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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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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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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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용주 鎔鑄 1

DUMMY

“탕재실은 왜 왔어?”

부용선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이유 없이 뛰는 심장 소리가 무쌍이 듣기라도 할까봐 겁났다.

“부누이 보고 싶어왔죠.”

무쌍이 능글맞게 굴었다.

“쓸데없는 농담하려면 가.”

“진짠데.”

무쌍이 부용선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이봐요. 실습선생. 이것 선 넘는 것 알아?”

부용선이 굳어진 얼굴로 무쌍을 봤다.

“어? 선이 어디 있지. 어디 있어요?”

무쌍도 부용선을 봤다. 부용선이 차갑게 말해도 눈빛은 부드럽고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그래서 그는 너스레를 떨었다.

“훗. 알았어. 용건이나 말해봐.”

부용선이 피식 웃고 말았다.

“혹시 북직례 안에 의원들 모임 같은 것이 있습니까?”

“있기는 한데..., 직접 의원을 경영하거나 명성이 있는 분들이 모이기 때문에 우리 같이 명성 없는 의원들은 낄 자리가 없어.”

“역시 그런 모임이 있었군요. 혹시 단체 이름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그곳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도요. 스승님 빼고요.”

“북경 의련이라고 있어. 북직례에 50여 곳 의원 원장들과 원로 의원 몇몇 분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의원님이 그곳 고문으로 계셔.”

“스승님이요?”

무쌍은 의외로 여겼다.

온양의원에 온 이래로 스승이 출타하는 일을 거의 보지 못했다. 다만 지인의 부탁을 받아 멀리 왕진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환자에 대한 오지랖 때문이었다.

‘그런 분이 모임의 고문이라니.’

“음. 영향력을 가진 분이라면 오늘 환자로 오신 왕수찬 대인이 북직례 호조부참의셔. 그분이 북경 의원들의 인, 허가를 담당하시는 분이라 명이 설 거야.”

“의외네. 외양으로 보면 검소한 상인인데.”

“듣고 보니 딱히 틀리지도 않네. 그분 하시는 일이 세금과 재물 교부와 같은 일을 하시니까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

“말씀 고마워요. 참 그리고 내일 이 약 왕대인 댁에 보내실 거죠?”

“그래야지.”

“그럼 제가 갈게요.”

“부탁할 일이라도 있어?”

부용선이 의아한 눈으로 무쌍을 봤다.

“나쁜 일은 아니예요.”

“알았어.”

“고생하시고요.”

무쌍이 꾸벅 인사를 하고 일어났다.

부용선은 탕재실을 나가는 무쌍의 뒷모습을 보았다.

아니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무쌍을 지켜봤다. 그리고 근래 들어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 들어오는 무쌍을 몇 차례 봤다.

그녀는 이의원을 찾아가 이 사실을 고자질했다. 왜 그랬는지 몰랐다.

그런데 이의원은 씁쓸하게 웃으며 따져 뭐하겠냐고 하며 답을 피했다.

사실 이의원이 이해가 됐다.

언무쌍은 잘난 제자다. 그는 이의원의 의학 지식을 습자지가 물을 빨 듯 흡수했다. 천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하는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괴짜다. 그럼에도 밉지가 않고 끌렸다.


무쌍은 새벽에 일어나 탕재실에 들렸다.

부용선은 땀을 흘리며 약탕기 안을 큰 나무 국자로 휘젓고 있었다. 익안성환을 만들기 위해 밤새 약불로 탕약를 끓이고 조리는 중이다.

“부누이.”

부용선은 무쌍의 목소리에 돌아섰다. 무쌍이 뒷짐을 지고 서 있다.

“의원에서 쓸 물은 어찌하고?”

“물은 길러 가야죠. 자. 꿀요.”

무쌍이 허리 뒤에 감췄던 꿀이 든 항아리를 내밀고 환하게 웃었다. 환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꿀이 필요했다.

“서둘러 물 길어놓고 올게요. 같이 환단을 빚어요.”

무쌍은 제 할 말만 하고 휑하니 사라졌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부용선은 고개를 흔들었다. 정인을 잃고 의술과 결혼을 다짐한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날 늦은 오후.

무쌍은 의원의 종사원을 대동하고 고루가로 향했다.

왕수찬의 집에 도착한 그는 무척이나 놀랐다. 종사품 관리의 집이라기에는 너무나 소박했다.

작은 정원이 딸린 사합원이나 서른 칸 정도에 불과한 기와집이었다.

마침 퇴청하던 왕수찬은 무쌍을 보고 반색했다.

“언소의.”

“왕대인을 뵙습니다.”

무쌍도 웃으며 공수를 했다.

“들어가세.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눔세.”

그러자 왕수찬이 무쌍의 팔을 잡고 집안으로 이끌었다. 작은 정원을 지나 안채로 간 두 사람은 마주했다.

“익안성환입니다. 그냥 군것질 하듯 예닐곱 개씩 드세요.단 하루 스무알을 넘기시면 안 됩니다.”

“고맙네. 언소의. 자네에게 사의 어떻게 표해야 할지 모르겠네.”

“실은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부탁이 있어서입니다.”

“부탁이라...., 자네도 집 꼴을 봐서 알겠지만 난 청탁은 받지 않는다네. 미안하네만 관부와 관련된 일이라면 듣지 않겠네.”

왕수찬은 약간은 실망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요. 전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가 요즘 공부하는 병이 있습니다. 습우라고 성병의 일종인데 요즘 북경에 만연하고 있다고......,”

쾅.

“그런 일이 있단 말인가?”

왕수찬이 탁자를 때리며 벌떡 일어났다.

“크흠. 그래서 북경 의련에 업무적으로 협조를 받을 일이 있습니다.”

무쌍은 헛기침을 하며 용건을 마저 말했다.

“이거 내가 공연히 흥분했구만.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도와야지.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왕수찬은 다시 의자에 앉으며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 스승님의 의술로 습우의 치료는 차고도 넘칩니다. 하지만 격이 높아 쓰이는 약재의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보통사람이 상비약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연고를 만들려 합니다.”

“자네.”

왕수찬이 감동 받은 얼굴로 무쌍을 봤다.

“그래서 대승적 차원에서 북경의 의원분들이 습우를 치료한 병부를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제 의학을 배우는 자가 무슨 능력이 있어 의원분들의 협조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하여 대인의 힘을 빌려 북경 의련에 부탁을 넣으려 합니다.

북경 내 대부분 의원의 병부를 취합할 능력이 있는 곳이 의련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취지라면 부탁이 아닐세. 나랏일을 대신 하는데 발 벗고 나서줘야지. 저들에게 병부를 내라 하면 되는가?”

왕수찬은 매우 기꺼운 표정으로 턱수염을 쓸었다.

“네. 제가 병부를 확인하고 돌려드리겠습니다.”

“흐음. 병부가 한두 장이 아닐 텐데 그것을 다 보겠다는 것인가?”

“그럼, 치료 기간을 두 달 전부터 현재 것으로 하여 취합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의원분들이 귀찮아하지 않으실 것 같군요.”

“알았네. 그 일은 내가 처리하겠네. 이틀 내로 취합해 보내겠네. 자. 일 이야기는 그만하고 일어나세. 오늘은 예서 저녁 식사를 하고 가게. 내 따로 준비하라 일러놨네.”

“감사합니다.”

무쌍이 웃으며 일어났다.


다음 날.

북경 내 의원들에 사이에 언무쌍 이름으로 떠들썩해졌다.

북직례의 의원을 인,허가를 내주는 북직례 호조로부터 발부된 한 장의 협조 의뢰가 북경 의련을 통해 각 의원에 전달됐다.

북직례 모든 의원들에서 두 달 이내에 작성된 습우를 치료한 병부를 제공하라는 요청이었다.

그 내용 안에 무쌍의 이름이 등장했다. 일반인이 습우를 쉽게 치료할 연고 개발을 할 예정으로 대승적 차원에서 의원들을 협조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치료제를 개발하면 병부를 제공한 의원에 한해 제조비법을 공유한다고 적시했다.

이렇게까지 빠르게 일이 진행된 것은 왕수찬이란 이름 때문이었다. 사람마다 이름의 무게가 있는 법이다. 그가 북경 의련 련주 오세국에게 협조문과 더불어 친필 서신을 통해 간곡한 당부가 있었다.

그리고 오세국은 언무쌍이 누군지 찾아나섰다.


삼 일 후.

무쌍은 어제 왕수찬이 인편을 통해 전달한 병부들을 확인하고 있다. 병부는 육십여 장에 달했다.

병부에는 작성한 의원과 환자 이름, 나이 그리고 질병을 얻게 된 경위와 치료법이 적혔다.

그는 그것을 읽고 많이 놀랐다.

의원들마다 습우 치료제인 황련해독고의 약재를 달리했다. 주재료인 황련은 변함이 없지만, 황백과 치자를 결명자나 구기자 등 대체 약재로 쓰는 곳이 있었다. 어떤 곳은 고를 탕약으로 냈다.

또 침술도 놓는 위치와 깊이 그리고 사용하는 침의 종류도 다양했다. 인체를 바라보는 의원들의 시각이 천차만별이었다.

무쌍은 병부 중 배우거나 활용할 것들을 추려 필사를 했다. 그리고 헌원각 주변 의원과 기루와 연관이 있을 만한 병부를 골라냈다.

두 가지가 겹치는 병부는 세 장으로, 무쌍은 이 병부들을 꼼꼼히 확인하는 중이었다.

“실습 선생님.”

밖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에 숙소인 만적여에서 나왔다. 의원 종사원이 그를 보고는 꾸벅 인사했다.

“무슨 일입니까?”

“어떤 여자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여자요?”

무쌍은 의혹이 들었지만 만나보면 알 일이라 신을 신었다. 그 길로 의원실로 갔다.

“초란?”

그는 의원 마당에 하늘색 화의를 입고 서 있는 여인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여인이 뒤돌아 섰다. 초란이 맞았다.

“동초주. 왔네.”

무쌍이 웃으며 다가갔다.

“나랑 같이 좀 가.”

동초주가 다급한 얼굴로 무쌍의 팔을 붙잡았다.

“무슨 일인데?”

“다친 사람이 있어. 급해.”

“알았어. 챙길 갈 것들이 있어. 의원에 들어갔다가 올게.”

무쌍이 동초주의 어깨를 두드리고 의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입구에서 의원 사람들이 그와 동초주를 보고 있었다.

“실습선생.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면서 자네 실력으로 나서는 것인가?”

그들 중 송영실이 나서서 무쌍을 막았다.

“얼마나 급하면 고양이 손을 빌리려 왔겠습니까?”

무쌍이 송영실을 비껴가는대 이번에는 우병철이 막아섰다.

“자네, 자네 의술이 고양이인 것은 아는 모양이군. 하면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스승이나 사사한 분의 허락이 필요한 것은 알고 있나?”

우병철이 따져 물었다.

무쌍은 우병철을 지나 부용선의 얼굴을 봤다.

부용선은 무쌍을 냉담하게 보고 있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피해 버렸다.

“그만 하거라. 쌍아는 갔다와서 경과를 알리거라.”

그때 이연태가 의료품이 든 출진포를 들고 와 무쌍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무쌍이 출진포를 받아들고 급히 동초주와 같이 의원을 나섰다.


“어디로 가?”

무쌍은 마을 벗어나자 경공까지 쓰며 달리는 동초추에게 물었다.

“사부님이 습격을 받으셨어. 고루가에 있는 안가로 갈 거야.”

동초주는 앞만 보고 달리며 말했다.

지난 사흘 동안 그녀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녀는 무쌍의 말을 듣고 주변을 살폈다.

습우가 발병한 때가 한 달 전이었다. 그때 헌원각 기녀들이 사용하는 목욕간을 관리하던 퇴기가 바뀌었다. 그녀를 찾았으나 행방이 묘연했다. 습우의 발병에 곡절이 있다는 무쌍의 말에 무게가 실렸다.

그래서 이묘묘와 황총관 그리고 친절하게 지내는 기녀들에게 앓고 있던 병이 치료되었다고 전했다. 차고 있던 붉은 띠도 풀렀다.

마침 어제 저녁 그녀의 사부가 찾아왔다. 그동안의 사정을 이야기하니 분기를 가라앉히지 못하셨다. 그리고 행방이 묘연한 퇴기를 찾는다며 나섰다. 오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자 스승이 북경에 오면 평소 기거하던 안가로 갔다.

그곳에 스승이 심한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동초주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사람만 떠올랐다.

그 길로 온양의원으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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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 학이시습 學而時習 1 +8 24.08.27 3,214 82 14쪽
49 49. 조정혈사 朝政血事 +5 24.08.26 3,407 7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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