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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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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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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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팽두이숙烹頭耳熟 2

DUMMY

“죄인 황래래와 투포흑괴에게 변명할 기회를 주겠다. 상 장로는 저들이 고개를 똑바로 들도록 만들라.”

동연희는 두 노괴와 말을 섞기 싫어 상장로를 통했다.

“황래래는 외문 총사 황교왕을 살해한 연유와 그 죄를 고하라.”

그러자 상장로는 두 노괴 앞에 섰다.

“.....,”

황노태태는 상장로의 추궁에 눈을 감아버렸다.

“집법사자는 황래래가 입을 열 때까지 고문을 하라.”

상장로는 곧바로 제재를 가했다.

“흥. 내가 너희들에게 어떤 말을 해도 궁색한 변명으로 들릴 것이다. 다만 이십여 년 전 동연희 네년도 죽였어야 했는데 그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는구나. 그냥 통쾌하게 죽여라.”

황노태태는 관용 따위는 바라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변명이겠군. 잘 들어라. 당신과 투포흑괴가 주고받은 서신에는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 글들이 난무하다.”

하오문주 동연희가 참다 못해 나섰다.

“이에 글을 추려 그 죄상을 열거하겠다.

첫째는 해문害門 행위다. 삼십 년 전 투포흑괴는 용신장 출신으로 하오문에 투신했다. 그 의도가 불순하여 북경 내 투포들을 규합해 문 내에서 갈등을 조장했다.

둘째는 동문 살인이다. 투포흑괴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내문 총사 황교왕이 투포흑괴를 추적하자 투포흑괴의 내연녀였던, 너 황래래는 북경 향산으로 황교왕을 유인하여 살해했다.

셋째는 기사멸조欺師滅組와 여적죄다. 전대문주께서 미심쩍은 행보를 보인 투포흑괴를 반도로 지정하셨다. 하지만 황래래는 지속해 내부정보를 투포흑괴에게 전해줬고, 그로 인해 하오문의 문도 다수가 죽었다.

이는 목과할 수 없는 죄로 하오문의 오래된 법에 따라 처결하겠다.”

“안 돼. 그럴 수 없다. 이미 오래된 법은 폐지됐다. 당신 뭐라고 해 봐. 으아아악.”

“.....,”

황노태태는 발작했고 투포흑괴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저 늙은이의 입을 막아라.”

상 장로가 집법사자에게 명했고, 집법사자는 황노태태의 마혈을 눌렀다.

그러자 집법당주 용상철이 두 노괴의 옆에서 외쳤다.

“두 반도는 노충형露蟲刑에 처한다.”

“으읍.”

“으으읍”

집법당주 용상철이 판결을 내리자 투포흑괴와 황노태태가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용상철은 이를 무시했다.

“또 이들과 관련된 자들은 단전을 폐하고 발꿈치를 잘라내는 월형刖刑을 집행한 후 궁가방으로 보낸다.”

쿵. 쿵. 쿵.

그의 판결이 끝나자 집법당의 당원들이 단체로 발을 굴렀다.


무쌍은 하오문의 원로인 상인과 사냥꾼 그리고 점쟁이 세 사람을 치료 중이다.

진혼투골정의 기습에 당한 그들 중 사냥꾼 황류도荒謬刀 정정선이 안 좋은 곳을 맞았다. 그의 옆구리에 박혔다.

“헉. 헉.”

거친 수염만큼이나 그의 숨이 거칠다.

“제. 제길. 형님들, 누님 먼저 갈 것 같소. 오. 오는 데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 데는 순. 순서가 없다더니.”

정정선은 삶은 포기한 어투로 그를 바라보는 세 사람을 봤다.

“이보게. 소의.”

노치옥이 무쌍을 불렀다.

“네.”

대야에 손을 담그고 씻던 무쌍은 침통한 표정이다.

싱인 황금충 소진모와 점쟁이 중천건녀中天乾女 소영인는 각각 다리와 팔에 진혼투골정에 당해 살을 째고 파편을 끄집어냈다. 마침 출진포에 마비산과 살을 째는 식피도植皮刀가 있어 수술할 수 있었다.

스승이 알면 경을 칠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팔다리를 잘라내야 할 상황이라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정정선의 상처는 무쌍이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정선이를 살릴 방법이 진짜 없는 것인가?”

“.....,”

벌써 세 번째 묻는 노치옥의 질문이다. 무쌍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은 침묵이었다.

“모르겠으면 배운 것을 기억이라도 해봐. 그래야 우리가 뭘 어찌 해야 할지 대책이라도 강구하지.”

중천건녀 소영인이 답답한 심정에 나오는 대로 말을 뱉었다.

“배운 것이라...., 배운다!”

중얼거리던 무쌍이 벌떡 일어났다.

“왜?”

소영인은 무쌍을 추궁한 것이 미안해 물었다.

“이곳의 서고를 개방해 주십시오.”

“서고는 왜?”

“오늘 낮에 서고에서 해부와 관련된 의학서 몇 권을 봤습니다. 그것에 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돈벌레는 언소의와 같이 서고로 가고, 난 이 일을 문주에게 보고하겠네. 영인이는 정선이를 보살피고.”

노치옥이 빠르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쌍은 서고로 와 의서 서각의 목록을 쭉 훑었다. 그리고 의서 세 권을 골라 탁자로 가 읽었다.

황금충 소진모는 무쌍이 읽고 있는 책 제목을 살폈다.

“구희범오장도歐稀範五臟圖, 존진환중도存眞環中圖, 의학원시醫學元始

저자著者 왕굉한?”

그는 무쌍이 들릴 정도로 중얼거렸다. 책 제목이 읽고도 모를 내용이라 설명해 달라는 뜻이다.

“오장도와 존진도 오장육부의 위치와 사람의 골격을 기록한 송나라 대의 의술서입니다. 스승님도 말로만 들으셨다는데 이곳에 있네요. 의학원시 역시 구전돼 오는 해부서입니다.”

무쌍은 눈을 책에 두고 말했다.

“비싸겠네? 얼마 정도.”

황금충의 눈이 번들거렸다.

“부르는게 값일 것입니다.”

무쌍이 마지 못 해 답했다.

“그럼 황실 어의 정도가 딱 좋겠군.”

“나가 주세요.”

결국 무쌍이 미간을 찌푸리고 소진모를 봤다.

“크흠. 내 입을 꼭 다물고 있겠네.”

그 후로 책 넘어가는 소리만 들렸다.


다음날 새벽.

무쌍은 의학원시를 세 번 읽고 밤새도록 심상으로 개복하는 수술을 해봤다.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함에도 그는 정정선이 누워있는 침상으로 갔다.

무쌍은 정정선의 맥문을 놓았다. 정정선은 죽은 듯 조용하다.

“마취는 잘 됐어.”

그는 혼잣말을 하며 다시 읽었던 의학원시의 내용 중 수술 순서를 되새김질 했다.

“후우,”

긴 숨을 토하고 식피도를 들었다. 흔들릴 줄 알았던 칼끝은 미동조차 없다.

스윽.

오른쪽 옆구리와 배꼽 사이의 살이 한 뼘이나 일자로 그어졌다.

“솜.”

무쌍이 옆에 대고 말하자 하오문의 문도가 젖은 솜을 건넸다. 그는 갈라진 뱃살에서 흐르는 피를 닦고, 반투명하게 드러난 막을 조심스럽게 갈랐다. 복막이 열렸다.

핏.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생선 썩는 고약한 냄새가 올라왔다.

“우읍.”

옆에서 헛구역질하는 소리에 무쌍이 미간을 구겼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대장이 개복된 상처 위로 부풀어 올랐다. 그것을 뽑아냈다. 그런데 그 안에 분변이 묻어나왔다.

무쌍은 일단 무시하고 내부 장기들부터 확인했다. 간과 위에는 이상이 없으나 신장에 진혼투골정 파편이 박혀 있었다.

“우려했던 그대로네.”

옆구리로 사입된 자국이 신장의 위치와 일치했었는데 결과가 같았다.

“바늘.”

무쌍은 옆에다 말하고 정정선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뽑았다. 그중 하나로 신장의 혈관과 신우가 새지 않도록 올가미 매듭으로 묶었다.

그 사이 옆에 하오문도는 정정선의 머리카락을 바늘귀에 뀄다.

무쌍은 식피도로 손상된 신장 부위를 사과를 베어 물은 모양으로 도려냈다. 그 후 건네받은 바늘로 촘촘히 꿰맸다. 그리고 올가미 매듭을 잡아 풀었다.

“휴우.”

다행히 출혈은 진행되지 않고 오줌도 새지 않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단 한고비는 넘겼어.”

중얼거린 그는 빠르게 내장을 헤집었다.

진혼탈공정은 보통 5-6 조각으로 분리된다. 그 중 하나를 찾았으니 나머지를 찾아야 한다.

순식간에 조각 네 개를 찾았다. 혹시 모를 한 조각을 찾는데 대장의 파열이 심해 분변이 쏘아진다. 젖은 솜으로 닦는 것이 한계가 있다. 결국 파열된 부위부터 찾았다.

다섯 곳이다.

설마 했던 한 조각이 남았다. 대장을 잡고 상처난 부위를 홀쳐맸다. 그리고 다시 바느질. 그렇게 마지막에 대장을 잡는데 안에서 딱딱한 물체가 느껴진다.

무쌍이 안을 누르니 반투명한 조각이 나왔다.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조각들을 걷어냈으니 오염된 내장과 장기가 문제였다. 준비된 물을 다 쓰고 다시 길어왔다.

또 씻기고 닦아냈다.

“으으윽.”

정정선이 마취에서 깨어나려는지 신음을 토했다.

화들짝 놀란 무쌍은 구침 중 장침을 꺼내 대추혈에 깊숙히 박았다. 상반신 이하를 강제로 마비 시켰다.

그리고 빠르게 대장을 복강 안으로 밀어넣었다. 이것이 정말 힘들었다.

풍선처럼 부푼 대장이 계속 삐져나왔다.

결국 옆에 문도의 손을 빌렸다. 절개한 부위를 잡도록하고 억지로 대장을 밀어넣었다.

서투른 바느질이 끝났을 때는 무쌍의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후우.”

‘죽었다가 깨어나도 두 번은 못 할 짓이야.’

긴 숨을 내쉰 그는 속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빌었다.

“끝났는가?”

옆에서 말없이 수술을 지켜보던 노치옥이 물었다.

“봉합까지 잘 마무리 됐습니다만, 이제 정노사의 생사는 제 몫이 아니군요.”

“자네 몫이 아니면?”

“급하여 응급조치를 한 것에 불과합니다. 스승님이나 어의급 의원에게 맡겨 환우를 돌봐야 합니다. 감염증도 문제고요. 무엇보다 여기는 약재가 없습니다.”

무쌍의 말에 노치옥은 옆을 봤다. 다른 원로들도 문제였다.

결정은 빠르게 내려졌다. 온양의원행이다.


마차에 올라탄 무쌍은 창밖으로 천천히 밀려나는 용신장의 풍경을 보았다.

“정말 절경인 곳이인데.....,”

그는 어제 전투와 수술이 떠올라 말을 끝내지 못했다.

“응?”

대문을 지나치는데 특이한 광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귀퉁이 네 곳이 뚫린 항아리에 황노태태와 투포흑괴가 손발과 얼굴을 내밀고 결박된 상태다.

하오문 문도들이 둘의 입을 벌리고 흰 액체와 끈적이는 노란 액체를 입에 붓는 중이다.

“우유와 꿀입니까?”

무쌍이 낙도소공樂道艄公 노치옥에게 물었다. 그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배탈 나라고 저리 꿀과 우유를 먹이는 것은 아닐 테고, 설마 로충형을 내린 겁니까?”

무쌍은 설마 아니기를 바라며 물었다.

노치옥이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부정하는 것이 아닌 질린 의사표현이다.

“그냥 지나치세. 자네는 우리 하오문 원로들의 치료가 우선이 아닌가?”

그리고는 이 뱃사공 노인은 무쌍 팔을 잡아 앞을 보도록 만들었다. 무쌍의 앞에는 정정선이 누워있고, 황금충과 중천건녀 두 소씨들가 반쯤 죽는 표정이었다.

무쌍은 정말 실망했다.

흑도에서도 이제는 금지되다시피한 고문이 로충형이다. 항아리 밖으로 머리와 사지를 내놓게 하고 꿀과 우유를 계속 먹여 설사를 하게 한다.

이렇게 이틀을 지속하면 벌레들이 모여들어 팔과 다리부터 물어뜯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항아리 속까지 파고들어가 살점을 뜯어 먹는다. 혀를 깨물 수 없도록 재갈을 물리니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사흘을 고통받다가 죽을 것이다.

‘원한이 깊으면 통쾌하게 죽이면 딜 일이거늘.’

올 때 마음과 갈 때 마음이 달라졌다.


그날 늦은 밤 온양의원.

의원으로 돌아온 무쌍은 스승 이연태과 같이 하오문의 원로들을 진료를 마쳤다.

그리고 그는 전날 십찰해에서부터 용경협 용신장을 거쳐 반도의 처벌까지 벌였거나 일어났던 일을 고했다.

“쌍아. 강호의 은원은 끊고 맺음이 없다. 인연이 중첩된 곳이라 나중에는 네 감정만 소모할 뿐이다.”

이연태는 무쌍이 하오문 내분에 참여한 것을 말리지는 않았지만, 탐탁지 않게 여겼다. 결국 그는 한소리를 했다.

“스승님. 이번에 저도 느낀 점이 있습니다. 스승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무쌍은 하오문의 처벌을 보고 실망을 했다. 강호의 은원이 무섭다는 이야기가 비로소 피부로 실감 됐다.

“그보다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급한 불을 껐으니 개복 수술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구나.”

이연태의 물음에 무쌍의 얼굴이 밝아졌다.

“믿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무쌍의 말은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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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 불한이율不寒而慄 2 NEW +4 13시간 전 1,002 47 12쪽
70 70. 불한이율不寒而慄 1 +6 24.09.17 1,584 60 13쪽
69 69. 팽두이숙烹頭耳熟 3 +8 24.09.16 1,806 66 14쪽
» 68. 팽두이숙烹頭耳熟 2 +8 24.09.15 1,853 68 13쪽
67 67. 팽두이숙烹頭耳熟 1 +14 24.09.14 2,065 75 12쪽
66 66. 천망회회天網恢恢 4 +10 24.09.12 2,449 77 12쪽
65 65. 천망회회天網恢恢 3 +7 24.09.11 2,433 78 12쪽
64 64. 천망회회天網恢恢 2 +10 24.09.10 2,524 77 12쪽
63 63. 천망회회天網恢恢 1 +9 24.09.09 2,657 89 14쪽
62 62. 용주 鎔鑄 4 +12 24.09.08 2,683 89 14쪽
61 61. 용주 鎔鑄 3 +8 24.09.07 2,674 88 12쪽
60 60. 용주 鎔鑄 2 +9 24.09.06 2,753 97 12쪽
59 59. 용주 鎔鑄 1 +10 24.09.05 2,859 95 12쪽
58 58. 과이불개 過而不改 3 +9 24.09.04 2,869 95 13쪽
57 57. 과이불개 過而不改 2 +7 24.09.03 2,867 90 14쪽
56 56. 과이불개 過而不改 1 +8 24.09.02 2,908 87 13쪽
55 55. 청풍명월 靑風明月 3 +10 24.09.01 2,991 89 13쪽
54 54. 청풍명월 靑風明月 2 +6 24.08.31 2,971 89 14쪽
53 53. 청풍명월 靑風明月 1 +7 24.08.30 2,980 85 12쪽
52 52. 학이시습 學而時習 3 +9 24.08.29 2,923 80 13쪽
51 51. 학이시습 學而時習 2 +10 24.08.28 3,093 76 15쪽
50 50. 학이시습 學而時習 1 +8 24.08.27 3,214 82 14쪽
49 49. 조정혈사 朝政血事 +5 24.08.26 3,407 72 17쪽
48 48. 화풍난양 和風暖陽 3 +7 24.08.25 3,437 81 14쪽
47 47. 화풍난양 和風暖陽 2 +8 24.08.24 3,485 82 14쪽
46 46. 화풍난양 和風暖陽 1 +10 24.08.23 3,722 8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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