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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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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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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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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불한이율不寒而慄 2

DUMMY


얼마 안 있어 배가 웅장한 중년인이 걸어왔다. 그는 손수건으로 연신 얼굴에 땀을 닦아냈다.

날씨는 온화해 땀이 날 정도는 아니다. 비만이 문제로 보였다.

“성수곡에서 오셨죠. 오래 기다리셨죠? 광량상단의 총무 이만평입니다.”

“풋-.”

하선명이 중년인의 이름에 실소가 터져버렸다.

중년인의 배는 이름 만평萬坪처럼 컸다.

“버릇이 없이 굴지 마라.”

하성한이 눈살을 찌푸렸다.

“명아가 버릇없이 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선명이 곧바로 허리를 숙여 용서를 구했다.

“하하하. 괜찮아요. 괜찮아. 제 아버님이 정주성에 땅 만 평을 가지라고 지으셨습니다만,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선견지명 하셔서 제 배가 만평은 됩니다.”

중년인 이만평은 손사래를 하며 사람 좋게 말했다.

  “어려서부터 놀림감이 되었지만 누가 저를 보면 아~ 이만평하고 알아본답니다. 상인으로써 큰 이득을 본 셈입니다.”

그는 덩치에 맞지 않게 상당히 수다가 많았다.

“이숙부.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상단으로 가시면서 말씀을 나누시면 안 될까요?”

무쌍이 나서서 말을 잘랐다.

“하하. 제가 이렇습니다. 사람을 좋아해서. 숙소를 잡아두었으니 그리고 가시죠.”

이만평은 천성이 그런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광량상딘에서 제공하는 숙소로 가는 동안 이만평은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내용은 이랬다.

1년 전부터 정주성 외곽에 자리한 태허관太虛觀이란 도가서원에 기거하는 의원과 거래를 해왔단다. 그 의원은 태허관에 지박령처럼 붙어 나가지 않았고, 광량상단을 통해 약, 독물을 구입 해왔다.

수차례 거래로 상단에 신용이 쌓이자 그자는 몇 가지 희귀한 약, 독물을 요구했다. 그 단위가 금으로 열다섯 냥이 넘으니 상단 내에서도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은으로 따지면 무려 3천 냥에 해당하니 의원이 취급하기에는 엄청난 돈이었다. 그럼에도 광량상단은 십여 차례가 넘는 거래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광량상단이 녹림십팔채 산하의 독응채에 의원과 거래하는 물건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용이 우선인 상단이라 물건 회수가 우선이라 악재에 상응하는 값을 치르기로 하고 협상을 했는데, 독응채 산적들이 씨 몰살을 당했다.

광량상단은 적잖게 당황했으나 시체를 방치할 수 없어 포도아문에 고하고 포두 입회하에 화장했다. 그런데 시체를 옮겼거나 화장한 장소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중독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독에 따른 병증은 처음에는 어지러운 정도로 미미했으나 일주일이 지나자 의식이 혼미해지고 쓰러져 기력을 차리지 못했다.

이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상단주가 정주성의 명의 하진동을 불렀다. 그가 환자를 보더니 곧바로 자리를 피해 그의 부친 하성한에게 서신을 보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하성한이 이연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이사형. 견봉마생見封魔生이 맞을지 싶소.”

하성한이 이연태에게 동의를 구했다.

“틀림없을 걸세.”

이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이만평을 봤다.

“이총무. 환자들이 있는 곧으로 가세. 병증을 확인해 봐야겠네.”

“저희야 감사합니다만.”

이만평이 반색했다.

반각 후 무쌍 일행은 태평의원이라는 간판이 걸린 의원에 도착했다.이연태는 의원 밖에 하선명과 이만평을 남겨두고, 하성한과 무쌍을 대동해 의원 안으로 들어갔다.

의원 안은 무덤처럼 조용했다.

유일하게 40대 중년인이 입에 두건을 두르고 그들 앞으로 나왔다.

“오셨습니까? 아버님. 하진동이 사백을 뵙습니다.”

그는 하성한과 이연태에게 허리를 숙였다.

“안부는 나중에 묻도록 하고 환자부터 보자꾸나.”

하성한이 말하자 하진동이 품에서 두건 세 개를 꺼내 건넸다.


병사는 싸늘했다. 특이하게도 곳곳에 세숫대야가 놓였다.

병상의 환자들 대부분이 움직임이 없이 간간이 신음만 토했다. 그들은 열여덟 명이고 거친 숨을 내쉬는 병자 다섯은 양손으로 허공을 더듬는데 입에서는 흰 김이 올라왔다. 그들의 옷은 전부 벗겨졌고 몸 전체가 붉게 올라왔다.

“온몸에 열꽃이 올라와 몸을 식히고 있습니다. 설사나 복통이 없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나마 독을 간접적으로 노출돼 이만한 것이야.”

하진동의 말에 이연태가 말하며 돌아섰다.

“왜 벌써?”

무쌍이 물었다.

“볼 것도 없다. 전형적인 육간독균肉杆毒菌에 중독된 증상이다. 그리고 병사에서는 되도록 말을 삼가라.”

이연태가 엄히 말하고 병사를 나왔다.

네 사람이 의원 마당에 섰다. 전염성이 강한 독이라 마땅히 앉아 이야기할 곳이 없었다.

“독마의 견봉마생見封魔生이 맞다.”

이연태가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스승님. 병사에서는 육간독균이라고 말씀하시고 방금은 견봉마생이라 하시니 어떤 것이 맞는 것입니까?”

무쌍이 나서서 물었다.

“육간독균은?”

이연태가 되물었다.

“동물의 장이 썩으며 발생하는 독으로 중독되면 구토와 설사, 간혹 변비를 유발하며 일부는 발열하여 환각, 환청을 동반하고 나중에 증세가 심해지면 하반신 마비증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무쌍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지금 저들이 어떤 증세냐?”

“육간독균 증세입니다.”

“견봉마생은 독마가 이 육간독균이 최악을 치달았을 때를 상정하고 만든 독이다.”

“육간독균을 만들 수 있다고요?”

무쌍은 스승의 말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꿀은 원래 썩지 않는 몇 안 되는 물질이다. 이 꿀에 광동성에 서식하는 짐새鴆鳥의 내장을 넣고 썩혀 발생하는 기포를 모아 분말로 만든 독이 견봉마생으로 육간독균肉杆毒菌의 일종이다.”

“갈색 분말이나 냄새와 맛이 없다. 직접 흡입하면 피가 굳어져 보통사람은 일각을 넘기지 못한다.”

하성한이 부연해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무쌍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크흠. 사백님 이 상황에서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영민한 제자를 얻으셨군요. 육간독균을 알 정도면..., 늦었지만 감축드립니다.”

하진동이 이연태에게 공수했다. 그리고

“나는 하진동일세.”

무쌍을 보며 두건을 내리며 웃음을 보였다.

“언무쌍이 하사형을 뵙습니다.”

무쌍이 하진동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언무쌍? 특이한 이름이군. 어디서 들었는데...., 혹 진주언가의 사람인가?”

“네. 진주언가 셋째입니다.”

“듣던 말과 다르게 생겼군.”

“네?”

“아닐세. 그보다 사백님. 아버님. 치료할 약재가 귀한 것이라 걱정입니다.”

하진동이 말꼬리를 돌렸다.

“한심칠엽초는 이미 해결됐다.”

“그 귀한 약초를?”

“이 녀석이 제 몸이 안 좋아 몇 가지 약초를 기르는 비방이 있다. 그중에 한심칠엽초가 있는데, 올봄부터 키워 얼마 전에 수확을 시작했다.”

이연태가 봇짐을 풀었다. 내용물 중에 기름종이를 풀었다. 또 그 안은 젖은 한지로 무언가를 말아놓았다. 그것까지 풀자 쪽빛 줄기 가운데 흰 띠에서 한기를 풍기는 잎이 일곱 개인 풀이 나왔다.

“한심칠엽초! 재배가 안 되는 약초로 알고 있건만.”

하진동이 반가운 얼굴을 하면서도 놀라 무쌍을 번갈아봤다.

“쌍아. 견봉마생을 해독할 탕재를 만들 수 있겠느냐?”

이연태가 갑자기 무쌍에게 물었다.

“백년작약과 감초를 기반으로 한 작약감초탕에 한심칠엽초를 넣어 산散을 내면 될 것 같습니다. 한심작약산 정도라 부르면 되겠군요.”

“자네 생각은?”

이연태가 이번에는 하진동을 보며 물었다.

“탁월합니다. 저는 처음 탕을 생각했는데 산제散劑가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하진동이 무쌍을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쌍아. 산제를 택한 이유는?”

“첫째는 독마가 견봉마생을 다시 사용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치료 가능한 휴대가 필요합니다. 둘째는 복용의 편의성입니다. 중독자가 의식이 없을 때는 대롱을 통해 인후에 강제로 투여할 수 있고, 셋째는 독마가 침이나 무기에 견봉마생을 발라 사용할 경우 환부에 직접 투약할 수 있습니다.”

“나쁘지 않구나.”

이연태가 하성한과 하진동을 보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과 다르지 않았다.


광량상단이 운영하는 복래객잔에 여장을 푼 무쌍은 총관을 만났다.

“하남성 하오문 하구류下九流 중 세 번째 당을 맡은 삼당주 채상도일세.”

“언무쌍입니다.”

무쌍은 탁자 위에 올려진 오령전을 회수해 품에 넣었다.

“정말 언무쌍 본인이 맞는가?”

“하오문에서 오령전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까?”

“당대에는 자네 뿐이네.”

“그럼 제가 언무쌍이 맞군요.”

무쌍은 사람 좋은 미소를 잃지 않고 긍정을 표하고는 물었다.

“그런데 채 당주께서 알고 있는 언무쌍은 어떤 사람입니까?”

“크흠.”

채상도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괴상한 소문이 퍼졌나 봅니다. 털이 부얼부얼하고 얼굴이 음침하게 생겼다고 알고 계셨습니까?”

“그리 알고 있었네.”

“하하하하.”

무쌍이 갑자기 배를 잡고 웃었다.

“어찌 그리 웃으시는가?”

채상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제 처가 될 사람이 철혈방에 있습니다. 그 사람이 아마도 심통이 단단히 난 모양이군요.”

임려수라면 소문을 이리 내고도 남았다.

하남성은 철혈방의 텃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철혈방의 위상으로 보아 무남독녀의 신랑 될 사람의 소문이 무성했을 것이다.

그런데 벌써 여덟 달 넘게 예비신랑이 얼굴을 안 비치고 있으니, 임려수가 가만히 있을 성격은 아니었다.

이 소문의 진원지는 보지 않아도 범인은 나와 있었다.

하선명과 하진동에 이어 하오문의 당주까지 그리 알 정도면 하남성에서 이런 영향력을 행사할 곳은 철혈방 밖에 없었다.

“소문이야 와전될 수 있는 일이니. 그보다 어찌 찾아오셨는가?”

채상도가 궁금한 표정이다.

“사람을 쫓고 있습니다.”

“사람 찾는 일이라면 잘 찾아왔네만.”

“독응채와 관련된 사람입니다.”

“....., 그것은 좀 곤란할 것 같네.”

무쌍의 말에 일순 입이 굳었던 채상도가 난처한 얼굴로 답했다. 하오문의 정보망에 독마의 만행이 걸린 모양이다.

“일단 제 말을 듣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크흠. 객잔 일이 바쁘서.”

무쌍이 설득하려 하자 채상도는 이 말도 듣지 않으려 했다.

“요즘 잠잘 때 땀이 많이 나고 머리숱도 부쩍 빠지고 어깨에 누가 올라탄 느낌이죠. 여자랑 잠자리해도 뽐내지 못하니 자신감도 떨어지고요.”

“어. 어찌 알았는가?”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던 채상도가 다시 붙였다.

“이것. 강신단强腎丹이라는 것입니다. 동충하초. 녹편, 인삼, 파극천, 오가피 등 황실 비법으로 만든 정력제죠.”

무쌍은 품에서 자기병을 꺼내 병을 거꾸로 들었다. 환단 스무 알 정도가 그의 손바닥 위로 쌓였다. 그것을 다시 자기병 안에 넣어 채상도 앞으로 밀어 놓았다.

“이것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네.”

말은 그리하며 채상도가 매가 암탉을 낚아채듯 빠르게 품 안에 넣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눈치 빠르고 담대한 세 분 정도면 됩니다. 무공을 익히지 않으신 분이면 더욱 좋고요.”

기회를 잡은 무쌍이 말하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끙. 오령전주의 말을 듣고 선물까지 받았으니 어쩔 수 없군.”

채상도가 된소리를 냈다.



작가의말

진퇴양난44님, ko****님, 영점님, 물물방울님, 한사님, 한나33님 댓글 감사합니다.

연휴 후유증 없도록 조절 잘하시고요. 오늘도 제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전주에서 덕민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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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 불한이율不寒而慄 3 NEW +6 16시간 전 1,080 49 13쪽
» 71. 불한이율不寒而慄 2 +7 24.09.18 1,579 66 12쪽
70 70. 불한이율不寒而慄 1 +7 24.09.17 1,857 68 13쪽
69 69. 팽두이숙烹頭耳熟 3 +8 24.09.16 2,011 71 14쪽
68 68. 팽두이숙烹頭耳熟 2 +8 24.09.15 2,027 73 13쪽
67 67. 팽두이숙烹頭耳熟 1 +14 24.09.14 2,218 81 12쪽
66 66. 천망회회天網恢恢 4 +10 24.09.12 2,586 80 12쪽
65 65. 천망회회天網恢恢 3 +7 24.09.11 2,544 79 12쪽
64 64. 천망회회天網恢恢 2 +10 24.09.10 2,632 78 12쪽
63 63. 천망회회天網恢恢 1 +9 24.09.09 2,767 89 14쪽
62 62. 용주 鎔鑄 4 +12 24.09.08 2,784 89 14쪽
61 61. 용주 鎔鑄 3 +8 24.09.07 2,769 89 12쪽
60 60. 용주 鎔鑄 2 +9 24.09.06 2,844 97 12쪽
59 59. 용주 鎔鑄 1 +10 24.09.05 2,960 96 12쪽
58 58. 과이불개 過而不改 3 +9 24.09.04 2,968 95 13쪽
57 57. 과이불개 過而不改 2 +7 24.09.03 2,959 90 14쪽
56 56. 과이불개 過而不改 1 +8 24.09.02 3,003 87 13쪽
55 55. 청풍명월 靑風明月 3 +10 24.09.01 3,084 90 13쪽
54 54. 청풍명월 靑風明月 2 +6 24.08.31 3,063 90 14쪽
53 53. 청풍명월 靑風明月 1 +7 24.08.30 3,078 85 12쪽
52 52. 학이시습 學而時習 3 +9 24.08.29 3,018 80 13쪽
51 51. 학이시습 學而時習 2 +10 24.08.28 3,196 76 15쪽
50 50. 학이시습 學而時習 1 +8 24.08.27 3,322 82 14쪽
49 49. 조정혈사 朝政血事 +5 24.08.26 3,525 72 17쪽
48 48. 화풍난양 和風暖陽 3 +7 24.08.25 3,552 82 14쪽
47 47. 화풍난양 和風暖陽 2 +8 24.08.24 3,587 8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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