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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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작품등록일 :
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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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7. 팽두이숙烹頭耳熟 1

DUMMY

무쌍은 전쟁에는 용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춘추전국시대의 오왕 부차를 경멸했다. 당시 시대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에서 베푼 선의가 월왕 구천으로 하여금 복수할 기회를 주었다. 결국 부차는 서시와 향락에 빠지고 간신 백비의 말을 듣고 명신 오자서를 자살하게 만들고 종래에 가서는 자신도 자살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런 상황을 극도로 싫었다. 요 몇 년 한치 앞도 모르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불확실한 것을 꺼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비록 하오문 내분에 끼어들었지만, 선의를 지우고 피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스승님과 사모님을 보호하라.”

용신장의 제자 몇몇이 투포흑괴와 황노태태 등을 호위하여 장원 내원 쪽으로 물러났다.

무쌍은 하오문주 동희연을 따르며 그에게 달려드는 적에게는 가차 없이 초류를 휘둘렀다.

투포흑괴와 황노태태 두 노괴는 이미 두 차례나 장원 정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들의 시도는 하오문의 원로 노상강도 네 사람에게 차단됐다.

그렇지 않아도 수적 열세에 있던 용신장의 인원은 하오문의 바위 공격과 정문 돌파하는 과정에서 이십 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 이제는 두 노괴와 핵심 제자들 그리고 부녀자까지 남은 수가 열이 채 되지 않았다.

“뒤는 우리가 맞는다. 내원으로 가라.”

투포흑괴와 황노태태가 일행들의 뒤를 막았다. 그러자 하오문의 원로들이 다시 나섰다.

그들의 싸움은 흉험했다.

특히나 투포흑괴의 손속은 괴랄스러웠다.

팡. 팡.

거친 폭음 소리가 들리는 내원으로 동연희가 걸음을 옮기자 무쌍도 따랐다.

“우아-핫.”

하오문의 원로 뱃사공 낙도소공樂道艄公 노치옥은 고함을 지르며 노櫓를 좌우로 휘둘렀다. 노의 유려한 궤적은 대기를 미끄러져 황노태태의 목을 노렸다.

하지만 이 용상고수用槳敲水의 초식에 따른 노의 반경이 너무 컸다. 화복금의에 황금충 소진모의 만통산반算盘의 공격 동선과 겹쳤다.

소진모가 급히 물러났다.

황노태는 노치옥의 노를 보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죽음을 각오한 듯 너 죽고 나 죽자고 귀음백골조 폭조만륙 식으로 공격했다.

그러나 노치옥의 무기인 노의 길이는 관우의 청룡언월도처럼 길고 무거웠다. 그녀의 목이 날아갈 순간 투포흑괴가 삼환신법으로 앞으로 나서며 투골음풍장透骨陰風掌으로 노를 쳐냈다.

그러자 황노태태의 공격에 난처해진 노치옥이 물러났다.

이런 식으로 두 노괴는 좌우, 앞뒤를 삼환신법으로 교차해 철저하게 공수를 분담하며 내원으로 물러났다.


무쌍은 두 노괴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장원의 안쪽은 들어가면 갈수록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는 셈인데 사지로 들어간다니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그가 개입할 일이 아니었다. 일행을 따라 용신전 내원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내원의 구조는 굉장히 특이했다. 입구를 모서리에 내놓고 작은 마당을 중심으로 긴 회랑이 갈지자 모양이다. 그 뒤로 세워진 전각들은 높낮이도 제각각인데 또 벽은 같이 사용했다.

이러니 이 사합원 안의 사합원 안에 처음 들어온 사람들은 길을 잃기 십상으로 보였다.

무쌍은 복잡한 내실 구조에 이리저리 따라가다가 홀로 떨어졌다. 그리고 큰 전각이 보여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

“우와.”

무쌍이 문을 열고 진심으로 놀랐다. 진하게 풍기는 종이 좀벌레 냄새와 더불어 책의 향연이 눈에 들어왔다. 내실 전체가 서고다. 5단 서각書閣이 2열로 30개가 넘었다.

그가 기거하는 온양의원의 서고 만적여의 서책은 의서를 포함해 칠천 권 정도다. 요즘 들어 그 서책을 분야별로 정리하는데 끝이 없다. 그런데 이곳은 서각에 도서 분류와 서책의 이름이 적혔다.

예를 들자면 큰 글시로 의서각. 그 아래로 황제내경 1책 18권, 황제외경 1책 37권, 황제삼부침구갑을경 1책 12권. 이런 식으로 나열했다

이 장원의 주인이 서고에 엄청난 신경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쌍은 이 서각들을 지나며 쭉 살폈다.

제자백가 서각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했고, 두 번 째가 무공 서각이다. 심법 편, 무기 편, 권장 편, 신,보법 편으로 나뉘었다. 이어 음악 서각과 종교 서각 그리고 의서 서각을 뒀다.

마지막에 잡서각은 소설이나 시중에 떠도는 민요 시조 등을 모아놓은 말 그대로 잡서를 모아뒀다.

그는 마지막까지 다 보고 의서 서각으로 갔다. 명당공혈침구치요明堂孔穴針灸治要란 책을 꼭 읽고 싶었다. 개개 경혈이 주치하는 질병을 명확히 밝힌 침구술이다. 그 내용이 황제내경에도 일부분만이 실렸을 뿐이다.

무쌍은 서각 사이로 들어가 책을 찾았다.

“이런. 3권 18편으로 나누어져 있잖아.”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용이 훨씬 방대해 나중에 하오문에 양해를 구하고 빌려야할 서책이다. 그래서 옆으로 눈을 돌렸다.

“의총집선醫總集繕?”

무쌍이 중얼거렸다.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의서였다.

게다가 목록에 따르면 명당공혈침구치요 옆에 침경針經이 있어야 한다.

“뭐지?”

무쌍이 의서를 꺼내들었다.

끼이익.

그때 문소리가 들리며 용상철이 들어왔다.

“언공자?”

그는 두 눈을 휘둥그레져 서고 안을 살피다가 책을 들고 있는 무쌍을 발견했다.

“용당주님.”

“언공자. 이곳은 하오문의 반도 소유로 모든 권리는 우리에게 있네. 그런데 지금.”

“미안합니다. 당주님. 제가 못 보던 의서를 보니 눈이 뒤집혔나 봅니다.”

무쌍이 왼손에 의서 의총집선을 들고 뒤통수를 긁적였다.

“의서? 그렇군. 나는 언공자가 품에 의서 한 권을 챙기는 것을 못 봤소.”

용상철은 서각의 서책 분류와 무쌍이 든 책 제목 앞이 의총이라는 글을 보고 눈감아 줬다.

“고맙습니다.”

무쌍이 품에 책을 넣고는 용상철에게 공수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용상철이 웃으며 무쌍의 팔을 툭 건드렸다. 이에 무쌍도 피식 웃고 말았다.


이들이 서고 밖으로 나오니 내원의 좁은 마당에서 다시 난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싸움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되어 있었다.

용신장의 제자들과 더불어 하오문의 상, 강, 도 원로 셋이 쓰러져 있었다. 양패구상한 형태다.

그리고 마당에서는 노치옥이 황노태태와 생사투를 벌이는데, 제대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한자리를 빙빙 돌았다.

그것은 반대편에서 투포흑괴와 싸우는 동연희도 마찬가지였다.

슉.

그때 황노태태의 소매에서 노치옥을 향해 흰빛이 쏘아졌다. 그런데 빛살이 지나고 난 후 소리가 들렸다.

“뭐야?”

무쌍은 이것을 보고 놀랐다. 그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암수였다. 그것을 노치옥은 용케도 피했다.

다시 흰빛이 쏘아졌다.

이번에는 투포흑괴의 소매에서다. 동연희가 목표였다.

챙.

그녀 옆에 있던 상장로가 칼로 암수를 쳐냈다.

이때 투포흑귀는 암수를 믿고 삼환신법으로 동연희 곁으로 다가와 투골음풍장으로 머리를 찍었다.

“흥.”

동연희가 코웃음 쳤다. 그녀의 어깨가 바람에 흩날리는 버드나무처럼 굼실굼실 좌우로 비틀리더니 손끝이 투포흑귀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쫙.

가죽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투포흑귀의 피가 비산했다.

“소혼무류장! 사조師祖의 무공을 익혔다더니”

오른쪽 뺨이 길게 찢어진 투포흑귀가 뒤로 물러나며 기겁했다. 다시 삼환신법을 펼쳤다.

동연희가 투포흑괴를 쫓아가려는데 발목이 잡혔다.

“혼마의 진혼투골정이오.”

쓰러져 있던 하오문의 원로 황금충이 힘겹게 일어나 외쳤다. 그의 손에는 반투명한 화살촉 반쪽이 들려 있었다.

일순 장내가 조용해졌다. 무림에서 사용을 금하는 오대 암기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교인 배화교의 혼마가 사용했던 투골정 진혼투골정이다.

“당신들......”

동연희가 두 노괴를 오른손 검지로 가리켰다.

“흥. 지난날 너희에게 당한 수치를 앙갚음하는 그 도구가 마교면 어떻고 소림사면 어떻느냐?”

황노태태는 막무가내로 말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무쌍은 이제야 두 노괴가 내 굳이 내원으로 들어온 까닭이 이해가 됐다.

무림 공적 혼마가 만든 암기의 무서움은 진혼투골정의 위력보다 살상력에 있다. 일단 상대에게 적중되면 파편은 잘게 쪼개져 움직일수록 살 속으로 계속 파고 들어간다. 종래에는 장기를 해치고 뼈까지 부러트리니 그 악독함 때문에 백안시했다.

다만 단점이 여실해 암기가 쏘아지는 방향만 알면 절정고수들은 쉽게 피할 수 있다.

두 노괴들은 복잡한 구조를 가진 내실을 이용해 진혼투골정을 쓰려고 했던 것이다.

진혼투골정은 동연희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하오문과 반도들이 양립할 수 없다지만, 일말의 온정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저들은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녀는 하오문의 원로들만으로 두 노괴를 진압하려 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은 문파의 태상장로였던 자를 제자들의 손에 맞거나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제는 아니었다.

“집법당의 모든 제자들은 협공한다. 오늘 어떠한 희생이 있어도 저들을 처단한다.”

동연희는 멀찍이서 대기하고 있던 하오문 문도들에게 명령했다.

황노태태와 투포흑괴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시진 후.

거짓말 조금 보태 용신장은 기둥만 남고 다 털렸다. 그 중에는 투포흑괴와 황노태태가 수십 년 동안 내왕한 서신도 포함되었다.

“문주.”

집법당 상 장로는 그 서신 중 일부를 동연희에게 건넸다. 상 장로의 표정은 무척이나 굳어 있어 서신의 내용이 엄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연희는 그 서신을 읽으며 눈이 커지더니 팔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고개를 쳐들어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죄인들을 데려오세요.”

그리고 고개를 내려고 상 장로에게 명했다.

투포흑괴와 황노태태는 봉두난발이 되어 끌려와 동연희 앞에 무릎 꿇려졌다.

“집법당주는 들으라.”

동연희가 용상철을 불렀다.

“하명 하십시오.”

백여 명의 집법당원들이 좌우로 도열해 있고, 그들 중 제일 앞에 선 용상철이 나섰다.

“당주에게 묻겠다. 황노태태와 투포흑괴는 어떤 죄를 저지렀는가?”

“본문의 반도 투포흑괴는 본문의 태상장로였던 황노태태와 모의하여 문주을 시해하고, 본 문의 전복을 시도했다. 또 황노태태 역시 동일한 죄가 있으며, 이십 년 전 본문의 외문총사 황교왕을 살해했습니다.”

“증좌가 있느냐?”

“여기 있습니다.”

용상철은 투포흑괴와 황노태태가 주고받은 서신들을 담은 받침대를 동연희에게 올렸다.

“상 장로가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읽으시오.”

동연희는서신 중 하나를 들어 상 장로에게 건넸다.

촤악.

“흑괴 사형. 뜨거웠던 지난 밤이 생각나요. 나 황래래는 그대의 여자...,”

“그만.”

황노태태가 고함을 지르며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단전을 점혈 당한 그녀는 집법당원의 손에 목이 눌려 버둥거릴 뿐이었다.

“시인하겠다. 어차피 까발려진 것. 시원하게 죽여라.”

그녀는 동연희를 죽일 듯 노려봤다.

“절차에 따를 것이다.”

동연희의 목소리는 차갑기만 했다.


작가의말

두 달 반 안 쉬고 달려왔더니 어제는 너무 피곤하더니 몸살이 왔습니다.

하루 종일 시체놀이 하고 일어났는데 아직도 멍합니다. 다시 기운 차리고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 추석 명절 풍성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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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불한이율不寒而慄 1 +6 24.09.17 1,584 60 13쪽
69 69. 팽두이숙烹頭耳熟 3 +8 24.09.16 1,806 66 14쪽
68 68. 팽두이숙烹頭耳熟 2 +8 24.09.15 1,852 68 13쪽
» 67. 팽두이숙烹頭耳熟 1 +14 24.09.14 2,065 75 12쪽
66 66. 천망회회天網恢恢 4 +10 24.09.12 2,448 77 12쪽
65 65. 천망회회天網恢恢 3 +7 24.09.11 2,432 78 12쪽
64 64. 천망회회天網恢恢 2 +10 24.09.10 2,524 77 12쪽
63 63. 천망회회天網恢恢 1 +9 24.09.09 2,657 89 14쪽
62 62. 용주 鎔鑄 4 +12 24.09.08 2,683 8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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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 용주 鎔鑄 1 +10 24.09.05 2,859 9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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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 과이불개 過而不改 2 +7 24.09.03 2,867 90 14쪽
56 56. 과이불개 過而不改 1 +8 24.09.02 2,908 87 13쪽
55 55. 청풍명월 靑風明月 3 +10 24.09.01 2,991 89 13쪽
54 54. 청풍명월 靑風明月 2 +6 24.08.31 2,971 89 14쪽
53 53. 청풍명월 靑風明月 1 +7 24.08.30 2,980 85 12쪽
52 52. 학이시습 學而時習 3 +9 24.08.29 2,923 80 13쪽
51 51. 학이시습 學而時習 2 +10 24.08.28 3,093 76 15쪽
50 50. 학이시습 學而時習 1 +8 24.08.27 3,214 82 14쪽
49 49. 조정혈사 朝政血事 +5 24.08.26 3,407 72 17쪽
48 48. 화풍난양 和風暖陽 3 +7 24.08.25 3,437 8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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