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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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구기
작품등록일 :
2024.07.2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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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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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종지회(華終之會)

DUMMY

'화종지회라....'


시작은 화산과 종남의 친선 비무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화종지회는 섬서를 대표하는 축제이자, 무를 뽐내고 싶은 정파인들의 첫 무대로 자리 잡았다.



"올해 화종지회는 어딘지 아시오?"


객잔 안에서 여아홍을 마시는 젊은 무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섬서 북쪽의 청사곡이라던데. 거기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오."

"청사곡이라.... 멋진 장소군. 그쪽도 무인 같은데 혹시 지회에 참가하시오?"

"부족하지만 참가해서 견문을 넓혀보려 하오."


조화린이 입이 근질근질해진 듯 나를 쳐다봤다.


끄덕


"어머, 멋진 무인들이시군요."


조화린의 말에 두 무인은 동시에 일어서서 다소 과장된 예를 올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소저께서 무림에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무복을 보고도 모르셨습니까? 소저께서도 무인이시지 않습니까."


'....아름다워? 저 선머슴 같은 애가? 여인을 만나본 적이 없나?'


내 귀를 의심하며 운백랑과 눈이 마주쳤다.


"아름다움의 뜻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오랜만에 맞는 말을 하는 운백랑을 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름다움은 곧 당소저를 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진정한 아름다움을 모르는...."

"조용해라."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조화린이 화종지회에 대해 캐묻기 시작했다.


"공자님들, 화종지회를 구경하려면 청사곡으로 가면 되는 건가요? 만약 참가하고싶다면 참가신청을 해야하나요?"


공자소리에 입이 귀에 걸린 두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되었습니다. 마침 저도 이번 화종지회에 참가하게 되었으니, 함께 가시지요. 화종지회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참가자이니, 기꺼이 동행하겠습니다."


화종지회가 열리는 기간이 되면 견문을 넓히려는 무인들뿐만 아니라, 가문의 이름을 앞세워 여흥을 즐기려는 무인들도 많아졌다.


참다못한 운백랑이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누이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둘은 운백랑의 성난근육을 보며 엉거주춤하게 포권했다.


"별말씀을.... 응당 여인을 배려한 것뿐이오."

"창객이신가봅니다. 남매가 함께 화종지회에 참석하는 것이오?"

"한번 구경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올해는 더욱 흥미진진할 것이오. 화산파의 신성이라 불리는 화산매영(華山梅影)이 참가한다고 들었소."


그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별호를 만들어 주는 건 정파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였다.

예전부터 바보 같은 짓이라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들에게 조금 특출나다 하여서 별호를 지어주고 애송이들은 그 별호를 지키기 위해 목숨마저 내걸어버린다.


'음흉한 것들. 매영이라.... 매화를 피울 수 있나 보군. 옥헌우가 있었다면 꽤 재밌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


얘기가 끝났는지 무인들은 운백랑과 조화린에게 포권을 하며 객잔을 떠났다.


"천호님, 우리도 화종지회 보러 갈 거죠?"


잠시 구슬을 바라봤다.

고독을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빙빙 돌고 있었다.


"대형, 화산지회는 누구든 구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청사곡으로 가자. 너희 수준을 눈으로 확인해 보기 좋을 거다."


내심 가보고 싶었는지 운백랑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당연히 조화린은 방방뛰고 있었다.


"진짜 기대된다. 그죠?"


* * *


청사곡 입구에서부터 인파가 몰려 있었다.

입구에서 참가 신청을 받는 자가 목에 핏대를 올리며 소리쳤다.


"줄 좀 바로 서주시오. 거기! 새치기는 하지 마시오! 다음!"


우리는 참가할 생각이 없었지만 인파들을 뚫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줄을 서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한참 동안 기다려 입구에 다가섰다.


"사문과 본인의 이름을 말하시오. 별호가 있다면 별호만 얘기해도 무관하오."

"아닙니다. 우리는 구경하러 온 것입니다."

"그러면 왜 여기서 있으셨소. 저리로 바로 들어가면 되오."


손짓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작은 출입문이 하나 보였다.


'안내표지라도 만들어두던가....'


청사곡 안으로 들어서자, 바닥에 청각석을 깔아둔 간이 비무대가 보였다.

교에서 치렀던 비무대회가 생각나는지 운백랑과 조화린이 비무대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이왕 줄을 기다렸는데, 참가해 볼걸 그랬나 봐요."

"사문이 없지않느냐?"

"그래도 무공이름만 말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정파란 놈들의 습성을 잘 모르는 철부지 같은 소리였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이름 있는 세가나 문파 정도는 되어야 참가할 수 있지. 비무를 빙자한 사교 모임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럼 참가되는 곳에만 알리면 되지. 왜 아무나 된다고 하는거죠? 기분 나빠."

"보는 눈이 많을수록 소문은 빨리 퍼지지 않겠느냐."


.

.

.


잠시 뒤 비무대의 단상으로 두 사람이 나타나 자리에 앉았다.

곱게 차려입은 둘의 무복에는 매화의 문양과 소나무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화산과 종남의 장문인들인가 봅니다."


곧이어 비무장위로 화산의 제자들과 종남의 제자들이 나란히 나타났다.

늠름한 제자들의 모습에 관객석의 사람들이 웅성였다.


"저기 있구먼. 화산매영(華山梅影). 올해는 종남이 쉽지 않을 거야."

"무슨 소리. 화산매영 혼자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종남이 이길걸세."


비무대로 흑색 무복을 입은 자가 올라왔다.


"무림의 동도 여러분. 화종, 종화지회의 진행을 맡은 화산파의 일대 제자, 수심이라 합니다. 올해도 많은 참가자분들이 계십니다. 이 지회의 의미는 다들 알고 계실 터, 호승심보다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화종, 종화지회의 시작을 선언합니다."


와아아아-


관객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첫 번째 순서로 지회의 시작이었던 화산과 종남, 종남과 화산의 비무를 진행하겠습니다. 종남은 삼대제자, 화산은 사대제자가 이번 지회에 참가했습니다."


조화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삼대와 사대가 붙으면 사대제자가 질 수밖에 없지않아요? 형평성이...."

"아니다. 화산은 사대제자까지있고, 종남은 삼대제자까지 있는 것뿐이다."


운백랑이 부족한 설명을 메꿔줬다.


"서로 간에 배분도 차이가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화산과 종남은 서로 상대하고 싶은 자를 지목하는 방식이었다.


.

.

.


서로 이기고 지며 박빙으로 승부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하품을 했다.


'장난질 수준밖에 되지 않는 걸 뭐가 재밌다고....'


검기조차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제자들이 태반이었다.


'평화로운 시대에 적응해 퇴보하고 있는 건가?'


흑월의 존재를 모른 채 소꿉장난처럼 변질된 화중지회를 보고 있자니, 지루함이 점점 짜증으로 바뀌고 있었다.


관객석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저, 저거 지금 셋을 지목한 건가?"

"혹시 저자가 화산매영인가?"

"맞는 것 같소. 뒤로 묶은 머리에 건방지게 생긴 눈이라고 들었다오."


셋을 지목하고 짝다리를 짚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뒤로 묶은 머리야 그렇다 치고 상당히 건방지게 생긴 눈을 가지고 있었다.

진행을 맡은 화산의 일대 제자 수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고를 자주 치는 녀석인가 보군. 이름처럼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네.'


수심은 한명을 지목해야 한다는 규칙은 따로 없었기에 단상을 한번 돌아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종남의 제자 셋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형, 저놈 정신이 나가버린 거 아닙니까?"

"몰랐느냐? 청화 저놈 때문에 화산의 장로들 속이 썩고 있다지 않느냐."

"오늘 별호를 떼어버려야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청화는 검을 어깨에 걸치고 여전히 짝다리를 짚고 있었다.


"종남은 입만 살아있나 본데?"


셋 중 백색의 영웅건을 쓰고있는 녀석이 앞으로 나섰다.


"화산매영, 그 시건방진 별호를 떼어내 주마."


청화는 한껏 비웃음을 날렸다.


"떼어내주마아아? 푸하하, 니들 셋 동시에 덤벼도 뗄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닥쳐라 이놈!"


파팟-


영웅건이 청화에게 달려들었다.


쨍그랑-


청화에게 다가서는 순간, 영웅건은 검을 놓쳐버렸다.

남은 두 명은 청화의 경지에 놀란 반응을 보였다.


운백랑은 눈을 껌뻑거렸다.


"왜 놀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검을 잡고 있는 손목을 친 것이지 않습니까?"


운백랑은 자신의 경지가 얼마나 오른 건지 잘 모르고 있는 듯 했다.


"저 건방지게 생긴놈이 셋을 상대한다고 했지? 너와 조화린은 비무대 위에 있는 모두를 상대하고도 남는다."

"그럼, 화산이나 종남은 소문처럼 그렇게 강한 문파가 아닌가 봐요?"

"저 녀석들이 그렇다는 거지. 화산과 종남을 무시할 순 없다."


문뜩 천산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천마....네놈을 갈기갈기 찢어서 온 세상에 뿌려주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비무대를 바라봤다.


영웅건에 이어 달려든 말총머리를 한 녀석도 나가떨어졌다.

청화는 웃음을 지으며 남은 단발머리 녀석에게 손을 들어올려 까딱거렸다.


"나를 도발함을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그래도 사형이라 불린 녀석이라 그런지 검기는 뽑아낼 수 있었다.


"타앗!"


기합 소리와 함께 청화를 향해 검기를 휘둘렀다.


"이건 처음 볼 거야."


청화는 여유로운 표정을 잃지 않은 채 걸쳐있던 검을 아래로 내렸다.


"매화영류(梅花映流)."


검이 허공을 가르며 휘둘러지자, 비무대 주변으로 은은한 매화향이 퍼져나갔다.

검의 움직임에 따라 매화잎이 흩날리듯, 검기는 공중에서 꽃잎을 이루며 아름답게 퍼져나갔다.

매화향이 강렬하게 풍겨졌고, 그 향기 속에서 생겨난 매화잎의 검기가 사방으로 날아들었다.

매화잎처럼 가볍게 흩어지던 검기는 순식간에 단발을 감쌋고,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겹의 매화 검기가 단발의 몸 전체를 훑고 지나갔다.


털썩-


"매화...."


단발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혼절해 버렸다.


와아아아-


화려한 청화의 초식에 관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와아아으악-아악-


그때 탄성 속에서 비명소리가 섞이기 시작했다.

즉시 구슬을 꺼내서 확인했다.

고독은 더욱 빠른 속도로 빙빙 돌고 있었다.


'생명이 다한게아니라, 고독들이 너무 많아서 방향을 못 잡은 거였나?'


조화린과 운백랑도 흑월임을 눈치채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직 나서지 마라. 상황을 지켜본다."


그제서 사태를 눈치챈 일대제자 수심이 장문들을 향해 눈을 돌렸다.

하지만 장문들은 이미 흑의인들과 검을 부딪치고 있었다.

장문들을 기습한 흑의인들은 지금껏 만난 흑월들과는 다른 경지를 지니고 있었다.


'저 놈들.... 처음부터 화종지회를 노린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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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매화이십사수(梅花二十四手) 24.08.18 214 2 8쪽
» 화종지회(華終之會) 24.08.17 227 2 11쪽
28 섬서(陝西) 24.08.17 194 3 7쪽
27 천마검(天魔劍) 24.08.16 231 3 10쪽
26 천독단(天毒丹) 24.08.15 211 2 9쪽
25 뇌신(雷神) 24.08.14 236 3 13쪽
24 검산(劍山) 24.08.13 229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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