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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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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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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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과이불개 過而不改 3

DUMMY

다음 날.

무쌍은 무척이나 바쁜 오전을 보냈다. 스승과 같이 일주일에 한 번 약령시장에 나가 약초를 구매하는 날이다. 그리고 그는 그때마다 스승으로부터 생약초와 건약초를 식별하는 법을 배웠다.

돌아와 곧장 약초에 따라 양지와 그늘로 구분해 말렸다. 때로는 약성이 강한 약초는 쪄내기도 했다. 이런 약초들은 여러 번을 쪄내면 독성이 가라앉고 약성은 강해졌다. 대표적으로 홍삼과 숙지황이 그러했다.

이런 때면 어김없이 이연태는 낮과 밤을 새우며 정성을 기울였다. 덩달아 무쌍도 부엉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어쨌건 오늘은 무쌍이 쉬는 날은 아니었다.

오후에는 스승 곁에서 스승이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거들었다. 그리고 짬이 나는 시간에 스승으로부터 요즘 새로운 의료 기법을 전수 받는 중이었다.

“부항은 풍이 침투한 사기邪氣를 제거하는데 쓰인다. 제대로 부항을 뜨면 사기는 습濕으로 제거된다. 이는 나쁜 기운을 직접 빨아 모아 소멸하는 법이야.”

이연태는 종지 모양의 자기를 들어보이며 설명했다.

“또 뜸은 몸에 생성된 악기惡氣를 흩어놓는 의술이다. 이런 면에서 뜸은 가장 쉬우면서도 어렵다.“

“쉽다는 말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어렵다는 말은?”

무쌍이 이연태의 말을 끊고 물었다.

“악한 기운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지. 일례로 몸에 담이 들면 고개와 어깨를 움직이기 불편하다. 이 담은 어깨에서 등으로, 등에서 어깨로 혹은 목으로 이동한다. 이를 촉진하여 악기를 찾아내고 부항을 떠야한다.”

이연태가 말하며 제자의 소매를 어깨까지 걷었다.

“스승님?”

“가만히 있거라. 부항을 뜰 테니 그 느낌을 느껴보아라.”

제자가 당혹해하자 이연태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제자의 팔 몇군데를 누르고는 준비된 솜뭉치를 집게로 들고 불을 당겼다. 이 불을 부항 안쪽에 넣었다가 뺐다. 살짝 달궈진 부항이 무쌍의 어깨 위에 올려졌다.

“이상합니다. 스승님. 피가 쏠리는 느낌도 들고 근육을 잡아당기는 듯 시원하기도 합니다.”

무쌍이 부항을 내려다보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은 담이 들리거나 신경통과 대상포진, 안면마비 혹은 경부척추증에 사용된다. 부항은 기혈의 순환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즉 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不通卽桶 통하면 통증이 없고, 통하지 않으면 고통이 유발되는 이치와 같다. 또한....,”

“이 의원님.”

이때 원장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부용선이 화복을 입은 40대 중반의 사내를 데리고 왔다. 사내는 얼굴이 둥글고 하얗다.

“무슨 일인가?”

이연태는 부용선과 중년사내를 번갈아 봤다.

“서혜부 탈장이 있는데 도수정복이 되지 않고 감돈 상태입니다.”

부용선이 중년인의 병증을 설명했다.

“쌍아. 탈장이 무엇이더냐?”

이연태는 무쌍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러자 무쌍은 중년사내를 봤다. 환자를 앞에 두고 병증을 이야기하라니 난감했다. 하지만 스승의 눈빛이 보통 따갑지 않아 바로 답했다.

“내장이 복벽이 약한 곳을 통해 빠져나오는 증상입니다. 탈장은 통상 서혜부, 대퇴부, 제대에서 이뤄지나 간혹 등이나 항문을 통해서도 빠집니다.”

“발병의 원인은?”

스승의 질문이 계속됐다.

“임신과 복수 팽창, 폐병, 요도 폐색, 변비 등으로 복강 내압이 높으면 발병합니다. 또 의외로 배에 힘을 쓰거나 마른기침을 하다가도 발생합니다.”

“두리뭉실하게 답하지. 탈장의 부위에 따라 환자의 병증까지 말해보아라.”

“탈장은 대부분 선행 병증이 동반합니다. 서혜부 탈장은 소아 때는 선천적으로 복벽에 틈새를 가지는데 성장하며 사라지는데 노인이 되며 다시 복벽이 약해집니다. 이때 복수 팽창과 폐병이 선행 병증입니다.

또 대퇴 탈장은 요도 폐색이나 변비가 선행 병증이며 마른 사람이나 여성이 다수이며, 제대 탈장은 임산부나 출산을 많이 한 여성에게서 나타납니다.

그리고 상한론에 이르기를 중기하함中氣下陷. 간혈부족肝血不足 신기허손腎氣虛損 습열하주濕熱下洲을 다스려야 병을 고칠 수 있다 했습니다. 그래서 근원 치료에 효능이 있는 약이 있습니다. 이것도 말합니까?”

“당연히.”

스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귀보혈환, 익안성환, 곤보환, 양혈음용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적인 치료법으로 도수정복이 있습니다. 환자를 눕히고 손으로 탈장 부위를 부드럽게 주물러 밀어 넣는 치료법입니다.”

“야. 왕수찬. 이야기 들었지.”

이연태는 중년인을 호칭했다. 둘은 아는 사이였다.

“스승님. 또 있습니다. 진맥을 해봐야 확실하겠지만, 지간脂肝이 의심이 됩니다.”

무쌍은 스승의 말을 끊고 빠르게 말했다.

“뭐?”

제자의 말에 이연태는 왕수찬의 맥문을 잡았다.

“지간? 소의. 지간이 뭐요?”

“좀 닥치고 있어. 진맥하는데.”

중년인은 무쌍에게 묻고, 이연태는 중년인을 나무랐다. 그리고 촌寸 관關 척尺 세 맥 중 관맥을 잡고 장맥을 살피더니 얼굴이 굳었다.

“어찌 알았느냐?”

그는 제자에게 물었다.

“사람이 탈장되면 탈장하는 곳을 짚고 걱정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 환자분께서는 무의식적으로 간간이 상복부를 만지고 계셨습니다. 그런데도 얼굴색이 좋고 눈이 밝아 외견상 아픈 흔적이 전혀 없으니 필시 지간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화복 소매와 밑단 그리고 수염 끝에 작은 부스러기들이 이 환자분이 부단히 군것질하고 계신다고 말해주네요.”

“입상진의와 마제적향표접행을 달고 살더니 진단이 제법이구나. 그리고 너. 내가 군것질하다가는 언젠가 큰 탈이 난다고 했어? 안 했어?”

이연태는 제자를 칭찬하고는 중년사내를 매섭게 질타했다.

“형님.”

왕수찬은 무쌍과 부용선을 힐끔 봤다. 창피한 모양이다.

“그 병명이 지간이라는데 자세히 설명을 좀 해주시오.”

그는 이연태를 보며 묻자, 이연태는 무쌍에게 고개를 돌렸다.

“간에 기름이 끼어 딱딱해지고 종래에는 염증이 끼는 병증입니다. 이 병은 외견상 아무런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병이라도 불립니다. 무릇 병자들은 안정 가료를 취해야 하는데, 이 병의 병자에 한해서는 적절한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환자분에게는 단방약으로 익안성환을 추천합니다. 주재료는 단삼, 삼칠, 해마, 계내금, 오미자, 녹용, 인삼으로 간혈을 보하는 약재들을 고아 만든 환이라 잘게 만들어 군것질처럼 드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단다.”

이연태가 중년인 왕수찬을 봤다.

“형님.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오. 불안해 죽겠소.”

“너는 내 제자 녀석한테 고마워해야 할 일이야. 지간이 발병하는 단계 중 초기에 해당 되니까. 무척이나 운이 좋은 편이지. 이리 방치해 놓고 일이 년이 지나면 죽을병이 맞다. 그러니 이 녀석 말처럼 적절한 운동을 해서 살을 빼야할 것이야.”

“그 익안성환은 언제 처방 받을 수 있는 것입니까?”

“이 인사가 단단히 겁먹었구먼. 의원에 왜 왔는지도 까먹었으니. 저기 누워 봐.”

이연태가 병상을 가리켰다.

“상의도 탈의하고.”

왕수찬이 화복을 벗고 누웠다. 불룩한 배가 드러났다. 특히 눈에 띠는 오른쪽 사타구니와 배꼽사이 서혜부에 주먹만큼 살이 튀어나왔다.

“쯧쯧쯧.”

이연태가 혀를 찼다.

“왜 그러시오?”

왕수찬이 물었다.

“처음 탈장이 됐을 때 밤톨만하게 나왔을 것이다. 그것을 그대로 방치해 놓으니 감돈이 오지.”

“도대체 감돈이 뭐요?”

왕수찬의 말에 이연태의 고개가 돌아갔다.

“탈장이 되면 도수정복이라 하여 손으로 탈장된 내장을 밀어 넣어 제자리를 찾게 하는 치료법입니다. 그런데 탈장내공에 장이 끼어 복강 내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감돈이라 합니다.”

무쌍이 백과사전이었다.

“그 감돈이라는 것이 풀리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왕수찬이 이연태를 거치지 않고 무쌍에게 직접 묻는다.

“장 폐색이 일어나 죽습니다.”

무쌍의 말에 왕수찬의 얼굴이 흑색이 되어 이연태를 바라봤다.

“정 안되면 마비산으로 마취를 하고 배를 째야해.”

이연태도 심각한 얼굴로 답했다.

그는 오른손 손가락과 손바닥을 오목하게 만들고 머리 쪽 가측 방향으로 일정하고 부드럽게 압력을 줘 밀었다. 수십 차례 환원치료를 하는데 탈장된 내장은 요지부동이다.

“윽.욱.”

왕수찬이 고통에 신음을 토한다. 차를 두 잔 마실 시간동안 시도하자 환자도 의원도 지쳤다.

“형. 형님 잠시 쉬었다가 합시다.”

그는 통증으로 얼굴에 땀이 흥건했다.

“스승님.”

그때 무쌍이 스승에게 손수건을 건네며 입이 들썩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이냐?”

이연태가 제자의 입을 보며 물었다.

“흘러나온 내장 양이 너무 많아 복벽의 천공으로 들어가지 않으니 천공을 늘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술을 해야한다는 것이냐?”

이연태의 말에 왕수찬의 얼굴이 검게 변했다.

“그것이 아니라 부항을 쓰면 어떨까 싶습니다.”

“부항을?”

“네. 탈장된 서혜부 주변 여덟 곳에 부항을 뜨면 살과 근육이 당겨져 탈장된 천공이 커져 도수정복을 통한 환원이 수월해지지 않겠습니까?”

짝.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옆에 쭉 지켜보고 있던 부용선이 손바닥까지 마주치며 감탄한 눈으로 무쌍을 봤다.

“확실히 일리가 있다.”

이연태는 부항 도구를 챙겨 왕수찬의 배에 부항을 떴다.

“흑.”

부항기에 열기로 살짝 데 공기를 쫓는 정도가 아니었다. 공기를 데우다시피 한 부항기가 배 위에 올려졌다.

팔방에서 부항기가 살을 집어올리자 탈장된 부위가 살짝 가라앉았다.

이연태는 다시 오른손 손가락과 손바닥을 오목하게 만들고 머리방향으로 밀어넣었다.

쭉.

신통할 정도로 빠르게 탈장이 제자리로 환원됐다.

무쌍이 옆에 있다가 황급히 부항기를 뗐다. 그와 스승이 얼굴을 마주봤다.

“잔머리가 천하제일이구나.”

말은 그래도 제자를 보는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스승님을 닮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이리 잔머리가 늘었습니다.”

“이 녀석이.”

두 사제가 농을 주고 받았다.

“치료가 다 끝난 것이오?”

왕수찬이 고개를 들어 아래를 봤다. 하지만 불룩한 배에 서혜부가 보이지 않아 물었다.

“일어나십시오.”

무쌍이 왕수찬의 팔을 잡아줬다.

“어. 들어갔네. 신통하네. 신통해.”

왕수찬이 그의 배와 무쌍을 번갈아 봤다.


부용선은 탕재실에서 왕수찬의 탕약을 내리는 중이다.

그녀는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햇수로 팔 년이다. 의가인 그녀의 집에서 부친에게 오 년, 이의원에게 삼 년간 가르침을 받았다.

그런데 석 달 열흘 배운 무쌍만 못해 버렸다.

물론 이의원께 이야기 듣기로 언무쌍은 본가에서 의학서를 제법 읽었다고 하였다. 그래도 의술의 진전이 너무나 빨랐다. 질투가 날 정도다.

또 그녀 역시 이의원 옆에서 여섯 달 동안 수련을 받았다. 그 수련 기간 동안 무쌍처럼 질문에 어긋남이 없는 답을 냈던 적이 있던가 싶다.

아니 이의원에게 꾸지람만 들은 기억 뿐이다.

더구나 오늘 왕수찬의 병 지간을 찾고, 도수정복에 부항을 사용한 발상은 질투를 넘어 감탄이 나오게 만들었다.

나중에는 이의원이 언무쌍에게 지간 치료에 침을 어찌 사용하느냐고 묻고 직접 시침을 하게 했다.

활혈거어침술에 따라 태충혈을 중심으로 족궐음간경에 시침하는데 그 빠르기와 정확도가 온양의원에서 침을 잘 놓는다는 우병철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였다.

왕수찬이 의원을 나서며 무쌍을 보는 눈빛을 그녀는 잊을 수 없었다.

‘석달 열흘을 넘었을 뿐인데.’

부용선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부누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무쌍이 탕재실로 들어와 그녀 옆에 쭈그려 앉았다.

부용선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이유없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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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 천망회회天網恢恢 4 +10 24.09.12 2,450 77 12쪽
65 65. 천망회회天網恢恢 3 +7 24.09.11 2,433 78 12쪽
64 64. 천망회회天網恢恢 2 +10 24.09.10 2,525 77 12쪽
63 63. 천망회회天網恢恢 1 +9 24.09.09 2,658 89 14쪽
62 62. 용주 鎔鑄 4 +12 24.09.08 2,685 89 14쪽
61 61. 용주 鎔鑄 3 +8 24.09.07 2,675 88 12쪽
60 60. 용주 鎔鑄 2 +9 24.09.06 2,753 97 12쪽
59 59. 용주 鎔鑄 1 +10 24.09.05 2,860 95 12쪽
» 58. 과이불개 過而不改 3 +9 24.09.04 2,870 95 13쪽
57 57. 과이불개 過而不改 2 +7 24.09.03 2,868 90 14쪽
56 56. 과이불개 過而不改 1 +8 24.09.02 2,908 87 13쪽
55 55. 청풍명월 靑風明月 3 +10 24.09.01 2,992 89 13쪽
54 54. 청풍명월 靑風明月 2 +6 24.08.31 2,972 89 14쪽
53 53. 청풍명월 靑風明月 1 +7 24.08.30 2,981 85 12쪽
52 52. 학이시습 學而時習 3 +9 24.08.29 2,924 80 13쪽
51 51. 학이시습 學而時習 2 +10 24.08.28 3,094 76 15쪽
50 50. 학이시습 學而時習 1 +8 24.08.27 3,215 82 14쪽
49 49. 조정혈사 朝政血事 +5 24.08.26 3,409 72 17쪽
48 48. 화풍난양 和風暖陽 3 +7 24.08.25 3,438 81 14쪽
47 47. 화풍난양 和風暖陽 2 +8 24.08.24 3,488 8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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