 답답해.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

“오! 맞아 저도 똑같이 느꼈어요! 단장은 뭐 말만 하면 때리고⋯”


공주는 갑자기 팔을 턱에 괴고 날 지긋이 쳐다봤다.


“내가 너한테 흥미가 생겨서 오늘 너 자료를 읽어봤거든? 나쁜 짓할 사람은 아닌데 왜 기록은 게으르고 남들 잘 속이고 진지함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세상 못 쓰는 쓰레기로 기록된 걸까?”

“음 단장 때문이기도 하고 원래는 약간 그런 성격이기도 했는데 어떤 용사할배가 저주를 걸어서 착하고 성실하게 살게 되어버렸어요.”

“저주? 진짜 저주야? 막 착하게 안 살면 죽어?”

“아 그건 아닌데⋯ 아 죽나? 어쨌든 사람들이 하루라도 더 행복하게 평화로운 하루를 살았으면 좋겠어요. 단지 그것뿐이에요.”


나는 밝게 웃었다.

공주는 내 그 미소를 보고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이거구나⋯ 위험했어”

“네? 뭐가요?”

“아냐. 일어나자. 계산은 내가 할게”

“잘 먹었습니다.”


***


다음날 오전 강의는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나를 보는 시선은 아직도 곱지 못했지만 그래도 열강을 했던 탓인지 아니면 지금까지는 다른 새로운 강의여서 그런지 학생들은 상당히 집중해서 내 강의를 들었다.

오후에는 10명 정도의 장인의 자질이 보이는 학생들을 스칼렛 공주가 모아 왔다. 그중에서 한두 명을 제외하면 다 별 볼일 없는 마나를 가진 학생들이었지만 이 학생들은 나중에 아무리 못해도 가로등이 없는 이 왕국에 석영으로 길거리에 불을 밝힐 수 있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이렇게 밤에는 용사할배의 책을 읽고 낮과 오후에는 강의를 하는 시간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그렇게 마지막 5일 차가 되었을 때 나는 기억수정을 복제하여 하나는 내가 챙기고 하나는 아카데미에 기증했다. 그리고 마지막 강의에 들어갔다.

내 열정이 통했던 것일까? 마지막 강의는 강의실이 가득 찰 정도로 학생들이 모였다.


“자. 이걸로 내가 준비한 모든 강의는 끝이야. 너희 이제 나 못 봐. 음⋯ 사람이 많아져서 질문을 모두 받을 수는 없고 한 명당 딱 한 개의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뭐 혓바닥 만져봐도 되나요 이런 거만 빼면 다 성의껏 답해줄 거야. 질문 없으면 나가도 돼”


절반의 학생들이 강의실을 나갔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남아 있었다.

실수다. 배고파서 빨리 밥이나 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많이 남을 줄 몰랐다.

첫번째 학생이 질문을 던졌다.


“강사님 여자친구 만난 적 있어요?”

“없어. 넌 나가!”


질문한 학생은 시무룩해하며 나갔다.

두 번째 학생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강사님은 그럼 이제 백수예요? 강사님 꽤 재밌고 강의도 괜찮았어요. 계속 있으시면 안 되나요?”

“안돼. 내 지식 밑천이 곧 드러나 버릴 거야. 그전에 도망가야 해. 다음학생”


세 번째 학생이. 손을 들고 큰 소리로 물었다.


“헤일리한테는 왜 그러신 거예요? 헤일리한테 사과하고 가세요!”

“그때는 비밀 작전중이었어. 그리고 며칠 전에 사과하고 잘 풀었어.”

“헤일리 진짜야?”


모든 시선이 헤일리한테 꽂혔고 헤일리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침을 꿀꺽 삼켰다.


“⋯사과는 했지만 내가 받아주지 않았어.”


헤일리의 답변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분명히 좋게 타이르고 납득했었다고 생각했었다.


“역시 쓰레기였어!”

“저거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저런 사람의 강의를 들었다니 더러워!”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에게 욕을 하며 강의실을 나갔다. 강의실에는 딱 3명의 학생들만이 남았다.

남은 학생은 나와 술을 마셨던 공주, 양아치 같은 노란 머리 남학생 그리고 헤일리였다.

나는 뭔가 쉬울 것 같은 양아치 같은 노란 머리 남학생에게 먼저 발언권을 주었다.


“개꿀! 빨리 밥 먹고 단장보러 가야하니까 남은 세명 어서 질문해. 너 노란머리부터”

“강사님. 그렇다면 검은 호수는 양자역학적으로 열리는 건가요? 과거나 미래에 현재의 존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과거의 존재가 미래의 존재를 먼저 봤다는 것이 되는데 그럼 제가 미래의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쓰고 그것을 미래에 공유하게 된다면 미래의 사람들이 제 초대에 응해야지 정상 아닌가요? 역설적으로 이 초대에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면 강사님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이 되는데요? 또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호기심에라도 아니면 특별한 정보의 전달을 위해 과거의 자신을 분명히 만나러 갈 텐데 상식적으로 미래의 자신을 만났다는 기억은 결코 잊을 수 없을 텐데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데요? 그리고 역사적으로⋯”


생긴 것과 다르게 날카로운 학생의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학생 가까이에 다가갔다. 그리고 뺨을 날렸다.


“억⋯ 강사님 왜⋯”

“나도 몰라. 그래서 실험해 보려고. 내가 과거로 돌아갔다가 다시 여기로 왔을 때 너가 뺨을 맞은 걸 기억하면 나를 두배로 때려.”

“흠⋯ 괜찮은 실험 방법이군요. 강사님의 그 연구,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그래. 어서 가. 빨리 가. 내 눈앞에서 사라져. 스트레스받으니까”

“네!”


양아치 같은 학생은 어딘가 즐거운 듯이 강의를 나갔다.

이제 강의실에는 첫 수업 때의 3명만이 남았다.

나는 헤일리를 먼저 보내고 싶었기에 헤일리에게 질문의 우선권을 주고 싶었지만 공주님이 선수를 쳤다.


“루크 이제 어디로 가는 거야?”

“음 뭐 이제 꽤 오래 못 볼 것 같으니 말씀드릴게요. 섬 밖으로 갈 거예요.”

“섬 밖에? 거긴 왜! 위험하잖아.”

“알아요. 근데 실험도 해야 하고 대비도 해야 해서 그래요. 일종의 전초기지 구축이랄까?”

“흐음⋯뭐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가 있겠지. 머리 아프니까 구체적으로는 물어보지 않을게. 혹시 내가 도와줄 일이 있을까?”

“음 있죠. 공주님은 여기서 장인들을 계속해서 모으고 육성시켜 주세요. 나중에 큰 힘이 될 거예요.”

“그래! 내 질문 끝! 가볼게! 언젠가 다시 꼭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친구야.”


나는 살짝 웃음이 났다.


“그럼.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조심히 갔다 올게. 친구.”


공주는 쿨하게 강의실을 나갔다. 헤일리와 나만 남은 강의실은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헤일리 뭐 질문 없어?”

“있지. 많아. 첫 번째. 아까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넌 분하지 않아?”

“별로? 원래 욕은 많이 먹고 자랐어서 익숙해. 그리고 빨리 식당 가서 밥 먹고 싶었어. 너도 빨리 질문 끝내고 밥 먹으러 가자”


헤일리는 입술을 질끈 물었다. 내 답변이 맘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두 번째. 너 진짜 나 파티에 안 넣어줄 거야? 천사님한테 물어봤어. 남한테 해를 끼쳐도 아무 문제없다잖아! 천사님이 재미없으면 가는 거래!”

“아 그래? 처음 알았네? 그래도 파티에는 못 넣어줘. 솔직히 말할게. 천사의 가호? 그런 거 다 핑계야. 오히려 있으면 좋다고 생각해. 근데, 너가 다치면 나 용사할배 볼 면목이 없어.”


헤일리는 내 대답을 반박하고 싶었지만 별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 듯했다.


“마지막. 너 나를 어떻게 생각해?”

“음⋯ 착하지만 귀찮은 여자애. 이제 질문 끝!”

“잠깐. 앞으로 진짜 귀찮은 게 뭔지 보여줄게. 천사님. 시작해 주세요.”


갑자기 번쩍이는 빛이 나더니 머리가 멍해졌다.

정신을 차렸더니 강의실에는 나 혼자만이 남았다.

나는 강의실을 나와 건물 밖으로 가려고 했다. 오늘 메뉴 치즈돈가스는 너무 설렌다.

그러나 식당으로 걸어갈수록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고 나는 못 버티고 주저앉았다.


“허억⋯허억⋯ 왜 이러지?”


주저앉아있으니 몸은 천천히 다시 회복되었고 나는 정신을 차리고 식당으로 갔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치즈돈가스를 썰었다. 그때 헤일리가 맞은편 의자를 빼더니 내 앞에 앉았다.


“어땠어?”

“뭐⋯ 뭐야? 혹시 아까 두통 너 짓이야?”

“맞아. 천사님이 너랑 나를 빛의 실로 이었어. 나랑 일정거리 이상으로 멀어지면 가호가 없는 너는 아까와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후 너 데려가 달라고? 이거 끊어버리든가 해야지”


나는 돈가스를 썰던 나이프로 머리 위 허공을 베어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끊어질 거라 생각한 거야? 풉⋯”

“후⋯ 멀리 도망치면 끊어지겠지. 섬 나가기 전에 노튼한번 찍고 와야겠네. 이거 끊어지면 어떻게 되는데?”

“⋯”


헤일리는 대답이 없었다. 천사랑 대화를 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죽는데⋯”

“뭐⋯뭐?! 그럼 천사님한테 이야기해서 이 실 없애주면 안 돼?”

“⋯”


나는 돈가스를 남겨두고 헤일리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 실은 평생 한 번밖에 연결되지 않는데. 없애면 평생 혼자 살 운명이 되어버린데⋯”

“아아아악!”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소리 질렀다. 식당의 모두가 우리를 쳐다보았다.


“어⋯ 미안⋯루크⋯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그냥 천사님이 추천하길래⋯ ”

“왜! 왜 그러는데! 나한테 왜 그렇게 집착하고 따라가고 싶어 하는 건데!”

“그⋯ 그건⋯ 그냥 도움이 되고 싶어서⋯”

“후⋯ 그래 맘대로 해. 따라올 테면 따라오든가. 바짝 붙어 와. 아까처럼 머리 아프기는 싫으니까.”

“아! 그래도 엄청 느슨하게 만들어준데. 아까처럼 가깝지는 않아도 돼!”

“그건⋯ 다행이네”


나는 반쯤 포기하고 돈가스를 빠르게 해치웠다.

헤일리는 미안했는지 내가 걸어가는 옆에서 가지 않고 뒤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조용히 계속 나를 따라왔다.


“헤일리, 됐어. 벌써 벌어진 일인데 어쩔 수 있나? 그냥 옆에서 걸어. 그때 본 적은 있겠지만 단장한테 정식으로 소개도 해 줘야 하니까.”

“알았어⋯ 미안.”

“괜찮아. 뭐 벌써 벌어진 일인데. 그래. 같이 가자.”


헤일리는 기분이 풀린 것 같았다.


***


나는 헤일리를 데리고 단장을 만나러 갔다.

단장에게 헤일리를 소개해주고 빛의 실을 포함한 아까 있었던 일을 말해주고 같이 가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푸흡⋯ 루크 너 또 다른 주인이 생겼구나. 역시 네놈은 노예가 천성인 듯 하다.”

“아 놀리지 마 단장⋯ 심각하니까. 어쨌든 단장, 내 부탁은?”

“5일 전 바로 승인되었다. 일주일 후라고 했으니 2일 후에 출발한다. 너도 강의는 잘 끝냈느냐?”

“뭐 욕 좀 듣긴 했지만 열심히 했어. 음 2일이 남네? 그럼 남은 2일 동안 여기서 남은 일들을 마지막으로 정리할까? 이번에 가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그러지. 나도 내 병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와야겠다. 단 마지막날은 일찍 이 장소에서 보도록 하지. 가기 전에 폐하께 인사를 드리고 가야 한다.”

“으으⋯ 꼭 봐야 해?”

“폐하가 네놈을 꼭 보고 싶어 하셨다. 헤일리양도 같이 보고 가는 게 어떨까요?”

“저⋯ 저는⋯ 알겠어요. 저도 내일 아카데미에 휴학신청을 하고 올 게요.”


***


헤라는 루크와 헤일리와 헤어지고 병사들을 보러 갔다.

못난 단장 때문에 변방으로 팔려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따라온 동료들이었다.

함께 싸운 병사들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은 편하지 않았지만 자신과는 다르게 이들은 가족들이 있기에 차마 데려갈 수는 없었다.


“단장님! 소문을 들었습니다. 구 군부를 섬 밖으로 인도하는 임무를 맡으셨다고.”

“아 그렇다.”

“조심하십시오. 그놈들이 복수심에 단장에게 해코지를 할지도 모릅니다.”

“괜찮다. 그 대장을 내가 잡았으니 쉽게 덤비지는 못할 것이야. 그나저나. 변방 방위군일 때의 동료들을 좀 모아주겠나? 미쉘린 대장께는 양해를 구해 두었다.”

“네!”


헤라는 사비로 미리 준비해 둔 음식과 술을 병사들에게 주었다.

함께 있을 때 이런 이벤트를 해 준 적이 매우 드물었기에 병사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이 술과 음식에 이유가 필요할 듯했기에 헤라는 단상 위로 올랐다.


“나와 함께 변방에서 3년 동안 고생한 동료들이여. 고마웠다. 나는 2일 후 섬 밖으로 간다. 가서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아마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겠지. 그동안 더러운 성격의 나를 잘 따라와 주어서 고마웠다. 오늘은 나도 같이 취해보자꾸나.”

“단⋯ 단장님! 구 군부 범죄자들의 이송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아니다. 구체적으로는 나도 모르지만 그 루크가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래 있게 될 듯하는구나.”

“단장님! 가지 마십시오! 또 그 더러운 혓바닥 놈의 꼬임에 넘어가신 겁니다!”

“그렇습니다! 단장님이 강하니까 그놈이 더러운 술수를 부려 회유한 겁니다!”


병사들의 수많은 반대가 터져 나왔다.

헤라는 병사들을 진정시키고 말을 이어갔다.


“아니. 내가 선택한 일이다. 아카데미에서 정보를 공개하면 너희들도 곧 알게 되겠지. 걱정 말거라. 난 강하니까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단장님⋯”


헤라는 병사들과 눈물과 웃음이 섞인 하루를 보냈다.


***


“네 헤일리 학생. 휴학계는 이쪽에 접수하시면 돼요.”

“네 감사합니다.”


헤일리는 휴학계를 접수하고 가족들을 보러 갔다.

엄마가 섬 밖으로 가는 것을 반대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엄마 나 왔어.”

“헤일리! 괜찮니? 며칠 큰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응 괜찮아. 어쩌다 보니 조금 깊게 관여되어 버렸네 헤헤⋯ 엄마 나 할 말이 있어. 나 휴학했어.”

“휴학? 갑자기 왜? 이제 4학년이잖니⋯ 다 끝났는데 휴학을 꼭 해야겠니?”

“응. 나 루크를 따라서 섬 밖으로 나가기로 했어.”

“뭐?! 그걸 어떻게 가족들이랑 한마디 상의도 없이 결정할 수 있니! 루크는 대체 누구야! 구 군부 범죄자 놈이랑 분정이라도 난 거니?”

“아니야⋯ 엄마도 본 적이 있을 텐데 그때 아빠 장례식 주관했던⋯”

“아! 하하.. 그렇게 되는구나. 참⋯ 운명이라는 게⋯”


헤일리의 엄마는 조금 생각에 빠진 듯했다.


“따라와 보렴.”


헤일리의 엄마는 침대 아래쪽에서 낡은 책 한 권을 꺼냈다.


“이건 아빠가 생전 적어둔 일기장이야. 마지막으로 남은 아빠가 직접 쓴 책이지. 읽어볼래?”


헤일리는 아빠의 책을 읽었다.

이 책에는 마법이나 지식 같은 내용은 없고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나 생전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만이 적혀 있었다.

조금 눈에 띄는 부분은 자신이 천사의 가호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둘째 딸이 천사의 가호를 받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쩜 이렇게 기쁜지. 아⋯ 성녀처럼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졌구나 헤일리.

조금 걱정이 된다. 나쁜 사람들에게 이용당하지는 않을까?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는 않을까? 아비로써 해 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만약⋯ 이게 운명이라면? 미래에 모든 것이 적혀 있다면? 헤일리를 놓아주어야겠지 아마⋯

그래도 아직은 먼 이야기겠지. 오늘은 아기 천사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사 주어야겠다.]


짧은 내용이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먼 과거에 쓴 일기. 헤일리는 조금 마음이 찡했다.


“너도 알다시피 아빠는 너가 능력을 숨기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 그래도 너가 사람들을 돕기로 결정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나 뭐라나⋯ 좋은 일 하러 가는 거지?”

“응. 사람들을 살리러 갈 거야.”

“그래. 몸 조심하고. 잘 다녀와 내 사랑하는 딸.”

“뭐⋯뭐야? 이렇게 쉽게 허락해 준다고?”

“그 루크라는 애는 생긴 게 믿지 못하게 생겼지만 뭐⋯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처럼 보였으니까. 혹시나 나쁜 짓을 하려고 하면 눈을 멀게 해 버려.”

“풉⋯ 응! 명심할게!”


헤일리는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


***


셋은 아침 일찍 광장에서 만났다. 왕을 보러 가야 했다.


“루크 뭐냐? 그 선글라스랑 패션은? 어디 놀러 가기라도 하는 것이냐!”

“여기 화폐인 블랑 평생 못 쓸지도 모르는데 돈 다 털어서 살 거 다 샀지! 망치도 바꿨어. 그리고 이거 봐봐! 세공까지 되어있어!”


단장은 선글라스를 내 얼굴에서 빼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밟았다.


“아악! 미쳤어! 이게 얼마짜리인데!”

“시야가 좁아 전투에 방해된다. 가자. 폐하를 만나러 가야 한다.”


헤일리는 왕궁까지 가는 길에 계속 단장과 투닥거리는 우리를 보고 옆에서 킥킥대며 웃었다.


“폐하 특별 조사대 단장 헤라 브뤼너 섬 밖으로 가기 전에 폐하를 뵙습니다.”

“그래. 잘 왔다. 내성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지만⋯ 마지막으로 가기 전에 선물을 하나 주마.”


병사 한 명이 어떤 칼을 하나 가져왔다.


“어떤 늙은 노인이 왕국에서 가장 강한 사람에게 이 검을 주라고 하더군. 자네에게 주기로 결정했다네. 이걸로 범죄자들이 허튼짓을 하지 못하게 제압하고 조사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꼭 살아서 돌아오게나.”

“네. 명을 받들겠습니다.”


왕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네놈은 거기서 죽었으면 좋겠군.”

“네?”

“네놈에게도 선물이 있다. 가져오너라 병사들!”


병사 여러 명이 엄청난 무게의 족쇄와 속박도구들을 가져왔다.


“내가 친히 하사하는 것이니 이걸 착용하고 생활해라! 네놈의 근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감⋯ 감사합니다⋯”

“지금 껴라”

“네?”

“네놈이 끼는 모습을 꼭 보고 싶구나. 껴라! 설마 마지막까지 내 호의를 거절하는 것이냐?”


‘단장, 내가 이럴 것 같아서 오기 싫었다고⋯’


나는 목과 발목, 손목에 족쇄들을 착용했다. 얼마나 무거운지 엎드린 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껄껄껄! 정말 잘 어울리는구나!”


헤일리와 단장까지도 쿡쿡 조용히 웃는 소리가 들렸다.

왕은 이제 헤일리를 보며 말했다.


“너는 처음 보는 것 같구나. 헤라에게 듣기로는 정보원으로써 용감하게 활동했다고?”

“과⋯ 과찬이십니다.”

“그래. 아직 어려 보이지만 조심해서 잘 다녀오너라”

“넵!”


우리는 섬 밖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EP. 케레브섬의 장인 END***



작가의말

이번화는 분량이 많습니다.

에피소드 하나인 케레브섬의 장인이 끝이 나면서 뒤쪽 내용은 엄청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보니 그냥 한번에 집어넣었습니다.

앞으로 루크 일행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대륙에서의 활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이니 잘 지켜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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