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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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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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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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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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武陵)(1)

DUMMY

‘사마가’ 감녕의 입에서 사마가가 튀어 나왔다.


사마가는 새빨간 얼굴에 푸른 눈동자를 번뜩이며 철질려골타(鐵蒺藜骨朶)라는 둔기와 활을 잘 다루는 장수로 알려져 있다.


연의에서는 이릉대전에서 감녕을 화살로 사살하는 활약을 하기도 하지만, 감녕 사살은 연의에서의 창작으로 감녕은 실제로 이릉대전이 일어나기 한참 전인 219년 사망했다.


어찌 됐든 감녕의 입에서 자기를 죽인 사마가 이름이 나오는 게 신기했고, 이민족이라는 생소한 사람들에게 흥미가 돋았다.


“네. 조심하도록 하지요. 그러면 출발을 준비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동료된 기념으로 무릉까지는 편하게 가실 수 있도록 제 배로 모시겠습니다.”


“오!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출발할 때 뵙도록 하지요.”


감녕은 연무장을 빠져나갔고 나는 갑자기 온몸의 고통이 밀려왔다.


“아까 한바탕 세게 굴렸지··· 젠장.”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의원이라도 모시고 올까요?”


서성이 물었지만 나는 괜찮다고 했다. 굴러서 이리저리 까진 곳이 생겼지만, 상태는 괜찮았다.


“됐네. 오늘은 이만 쉬고 싶으니 이만들 나가보게.”


******


서성과 무사들이 나가고 후원 안쪽에 걸터앉아 잠시 쉬고 있으니 한쪽 구석에서 이 모든 것을 구경하고 있던 예형이 나에게 다가왔다.


“공자님, 잠시 대화 나눌 시간이 되는지요?”


지금껏 별채에서 책만 읽고 후원에서 걷는 게 일상의 전부였던 예형이 두 달 만에 말을 걸어왔다.


“말씀하시지요. 예정평님.”


“제가 두 달간 공자님을 지켜보니 공자님은 다른 군주들과 다르게 참으로 특이하십니다.”


“특이하다고요? 제가 뭐가 그리 특이하던가요?”


“일단 부하를 만드는 방법이 참 특이합니다.”


“보통의 군주들은 자신들에게 복종하는 부하들은 선호하지요.


예를 들면 군주들이 저 같은 군사들을 받아들일 때는 군사 관점에서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 똑똑한 곽가나 가후 역시 조조보다 더 나은 예측력과 책모를 가졌지만 스스로 조조보다 한 수 아래임을 자처하며 극구 몸을 접고 들어갔습니다.


그 이유는 역사적으로 군주보다 똑똑한 군사는 언젠가 배척당하거나 좌천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없이 자신을 낮춰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공자님은 먼저 자기 자신을 낮출 줄 압니다. 저를 처음 만났을 때도 막말하며 공자님을 무시하는 저에게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시면서 저에게 친우(親友)가 되자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또한 공자님 곁을 지키는 서성만 봐도 공자님의 부하라기 보다 전적으로 믿음을 주는 가족이나 친인척처럼 대하시죠.


방금 다녀간 감녕에게도 부하가 아닌 동료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자님은 참으로 이상하신 분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보고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사람들이 공자님을 몰라서 그렇지 저보다 훨씬 이상한 사람은 공자님이십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나보고 돌아이란 말을 저리 돌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의 대답으로 제가 공자님을 위해서 이 한 몸을 바칠 것인지 결정할 것입니다. 비록 이 비루한 몸이 쓰일 곳이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예형이 나에게 다가온다. 중요한 순간이다. 내 생각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야 한다.


나는 잠시 물로 목을 축이고 예형을 바라보고 말했다.


“저는 군주의 자질 중 하나는 ‘깊이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 장수들의 능력과 개성, 성격을 파악하면 적절하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지요.


우리 군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를 아는 상태에서 세우는 전략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즉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인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각 장수들을 파악해서 그들의 능력, 성격 및 원하는 것을 먼저 말해주는 것뿐입니다. 예형님에게도 저를 낮춘 게 아닙니다. 예형님께서는 친우 같은 군주를 필요로 하신 것이 아닙니까?”


“어떻게 그날 첫 만남이었던 제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으셨습니까?”


“그건 말로 설명할 순 없습니다. 대화를 통해 느껴진 것이니까요. 굳이 설명하자면 제가 가진 비정상적인 능력입니다.”


예형이 다시 물어왔다.


“그럼, 군주의 정치는 선(善)이 우선되어야 할까요? 악(惡)이 우선되어야 할까요?”


“흠··· 갑자기 어려운 질문이군요. 저는 군주란, 기본적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과 악 중 고르라면 악입니다.


다만 그 ‘두려움’을 이용한다면 막강한 통제력을 얻을 수는 있겠으나, 두려운 군주를 상대하는 신하나 백성들에게는 믿음과 신뢰가 없을 것입니다.


그들이 두려움을 넘어서 저로부터 믿음과 신뢰감을 느끼게 하려면 군주가 가진 ‘거대한 책임’이라는 무게를 제가 잘 지탱하고 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로인해 자연스럽게 믿음과 신뢰는 쌓이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두려움’을 기반으로 막강한 통제력을 원하지만 절대로 찍어 누르거나 ‘권위’로 다스리지 않겠습니다.


거대한 책임이 두려움이 되고 믿음이 될 것이며 신뢰도 쌓이게 될 것입니다. 내가 가진 건 힘이 아니라 ‘거대한 책임’이고 그 책임을 오롯이 짊어진 것뿐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가 가진 힘은 강력한 권력이 아니라 식사할 때 고깃덩어리를 먼저 집을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외에는 전부 책임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형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눈을 감았다가 다시 물어왔다.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전쟁을 피할 수가 없을 텐데 전쟁에 임하는 공자님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물론 전쟁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정작 그 일과 무관한 백성들, 아무것도 모른 채 징집되어 온 말단 병력이 가장 큰 피해를 보기 마련입니다.


내가 전쟁을 하기로 결심한다면, 최단기간 내에 전쟁에 승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최단기간 내에 승리이고 그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형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공자님, 저는 지금까지 수없이 주군이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오늘 여기서 저의 주군이 되실 분을 만나 뵙습니다. 지금부터 친우라는 말을 하지 마십시오.


주군께 분골쇄신(粉骨碎身)하여 이 한 몸 돌보지 않고,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저에게 주군을 모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곤 예형이 넙죽 엎드렸다.


“일어나게. 자네는 내가 ‘기회를 베풀었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네. 원래 세상이 자네에게 주어야 할 기회를 군주인 내가 임시로 전달하는 것뿐이네.”


위의 말처럼 원래 역사에서 예형이 가질 수 없었던 기회를 내가 대신 전달했을 뿐이다.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는 예형 자신의 몫이다.


”잘 부탁하네! 예정평.”


나는 유능한 유세객을 얻었다.


나는 곧바로 서성을 호출했다.


“서성”


“네. 주군.”


“자사부로 가자.”


“늦은 밤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당장 아버지를 뵙고 무릉 원정을 허락 받아야겠다.”


자사부에 마련된 처소에서 아버지를 바로 만날 수 있었다.


“내일 집무실로 오지 않고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냐?”


“잠시 외유를 떠나려고 합니다. 급히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늦은 밤 찾아뵈었습니다.”


늦은 밤 독대를 신청한 내가 뜬금없이 외유를 허가해 달라 청하자, 아버지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물었다.


“외유?”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제 인생은 저 스스로 결정하라고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하지만 약관(弱冠)이 된 지금까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어느 길이 진정으로 제가 원하는 길인지 저 자신도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 알았느냐?”


“네. 결정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원하셨던 학사의 길로 선택하는게 맞는지 아니면 형주의 주인이 되는 것이 내 숙명인지 고민하였습니다.


이제는 알겠습니다. 어떤 길이 제가 원하고 제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길인지 알아냈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직접 세상에 나가서 필요한 것들을 경험해 보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려고 합니다.”


“내 당장은 어떤 지위를 줄 수도 없고, 세력을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양양성을 벗어나게 된다면 너는 형주자사의 장자로서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잘못하면 밖에 있는 적과 형주 내부의 적, 모두의 위협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느냐?”


“그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면 마음의 준비가 된 것으로 알고 허락하겠다. 부디 몸 성히 다녀오거라.”


외유에 대한 일을 처리하고 뒤 돌아 나가려는데 아버지가 다시 불렀다.


“유기야, 너도 이제 약관(弱冠)이 되었고 이제 외부 활동을 해야 하니 자(字)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내 너에게 자(字)를 지어주마.”


“자(字) 말입니까?”


드디어 나도 자를 받게 되었다. 어떤 자(字)를 얻게 될까?


이 시대에는 좋은 말이지만 현대에서는 놀림 받기 좋은 자가 더러 있었다.


형주의 대성(大姓)인 습(習)씨 일족으로 유비의 형주 통치에 이바지했으며, 유비의 입촉 후에는 관우와 함께 형주를 지켰던 ‘습진’이라든지, 관우 군의 도독이었던 ‘조루’ 등 업적보다도 단어가 가진 충격 때문에 더 알려진 인물들이 있을 정도로 과거와 현대 생각의 차이가 있다.


이 시대에는 좋은 이름이나 자일지라도 현대 시대를 살았던 내가 생각하기에 불편하지 않은 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아버지가 말했다.


“유기, 너는 ‘백달(伯達)’이라는 자(字)를 쓰거라. 여기서 ‘달(達)’은 ‘통달한’ 이란 의미지만, ‘막힘이 없이 트이다’ 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유기 너의 앞날이 막힘없이 트여 네가 원하는 곳으로 도달하기는 바라는 뜻에서 너에게 백달이라는 자를 지었다.”


‘백달(伯達)’ 내가 아는 유명한 백달이 있다.


사마방 8명의 아들이 재능이 뛰어났고 모든 것에 통달하여, 자에 모두 달(達)을 포함해 사마팔달(司馬八達)이라 불렸다.


그 중의 둘째가 조조를 시작으로 조비, 조예, 조방까지 4대에 걸쳐 위나라를 섬겨, 황제의 신하로서 최고직인 태위와 태부를 지냈으며, 죽어서는 황제의 반열에 올라 중국사에서도 손꼽는 입지전적 인물인 ‘사마의(司馬懿)’였고 그의 자가 ‘중달(仲達)’이다. 여기서 중(仲)은 둘째라는 뜻이다.


그 사마의 형인 장남 사마랑의 자가 백달(伯達)이다.


내가 백달이 되면 내 동생인 유종(劉琮) 또한 자연스럽게 ‘중달(仲達)’이 된다.


나중에 내가 형주의 주인이 되고 중원으로 진출하려면 최종 보스 격인 사마의를 상대해야 하는데, 결국 나는 형주와 중원에서 두 명과 중달과 건곤일척(乾坤一擲) 승부를 내야 하는 참 묘한 운명(運命)이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 내려주신 자(字)처럼 막힘없이 천하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뒤돌아 처소를 나왔다.


외유를 허락 맡은 뒤에는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원정을 준비했다.


무릉에 다녀온 병사를 길잡이로 두고 원정대를 꾸렸다. 감녕이라는 존재는 숨긴 채 서성만 내 호위로 따라나섰다.


무릉으로 향하는 길은 강릉에서 배를 타고 장강을 통해 공안을 거쳐 들어가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예형과 반장도 따라가고 싶어 했지만, 그들은 양양에서 남아서 할 일이 있었다. 그들에게 각자 임무를 내리고 나는 강릉에 한 항구를 향해 출발했다.


일단 강릉까지는 단출하게 길잡이와 두세 명의 하인, 경계 병사들 열 명 정도로 이동하였고 강릉에서 감녕과 합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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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격(電擊)(1) +2 24.08.19 234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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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무릉(武陵)(7) 24.08.14 231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4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11 무릉(武陵)(2) 24.08.07 28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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