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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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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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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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번식이 가능함

DUMMY


다들 그렇듯이 어릴 때 로봇을 좋아했다.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싶다고 마트 바닥에 드러누운 적도 있다.

중학교 동아리도 프라모델 조립반.

성인이 되어서는 어릴 때 갖고 싶던 낭만의 로봇을 직구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백수 형편에 그 꿈은 뒤로 미루는 중.


그런 내 눈앞에 동그란 로봇이 서 있다.


“일단 집에 오긴 했는데.”


제멋대로 따라온 로봇.

마치 제 집이라도 되는 양 내 좁은 원룸을 둘러본다.


“삐리빅.”


하.

어떻게 된 거람.

일단 기억을 되짚어봤다.


─ [미각성자입니다. 시스템 설치 환경을 위해 강제 각성합니다.]


눈뽕 당하자마자 머릿속에 떴던 문구.


‘설마, 나 각성한 걸까?’


각성하고 싶은 강렬한 마음.

각성자들 인터뷰도 여럿 읽어봤다.

그렇지만 로봇에게 빔을 맞고 각성한 사람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설마 국가에서 개발한 신기술인가? 일반인을 각성자로 만드는······?’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심장.

각성자라는 걸 빨리 확인해 보고 싶다.

확인하는 방법은 쉽다.

각성자들에게 부여된다는 그 기능.


“상······태창?”


수줍은 외침과 함께.

띠링-

눈앞에 푸른 창이 떠오른다.


──────

조종인 (Lv.1)

[직업] : 파일럿

[스킬]

•호출(Lv.1)

······

──────


“진짜 각성했어!?”

“삐리빅?”


내 인생.

폈다.



* * *



각성 사실을 알게 된 후 가장 먼저 한 일.


‘일단 인터넷 서치부터.’


핸드폰을 들었다.


- 각성 후 대처 방법

- 각성자 등록 방법

- 초보 각성자 팁

- 각성자 등록부서 위치


종합한 결과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국가에 각성자로 정식 등록하는 것.

정식 등록을 하지 않으면 헌터 등록도 안 된다.

돈도 받을 수 없다.

게다가 미등록자가 미궁에 들어가는 건 불법이라 처벌을 받는다.


등록은 구청 민원실 데스크에서.

주중 9시부터 6시에만 운영.


시계를 보니 이미 6시가 넘었다.


“등록은 내일 해야겠네.”

“삐리빅?”


털썩, 방바닥에 앉자 로봇이 다가온다.

타다다다다, 포옥.

내 무릎 위에 자리 잡는 로봇.

한 손바닥에 들어갈 만큼 작고 동글동글한 구체가 무릎 사이에 몸을 묻는다.


‘뭔가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애완용 로봇 같은데.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눈처럼 보이는 수정에 비치는 빛이 가느다래진다.

마치 기분 좋은 고양이처럼.


“대체 구조가 어떻게 된 거지? 분해해 보고 싶은데.”

“삐비익-!”


분해 얘기를 꺼내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데구르르 굴러 멀리 떨어지는 로봇.

파랗던 수정이 경보기처럼 붉은색으로 변하며 번쩍인다.


“말 알아듣는 거 맞네.”

“삐빅! 삐빅!”

“농담이야. 날 각성하게 만들어 준 은인이잖아. 그걸 분해하겠어?”


사실 반쯤은 진담이었는데.

아무래도 분해는 못 할 것 같다.


“그나저나, 그 눈 같은 코어, 마석이야?”

“삐리빅!”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로봇.


마석.

미궁에서 나오는 신비의 광물.

지구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방대하면서도 안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다.

마석 등장 이후 세계의 초전도체 연구 지원이 끊겼다.

왜? 마석으로 충분해졌거든.

더는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원인 셈.

헌터들이 각광받으며 거액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


“그럼 넌 몬스터야? 아니면 의도에 의해 제작된 기계?”

“삐빅!”


둘 다 틀렸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 로봇.

두리번거리더니 폴짝 뛰어 내 손바닥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점차 빛이 강해지는 로봇의 눈.


“또 눈뽕하려고!”


눈을 질끈 감은 그 순간.

손바닥에 올린 로봇이 손난로처럼 따뜻해진다.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시스템창.


[공생 타이탄과 링크 시스템을 연결합니다.]

[싱크 완료]

[링크 시 의미 전달이 가능합니다. (*거리 제한 1m)]

[골드 타이탄족에 대한 정보를 전송합니다.]


──────────

골드 타이탄


- 언옵테늄으로 만들어진 금속성의 외관을 띄고 있다. 언옵테늄의 구조에 따라 흰색과 금색이 특징적이다. 강력한 마나 코어로 생체활동을 유지한다.


[서식지] : 블루프리즘 행성 및 퀀텀 은하 일대

- 영하 150℃부터 1만℃의 환경에서 생존 가능함.


[보존 상태] : 멸종 위급

- 퀀텀 은하를 통치할 정도의 세력을 형성했으나, 원인불명의 감마선 폭발로 거의 멸종됨.


[생태]

- 마나 코어의 순수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우주에 퍼져 있는 마나를 자체적으로 흡수하여 활동함.

- 수명이 길지만 번식이 매우 어려움.

- 극단적인 개체수 저하로 특수 생명체(파일럿)와 공생하며 생존하도록 진화함.

- 마나 및 기계적 도구를 활용해 공생자와 개체를 보호함.

······

──────────


뇌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방대한 정보.


정리하자면 이 로봇은 일종의 생명체이자 종족이라는 것.

그리고 나는 그와 공생하는 ‘파일럿’.


[그 외 궁금한 점은 타이탄 시스템 내에서 검색하여 알아볼 수 있습니다.]


“삐리빅!”


나를 보며 활짝 웃는 로봇.

동그란 몸체를 손목에 비비며 문지른다.

금속이지만 따끈따끈한 게, 꼭 반려동물 한 마리를 들이게 된 것 같은데.


“좋아. 우리 집에서 지내는 걸 허락해 주지.”

“삐리이익!”


손바닥 위에서 방방 뛰는 로봇.

어릴 때 갖고 싶었던 멋진 로봇은 아니지만.

이건 이것대로 귀여우니 괜찮나.


“그나저나 아까 보니까 이름이 null이었나.”


로봇의 상태창에서 봤던 정보.

그런데 로봇이 고개를 젓는다.


“삐빅삐빅!”


다시 손이 따끈따끈해지며 전송되는 시스템창.


[탄생 후 이름이 지어지지 않은 개체입니다.]


설마 null이 그 null이었나.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공백’이나 ‘값이 없음’을 뜻하는 말.


[부모 부재 시 파일럿의 네이밍을 공식적으로 따릅니다.]


이름을 지어달라는 뜻.


“음, 이름이라······.”


갑자기 팔자에도 없는 작명을 하게 생겼다.

턱을 만지작거리자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로봇.


“삐리 어때.”

“······.”

“삐빅?”

“······.”


왜 표정이 없는데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거 같지?


“리빅?”

“······.”


아니, 삐리빅거리는 녀석한테 딱이구만.

멍멍해서 멍멍이.

야옹해서 야옹이.

피카피카 해서 피카츄.

의성어를 활용한 직관적 작명 센스를 못 알아보다니.


그러자 다시 링크를 통해 전달되는 로봇의 의지.


──────────

[골드 타이탄식 작명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네오 아토믹 뉴트론 울트라 쿼런틱 하이퍼 슈퍼노바 알파 타이탄 주니어

──────────


척.

의기양양하게 나를 바라보는 로봇.

자신의 작명 센스가 우월함을 자랑하는가본데.


“······최악인데.”

“삐비익-!”


로봇 주제에 발끈한다.


“그런 긴 이름은 기억도 못 해.”

“삐리익······.”


[인류의 기억력은 문제가 있습니다.]


로봇의 저장장치 같은 기억력과 비교하는 건가.


“좋아. 이름은 쉽게 ‘리빅’으로 가자.”

“삐비익-!?”

“뭐? 삐빅으로 바꿔달라고?”

“삐빅, 삐빅!”


거세게 고개를 젓는 ‘리빅’.


“삐빅보다는 리빅이 낫지?”

“삐이·····.”

“좋아. 리빅으로 결정이다.”


작명 후 리빅의 머리 위에 뜬 초록색 삼각형 표식을 확인.


───────

리빅 (Lv. 1)

[종족] : 골드 타이탄 (유아기)

[파일럿] : 조종인

───────


작명 완료다.


“슬슬 배고프네.”


정신없게 에너지를 너무 썼다.

시간을 보니 벌써 밤 8시.

점심도 아메리카노 먹은 것 빼고는 없으니 배고플 때가 됐지.


“아까 사 온 돈까스 도시락은 다 엎어졌고.”


봉투에 이미 흐트러져 버린 도시락.

라면이나 끓여 먹어야겠다.

조리대 위에 아무렇게나 도시락 봉투를 내버려 두고 찬장을 뒤적이는데.


폴짝.


조리대 위로 뛰어오르는 리빅이.

까만 봉투를 들여다본다.


“삐리?”

“그건 버릴 거야. 아무리 내가 돈이 없어도 바닥에 떨어트린 음식을 먹긴 좀.”


아까 리빅이 때문에 완전히 길바닥에 엎질러진 도시락.

시민의식으로 대충 정리해서 집으로 들고 왔다만.


“삐리빅.”

“설마 네가 먹으려고?”

“삐리빅!”


부스럭부스럭.

리빅이 돈까스 조각을 하나 끌고 나온다.

그러더니.


철컥.

파란색 눈 아래 있던 파츠가 열리더니 동그란 흡입구가 나왔다.


‘저런 것도 있었냐!’


후루룹!


순식간에 빨려들어가는 돈까스 조각.


“삐리익~!”


파란 눈이 반짝거린다.

매우 만족스러운 반응.

흙묻은 돈까스가 맛있나?

아니 그보다.


“사람 먹는 음식을 먹어도 되는 거야? 로봇이?”

“삐비익-!”


버럭 소리를 지르는 리빅.


[골드 타이탄은 우주로부터 마나를 흡수합니다. 우주의 일부인 음식물의 섭취 후 분해하여 마나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시스템.

정보를 더 살펴봤다.

꼭 음식물을 섭취할 필요는 없다.

모든 우주의 구성요소, 그러니까 공기, 물, 돌 등 모든 게 마나의 원천.

하지만 행복과 쾌락을 위해 음식을 먹기도 한다는 것이 설명이다.


‘미각이 있나······?’


있으니까 즐기는 거겠지?

더 묻지 않기로 했다.


후루룩!

후루룩!


흙 묻은 돈까스 도시락을 신나게 먹어 치우는 리빅.


“좋아하니 사 온 보람은 있네.”


버릴 뻔했는데 잘 됐다.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하다.


아무거나 잘 먹으면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로?

꽤 유용하겠는데.


리빅이 돈까스를 먹는 동안 라면을 끓였다.

된장국처럼 구수하면서도 MSG의 거부할 수 없는 향기가 퍼진다.


‘라면은 역시 진순이지.’


송송 썬 파나 간 마늘이라도 넣으면 좋겠지만, 냉장고가 텅 비어있다.


“다 됐다.”


꼬들꼬들하게 익은 라면.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유일한 반찬, 할머니표 갓김치.

자극적이지 않은 진순이에 갓김치를 곁들이면?

톡 쏘는 알싸한 매운맛이 비어있는 자극을 채워준다.

가히 환상의 조합이라 할 수 있지.


접이식 식탁을 펴고 라면 받침용 책을 하나 던져놓고, 냄비째 얹어 버리기!


“삐리-?”


신나게 돈가스를 먹던 리빅이 나를 쳐다본다.


“이것도 먹어 보려고?”

“삐리익!”

“맛만 봐. 나도 먹어야 하니까.”


신나서 조리대에서 내려와 테이블에 올라오는 리빅.

젓가락으로 면 한 가닥을 집어주니 호로록 흡입한다.


“삐리이······.”


어쩐지 진순이에 대한 반응은 좋지 않다.

슬금슬금 돈까스 도시락이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이 자식.

음식도 가려?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로 사용하는 건 실패인 듯.


“진순이의 맛을 모르다니.”


안타깝다.

맛을 모르는 리빅이를 뒤로하고 식사에 돌입.

진순이에 갓김치 하나를 말아서 한 젓갈 들어 올린다.

흰 김이 모락모락.

아직 불지 않아서 탱글탱글한 노란색 면.

뜨거우니 후후 불어서 한입에 후루룩 먹는다.

겨자처럼 톡 쏘며 맵고 짠 갓김치가 먼저 혀를 감싸고, 몇 입 씹자마자 포근한 이불같은 진순이가 그를 맛깔나게 희석하며 깊은 감칠맛이 난다.


“이게 인생이지.”


늘 먹던 조합이지만 역시 불변의 진리다.


몇 젓가락 후루룩 말아먹자 한 그릇 뚝딱.

즉석밥을 뜯어 전자레인지에 50초.

완전히 뜨거워지기 전에 된장 술밥처럼 진순이 국물에 말아 넣는다.

조금 기다려 주면 흰 밥알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은은한 갈색 국물.

한 숟갈 떠서 갓김치를 얹어 먹으면 그야말로 미슐랭 3스타!


“하, 배부르다.”


순식간에 밥을 해치웠다.

그 사이 리빅이도 돈가스에 반찬까지 깔끔하게 먹어 치웠다.


“맛있었어?”

“삐리익!”


만족스럽게 오뚜기처럼 둥실거리는 리빅이.

그래.

이게 행복이지.


‘그래도 내일은 각성자 등록하고 배에 기름칠이라도 해야겠다.’


내일부터 각성자 등록을 하고 돈을 벌 생각을 하니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라면뿐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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