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오드뷔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5 11:36
최근연재일 :
2024.09.19 08:0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7,231
추천수 :
186
글자수 :
350,497

작성
24.08.20 08:05
조회
128
추천
3
글자
13쪽

지구로

DUMMY

서준이 갑자기 입을 벌리고 마비되는 등의 약간의 소동은 좀 있었지만, 마르가렛과의 면담은 잘 마무리했다.

마지막에 마르가렛이 우리 아리엘님을 잘 부탁드린다는 이상한 말만 안 했어도 잘 마무리가 되었을 것 같은데. 좀 목덜미가 서늘하다.

어쨌든 아리엘 본인의 입으로 들은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자신을 데리러 와 달라는 의사는 정확히 전해 받았다. 이제는 서준이 판단할 시간이다.


- 어떻게 하실 겁니까.


민님의 목소리가 차갑다 못해 얼어붙을 지경이다.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저러나.


“글쎄. 일반적인 스토리라면 지금이라도 바로 달려가는 게 맞겠지. 그렇지만 그건 너무 비현실적인 생각이야.”


- 언제부터 그런 거 따지셨다고 그러십니까? 뭐하십니까? 얼른 그 팔찌를 부여잡으시고 애타게 관리자님을 기다리는 그 풍요로운 세계에 풍덩 뛰어들지 않으시고요.


아니, 민님이 뛰어들라는 그 풍요로운 세계란 어디의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솔직히 지금이라도 아리엘을 데리러 가고 싶다. 하지만 아리엘은 자신의 의지로 제노시타에 있는 것이지 붙잡혀 있는 건 아니다. 그 의지라는 것은 분명 다른 일족의 안전과도 관계되는 일일 것이다.

아리엘은 알고 있다. 지금의 세레스타가 제노시타와 대항하기에는 여러모로 역 부족이라는 것을, 그래서 맞서 싸우기보다는 훗날을 도모하기로 한 것이다. 언젠가는 데리러 오라는 말도 그런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민님.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큰 단기 목표가 뭐지?”


- 행성의 거주자를 늘려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위대한 순환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그렇다. 이 초기 스타트 업 같은 행성은 아직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이상한 일에 말려 10억 가까운 큰 마나를 얻긴 했지만, 그건 정상적인 순환 시스템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그냥 얻어걸린 행운일 뿐이다.

나에게 항상 행운이 반복되리라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초기에 어설픈 성공을 거둔 스타트 업이 오래 못 가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실력과 행운은 다르다.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순환 시스템을 정착해 세레스타를 말 그대로 정상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새로운 거주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낮지?”


- 일부러 흙탕물에 뛰어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민님의 말이 맞다. 쿠르베임이랑 같은 행성에 살면 자신도 쿠르베임과 동격이 된다. 강제로 끌고 오는 방법이 아닌 이상 제 발로 이 행성에 걸어오겠다는 사람은 아마 이 우주에 없을 것이다.

아리엘의 이주를 허락한 시점에서 이미 정상적인 방법으로 거주자를 구한다는 건 물 건너간 일이다.


“그렇지만 이 우주에도 별종들이 있지는 않아?”


-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별종들은 아마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몽땅 도태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민님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시스템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서 시스템에 저항하는 이들은 이 우주에서 이미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우주도 사람사는 세상이다. 세상 어디를 가나 별종은 있게 마련이다. 수조 아니 수억 조가 넘는 지성체가 이 우주에 있다고 한다. 엔트리를 하지 않아 시스템에 잡히지 않는 행성에 있는 지성체도 많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 중에 편견 없고 시스템의 규칙에 개의치 않는 별종들이 정말 하나도 없을까? 일말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어볼 필요는 있다.


“민님. 우선 거주자 신청 시스템의 우리 행성 소개 글에 이렇게 올려줄 수 있어?”


- 말씀하세요.


“전혀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오세요. 과거도 묻지 않습니다. 현재도 묻지 않습니다. 신청 즉시 정식 거주자로 승인. 모든 이주 경비는 세레스타에서 부담합니다.

지금 바로 미래가 있는 행성 세레스타에서 당신의 안식처를 얻으세요. 본인은 이주 의사가 없지만 이주할 만한 사람을 알고 계십니까?

소개 한 명당 소정의 소개비도 드립니다. 자세한 건 세레스타 관리자에게 문의하세요.”


민님은 잠시 말을 잊은 듯 가만히 있다. 무슨 사기꾼 행성 같은 느낌이 난다며 투덜대기는 했지만, 이주 지원 시스템의 행성 소개 글을 서준이 말한대로 업데이트했다. 그러고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 관리자님.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관리자님은 지구에서도 별종이셨습니까?


“아니, 무슨 말이야. 민님.”


- 별종스러운 사고나 행동이 제가 볼 때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말입니다. 지구에서도 꽤나 별종 소리를 들으셨을 것 같아서요.


“무슨 소리야. 민님. 난 지극히 상식인의 범주였지. 진짜야. 거짓말 아니라고.”


민님은 조용히 한숨을 쉰다.


- 제가 보는 관리자님이 상식인의 범주라면 관리자님이 계셨던 지구라는 곳은 정말 별종들만 사는 곳이군요.


그래. 나 같은 사람들이 많지. 지구에는 말이야.


서준은 민님의 말에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다. 아마 이 행성에 온 이후로 이렇게 큰 소리로 웃어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정말 눈물이 쏙 빠질 때까지 시원하게 웃었다.

급기야 바닥까지 뒹굴며 웃음을 참지 못해 한참을 끄윽 대던 서준이 눈에 맺힌 눈물을 쓱 닦고 일어나더니 민님을 불렀다.


“민님 덕분에 생각이 난 건데. 할 말이 좀 있는데 말이야.”


- 말씀하세요.


“나 집에 좀 갈께.”


- 아직 퇴근하실 시간은 아니신 거 같은데요.


“아니. 지구 말이야.”


민님은 답이 없다. 한참을 말이 없더니 서준에게 되묻는다.


- 지금 바로 가시겠습니까?


“일단 집에 가기 전에 몇 가지 정리 좀 해둘 게 있어. 민님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 말씀하세요. 저는 관리자님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관리 단말입니다. 모든 것은 관리자님의 뜻대로.


서준은 빙긋이 웃었다. 확실히 업데이트 이후 민님에게는 변화가 있어 보인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준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계속 대화한 사이다.

아마 지구의 가족도 민님만큼 서준을 잘 알지 못할 것 같다. 지금도 서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새침을 뗀다.

몇 번이고 자기 생각 좀 읽지 말라고 투덜대면서 머릿속에서 말 걸지 말고 다른 단말처럼 소리로 대화하자고 해도 끝까지 자기는 관리자님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고집부리는 녀석이다.

매번 빈정거리거나, 뜬금없이 침 날리기도 하고, 늘 투덜대기는 해도 은근히 귀여운 맛이 있다.


“고마워. 민님. 뭐니 뭐니 해도 민님이 최고인 것 같아.”


- 그렇게 말하셔도 저에게서 나올 건 하나도 없습니다. 과도한 칭찬은 오히려 기분이 나빠집니다.


츤데레다. 츤데레 맞다니까. 서준은 빙그레 웃었다.


이후 한참을 서준은 민님과 자신이 지구에 돌아간 이후의 일에 대해 논의했다. 민님은 때로는 강하게 반발하고 때로는 별말 없이 수긍하며, 자료를 찾고 연님에게 일을 지시하고 바쁘게 움직였다.


서준은 관리 탑을 기준으로 북서쪽에 아리엘 일족의 거처가 될 숲을 조성하라고 민님에게 지시했다. 이후 호수나 산 등의 지형을 추가하기 위한 공간은 어느 정도 남겨두는 것도 잊지 말라고 했다.

<기본 환경 관리>에는 지형을 설정하는 기능은 따로 없기 때문에 지형 설정은 또 따로 앱을 구매해서 생성해야 한다. 복잡하다. 복잡해. 지형 생성 문제도 있어 조만간 환경 조성이 끝나는 재개발 1구역은 딱히 건드리지 말고 식생을 충분히 배양해둘 것도 부탁했다.


행성 개발은 우선 구역 별로 하나씩 해 나가기로 한다. 재정 압박이 우려되어 사용을 봉인한 <시계> 앱을 모듈처럼 사용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덕이 크다. 덕분에 반경 50km 기준으로 당초 10일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9등급 기준 개발 일정이 20% 정도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가속 효율화를 위해 <시계> 앱의 등급을 올리고 싶었지만 9등급에서 8등급으로 등급 상승하는 것만 마나가 거의 10억 마나를 넘어간다. 1등급까지 올리는데 얼마가 들어갈지 상상조차 하기 싫어진다. 하지만 역으로 최저 등급 상승에 소모되는 마나 양만 봐도 <시계> 앱은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있다.


아, 그리고 단독 앱이 아닌 모듈로 사용하기 시작한 <시계> 앱의 툴팁 설명이 좀 변화했다.



[앱: 시계]

시간을 볼 수 있는 앱입니다. 모듈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아주 정확합니다. 하지만 시계는 시간을 볼 수 있는 도구가 아닙니다. 시간을 규정하는 도구입니다.



시간을 규정하는 도구란 말이 추가되었다. 그냥 보면 수수께끼같이 알쏭달쏭한 말이다지만 서준을 이 툴팁을 보는 순간 딱 느낌이 왔다. 다행히 우리 지구에는 시간에 대해서는 모든 우주를 통틀어 최고라 할 수 있는 분이 계시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상대적인 거라고 우리 우주의 아인슈타인 박사님이 말했다. 상대적이라는 말이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보는 자의 입장에 따라 시간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1분이라는 시간도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미녀와의 1시간은 1분이지만 뜨거운 난로 위에서의 1분은 1시간 같다. 아주 유명한 말이다.


10억을 구해 등급 상승을 시켜보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만 다음 기능에 대한 힌트가 있는 이상 정말 필요할 때 지르기로 했다. 어떤 경우든지 비장의 카드 한 장 정도는 필요하니까 말이었다.


비장의 카드라고 하니 외부로부터의 침입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레로님이 움직이지 않는 한 저번 같은 초유의 사태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은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다른 세력이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예전과는 상황도 다르다.

그 때는 행성을 탈탈 털어 100만 마나도 안 되는 거지 행성이었다면 지금은 그래도 10억 가까운 마나를 보유한 레벨 8 행성이다.

예전에는 가진 게 없어 용감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거주자들도 있고 잃을 것도 좀 있다. 저번 방어전 때 얻은 매치 메이킹 회피권이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레벨 8이 됐다고 우쭐대고는 있지만 현재 최고 레벨은 네자릿수가 넘는다고 한다. 어디서 명함을 내밀겠느냐마는 그래도 얼마 전까지 등급 외였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다.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다.


대견하다. 강 서준.


“이 정도면 대충 마무리한 건가.”


지구로 돌아간다. 세레스타에 온 지 벌써 일주일 가까이 되었다. 일주일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차원 균열이라는 것에 휘말려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눈을 떴을 때의 공포. 그때 머리 속에 갑자기 나타난 관리 단말이라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뜬금없이 갑자기 관리자를 해달라고 사정해서 어쩔 수 없이 행성 관리자의 자리를 맡았던 일. 지금 생각해 보면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지구에 돌아가고 싶어 안달을 냈었는데 막상 돌아간다고 하니 생각만큼 기쁘지는 않다.


- 관리자님. 현재까지 관리자님의 지시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이해했습니다. 더 지시하실 내용은 없으십니까?


“아냐. 일단 이 정도면 충분할 거 같아.”


민님의 최종 체크에 답하는 서준은 지금 여기 세레스타에 올 때랑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민님이 바쁘게 일하는 동안 서준은 관리자 거처에 잠시 다녀왔다. 침대 위에 서준의 등산 모자와 장갑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간 수고해 준 원님과 연님에게 감사하며 모자를 쓰고 장갑을 꼈다. 빠진 건 없나 꼼꼼하게 배낭을 챙긴 다음 서준이 처음 이 행성에 눈을 뜬 바로 그 자리에 다시 섰다.


서준은 민님에게 떠나기 전 마지막 지시를 내린다.


“연님의 테스트 결과에는 일단 문제가 없었지만, 혹시나 비상 상황이 생기면, 방금 녹음한 메시지를 레로님에게 전달해 줘.”


민님은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답한다.


- 알겠습니다. 관리자님


이제는 정말 갈 시간이다. 서준은 망설임 없이 민님에게 <차원 이동 NEO Ex>의 활성화를 요청한다.


- <차원 이동 NEO Ex>의 활성화 확인하였습니다. 차원 이동 좌표 확인. 확인했습니다. 대상 지정했습니다. 실행할까요?


“실행해 줘.”


- 실행합니다.


서준의 몸 주변에서 빛이 나더니 서준의 모습이 점점 빛의 저 너머로 사라져 간다. 서준의 모습은 세레스타와 지구의 경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가족이 기다리는 지구로 돌아간다.


“다녀올게. 민님.”


- 조심해서 다녀오시기를 바랍니다. 관리자님.


그럼, 이제 가볼까.


지구에 세레스타를 알리러.



작가의말

25화입니다. 1장이 끝났습니다. 2장부터는 지구와 세레스타를 오가며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이 변경될 예정입니다 (변경완료) 24.09.04 15 0 -
공지 한시적 표지 변경 (성윤주) 및 연참 안내 24.08.24 14 0 -
공지 (첫공지) 일연 승급 신고와 제목 변경을 고려 중입니다 24.08.16 58 0 -
60 한-세 정상회담 NEW 19시간 전 20 2 13쪽
59 시간의 감옥 24.09.18 25 2 13쪽
58 이거 참 교육이 필요하겠네요 24.09.17 32 2 13쪽
57 이것이 바로 연료 X입니다 24.09.16 32 2 13쪽
56 카리나님의 선물 24.09.15 33 3 14쪽
55 습격의 배후 24.09.14 35 2 12쪽
54 뜻밖의 습격 24.09.13 36 2 12쪽
53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2) 24.09.12 38 2 12쪽
52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1) 24.09.11 39 2 12쪽
51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2) 24.09.10 47 2 13쪽
50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1) 24.09.09 51 2 16쪽
49 저보고 300조의 남자라는데요 24.09.08 79 2 14쪽
48 자고 일어났더니 거물이 되어 있었다 24.09.07 79 2 13쪽
47 가족의 시간 24.09.07 84 2 12쪽
46 쑨 웨이밍 회장 24.09.06 95 3 12쪽
45 여신 강림 24.09.06 103 2 13쪽
44 지구는 새로운 에너지를 원해요 24.09.05 110 3 12쪽
43 새로운 흑막? 새로운 목표! 24.09.04 111 2 16쪽
42 이대로 재벌물로 가나요 24.09.03 111 2 13쪽
41 진짜 별일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1 24.09.02 111 4 13쪽
40 관리자님의 씨를 좀 나눠주시겠습니까 24.09.01 111 3 13쪽
39 퓨리오타 방어전 (4) 24.08.31 112 4 13쪽
38 퓨리오타 방어전 (3) 24.08.31 112 4 13쪽
37 퓨리오타 방어전 (2) 24.08.30 112 3 12쪽
36 퓨리오타 방어전 (1) 24.08.29 112 3 13쪽
35 전설의 3연벙 전략 24.08.28 117 3 14쪽
34 1인 용병단 결성 24.08.28 116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