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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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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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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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용주 鎔鑄 2

DUMMY

무쌍이 동초주와 같이 도착한 안가는 담이 낮은 아담한 소축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동기 이묘묘가 침상에 누운 중년부인을 간호하고 있다.

어두운 표정으로 말없이 인사하는 동기를 뒤로 하고 무쌍은 침상에 걸터앉았다.

그는 중년부인을 내려다봤다.

미색은 지워지지 않았으나 꽉 다문 입술과 미간에 모인 주름은 그녀가 고집을 한움쿰 쥐고 태어난 사람으로 비췄다.

무쌍은 중년부인의 맥문을 잡았다.

‘기경팔맥과 십이경락이 굉장해.’

맥이 산맥이라 기맥氣脈으로 경락을 살핀 그는 깜짝 놀랐다.

‘절정고수다. 그것도 스승님과 엇비슷한.’

일간 스승은 내공을 가진 자들의 맥문이 어떠한지 살피라며 당신의 맥문을 잡게 했다. 그때와 똑같았다.

중년부인의 경락은 사환로를 관통하는 일주로처럼 뻥 뚫렸다. 하지만 그녀가 입은 내상으로 경락이 누더기 도로처럼 너덜너덜했다.

무쌍은 눈을 감았다.

누더기가 된 경락을 살피는 일은 집중이 필요하다. 의식을 세상과 단절하고 모든 신경을 손 끝에 두었다.


동초주는 진맥을 하고 있는 무쌍의 얼굴을 봤다. 그녀의 근심스런 얼굴에 홍조가 올라왔다.

언무쌍이 헌원각에 왔던 첫날 하오문의 정보력으로 이 남자에 대해 알아봤다. 진주 언씨세가의 삼남, 천형으로 인연을 맺은 운수행의 이연태 의원의 제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약혼녀 임려수가 있다.

이외에 소문이 무성했지만, 북경으로 와 한 일이라고는 의원에서 의술을 공부한 것 외에는 없다. 직접 겪어보니 사람이 유쾌하고 영민했다.

다만 속을 알 수 없는 사내였다.

같이 있을 때는 한없이 자상하고 재미있다. 그러다 떨어져 있으면 나무를 흔들어놓고 떠난 바람같은 사내다. 화류계 여인들에게 최악이었다.

“동초주.”

그때 눈을 뜬 무쌍이 그녀를 불렀다.

“응? 왜?”

“촉진을 하니 폐맥과 장맥이 미약하고 세게 누르면 맥이 숨어버리는 산맥이야. 특히 내공의 흐름이 폐경과 대장경에서 끊기고 있어. 네 사부의 상체를 벗기고 가슴과 등 그리고 복부에 상흔이 있는지 살펴봐.”

무쌍이 동초주를 보며 말하며 안채 밖으로 나섰다.

“알았어.”

동초주는 무쌍의 등에 대답하고 사부의 찢긴 상의를 벗겼다. 아담한 가슴 위로 검은 바둑알처럼 두 곳이 멍들어 있고, 복부 위로 길게 훑고 지나간 상처가 보였다. 또 일으켜 앉혀보니 등에도 희미하게 멍이 보인다.

‘어찌 알았지?’

그녀는 속으로 놀라며 문밖을 봤다. 다시 사부의 옷을 여몄다.

“들어와.”

그녀는 무쌍을 불렀다.

“네 말대로 사부의 가슴에 검은 바둑알처럼 멍이 두 개가 붙어 있고, 복부에도 훑고 지나간 상처가 있어. 등에도 작은 멍이 있고.”

“후우.”

무쌍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폐맥, 자세히 말하면 수태음폐경의 기혈이 엉켰어. 그 때문에 혼절한 것뿐이야. 기의 통로만 뚫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어나실 거야.”

무쌍은 일단 뒷말을 아꼈다. 일어나는 것과 예전의 활력을 찾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동초주도 안도하는 표정이다.

“세정기침술洗淨氣鍼術로 치료를 할 거야. 신경의 말단을 자극해 교소激素를 왕성하게 만든 후 경락을 바로 잡을 거야. 그후는 당사자 몫이야. 영약을 복용해 공력을 회복하든, 요상결로 조식을 해 회복하든.”

“여기서 영약이 어디서 나?”

동초주가 갑자기 짜증을 냈다. 둘 사이에 침묵이 생겼다.

무쌍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현재 징후가 예사롭지 않아. 시침이 끝나면 검은 피를 토할 수 있어. 이것은 좋은 증상이야. 이때 놀라지마.”

그는 동초주의 등을 토닥였다.

“응. 그리고 방금은 미안해.”

동초주의 말에 무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중년부인이 있는 침상으로 가 중년부인을 내려다보며 눈을 감았다.

지금 그는 스승과 동행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동초주에게 자신있게 세정기침술을 시침할 것이라 했지만, 사실 이 침술은 스승도 피하는 의술이다. 그래서 당연히 그가 사람을 대상으로는 처음이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스승에게 배웠던 침술을 점검했다.

처음 물고기로 시작한 구침을 한 달이나 잡았다. 몸에 비린내 밸때가 돼서야 닭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닭을 거쳐 토끼를 대상으로 침을 놓았다. 그 사이 사이에 목각인형에 시침하며 결을 찾았다.

그리고 인정을 받아 병자들에게 시침을 시작했다. 불과 보름 전의 일이었다.

‘세정기침술. 후우.’

무쌍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동초주는 무쌍이 눈을 감자 당황스러웠다. 침을 놓는데 눈을 감으면 어쩌자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구나 침구가 든 출진포에서 아예 침도 꺼내지 않았다. 그녀가 입을 열려는데 무쌍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순행循行한다. 인체의 상체의 상지 내측 앞쪽으로. 중부, 운문, 천부, 협백......., 소상’

무쌍이 검지를 놔두고 오른손에 주먹을 쥐었다. 남은 검지가 수태음폐경의 혈도를 찔렀다.

그런데 그의 손 끝에 푸른 기운이 머물렀다.

‘세정기침술이라더니 기침氣鍼이 이런 뜻이었다고?’

동초주는 정말 놀랐다.

무쌍이 언씨세가의 3남이라고 하나, 이제 스물도 되지 않은 홍안이다. 배우는 일도 의원인데 내기를 유형에 가까운 경지라니 할 말이 없다.

일류나 일류를 바라보는 경지다. 강호에서도 후기지수라 부르는 자들 중에서도 빠른 성취다.

그녀가 생각하는 동안에도 무쌍의 검지가 중년부인의 몸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이제 거의 다 왔어.’

무쌍은 중년부인의 수양명대장경 상양에서 영향까지 20개 혈도를 점했다. 그리고 일으켜 앉혔다.

“추궁과혈을 할 것이야.”

그는 동추주에게 말하며 중년부인의 명문혈에 양손의 장심을 가져다 댔다.

그의 내공이 중년부인 단전으로 들어가 향도가 되었다. 혼원일기공의 요상결에 따라 독맥을 지난 내기가 기경팔맥의 교회맥이 있는 대추혈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시진이 지났다. 무쌍은 중년부인의 허리에서 손을 뗐다.

“의식이 돌아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직 입을 열 수 없으니 듣기만 하십시오. 촌경과 침투경의 공력이 몸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 공력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것을 잘게 쪼개 흩어놓았습니다. 운기조식으로 밀어내셔야 합니다. 그리고 조직 손상은 시간이 지나며 회복이 될 것 입니다.”

무쌍이 여기까지 말하고 침상에서 내려왔다. 무척이나 지친 표정이다.

“수고했어. 그런데 사부님은 언제 일어나실 수 있어?”

“지금 상태로는 이틀 이상 운기조식이 필요해. 그때까지는 입을 열기도 힘들거야.”

무쌍의 말에 동초주가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청명단淸明丹이야. 보통 2, 3년 내공을 키울 수 있는 우리 가문의 영약이야. 보정정양普淨定壤의 효과도 탁월해서 내상약으로도 쓰여. 대주천이 한차례 끝나면 그때 복용시켜.”

“이. 이건 너무....,”

동초주는 받고 싶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내 부탁 하나 들어주는 것으로 해.”

무쌍이 동초주의 오른손을 잡고 그 위에 올려줬다.

“알았어. 그 어떤 부탁이라도 들어줄게.”

동초주는 무쌍에게 말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붉어진 얼굴 감췄다.

“그런데 네 사부는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이야?”

이 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음진 무쌍이 물었다.

“네 말대로 발병이 된 시점으로 이상한 점을 찾았더니 혼원각의 목욕간을 관리하던 여인의 행방이 묘연했다. 그래서 헌원각 사람들에게 앓고 있던 병이 치료했다며 차고 있던 붉은 띠도 풀었어

그런데 어제 저녁 사부님이 찾아와서 그동안의 사정을 이야기하니 화가 나셔서 행방이 묘연한 여인을 찾는다고 나섰어. 그런데 오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아서 안가로 와보니 사부님이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었어.”

“흐음.”

무쌍이 동초주의 말을 듣고 한참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네 사부를 이리 만든 사람은 절정고수고, 네 사부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야.”

“면식이 있다고? 그것을 어떻게 알아?”

“자. 네 앞에 서 봐.”

무쌍은 동초주에게 손짓을 해 불러 앞에 세웠다.

“우리처럼 이렇게 대화를 하던 중에.”

팡.

말하던 무쌍이 오른손 주먹으로 동초주의 가슴을 때렸다. 동초주는 깜짝 놀라 움찔했다.

무쌍의 주먹은 그녀의 가슴 중앙에 멈춰 있었다.

“촌경寸經이야. 이렇게 타격하는 공력은 타격 부위가 짧고 깊게 들어가. 네 사부의 내상이 그래. 등에 멍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고. 자. 이제 세 걸음 물러나봐.”

동초주는 무쌍의 말에 뒷걸음 치는데 무쌍이 따라오며 왼손을 위로 올려 손바닥을 펴 우측 아래로 쓸었다. 그의 손이 동초주의 배 앞을 훑고 지나갔다.

“이 무공은 용조수나 백골조의 일종 같아. 무방비인 상대를 노골적으로 해하려는 수법이야. 그리고 네 스승의 상의를 봐. 이 복부 부위가 터져나간 것 같이 너덜너덜하지만, 이건 침투경에 뜯겨나간 흔적이야. 네 사부의 상처는 스친 것에 불과해.”

“진짜?”

“나중에 네 사부가 깨어나면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

“그런데 사부님이 어떻게 여기까지 도망쳐 올 수 있지?”

“네 사부를 해친 자는 내공이 거칠고 흉폭해. 대게 흑도 무공이 그래. 그리고 네 사부가 도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상대가 평소 네 사부를 무서워해 경계해서 그럴 수 있고, 아니면 범인이 네 사부와 무공이 비슷하거나 떨어지는 자로 몸이 무거운 자일 가능성이 높아.”

“사부님과 면식이 있고 거친 내공에, 몸이 무겁다? 설마?”

동초주의 눈이 커졌다.

“의심 가는 사람이라도 있어?”

“아니야.”

무쌍의 말에 그녀가 부정했지만, 무쌍이 보기에는 마음속에 누군가를 담았다.

“혹시나 싶어 보여주는 것이야.”

무쌍은 품에서 병부 세 장을 꺼내 동초주에게 건넸다.

“이게 뭔데?”

동초주는 무쌍에게 받은 병부를 살폈다. 첫 장을 넘기던 그녀의 눈이 커졌다.

“설매?”

그리고는 뒤에 장을 봤다.

“헌원가의 목욕간을 관리하던 퇴기야. 이 병부는 어떻게?”

그녀의 눈이 커져 무쌍을 봤다.

“막고 뿜었어.”

무쌍이 어깨를 으쓱 올리며 웃었다.

“자세히 이야기 해줘.”

동초주의 말에 무쌍은 북직례 호조부참의 왕수찬에게 청탁을 해. 북경 의련에 소속된 의원들이 습우를 치료한 병부를 취합했고, 어떻게 세 장의 병부를 추려냈는지 이야기를 해줬다.

“넌..., 정말 영민하네. 그리고 이렇게 내게 신경을 써줘 고마워. 친구.”

“그래 친구.”

무쌍이 피식 웃었다. 전날 그가 동초주에게 했던 말을 인정 받은 셈이다.

“참. 여기서 오래 머물 수 없어. 노출된 곳 중 하나야.”

동초주는 말을 하며 운기조식 중인 스승을 봤다.

“혹 너와 네 사부를 해친 자들이 동일 선상에 있는 자들이야?”

“응. 범인이 누군지 확실해졌어.”

“누구야?”

“문파 내의 일이야. 사부님과 대립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고.”

동초주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문파 내에서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쌍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싶어 하오문 내에 정예를 소집해 놓은 상태다.

“네 사부를 암습했다지만. 상대는 절정고수거나 절정에 가까운 고수다. 우선 몸을 피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 우리 온양....,”

“누가 암습을 했다는 게야?”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며 무쌍의 말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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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불한이율不寒而慄 1 +6 24.09.17 1,584 6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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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팽두이숙烹頭耳熟 1 +14 24.09.14 2,065 75 12쪽
66 66. 천망회회天網恢恢 4 +10 24.09.12 2,449 77 12쪽
65 65. 천망회회天網恢恢 3 +7 24.09.11 2,433 7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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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 천망회회天網恢恢 1 +9 24.09.09 2,657 89 14쪽
62 62. 용주 鎔鑄 4 +12 24.09.08 2,683 89 14쪽
61 61. 용주 鎔鑄 3 +8 24.09.07 2,674 88 12쪽
» 60. 용주 鎔鑄 2 +9 24.09.06 2,753 97 12쪽
59 59. 용주 鎔鑄 1 +10 24.09.05 2,859 95 12쪽
58 58. 과이불개 過而不改 3 +9 24.09.04 2,869 95 13쪽
57 57. 과이불개 過而不改 2 +7 24.09.03 2,867 90 14쪽
56 56. 과이불개 過而不改 1 +8 24.09.02 2,908 87 13쪽
55 55. 청풍명월 靑風明月 3 +10 24.09.01 2,991 89 13쪽
54 54. 청풍명월 靑風明月 2 +6 24.08.31 2,971 89 14쪽
53 53. 청풍명월 靑風明月 1 +7 24.08.30 2,980 85 12쪽
52 52. 학이시습 學而時習 3 +9 24.08.29 2,923 80 13쪽
51 51. 학이시습 學而時習 2 +10 24.08.28 3,093 76 15쪽
50 50. 학이시습 學而時習 1 +8 24.08.27 3,214 82 14쪽
49 49. 조정혈사 朝政血事 +5 24.08.26 3,407 72 17쪽
48 48. 화풍난양 和風暖陽 3 +7 24.08.25 3,437 81 14쪽
47 47. 화풍난양 和風暖陽 2 +8 24.08.24 3,485 8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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