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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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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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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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청풍명월 靑風明月 3

DUMMY

병명을 말하는 무쌍에게 확신이 담겼다.

초란은 입을 다물었다. 파르스름한 입술만 잘게 떨렸다.

무쌍은 차분히 초란의 말을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자 깨문 아랫입술을 푼 초란이 입을 열었다.

“용하기도 하시네요. 저의 내밀한 곳에 사마귀 비슷한 것이 났습니다. 그런데 전 손님과 잠자리를 가진 일이 없어요. 그렇다고 마음 둔 사람이 있지도 않고요. 그런데 제가 듣기로 이 병은 남녀가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꼭 그렇지만 않다. 극히 예외적으로 습우는 감염자와 접촉을 통해 병이 옮을 수 있다. 그런데 의원을 찾지 않았군.”

“그것은 또 어찌 알았어요?”

“그대가 ‘듣기로’라고 말했다. 직접 의원을 찾았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겠지. 그보다 의원을 찾지 않은 이유라도 있느냐?”

“기녀라 하나 저 역시 여자입니다. 의원이라면 필시 남자일 텐데 내밀한 곳을 보일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또 습우 병증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 헌원각은 어찌하고요.”

“사정이 있다 하나 제 몸을 자기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살핀단 말이냐?”

어이없는 표정으로 초란을 보는 무쌍이다.

“후우. 입이 무거운 용한 의원을 찾기가 쉽지 않더이다. 간간이 손님으로 오는 어의란 자들도 맥을 잡고는 무반응증이네, 간이 나쁘니 술을 줄이라는 말만 했죠.”

초란이 푸념을 늘어놓다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무쌍을 봤다.

“치료하면 나을 수 있는가요?”

“습우는 단방약이 없는 관계로 여러 날을 돌봐야 한다.”

“여러 날이라 하면?”

“마침 나에게도 사정이 있어 이곳을 쥐가 구멍에 들 듯 나다녀야 한다. 나흘이나 닷새 거리로 오가며 치료와 처방을 내리겠다.”

무쌍이 농을 섞어 말하자 초란이 빙그레 웃었다.

“어쨌든 오늘 난 예가가 아닌 기녀가 필요하다.”

무쌍의 말에 다시 초란의 얼굴이 굳어졌다.


초란이 삐쳐 나가고 풍삼사 옆에 동석한 기녀들 중 하나가 들어왔다.

“네 이름이 소련이라 했더냐?”

“네?”

“아차. 소홍이라 했지.”

“뭡니까? 저는......,”

“연주잖아.”

“아이. 알고 계시면서 농을 하셨군요.”

기녀 연주는 쌜죽한 표정을 지으며 무쌍의 옆구리를 꼬집는 흉내를 냈다.

“네 그 흉측한 손톱에 네 옆구리 살이 날아갈까 두렵구나.”

무쌍이 말과 달리 연주를 품에 안았다.

“이러시면 안 되는데...,,”

3층에서부터 무쌍의 고사를 듣고 란실까지 쫓아온 연주다. 그녀는 아닌 척 품에 안겼다.


이른 새벽.

무쌍이 이슬을 밟고 의원으로 돌아오자 이연태가 만적여로 찾아왔다.

“뼈 삭아 이놈아.”

그는 이부자리를 펴는 무쌍을 보며 짐짓 화부터 냈지만 안타까운 눈빛이다.

“방바닥만 긁다가 심장에 화가 쌓여 죽으라고요?”

무쌍이 가슴을 툭툭 치며 엄살을 부렸다.

“그러니 너를 야생마처럼 풀어먹이지 않느냐?”

“제가 말처럼 탄탄하기는 하죠.”

“예끼. 이놈아. 늙은 스승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구나. 그보다 왜 이리 늦은 게야?”

노소가 농을 주고받아도, 노파심은 가득했다.

“헌원각 아시죠? 어제 초저녁에 제가 거기에 갔는데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

무쌍은 한원각에서 그가 어찌 홀대를 당했으나 기녀 초란을 만났고 북과 비파로 합주한 일과 풍삼사를 만난 일 따위를 이야기했다.

“모처럼 바람을 쐬니, 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 모양이구나. 나는 그만 가마.”

“더 할 말이 있는데요.”

무쌍이 일어나는 이연태를 잡았다.

“애고. 이제는 네 투정까지 들어봐야겠느냐?”

“들으시면 흥미로우실 텐데요.”

“무엇이더냐?”

“초란이란 기녀가 붉은 허리띠를 두 개나 두르고 나왔어요.”

“붉은 허리띠라니? 도통 알 수 없구나.”

“기녀가 손님을 받고 잠자리를 하면 아무것도 걸치지 않잖아요. 기녀도 여잔데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얼마나 수치스럽겠어요. 그래서 붉은 띠를 맨살 위에다 걸치거든요.”

“그럼 그 기녀는 왜 옷 위에다 두 개나 둘렀다는 말이냐?”

“이 뜻은 손님을 받기는 하되 잠자리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거든요.”

“그럼 너는 욕심을 채우지 못했겠구나.”

“아니요. 다른 기녀를 불렀죠.”

두 노소가 하는 말이 음담패설이나 다름없지만 거침이 없었다.

“그래서?”

“이유를 따져보니 병이 있다고 해 진맥을 했죠.”

“술을 먹고? 일단 그렇다치고 병증이 뭐더냐?”

이연태가 흥미를 갖고 바로 앉았다.

“습우였습니다.”

“습우? 진맥이 간단치 않았을 일. 어떻게 맥을 잡았더냐?”

 “숨을 한 번 쉴 동안에 네 번 뛰면 정상, 한 번쯤 더 뛰는 것은 크게 탈이 없지만 세 번 뛰는 지맥遲脈, 두 번 뛰는 패맥敗脈은 냉冷이 심해 위태롭다 배웠습니다. 그 기녀가 그랬습니다.”

“지맥이야? 패맥이야?”

“술이 몇 순배 돌았습니다. 그런데도 육부맥 중 관맥이 세 번 뛰는 지맥遲脈이니 패맥이 맞을 듯합니다. 목 기운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간이 상했구나.”

“네. 입술 또한 파르스름해 무반응증이 있어 보였고요.”

“그렇다 하고.”

“게다가 기녀가 옷을 벗지 않는다고 붉은 허리띠를 두 번 찼으니 수치스런 병증이구나 여겼죠. 그래서 기맥을 잡았습니다.”

“이거. 이거 돌팔이가 사람 잡을 일이구나. 술 쳐먹고 진맥도 금해야 하거늘 내공을 쓰는 기맥을 잡아. 에라이 이 녀석아.”

이연태가 무쌍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아이쿠.”

무쌍이 두 손으로 이마를 잡고 엄살을 폈다.

“손 내리고 계속 말해 보아라.”

“아팠다고요.”

무쌍이 이마를 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내기를 돌려 회음혈 쪽으로 보냈습니다. 확실히 반응이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살펴보니 피부 병증 습우에서 온 간 손상이 이해가 됐습니다.”

“하아. 아주 명의가 나셨구만. 이놈아. 입술이 파랗게 변한 청증은 심장과 혈액 순환 문제다. 필시 간이 나빠져 어혈을 풀지 못해 간혹 그런 병증이 나타난 경우가 있다. 그 기녀가 그랬겠구나.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네.”

“아무튼 그 기녀도 음부에 사마귀가 났다고 합니다.”

“아이구. 이놈을 어쩔까? 오늘부터 황제내경을 보고 오장육보를, 옥함경을 살펴 감염질환 30가지 병세에 대해 다시 공부해라.”

“당장에요?”

“그래. 달포 후에 점검할 테니 그리 알거라.”

“예에? 날벼락도 유분수죠. 뜬금없이 숙제예요. 가을 약초를 가다듬고 의방을 찾는 환자들이 있으면 스승님 곁에서 배우며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객쩍은 소리 말고, 습우 처방을 내려 보아라.”

이연태는 제자의 말을 끊고 물었다.

“휴우. 근본적으로 무반응증을 해결해야 습우를 뿌리 뽑을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버섯蘑菇 중 녹각영지와 선후蝉猴(말린 굼벵이), 복령 등으로 제조한 무반산無反散을, 환부는 황련해독고를 써 직접 치료하려고요.”

“그나마 만독해는 다시 읽지 않아도 되겠구나. 치료나 잘 해주어라.”

이연태는 말을 끊고 일어났다.

돌아서서 문을 나서는 그의 입에 미소가 그려졌다. 맥으로 성병을 진단을 내린다? 실력 꽤나 있다는 의원도 어림없는 일이다. 가르친 보람이 결실을 얻었다. 그는 흐뭇했다.

특히나 무쌍은 기맥을 잡을 수 있다. 내공 운용 면에서는 일류 고수 이상이라 내밀하고 끈질겼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지만, 성수곡에 데려가 몇 해 강습을 받으면 곧 그와 비견할 만해질 것 같다. 내심 그는 사형이자 천하제일의 성수곡주 금태섭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다.

‘언제 저리 컸는가?’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 이연태다.


철담무권鐵膽武拳 권만우는 북직례에서 무관을 열고 땅을 치며 후회한 여럿 중 하나다.

대명의 수도에서 무관은 출사의 문과 같다. 기본적으로 병법에 능해야 하고 십팔반 병기를 능숙하게 다뤄야 한다. 그런 면에서 권만우는 낙제에 가까웠다.

그의 별호 철담무권에서 알 수 있듯 걸걸한 성향에 책과는 담을 쌓은 자였다. 병법은 가당치도 않았다. 그나마 출신이 아미파 장로의 속가제자로 강호에서 이름이 낮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북경에 복호관을 열었을 때는 자신만만했었다. 그의 고향이 북경이라 인맥도 한몫이라 여겼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처음에는 관원이 백 명을 헤아렸다. 그러다 이듬해 무과 향시가 치러졌고 관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복호관에서 무과 급제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탓이다. 따로 병법을 가르치는 병서관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 일로 병서관을 두었지만, 다음 무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사환로를 벗어나 북쪽 외성으로 복호관을 옮기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됐다.

북경에는 무과를 전제로 한 무관이 세 곳이 있었고, 대대로 장군들을 배출한 가문이기도 했다. 그러니 온전한 병법가가 복호관의 병서 사범으로 올 리가 없었다.

지금의 복호관은 정말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핫-. 핫.

이제 일곱, 여덟 살이나 먹었을 아이들이 마보를 하며 정권 찌르기를 하고 있다. 그 숫자도 열여섯에 불과했으니 코 묻은 돈 뽑아먹는 격이다.

“후우~.”

권만우는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공허한 눈으로 의자에 앉아 연무장을 보는데 낯선 청년이 들어왔다.

"누구? 설마 무과 지망생?"

권만우는 나오려는 하품을 삼키고 중얼거렸다.

  "언소의!"

그때 연무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던 사범이 청년에게 다가갔다. 사범은 조카 권호령이다.

'언소의? 아. 그 어린 의원!'

권만우는 아이들이 수련 중 타박상이 나면 옆 온양의원으로 보냈다. 그곳에서 어린아이를 상대로 자잘한 진료를 하는 청년이 있다고 들었다. 언아무개라 했고 송옥과 반안이 울고 갈 정도로 잘 생겼단다.

'딸년이 의원을 기웃거려 단속하려 했는데, 저놈 때문인가? 여자 여럿 울리게 생겼어.'

권만우는 어정쩡하게 일어나 사범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새벽이나 심야에 연무장.... 수련... 병법을 반시진..."

십 장 밖에서 대화라 가물가물 들렸다.

권만우는 의자에 엉덩이를 댔다. 어차피 사범이 와서 그에게 고할 일이다.

권호령이 복호관의 사범을 하고 있는 이유는 관장이 그의 오촌 당숙이어서다. 그는 어려서 당숙 권만우에게 복호구양공과 절수구식截手九式을 전수 받았다. 이렇게 인척에 엮인 스승이니 품을 벗어나기 요원했다.

그래도 나름 꿈은 있다. 무과에 급제하여 관직에 나가려 한다.

하지만 천자문 몇 자 떼고 읽는 병법서라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의 나이가 스물이 되도록 여전히 제자리였다.

그러다가 며칠 전 희망을 보았다. 그것도 의외의 장소 온양의원에서.

권만호는 무비지를 보고 있던 무쌍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싶었다. 그 구실을 만들기 위해 그는 책을 반납하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리던 차에 언무쌍이 찾아왔다.

“언소의!”

그는 일부러 당숙이 듣도록 큰소리로 언무쌍을 반겼다.

“율료자 편은 다 보셨습니까?”

무쌍이 물었다.

“그것이....., 네 학문이 일천하여 다 읽지 못했소.”

권호령이 말을 미루다 사실을 토로했다.

“저런 제가 실수했군요.”

“아니요. 기다려 보시오. 내 책을 가져다 주겠소.”

“잠시만요. 부탁이 있습니다. 혹시 새벽이나 심야에 비어 있는 복호관 연무장을 쓸 수 있겠습니까? 그럼 제가 이틀이나 삼 일에 한 번 반 시진씩 권사범과 병법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그렇다면야 나야 좋소? 다만 관주님께 허락을 맡아야 하는 일이라.”

권호령이 반색을 했다.

불감청이不敢請耳 고소원야固所願也라 했다. 원하는 말을 남이 먼저 해주니 어찌 좋지 않은가?

그래도 당숙을 봤다. 허락을 받아야 할 일이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 졸고 있던 당숙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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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불한이율不寒而慄 1 +6 24.09.17 1,585 6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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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 팽두이숙烹頭耳熟 2 +8 24.09.15 1,854 68 13쪽
67 67. 팽두이숙烹頭耳熟 1 +14 24.09.14 2,066 75 12쪽
66 66. 천망회회天網恢恢 4 +10 24.09.12 2,450 77 12쪽
65 65. 천망회회天網恢恢 3 +7 24.09.11 2,433 78 12쪽
64 64. 천망회회天網恢恢 2 +10 24.09.10 2,524 77 12쪽
63 63. 천망회회天網恢恢 1 +9 24.09.09 2,657 89 14쪽
62 62. 용주 鎔鑄 4 +12 24.09.08 2,684 89 14쪽
61 61. 용주 鎔鑄 3 +8 24.09.07 2,675 88 12쪽
60 60. 용주 鎔鑄 2 +9 24.09.06 2,753 97 12쪽
59 59. 용주 鎔鑄 1 +10 24.09.05 2,860 95 12쪽
58 58. 과이불개 過而不改 3 +9 24.09.04 2,869 95 13쪽
57 57. 과이불개 過而不改 2 +7 24.09.03 2,867 90 14쪽
56 56. 과이불개 過而不改 1 +8 24.09.02 2,908 87 13쪽
» 55. 청풍명월 靑風明月 3 +10 24.09.01 2,992 89 13쪽
54 54. 청풍명월 靑風明月 2 +6 24.08.31 2,971 89 14쪽
53 53. 청풍명월 靑風明月 1 +7 24.08.30 2,980 85 12쪽
52 52. 학이시습 學而時習 3 +9 24.08.29 2,923 80 13쪽
51 51. 학이시습 學而時習 2 +10 24.08.28 3,093 76 15쪽
50 50. 학이시습 學而時習 1 +8 24.08.27 3,214 82 14쪽
49 49. 조정혈사 朝政血事 +5 24.08.26 3,407 72 17쪽
48 48. 화풍난양 和風暖陽 3 +7 24.08.25 3,437 81 14쪽
47 47. 화풍난양 和風暖陽 2 +8 24.08.24 3,486 82 14쪽
46 46. 화풍난양 和風暖陽 1 +10 24.08.23 3,722 8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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