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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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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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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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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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검(天魔劍)

DUMMY

며칠 동안 천호와 그의 일행은 사천당가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휴식을 취했다.


나는 객당의 방 안에 누워 처음부터 곰곰이 되새겼다.

하지현에서 처음 마기를 느꼈을 때부터 묘한 기시감의 정체가 천마기였기 때문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현을 쑥대밭으로 만든 그자도 흑월의 일원이었구나.'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뭐 하고 계세요?"


조화린과 운백랑이 찾아왔다.

그들은 며칠 전 복용한 천독단의 기운을 가주 당소평의 도움을 받아 완전히 흡수했고, 이를 통해 환골탈태의 과정을 거쳤다.


"신수가 훤해졌군."


경지가 오른 내공과 함께 둘의 신체도 더욱 강화되어 있었다.

조화린은 천호의 말을 듣고 쑥쓰러운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그 벽력신권은 무공을 극성으로 발휘하면 머리색이 바뀌는 것이냐?"


머리를 긁던 조화린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건 저도 몰랐어요. 그런데 흑발과 백발 중 뭐가 더 잘 어울리나요?"


뜬금없는 질문을 하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둘 다 똑같아."


철벽같은 반응에 조화린은 혼자 구시렁댔다.


"색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다는 거야."


그때 운백랑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근육을 이리저리 자랑하듯 뽐냈다.


"대형, 이것 좀 보십시오."


운백랑의 가슴근육이 꿈틀거렸다.


"천독단은 진짜 대단한 영약인 것 같습니다."

"감격할 필요 없다. 천독단이 대단하다고 하나 영약만 주야장천 먹어도 너희들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 기운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처음 만났을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둘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너희가 노력한 대가일 뿐이다."


똑똑-


문을 열며 당선아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다들 여기 있었군요."


과거에는 사람들이 나를 서로 피할 궁리만 했었다.


'끄응... 방이 미어터지겠다. 인기남으로 사는 것은 고난의 길이로군.'


자아도취에 취하던 중 당선아가 가주의 전갈을 알렸다.


"임 공자님, 아버지께서 찾으세요."

"가주님이? 어디 계시오?"

"며칠 내내 대장간에 계세요."


내가 일어서자, 조화린과 운백랑도 뒤를 따르려 했다.


"혼자 다녀오겠다."


* * *


도착한 대장간에는 장인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화로의 불은 단 하나만 제외하고 모두 꺼져있었다.

당소평은 타오르는 화로를 집중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왔는가?"


뒤도 돌아보지 않는 가주의 곁으로 다가갔다.


"뭘 그리 보고 계십니까?"

"병기에도 생명이 있는 걸 알고있나?"

"사념 같은 게 저주가 되어 요검이 탄생하는 경우는 봤습니다."


불꽃을 바라보던 당소평은 씩 웃었다.


"그런 것과는 다르지.... 지금이 중요하네!"


화악-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화로에 내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화르륵-


불꽃이 일순간 강하게 타올랐다.


화르륵-


잠시 후 불꽃이 사그라들며, 화로 안에서 붉게 달아오른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은 묵철과 한철을 수십 번 접어 단조한 것이다."


당소평은 검신을 돌리며 잠시 확인하더니 옆에 있던 기름통에 담갔다.


치이익-


기름통 바깥으로 불꽃이 튀며 검신이 식기 시작했다.


"이제 마지막 담금질이 끝났다."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려진 검신은 묵철과 한철이 보기 좋게 섞인 문양과 함께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보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재료도 대단하지만, 재료의 힘을 끌어올린 기술이 더 대단하다.'


검신을 보며 감탄하던 사이 당소평이 만족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떤가?"


답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 물어보긴....

물론 그 답은 극찬이다.


"천하의 어떤 보검과도 비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하하!"


당소평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해봤네. 예전에는 어떻게 하루 종일 대장간에서 지냈는지 모르겠군."

"대단하십니다. 혹시 당가의 비도에도 한철이 섞여 있습니까?"

"한철이 섞인 비도는 가주만이 사용할 수 있지. 그 비싼 것을 날려버릴 수는 없지 않겠나?"


맞는 말이었다.

실력이 떨어지는 자가 한철이 섞인 비도를 날려준다면 고마울 따름이지.


'하긴, 비도는 회수하지 못할 상황도 많을 테니....'


"가주님, 검산의 흑의인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당소평은 미간을 찌푸렸다.


"괘씸한 놈들이지. 청성파를 들어본 적 있는가?"

"물론입니다. 혹시 당가와는 적대관계였습니까?"

"전혀 아닐세. 청성의 문주와는 불과 얼마 전에도 같이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뭐 다했지."

"그렇다면 문주의 허락도 없이 그런 짓을 벌였단 말입니까?"

"문주가 부재중인 틈을 타 현철을 탐한 것이지. 어딜감히.... 문주의 얼굴을 봐서 죽이진 않았네. 한 번은 봐주지만, 두 번은 없다."


가주나 문주정도의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 고려할 것이 많다.

제자들이나 자식들을 보살펴야 하고, 무공을 수련해야 하고, 주변의 문파와 관계도 유지해야 하고, 아랫것들이 사고를 치면 수습도 해야 한다.


'나도 그랬었지. 물론 힘으로 해결했지만....'


조금 지쳐 보이는 당소평의 히끗히끗한 머리카락이 더욱 많아진 느낌을 받았다.

안타까운 눈빛을 느낀 건지 당소평은 나를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자네가 나이에 맞지 않는 경지를 이룬 것을 알고 있네. 내가 좀 더 젊었더라면, 한판 붙어보자고 했을지도 몰라."


농담이라도 당소평과의 비무는 썩 내키지 않았다.


"온몸에 비도가 박히고 싶진 않습니다."

"엄살은...."


함께 웃음을 짓던 중 나는 품에서 구슬을 내밀며 당소평에게 보여줬다.


"이 구슬 안에 들어있는 건 고독입니다."


고독이라는 말에 당소평의 눈이 커졌다.


"총관은 흑단이라는 단약을 먹고 내공이 증폭된 것 입니다. 그 안에는 고독이 심어져 있었죠."


당소평은 고독이 뜻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다.

개인이 아닌 세력을 의미하는 것.

고독으로 강제력을 부여하여 세력을 키우는 악랄한 방법이다.


"구슬 안에 들어있는 고독을 따라가며 흑단의 출처를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당가의 총관까지 흑단을 복용했다. 그렇다면 다른 문파에도 이미 흑단을 먹은 자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네."

"아마 그럴 겁니다. 그 세력의 이름은 흑월입니다"

"흑월.... 흑월이라...."


침음을 내뱉던 당소평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위험천만한 짓을 하고 있군. 한데 명교에는 인물이 없나? 이리 어린 초출들을 그런 임무에 내보내다니."


누군가가 뒤에서 뒤통수를 세게 때린 기분이었다.


'명교라니....?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지?'


당황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는 나를 보며 당소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티 나는 경공을 사용하면서 몰랐을 거라 생각했나? 전에도 말했다시피 출신은 신경 쓰지 않네. 사실 긴가민가했지. 소문으로만 들었던 천마풍운보를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소문이 과장된 게 아니었어."


적대하지 않는다는 건 다행이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신분이 발각될 줄은 몰랐다.

앞으로의 여정에서 더욱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 풀게. 명교의 사정은 잘 알지 못해. 그리고 자네가 그 무공을 사용하는 것도 사정이 있겠지. 다만 내가 해줄 말은...."


말을 잇는 당소평의 표정은 마치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너무 혼자만 짊어지려 하지 말게."


별것 아닌 말이었다.

하지만 그 별것 아닌 말을 들은 나는 가슴 한켠에서 따듯함이 밀려오는 게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 * *


이른 아침, 당문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특별히 챙길 짐도 없었기에 간단히 정리하고 방을 나섰다.

연무장으로 나서자, 이미 준비를 끝낸 조화린과 운백랑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와중 조화린의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흑색 바탕에 백색의 문양이 박힌 무복이었다.


'옷을 챙겨 온 것인가?'


조화린은 연무장이 자신의 무대인 것처럼 한 바퀴 크게 돌았다.


"어제 선아 언니가 선물로 준거에요. 어때요?"

"잘 어울린다."


조화린의 의복자랑이 끝나고 우리는 당가의 대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끼익-


조용히 떠나려 했거늘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가주 당소평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떠나는 건가?"


우리는 깊이 포권하며 대답했다.


"덕분에 호강하고 갑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기별하게."

"도움이 필요 없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당소평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맞는 말이군."


그러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 들었다.

나는 그 검을 이미 본 적이 있었다.


"처음부터 자네를 위한 검이었네. 가져가게."


과분한 선물이었다.

당소평이 며칠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검.

거절할 순 없었다.


"검의 이름은 정하지 않았네."


검을 넘겨받는 나는 담담히 대답했다.


"이 검의 이름은.... 천마검(天魔劍)입니다."


조화린과 운백랑은 천마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당소평은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이름이군."


.

.

.


당소평과 작별을 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사천성을 벗어나고 있었다.


"앗! 당 소저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저건 거짓말이다.

막상 앞에 서면 입을 꾹 다문 벙어리가 되는 운백랑이었다.


"풉, 한마디도 못 할 거면서 또 저런다. 어휴."


조화린의 목소리를 들으며 품에서 구슬을 꺼내 들었다.


구슬 안에 담긴 고독은 섬서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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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화종지회(華終之會) 24.08.17 226 2 11쪽
28 섬서(陝西) 24.08.17 194 3 7쪽
» 천마검(天魔劍) 24.08.16 231 3 10쪽
26 천독단(天毒丹) 24.08.15 211 2 9쪽
25 뇌신(雷神) 24.08.14 236 3 13쪽
24 검산(劍山) 24.08.13 229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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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천마동(天魔洞) 24.08.01 466 5 10쪽
11 흑점(黑點) 24.07.31 36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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