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 소영과 유미
- 부우웅~!
창밖을 보는 소영의 눈에, 풍경이 들어오지 않았다.
어제 방문한 상원이라는 사람을 통해 들은 염제의 소식.
아직도 유미를 잊지 못하고, 재생 특성을 찾고 있다고 한다.
사고가 나고, 15년이 지났건 만 마치 어제일 같았다.
대 격변 초기.
나름대로 정의 감이 살아있던 젊은 시절.
몬스터와의 끝없는 전투 속에 하나 둘씩 모여 만든 모임.
비록 이름은 짓지 않았지만, 사명감 하나로 싸울 수 있었다.
비록 사고로 모임은 해체 되었지만.
각자의 길을 가는 걸 보고, 자신은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친한 친구의 불행이라는 핑계로.
또는 자신은 비 전투직군 이라는 핑계로 현실을 외면했다.
세월이 흘러서 일까?
초심을 잃어서 일까?
그도 아니면, 탐욕에 물들어서 일까?
뿔뿔이 흩어져 길드를 세운 다른 동료들은,
어느새 대한민국을 지키는 거대 길드의 수장이 되어 있었다.
그런 동료들이 만든 길드와 철민의 갈등 관계는, 듣기 싫어도 들려온다.
- 딩동!
일산의 전원 주택 단지.
하얀색의 단층집.
넒은 마당에 잔디가 깔려있는 집 앞.
소영이 초인종을 누른다.
잠시 후, 스피커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나야, 소영이."
"어머!, 니가 왠일이니?, 어서 들어와."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현관문이 열리며, 짦은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허공에 떠 있었다.
여인은 환하게 웃으며, 오랜 친구 소영을 반겨뒀다.
다만, 한쪽 무릎 아래가 허전한게 불구의 몸이란 걸 알 수 있다.
"유미야, 기분은 좋아 보이네?"
"소꿉 친구가 왔는데 기분이 안 좋을리가 있냐?,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온거야?"
"들어가자, 들어가서 얘기 하는 게 좋아."
익숙한 듯, 소영이 앞장 서고.
집 주인인 유미가 뒤를 따라 허공에 둥둥 떠서 들어갔다.
소영이 쇼파에 앉자.
유미가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온다.
"어제 철민씨 소식 들었어."
"그래서 뭐...?, 철민씨 결혼이라도 한대?"
소영은 유쾌한 척 하는, 유미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리 한쪽을 게이트에서 잃고 난 후.
십 수년을 집안에 칩거한 채 우울한 하루 하루를 보내는 친구.
자신의 앞에서만, 예전의 얼굴을 만드는...
그 배려가 고마웠다.
그런 유미를 보면서, 소영은 물기 먹은 목소리로...
"너 다리, 고칠 수 있어, 유미야!"
"그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어디 각성석이라도 구한 거야?"
"지금은 없지만, 곧 구할 꺼야!"
"소영아... 너 설마..."
"유미야, 네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야!"
"내가 죽어도, 스킬석 작업 하는 꼴은 못 본다."
소영은 진우에게 문신을 각인하는 과정에서 철민의 근황을 들었다.
그리고, 곧 재생 각성석을 얻을 거 같다는 말을 해줬다.
"그게 정말이야?"
"그래, 철민씨는 아직도 너를 잊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
"그 미련한 사람,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 청승이야."
"그래도 철민씨 만한 남자가 없다. 너!"
유미는 아직도 자신을 잊지 못하는 철민이 바보같고, 미련퉁이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를 이해 하기도 했다.
자신도 아직 그를 잊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이 은둔 생활도 끝이겠네."
"마음 정한 거니?"
"나라도 옆에서 철민씨를 도와야 하잖아!"
"그래 잘 생각 했어 이 기지배야!~"
소영은, 자신의 친구가 이제야 마음을 다잡고 세상으로 나간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자신의 친구 유미는, 이대로 숨어 살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의 소유자였다.
- 여보세요? 상원씨! 왜요?
- 진우씨 일단 헌터넷을 좀 보시죠!
지난 석달간 끊임없이 F 등급 1~3인 게이트를 돌았다.
그 결과 서울 경인 지방의 게이트는 거의 클리어를 했고.
이제 강원도 쪽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그런데, 픽업을 해야 할, 상원씨가 전화로 연락을 한것다.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키고 헌터넷으로 들어가 보았다.
딱히 눈에 띄는 건 없는 거 같은데...?
그러다 상단에 반짝이는 글이 보였다.
클릭을 하니 내용이 주르륵 나오고 댓글이 장난 아니게 달려 있다.
게시판에서 많은 논란이 있으면 따로 떼어내 베너처럼 보여주는 기능이다.
- 서울 경인 지역 저 등급 게이트가 사라졌다.
다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함?
어느 순간부터, F 등급 1~3인 게이트가 사라졌음을 눈치채지 못했는가?
본인도 이상해서 조사를 해봄.
그 결과 서울 인천은 물론이고 경기도에 있는 F등급 소규모(1~3인)게이트가 사라진 걸 확인함.
의심스러우면 헌터넷 게이트 현황을 확인해보면 알 것임.
본 필자는 지금 게이트를 클리어 하는 게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함.
첫째는 고 레벨이 저레벨 게이트를 클리어 했다.
둘째는 신성같은 루키가 나왔다.
본 필자의 생각에, 둘째가 가장 유력하게 생각이 되는데 이글을 읽는 독자는 어떤 생각인지 궁금함.
근거는 고 레벨들은 지금도 고 등급 게이트를 클리어 하기도 버겁다고 함.
- 나 E 등급인데, 1인 F 등급 게이트도 무서워서 못 들어감.
- ㅋㅋㅋ, 그건 니가 허접이라서 그래!
- 그럼 님이 들어가 보시던가!
- 내가 미쳤냐?
- 그럼 님도 허접이라고 인증?
- 나 32레벨이야, 너 같은 쪼렙하고는 격이 다르지!
- 엉 너 32렙 허접 인증.
- 고렙이 게이트 청소 한거에 한표!
- 나도 위에님 의견에 추가
- 222
- 333
- 고렙이 뭐하러 무상 노동을 하냐?, 포인트도 얻지 못하는데!
- 혹시 스킬석이나 각성석 작업 하는 거 아닐까?
- F 등급에서 스킬석이나 각성석 나왔다는 말 있음 손!
- 각성석이나 스킬석은 보스가 주는데, F 등급엔 보스가 없음.
- 최하 D 등급부터 줌.
- 111
- 고렙들 지금 S 등급 게이트를 못 깨서, 중국의 지원만 바라보고 있음.
- 난 루키가 떴다에 한표!
- 루키가 떴다는 말은 못 들음
- 나도 못 들음! 특히 서울 쪽은 다들 고만 고만함.
- 예전에 힐과 버프를 주는 신입이 있었는데...
- 헐~ 완전 귀족 각성?
- 인천 쪽에서 한동안 유명했었는데 어느 날부턴 가 안 보이더라고.
- 나도 같이 파티 한적 있음. 완전 작살이었음
- 그 파티 나도 있었는데, 넉 달 전부터 는 보이질 않음.
- 어디 선가 몬스터 밥이 된 듯.
-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그렇지 뭐.
- 요새 탱커들도 심심찮게 행불 되던데?
- 탱커 놈들이야 파티짜기 싫으면 심심하면 잠수 하잖아!
- 요샌 탱커가 몸빵이 너무 약해, 심심하면 튕겨서 뒹굴 거리기나 하고..
- 니가 탱커 해봐라, 얼마나 버티는지 함 보자!
- 난 딜러, 님 탱커?
- 윗글 탱커에 111
- 222
- 333
- 새로운 소식 하나! 거대 길드에서 1~3인 F 등급 게이트를 주시하고 있다고 함.
- 헐~ 길드도 이제야 안 거임?
- 그럼 길드 소속이 아니란 말 아닌가?
- 거대 길드가 주시한다면 루키 탄생?
- 응! 그게 나야!
- 111
- ㅋㅌㅋㅌ ㅈㅇ
- 111
- 222
게시판을 읽는 진우는 순간 XX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저 등급 게이트를 클리어 했는데.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또 다시 게이트를 클리어 하다 정체라도 밝혀지면?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라도 1~3인 게이트를 클리어 한 방법을 조사하려 들것이다.
거기에 자신의 신상이라도 털리면?
아버지의 각성까지 주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십 수년을 반신 불수로 지내던 것도 밝혀낼 것이고.
각성 시기를 지나 각성을 한 것도 밝혀 낼 것이다.
그러면 각성석으로 각성을 한 것을 의심을 할 텐데.
어디서 각성석을 구했는지 출처를 의심하겠지.
그리고 진실이 밠혀 졌을 때.
자신과 가족은 끊임없이 위협에 노출이 될 것이다.
충분한 힘을 갖출 때 까지는 조용히 살기로 했는데...
이럴 때는 대책이 없다.
당분간 잠수를 탈수밖에, 진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제 레벨업에 탄력을 받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태클을 받고 있다.
전화기를 들어 상원씨에게 오지 말라고 연락을 헸다.
"그래서 지금 백수가 된거야?"
"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
"다른 파티에 꼽사리 끼면 되잖아, 너 버퍼라고 하면 모시고 가지 않아?"
"딱히 끌리는 데가 없어서 그래."
"니가 배가 불렀구나, 남들은 어떻게든 돈 벌려고 파티 구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데."
지혜가 어깃장을 놓는 데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
지난달에 염제에게 각성석 하나를 넘겼다.
지혜도 겨울 방학을 해서 곧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원하는 대학에 입학 할 점수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친구들과 비교를 해서, 좀 떨어지는 대학은 죽어도 가기 싫다는 거다.
결국은 각성을 해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할 생각인데.
각성석을 주지 않으니 이렇게 삐진 것이다.
"이번에 각성하는 애들 중에 네 꺼 있어 그만 틱틱대."
"진짜야?"
"그래 이 기지배야! 엄마랑 네 꺼 이번에 챙겨줄 께."
이번 마력 생물은 전부 각성석으로 돌리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다섯의 마력 생물의 특성을 강화 하려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나 역시도 이번엔 고유 특성으로 각성을 할 생각이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각성석은 한 달에 하나 뿐이 흡수를 못 한다는 것을.
덕분에 마력 생물들 특성 강화가 줄줄이 밀려 버렸다.
거기에 내 포켓 사이즈가, 마력생물 다섯을 넣으면 꽉 차기도 했고.
포켓의 용량을 늘리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그저 포켓을 채우고 있기만 하면 레벨 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걸 상원씨가 어렵게 알아온 것이다.
덕분에 내 포켓 사이즈도 급 확장 중이기도 했다.
"그럼 힐러로 주는 거 맞지?"
"그래 엄마는 버퍼, 너는 힐러 됐냐?"
"오예~ 각성하면 학교에 알려야지!"
"넌 각성이 자랑거리냐?"
"그럼 자랑이지 뭐가 자랑이냐?, 그것도 귀족 각성이라는 힐러라는데!"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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