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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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구기
작품등록일 :
2024.07.2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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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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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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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몽산(昏蒙散)

DUMMY

이령현은 서방으로 가는 길목의 도시로 상인들과 표사, 색목인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번화가였다.


"사람들이 엄청 많네요."


끝없이 이어진 상점들과 북적이는 인파들.

조화린은 눈을 반짝이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며 조화린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었다.


운백랑은 뒤통수를 살짝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 이마제님 이후로 색목인은 처음봅니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색다른 외모를 지닌 색목인들의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이쪽이오. 본가에 가서 잠시 몸을 추스르고 얼른 복귀합시다."


금부영이 앞장서서 금강상회(金剛商會)로 향했다.


도착한 금강상회는 성화궁에 버금갈 정도로 웅장한 대저택이었다.


"문을 열어라."


조화린이 작게 속닥거렸다.


"저게 집이라니...거기다 종자(從者)도 있나 봐요."


끼익-


대문이 열리자, 머리가 희끗한 종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고 도련님, 오셨습니까요. 옷이 그게 뭡니까...얼른 안으로 드시지요. 한데...이분들은?"


"철민아저씨, 교의 비무대회에서 만난 동료들입니다. 방으로 안내하고 음식도 준비해주시오."


"그러시군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쪽으로 오시지요."


철민의 안내를 따라 방으로 도착했다.


"내 집이라 생각하시고 편히 계십시오. 곧 음식을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운백랑이 대표로 감사인사를 건넸다.


"대회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운백랑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 말했다.


"아직 끝나진 않았을 겁니다. 천마동이 매몰되기도 했고, 저희를 찾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생각이 짧았군. 하긴...천무대에 들어가는것이 최대의 목표일터'


"백랑의 말이 맞다. 일단 기력을 회복하고 다시 성화봉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잠시 후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음식 준비가 끝났습니다."


철민을 따라간 곳은 저택의 한쪽에 있는 정자였다.

정자에는 각종 진수성찬이 마련되어 있었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진미들은 식탁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금부영은 옷을 갈아입고 이미 정자에 나와 있었다.


"부영님! 매일 먹는다는게 사실이었네요?"

"크흠. 어서들 드시오."


체력과 기력 모두 바닥이었던 우리는 게걸스럽게 음식들을 해치웠다.


'맛이 좋군. 금부영이놈...매일 이런 음식을 먹으니 살이 그렇게 찔 수밖에.'


"임형, 이제 어찌할 생각이오?"


금부영이 기름기가 묻은 입가를 닦으며 물었다.


"어찌하긴...다시 돌아가서 운백랑이 화령신단을 복용했다고 알려야지."

"백랑님과 천호님은 무난히 천무대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부럽다...."

"이차전부터 지금까지 모두 같이 이루어낸 결과이니 감안해 달라고 해야지."


금부영이 조금 찔리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금부영, 어찌 됐든 너도 함께했으니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다."

"알겠소...모두 감사하오."


그때 철민이 그릇을 들고 나타났다.


"도련님, 탕약을 가져왔습니다."

"거기 내려두시오."

"마님께 혼납니다요. 드시는 것을 보고 물러나겠습니다."


'저건...?'


약재의 향 사이에 미묘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철민이라고했나?"

"예. 공자님."

"탕약의 향이 아주 좋군."

"온갖 귀한 약재들이 다 들어 있습니다."

"한 번 볼 수 있겠나?"

"...예."


찰나였지만 철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탕약의 그릇을 들고 향을 맡았다.

그윽한 약재들의 사이로 코를 찌르는 약간의 매캐함이 섞여 있었다.


'혼몽산(昏蒙散)이군....'


쨍그랑-


그릇을 실수인 양 바닥에 떨궈 깨버렸다.


"천호님!!! 그걸 깨뜨리면 어떻게 해요!"

"임형, 그걸 놓치면 어떡합니까!"


조화린과 운백랑은 민망함에 소리를 질렀다.


"미안하군. 순간 손에 힘이 빠져버렸네."

"괜찮습니다. 도련님, 금방 새로 대령하겠습니다."


깨진 그릇을 들고 철민이 물러났다.


"...임형, 일부러 그러신 거 맞습니까?"


눈치가 없다고 조화린에게 구박받던 운백랑은 이런 쪽으로는 눈치가 빨랐다.


고개를 끄덕이며 금부영에게 물었다.


"금부영, 저 탕약은 언제부터 먹었나?"

"정확한 시기는 알지 못하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먹던 약이오. 왜 그러시오?"

"그것을 준비한 게 마님이라면 어머니인가?"

"그렇소. 친어머니나 마찬가지요."


조화린이 끼어들었다.


"그 말은 친어머니는 아니란 말인가요.?"

"그렇소. 친어머니는 둘째 부인이셨는데 내가 태어나고 얼마 뒤 돌아가셨다고 들었소."

"그럼 형님이 계시다는건...?"

"우린 배다른 형제요. 내가 어릴 때부터 게으르고 살이 많이 찌는 편이라 저 탕약의 재료를 매번 어머니께서 준비해 주셨소."


어찌 된일인지 그림이 그려졌다. 악독한 여인이군...


탕약에는 혼몽산(昏蒙散)이 섞여 있었다. 먹은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나태함에 빠져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독약에 가까운 것이다.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오래 복용했다면, 이미 만성의 상태일 수도 있다.'


"네가 게으르고 살이 쪄서 탕약을 먹어야 되는게 아니라 탕약을 먹어서 게을러지고 살이 찐것이다."


금부영은 항상 고맙게 생각하던 어머니의 정성을 욕되게 하는 천호를 보며 역정을 냈다.


"임공자!!! 말이 너무 심하시오. 지금 내가 이런 것이 어머니 때문이란 말이오!!?"


"네가 먹은 탕약에는 혼몽산(昏蒙散)이 섞여 있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내가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지 않소!"


"알기 힘든 비율이었다. 그리고 네 어머니라고는 하지 않았다. 철민이라는 종자의 짓일 수도 있는 거지."


"천호님 왜 그러세요."


"너무 음모론 아닙니까. 만약 오해라면 전 고개를 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조화린과 백운랑이 금부영의 눈치를 살폈다.


"여기서 오래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내가 하는 것을 믿고 지켜봐라."


다시 탕약을 들고 철민이 나타났다.


"바닥의 그릇은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금부영에게 탕약을 내미는 걸 낚아챘다.


"..탕약을 드시고 싶으시면 따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건 도련님이 드셔야 합니다."


나는 그말을 무시하고 약초를 캘 때 사용하던 은침을 품에서 꺼냈다.

탕약에 닿은 은침은 곧 끝부분이 마치 타들어 간 듯한 흔적을 남겼다.


"참으로 좋은 게 들어갔나 보군."


그것을 본 다른 이들의 눈은 놀람에 크게 휘둥그레졌다.

특히 조화린은 경악한 나머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철민은 대단한 자였다. 놀랄만한 상황이었지만 여유있는 웃음을 띠며 말했다.


"오해가 있을 만합니다. 맞습니다. 도련님의 탕약에는 독으로 오해할 만한 약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나 흔히 쓰이는 보약인 십전대보탕에 은침을 넣어도 색이 변할 수 있습니다. 동료분들이 부영도련님을 생각하는 뜻은 잘알겠으나 부디 경솔한 판단은 삼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역시...혼자벌인일이 아니로군.'


"경솔한판단...훗. 믿는 구석이 있는가 보구나"


철민은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풋내기들이 무슨 수로 증명할 수 있겠나? 주제넘게 나서는구나.'


"믿는 구석이라뇨. 당치 않습니다. 그저 도련님의 건강을 걱정해."


"..내가 지금 너와 말씨름을 하는것 같으냐?"


철민의 말을 끊으며 천호는 몸 안에 휘몰아치는 기운을 조절해 개방했다. 이룡의 내단까지 흡수한 그의 내력은 천마였던 시절에 버금갈 정도 였다.


"으읔"


철민은 흉포한 기운에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천...천호님. 숨 쉬기가...힘들어요."


조화린의 말에 기운을 조금 누그러뜨리며 은침을 철민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이 은침은 약재 중에서도 극독에 해당하는 독만이 색을 변화시킨다."


철민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 탕약에 든 것은 혼몽산(昏蒙散)이다."


천호의 말은 의심이나 질문이 아니었다. 독의 정체를 확실히 알고 있는 듯한 말투.


철민은 눈앞에 깜깜해졌다.


"입을 계속 다물고 있다면 네놈의 짓이라 판단하여 이 자리에서 목을 치겠다."


금부영은 목을 치겠다는 천호의 말에 어릴 때부터 삼촌처럼 여기며 정이든 철민을 비호하려 했다.


"잠...잠깐 기다려주시오. 저 말이 사실이냐...? 내가 어릴 때부터 삼촌이라며 따르지 않았나? 얼른 말해보시오!"


철민은 어렵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작은 도련님..."


그때 소란을 듣고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게 무슨일이오.?"


모두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햇볕에 그을려 있었고, 날카로운 눈매는 장사꾼으로서의 세월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금부영과 닮았군.'


금강상단의 가주인 금치상이었다.

옆에는 부인으로 보이는 여인과 종자들도 함께였다.


"가주님."


금부영이 미간을 좁히며 가주에게 인사했다.


"부영아 이게 무슨 일이냐? 저 녀석은 왜 무릎을 꿇고 있느냐?"


"철민이 들고 온 탕약에 독약이 포함되어 있어 진상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독이라니...무슨 말이냐?"


가주가 철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것이..."


"제가 설명하지요."


철민의 말을 끊으며 부인이 나섰다.


"부영이가 어릴 적부터 천성이 게으르고 식탐을 참지 못하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가주가 그건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알고 있소."


"탕약에는 몸에 좋은 온갖 약재를 비롯해 몸을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약간의 독의 성분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나 그것은 인체에 무해한 것이옵니다. 아시다시피 독은 어떻게 쓰이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준비된 듯한 완벽한 대답이었다.


'한번은 걸릴 줄 알았다는 건가? 가주가 나타나다니...복잡해지기 전에 끝낸다.'


파앙-


천호의 신형이 사라졌다가 나타났고 그의 손에는 작은 포가 쥐어져 있었다.


"이것이 그 탕약에 들어갔던 독입니다."


철민은 천호의 손에 들려진 독포를 발견하곤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아니 그것을 어찌!"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이 실수였다는 걸 깨닫곤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이미 모든 사람이 들었다.


가주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것이 인체에 무해한 것이라면 지금 종자에게 먹으라 해보십시오."


그 말을 들은 철민은 가주를 향해 변명하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전 그저 부인께서 시키신 대로만."


"천하의 배은망덕 한놈! 잘못을 뉘우쳐도 부족할 것인데 감히 나에게 뒤집어씌우려 해?"


대단한 여자였다. 철판을 깔고 꼬리를 잘라버리려 하다니...


'악독한 년이로고...'


금부영을 슬쩍 보니 분노를 참고 있었다.


'상황판단은 똑바로 한 모양이군.'


가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상황을 주시하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철민은 뇌옥에 가두고, 부인과 부영은 나를 따라오도록 하라. 손님들께 불미스러운 광경을 보여드려 송구하오. 집안의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이만 물러가 주신다면 대단히 감사하겠소."


* * *


거의 내쫒기다싶이 상단을 빠져나왔다.


"불청객 취급을 받아 버렸습니다."


운백랑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영님은 괜찮으시겠죠? 그나저나 천호님 도대체 어떻게 아신 거에요?"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너희와는 살아온 세월이 다르니라...


"촉이다."


!!


조화린이 어이없는 말에 흥분하며 목소리가 커졌다.


"뭐라구요? 부영님한테 옮으신 건 아니죠?"


"난 촉이 좋은 편이지. 부영은 알아서 잘할 것이니 우린 얼른 복귀하도록 한다."


운백랑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전 촉이 좋다는 말 이제 안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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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독인(毒人) 24.08.06 292 5 10쪽
» 혼몽산(昏蒙散) 24.08.05 30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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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룡(螭龍) 24.08.03 327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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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흑점(黑點) 24.07.31 36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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