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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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구기
작품등록일 :
2024.07.2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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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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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곤륜(崑崙)

DUMMY

바람은 산들산들 불어와 옷자락을 가볍게 흔들고, 따스한 햇살이 대지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천하를 유람하기 좋은 날이었다.

고독을 보며 유람하는 것이긴 하지만...

경공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천호님, 한시가 급한 일이잖아요. 경공을 사용하던가! 마부를 고용하던가! 네에?"

"화린의 말에 동의합니다!"


어차피 이런 일은 급하게 설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애송이들이 뭘 알까. 쯧쯧


"그렇게 도착하면 그 뒤에는 어떻게 할 계획이냐?"


본단을 벗어난지 닷새.

닷새 내내 빨리 가야 한다며 고독의 희생자들이 우릴 기다린다느니, 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느니 온갖 이유를 대던 둘은 잠시 벙어리가 된듯했다.


"어떻게 하긴요. 흉수를 발견해서 제압한 다음 교로 데려가야죠!"


"맞습니다!"


누군가 듣는다면 절세의 고수들이 하산한 줄 알겠구나.


"너희들은 교를 완전히 벗어나 정파나 세외의 영역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느냐?"

"그런 적은 당연히 없습니다!"

"없죠...."


객사라는 말이 떠올랐다.

객사란 타지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 객사지만, 내가 생각하는 객사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무림인이 객사를 당한다는 건 자신을 과대평가해 더 강한 고수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객사였다.

고로 이것들은 일각 후라도 객사를 당할 수 있는 애송이들이다.


"너희는 객사할 팔자다."

"갑자기요!?"

"어찌 그런 막말을 하십니까!"


쯧쯧


"너희 나이에 그 정도의 경지는 아주 훌륭해. 또래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걸 배려해 주는 적이 있을까? 또래가 아닌 한명의 무림인으로 본다면 너희는 바닥에 기어다니는 개미보다 못한 수준이다."


개미라고 말하고 조금은 후회했다. 쥐새끼 정도로 해줄걸 그랬나?


조화린과 운백랑은 개미 수준이라는 말이 충격이었는지 눈을 껌뻑거리며 천호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실전에선 너희의 사정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맞는 말씀입니다."

"...."


조화린은 입술을 움찔움찔하는 것이 할 말이 있는듯했다.


"조화린, 할 말 있느냐?"

"물어볼 것이 있어요."

"뭐냐?"

"천호님도... 우리 또래잖아요? 무공이 출중하신 건 이미 알고 있어요. 그런데... 말투는 왜 그렇게 할아버지 말투인 건가요?"

"그건 저도 궁금했습니다!"


충격적이었다.

할아버지 말투라니... 거기다 조화린의 표정.

진심이었다.


"내 말투가 이상하다는 뜻이냐?"

"네, 꼭 할아버지들 말투를 따라 하는 것 같아요."


말이 나올 때는 뇌의 신경으로부터 시작되어 성대를 거쳐 혀의 놀림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었나? 조화린의 말은 혀끝에서 바로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태어날 때부터 이 말투였다."


천호의 발언으로 날 때부터 할아버지였다고 생각하는 조화린이었다.


* * *


고독이 이끈 곳은 천산산맥의 남쪽에 위치한 곤륜산맥.

명교와는 인연이 깊은 곤륜파가 있는 곤륜산맥이었다.

물론 나쁜 인연이었다.

명교는 교주의 선출부터 시작해 그 아래 마존들과 천무대주.

모두가 실력으로 선출되는 강자존이었다.

교의 무인들은 점점 강함만을 추구했고, 그건 도가 계열의 문파와는 척을 지게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이유는 편할 대로 붙힌 것 뿐이지만....'


곤륜산의 아래, 곤륜파의 앞마당이라고 할수있는 백련촌에 도착했다.


"잠시 요기도 할 겸 쉬어가지."

"야호! 전 동파육으로 할래요!"

"전 소면을 먹고 싶습니다!"


곤륜파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도포(道袍)의 구린내가 나는 듯한 마을이었다.


'말코 놈들 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만'


마을 중앙에 있는 청허객잔이라 걸린 건물로 들어갔다.


'객잔도 도를 찾고 있나...?'


"어서옵쇼!"


나이가 비슷한 또래의 점소이가 웃으며 반겼다.


내부에는 평범한 상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동파육과 소면 두그릇."

"다시 한번 말해 주시겠어요?"

"동파육과 소면 두그릇."

"어어. 동파육과 소면 두그릇!"


뭔가 말이 짧다는 느낌은 기분 탓인 걸까.


한참을 기다린 후에 음식이 나왔다.


"소면은 어디?"


운백랑이 손짓으로 알려줬다.


탁!


"동파육은 어디?"


"여기"


푸흡! 조화린다웠다.


반말에는 반말로 대답하면 그만.


점소이는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조화린의 앞에 동파육을 내려놓았다.


"늦어서 죄송!"


바쁘다는 핑계를 쓴 버릇을 고쳐줄 필요가 있었다.


"반말하지 마라."


점소이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에~? 제가 언제요~?"


뭐냐. 저 엄청난 표정은...

누가 보더라도 누명을 쓴 듯한 사람으로 보였다.

차라리 점소이 말고 경극을 했으면 대성할 표정 관리였다.


"우리 다른객잔으로 가죠?"


조화린은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저, 백련촌은 처음 방문하시는 것 같군요."


사람의 인상은 표정뿐 아니라 말투와 목소리도 함께 포함된다.

지금 말한 녀석은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기름기가 줄줄 흐를 것같이 생겼을거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아니나 다를까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미소 짓는 사내가 보였다.


"네. 처음입니다."


조화린의 차가운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백색무복을 입고 있는 그의 가슴에는 구름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곤륜파인가...'


"그러신 것 같았습니다. 이곳 백련촌은 객잔이 이곳밖에 없습니다."

"네. 그럼 다른 마을로 가면 그만이죠."

"이곳 백련촌에는 대나무숲이 아주 일품입니다. 갈땐 가시더라도 한번 구경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도를 깨닫는다는 놈들이 여인에게 추파나 던지다니... 쯧쯧'


소면에 집중하던 운백랑이 거들었다.


"호의는 감사하나... 갈 길이 멉니다."


백색무복은 운백랑이 끼어든 것이 불편했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상황은 사실 굉장히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무림초출인 애송이 둘과 정파의 영역 안.

거기다 구파일방의 한곳인 곤륜파의 제자를 마주치다니... 밥도 편히 못 먹는군.


백색무복은 운백랑의 옆에 있는 혈광마창(血光魔槍)을 잠시 바라봤다.


"창객이신가봅니다."

"그렇습니다."

"창을 쓰는 자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것이 있었는데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물어보십시오."


물어보라는 말에 눈웃음을 지으며,


"백일 도, 천일 창, 만일 검이라는말에 동의하시는지요?"


누구로부터 시작된 말인지는 모른다.

그저 검을 쓰는 자가 많아서 그런 거라 추측할 뿐.

지금 이 상황에서 저것을 물어본다는 건 명백한 도발이었다.

창은 천일이면 익히지만 검은 만일 동안 익혀야 한다.

즉, 검이야말로 만병지왕이라는 뜻이었다.


'도발의 기술이 상당하군. 자. 백랑. 반격하라!'


"동의하지 않습니다."


짧고 굵은 대답이었다.


"그렇습니까...? 저와는 견해가 다르시군요. 창이라... 창객이 드물어 무도를 나누기가 쉽지 않습니다. 누구의 견해가 맞는지 확인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 있자니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그냥 한판 붙자는 말을 그렇게 길게 할 수가 있군. 예전에도 도사 놈들 말을 듣다 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한 게 여기가 어딘지도 헷갈릴 정도였지.'


"각자의 생각은 다른 법. 괜찮습니다."


운백랑은 임무를 잊지 않고 있었다.

백색무복은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조화린을 바라봤다.


"소저, 호위를 교체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이리 자신감이 없어서야 원..."


무슨 생각을 하길래 호위로 본 건지 알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짐꾼인가?


그때 조화린이 운백랑의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백랑호위보다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말이죠."


운백랑이 잠시 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찌할지 알려달라는 눈빛이었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봤을 때 백색무복은 운백랑보다 아래다.


'고작 해봐야 이대 제자쯤 되겠군.'


문파에서 뭘 배우면 벌써부터 저렇게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찌하긴 뭘 어찌하겠는가?

당연히 박살 내버려야지.


"객잔은 좁으니 밖으로 나갑시다."


듣고 싶은 말을 들었는지 백색무복은 홱 돌아서 객잔을 나갔다.


객잔 밖은 벌써 소문이 났는지 근방의 주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무림에선 항상 입을 조심해야 한다. 백색무복과 운백랑이 대화할 때 누구도 객잔을 빠져나가지 않았건만,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던가? 만 리도 거뜬할듯싶었다.


백색무복이 양팔을 하늘로 치켜올리며 몸을 풀었다.


'가지가지 하는구만.'


몸을 푼 백색무복이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저는 곤륜파의 이대 제자 '련비'라 합니다."

"혈광마... 혈광창의 운백랑이라 합니다."


운백랑의 재치에 감탄했다.


'꽉 막힌 놈인 줄 알았더니... 상황 파악은 확실히 하는군.'


련비라 소개한 녀석은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을 의식하는 듯했다.


"운소협, 선공을 양보하겠소."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크큭. 선공을 양보하겠소~? 도사의 칭호도 받지못한 이대 제자 주제에... 누가 보면 곤륜의 장로라도 되는줄 알겠다.'


선공을 양보한다는데 굳이 거부할 필요도 없었다.


"그럼 조심하시오."


쇄액-


운백랑이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련비의 허벅지를 노리며 창을 찔렀다.

련비는 창이 찔러오는 다리를 미끄러지듯 뒤쪽으로 흘리면서 반바퀴를 돌아 운백랑이 있던 곳에서 다시 서로를 마주봤다.


뒷짐을 지고 있는 자세가 묘하게 잘 어울렸다.

그만큼 뒷짐을 지고 거들먹거리는 게 몸에 익은 듯이 보였다.


챙-


검을 뽑은 련비가 경신술을 사용해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창객과의 경험이 있는듯했다.

창의 약점은 떨어지는 것이 아닌 짦은간격이었다.


운백랑은 련비의 의도를 알아채고 횡으로 이동하며 창의 공격 범위를 확보하려 했다.

운백랑과 련비는 큰 원을 그리듯 움직이며, 신경전을 벌이는 듯했다.


그때 련비의 검신에 푸른색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음..태청검(太淸劍)인가.? 어울리지 않는 검을 쓰는군'


태청검(太淸劍)은 도사의 칭호를 받기 전 수련하는 검법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음양의 조화를 이해하며 펼치는 태청검법은 기운을 드러내기만 해도 사악(邪惡)이 사라진다고 했다.


련비는 푸른 기운을 담아 운백랑에게 돌진했다.

운백랑의 창끝도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채챙- 채채채챙-


몇번의 합을 주고받은 뒤 다시 거리를 벌렸다.


잠시 소강상태를 지나 두 사람의 기운이 커지기 시작했다.

암묵적인 합의였을까?

절기를 준비하는 듯 했다.


슬슬 나서야 할 때가 온 듯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기 전에....


하지만 먼저 무대위로 올라온 사람이 있었다.


"훌륭한 비무였네. 무림의 앞날이 밝겠구려. 원시천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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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흉계(凶計) 24.08.19 162 2 9쪽
30 매화이십사수(梅花二十四手) 24.08.18 214 2 8쪽
29 화종지회(華終之會) 24.08.17 227 2 11쪽
28 섬서(陝西) 24.08.17 194 3 7쪽
27 천마검(天魔劍) 24.08.16 231 3 10쪽
26 천독단(天毒丹) 24.08.15 211 2 9쪽
25 뇌신(雷神) 24.08.14 236 3 13쪽
24 검산(劍山) 24.08.13 229 3 8쪽
23 사천당문(四川唐門) 24.08.12 227 2 8쪽
22 운룡(雲龍) 24.08.11 229 3 8쪽
21 대나무숲(竹林) 24.08.10 246 4 8쪽
» 곤륜(崑崙) 24.08.09 303 4 11쪽
19 특별임무(特別任務) 24.08.08 306 4 9쪽
18 흑월(黑月) 24.08.07 280 3 8쪽
17 독인(毒人) 24.08.06 293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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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천마동(天魔洞) 24.08.01 467 5 10쪽
11 흑점(黑點) 24.07.31 36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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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혈광마창(血光魔槍) 24.07.27 457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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