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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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구기
작품등록일 :
2024.07.22 22:40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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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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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혈해

DUMMY

십만대산(十萬大山)의 중턱.



눈에 보이는 건 여기저기 널브러진 시신들.


시산혈해의 가운데 평온한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사내.


교인들은 명교(明敎) 세상은 마교(魔敎)라 부르는 집단의 17대 교주 주심천.


[마존]


[천하제일마]


[십만대산의 주인]


그를 칭하는 여러 가지의 수식어들이다.


그중에서도 유일무이한 칭호.


천마(天摩)


초대교주 이후 최초로 천마의 칭호가 붙은 교주.


하지만 역대 최강이라 평가받는 그의 모습은 처참했다.


검을 든 채로 날아가 버린 오른팔.


뻥 뚫려버린 왼쪽 가슴.


무공이 하늘에 닿은 천마라 한들 죽음을 피할 방도는 없었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것을 알고 있기나 한지 무표정한 눈빛으로 시신들을 눈에 담고 있었다.


무당의 장로, 화산의 장문, 개방의 방주, 종남의 장로.


십여개가 넘는 문파의 최고수들과..


무림맹주..


[타다닥]


“장문인!!!!!”


울부짖듯 장문을 부르는 사내의 무복에는 다섯잎의 매화가 보인다.


“천마....네놈을 갈기갈기 찢어서 온 세상에 뿌려주마”


곧이어 도착한 각 문파의 정예들이 이 현장의 중심에 있는 천마를 노려보았다.


“맹주님.. 크흐흐흑”


과거 검성(劍星)이라 불리었던 맹주 백염풍은 천마와 동귀어진이라도 할 생각이었는지 천마의 코앞에서 온몸이 찢겨 있었다.


스승이었던.. 사형이었던 그들의 처참한 모습에 분노를 머금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저들의 희생을 욕보이지마시오”


소림의 방장 혜공대사가 한 걸음 다가섰다.


“우리는 저들의 사명을 이어받아 인두겁을 쓴 악마를 소멸시켜야 하오”


소림방장의 웅혼한 내공을 담은 목소리는 사람들의 감정을 추슬러줬다.


무표정한 눈으로 보고 있던 천마의 입술이 움직였다.


“....웃기는군.. 대답도 못하는 고깃덩이를 보며 안타까워한들 무슨 소용인가..”


“아미타불.. 무간지옥(無間地獄)에서 끝없는 고통을 견디며 속죄해야 할 것이야..”


푸푸푹!!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찔러 들어오는 검들이 폐부에 전해진다.


울컥


시뻘건 핏물이 뿜어져 나와 흘러내렸고, 주변에 퍼져있던 천마일신(天魔一神)의 기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의식이 흐려지며 기억들이 주마등이 되어 스쳐 지나간다.

후회? 그런 건 없다.

다만 나의 죽음을 설계한 원흉을 찢어발기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점점 주변의 소리가 작아지고 시야가 암흑으로 뒤덮인다.

이윽고 무음(無音), 무색(無色), 무형(無形).

영원(永元)인지 찰나(刹那)인지 알 수 없었다.


* * *


그러던 어느 순간 빛이 보였다.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빛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인가.


이지(理智)를 상실한 나는 그저 다가오는 빛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야!!]


빛이 말을 거는 것 인가?


눈을 크게 떠보려했지만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호야!!]


시끄럽다....


말을 거는듯한 소리가 골을 울린다.


숨쉬는 것조차 힘들었고 몸은 물속에 빠져있는 듯 무거웠다.


사념처럼 느껴지는 것은 곧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번뜩!


온몸의 부서질 듯한 고통에 눈이 뜨였다.


천산의 봉우리중 하나인가..


눈앞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우거진 나무들이 보였다.


나는 분명 죽었을 터인데.. 혼절한 것이란 말인가..?


“천호야 괜찮으냐?”


이 무지렁이 같은 자는 누구지..


“천호야 의식이 드느냐?”


자객일 수 있다 생각하여 최소한의 방어를 하려 움직였지만, 몸의 고통만 더해졌다.


“크읔.. 넌 누구냐”

“아비를 몰라보겠느냐?”


아비라는 헛소리를 하는 자의 허리춤에는 약초 주머니와 작은 삽들이 달려있었다.


“살아있으니 됐다.. 널 잃는 줄 알았다..”


그는 손에 있던 나무뿌리같이 생긴 것을 땅에 내다 던져버렸다.


“이깟 백년하수오 때문에..”


..약초꾼인가.. 백년하수오라면 잠깐 몸을 회복하는 정도로는 충분하다.


“그걸 가져오너라”


약초꾼은 놀란 눈으로 잠시 쳐다보다 짐들을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의원님께 가자꾸나. 그렇게 예의바른 녀석이 아비한테 반말이라니.. 크흑”


감히 나의 말을 무시하는 것인가..?


나는 자연스럽게 내공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몸속은 텅텅 비어있었다.


뭐지.. 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거지?


“크윽”


갑자기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천호야 조금만 참거라”


약초꾼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었다.


* * *


각종 약초들과 탕약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약초꾼의 집인가..? 환상이나 착각은 아니었군..


나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천산의 중턱에서 난 분명히 죽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않는 곳에서 빛을 만났다.

윤회..인가?

웃기는군.. 명교의 교주인 내가 윤회라는 말을 입에 담다니..


“여보 백운어르신을 모시고 왔어”

“어서오세요 백운선생님 이쪽입니다”


의원을 데리고 온건가. 기특하군..


방문이 열리며 인자해보이는 노인이 들어오고 뒤따라 약초꾼과 그의 부인이 들어왔다.


“깨어났구나 천호야 괜찮으냐?”


끄덕


“천호야 의원님이 네 상태를 보실거야 괜찮지?”


천호라.. 내 이름인가 보군..

이 몸뚱이는 약초를 캐다 절벽에서 떨어져서 머리를 다친 것 이었고..

혼이 소멸한 빈 공간으로 내가 들어오게 되었다.. 인가?


의원이 맥을 짚는 사이 나는 손을 들어 보았다.


아직 성장기도 오지 않은 육체..


“음.. 맥은 정상이군. 다만 머리를 다쳤다는 것이 신경쓰이는구나.. 이보게 초석”


“예 백운어르신”


“마을로 데려가서 경과를 지켜보는 건 어떻겠나?”


!!


지금 이 상태로 마을로 내려가는 건 안된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군


“나의 어미인가?”


순간 방안은 정적이 흘렀다.


“아..하하 천호야 어미를 알아보겠니?”


활동하기 편한 복장에 두건을 쓴 여성이 조금은 당황한 듯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끄덕


“어디 아픈곳은 없니..? 정말 괜찮은 거 맞지?”


끄덕


“아비는 알아보겠느냐?”


약초꾼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까의 무지렁이 아니더냐”


또 한 번 방안에 정적이 흘렀다.


말을 줄여야겠군...


백운이라 불리는 의원이 집을 나서며 뒤따라나온 임초석과 예화옥에게 말했다.


“천호의 건강은 아무 문제가 없네. 천운이야.. 다만 머리를 다친 것이 원인인지 기억상실을

보이는 거 같으니 심신의 안정을 최대한 신경 써주게”

“예 어르신 천호의 상태가 호전되면 함께 마을로 들리겠습니다”

“그러세.. 행여 기억이 빨리 돌아오지 않는다하여 조급한 마음을 먹는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 충분히 시간을 두고 지켜보게”

“네 백운선생님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다 한들 어떻습니까?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어르신 이건 20년 정도 된 삼입니다. 그리고 이건 도라지, 하수오..”


초석은 부랴부랴 약초들을 백운의 손에 쥐여 주었다.


“됐네! 이 사람아 이거면 됐어. 나중에 영심객잔에서 초계소면이나 한 그릇 하세”


백운은 한손에 굵직한 도라지만 쥔 채 터덜터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예 어르신 조심히 내려가십시오”

“선생님 산길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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