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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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최근연재일 :
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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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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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DUMMY

신혼여행을 갔을 때도, 또 애들 등쌀에 못 이겨 해외여행을 갔을 때도 외국에서 너무나 흔하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바로 대마초였다.

‘마리화나’라고도 부르는 이 마약의 냄새는 상당히 강한데, 흙냄새 비슷한 톡 쏘는 듯한 강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그리고 그 미묘한 향기를 진수현에게서 느꼈다.


‘이건 대마초가 분명하다!’


그제야 기억이 떠올랐다.

대한민국 힙합계의 황태자이자 타고난 음악 천재였던 진수현이 망한 이유는 바로 마약 때문이다.

흑인 음악을 하고 있으니 자신도 마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가? 아니면 정신적인 불안이나 우울증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댔을까? 이유야 어쨌든 마약을 하는 건 사실이다.


‘하, 씨. 이걸 어쩌지?’


마약 사건이 경찰의 레이다 망에 걸리는 건 시간문제다. 어쩌면 이미 기관에서 파악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체포 시기만 정치권과 조율하고 있겠지.

이건 단순히 진수현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주위 사람들은 또 얼마나 괴롭힘당하며 고초를 겪겠는가.

댄스팀인 키키의 김현우와 이재성부터 담당 매니저와 소속사 애즈 기획 직원 전체는 물론 진수현과 관련된 모두가 마약 수사라는 이름으로 시달릴 게 뻔하다.


어디 그뿐인가. 세무 조사는 덤이다.

애즈 기획에서 가장 잘나가는 가수가 진수현인데 그가 마약으로 잡혀가면 회사는 어찌 되겠는가.

물론 미래에는 고난을 모두 이겨내고 결국 대한민국에 엔터제국을 세우고 애즈 엔터테인먼트가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어렵게 성공으로 일군 회사가 거의 폐업 수준으로 갔다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오직 한 사람의 일탈 때문에.

최만수 사장은 내게 노래를 사주었다.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

나는 로드매니저 형에게 다가가 물었다.


“형, 최만수 사장님은 어디 계세요?”

“아마 사무실에 계실걸.”

“그럼 먼저 갈게요. 다음에 봐요.”

“공연 안 볼 거야? 네가 좋아하는 구급차도 나온단 말이야!”

“지금 더 급한 일이 생겼어요!”


~*~


똑똑.

노크 후 사장실에 들어서자 최만수 사장이 반겼다.


“왔니? 넌 공연 안 갔어?”

“갔다가 바로 여기로 온 거예요.”

“왜?”

“사장님께 급히 알려드릴 일이 있어서요.”

“어, 그래. 말해 봐.”


여전히 최만수 사장은 얼굴 가득 미소를 담고 있다.


‘하, 진짜 이걸 어떻게 말하지?’


하지만 이야기해야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

난 용기 내어 최만수 대표에게 이야기했다.


“저, 사장님. 수현이 형이 대마초를 하는 거 같습니다.”


‘대마초’라는 말에 최만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마초라고? 마리화나?”

“네. 분명해요.”

“대마초를 네가 어떻게 알아?”


잠깐, 지금은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시대가 아니다.

그럼 뭐라고 이야기하지?


“그게··· 이태원이요. 이태원에 갔을 때 외국인들에게서 냄새를 맡은 적이 있어요. 제가 냄새에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그래서 그 이상한 냄새가 마리화나인 걸 알고 있습니다.”

“그 냄새를 수현이에게 느꼈다고?”

“네. 아마 대마초를 하고 있을 거예요.”

“그냥 옷에 베인 냄새 아냐? 수현이 녀석 외국인 친구들 많잖아?”

“현우 형이나 재성이 형은 그런 냄새가 안 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느껴본 적 없어요. 수현이 형이 대마에 손을 대고 있는 게 확실합니다.”


최만수 사장의 표정이 초조하게 변했다. 아무래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너 이 얘기 또 누구한테 했어?”

“아무한테도 하지 않았습니다. 공연장에서 바로 사장님께 온 거예요.”

“잘했다.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공연이 끝나면 수현이를 불러서 단단히 혼꾸멍을 내야겠어!”


하, 내 이럴 줄 알았다. 최만수 사장은 진수현의 마약 문제를 비밀로 묻겠다는 결정을 한 듯했다.

하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나는 의견이 달랐다.

심각한 목소리로 최만수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님.”

“어?”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릅니다. 마약은 반드시 형사 처벌 대상이에요. 그리고 연예인의 마약 사용은 100% 수사 기관에 걸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도 이렇게 우연히 알았어요. 그런데 경찰이 모를까요? 사장님도 아시잖습니까?”


최만수 사장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당연히 그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최만수 사장의 얼굴은 곧 울음이 터질 것처럼 변했다. 고생해서 키운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하게 생겼으니 당연하다.


“그럼 이 일을 어쩌면 좋겠니?”

“사장님, 해결 방법은 오직 하나입니다.”


해결 방법이라는 말에 최만수 사장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관심을 보였다.


“해결 방법? 그게 뭔데?”

“자수요.”

“자수?”

“네. 자수하면 최소한 실형은 피하게 됩니다. 아마 집행 유예로 끝날 거예요. 그리고 기자 회견을 하는 겁니다. 팬과 국민 여러분에게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입니다. 마약도 해야 진정한 흑인 음악에 다가갈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고 용서를 빌면 됩니다.”

“그럼 수현이가 쌓아 올린 모든 걸 잃게 되잖아?”

“아뇨. 힙합 래퍼잖습니까? 1년 정도 자숙하고 복귀하면 팬들은 이해해줄 겁니다.”


최만수 사장은 다시 의자에 앉아 고민했다.

한동안 고민하던 최만수 사장이 말했다.


“네 말도 일리는 있다만, 복귀가 어디 말처럼 쉬울까? 한국인들은 마약 청정국이라 마약이라는 얘기가 나오면 평생 약쟁이라고 손가락질하며 낙인을 찍을 거야.”


‘하, 이 아저씨 진짜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네.’


물론 이해는 한다. 난 그에게서 방금 아버지의 마음을 느꼈다. 최만수 사장은 진수현을 자기 아들처럼 여기는 게 분명했다.


“사장님, 수현이 형을 아들처럼 생각하시죠?”

“어? 응. 나한테는 아들과 다름없어. 지금까지 얼마나 공들여서 키웠는데···.”

“맞아요. 한국 힙합계의 황태자이자 대들보로 키워놓으셨으니까요.”

“자수는 그걸 내 손으로 무너뜨리는 거잖아. 내가 그걸 어떻게 하니···.”


최만수 사장은 무척 괴로워했다.

곪은 상처가 있으면 반드시 도려내야 하는 법이다.


“사장님, 그런 부모를 종종 봅니다. 자식을 헌신적으로 키워서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직업을 가지게 했지만, 정작 자식 본인의 인성은 개망나니인 경우요.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독이 됩니다. 높은 자리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거든요. 남들에게 내 자식이 이만큼 성공했다는 자랑이 전부일 뿐, 결론적으로는 자식을 개망나니로 키운 거죠.”


최만수 사장은 고개를 숙였다.


“수현이 형은 크게 성공했어요. 사장님이 그렇게 키우셨죠. 하지만 지금 수현이 형의 인성은 어떤가요? 안하무인이에요. 자기가 최고인 줄 압니다. 겸손도 없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죠. 사장님은 수현이 형이 성공했으니 그걸 전부 받아주고 계시고요. 수현이 형은 성공한 게 맞나요?”


고개를 숙인 최만수 사장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수현이 형이 사장님의 자식이라면 학교 교육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가정 교육은 실패한 겁니다.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에 자식을 개망나니로 키우셨죠.”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선택하세요. 지금 당장 수현이 형만 잘라내면 회사는 살릴 수 있습니다. 1~2년 뒤 수현이 형의 복귀 또한 기대할 수 있고요.”

“그만해도 된다. 다 알아들었어.”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최만수 사장은 전화의 수화기를 들고 호출기 녹음 서비스에 무거운 목소리로 메시지를 남겼다.


“나다. 공연 끝나면 수현이를 포함, 모두 빠짐없이 회사로 복귀해. 다른 곳으로 새지 말고.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명심하도록.”


전화를 끊자 내가 한마디 더 보탰다.


“기자 회견에서는 꼭 중독 치료 계획까지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자 최만수 사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도대체 넌 어디서 떨어진 놈이냐? 열여섯 살 맞아? 지금 너 말하는 거 보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거 같아.”


헉! 사실이다. 지금의 최만수 사장보다 육체 안의 내 영혼은 나이가 10살은 더 많으니까.


~*~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최만수 사장과 함께 대기했다.

지금 역사를 바꾸지 않으면 진수현은 공연 도중 무대 위에서 경찰에 연행된다. 다분히 정치적 목적을 가진 체포다. 특정 권력자가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작전이었을 수도 있고, 평소 연예인을 안 좋게 생각하는 수사관의 개인적인 광기일 수도 있다.

난 이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도 알고 있다. 문화예술인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을.


몇 시간 후, 로드매니저와 함께 진수현, 김현우, 이재성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나를 발견한 로드매니저가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야? 사장님 목소리 심각하던데···.”


나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마음 단단히 먹고 들어가세요. 난리가 날 겁니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최만수 사장이 문을 열고 진수현을 불렀다.


“수현이만 들어와.”


진수현이 긴장한 표정으로 사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3분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싸우는 고함이 밖까지 터져 나왔다.

깜짝 놀란 매니저 형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내가 팔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수현이 형이 대마초에 손을 댄 거 같아요.”

“뭐? 대마? 정말이야?”

“그런 낌새 못 느끼셨어요?”


그러자 매니저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아씨, 그게 그거 때문이었구나. 가끔 애가 맛이 간 거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더라고. 난 그냥 술이 덜 깬 줄 알았지.”


하긴, 일반인은 쉽게 마약을 떠올리지 못하니까.


최만수 사장과 진수현의 다툼은 꽤 심각해졌다. 사장실 밖에서 대기하던 나와 매니저 사이의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씨발! 자수는 무슨 개뿔! 됐어요! 이런 광대 짓 더는 안 하고 말지!”


그 외침을 끝으로 진수현이 사장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자식을 오냐오냐 키운 결과다. 당연히 부모 머리 위에 앉은 자녀는 부모의 브레이크에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그런데 난 진수현의 소속사 사장도, 부모도 아니거든.

진수현이 사무실을 나가기 직전, 나는 모든 내공을 끌어 올려 그를 향해 외쳤다.


“수현이 형!!!”


놀란 진수현이 문손잡이를 잡은 그대로 가만히 멈추었다.


“이제 곧 경찰이 형을 잡으러 올 거고, 형 때문에 여기 있는 사람 모두 마약 사범으로 불려가게 될 겁니다! 다들 마약 검사 때문에 머리카락과 음모 100개씩 뽑히게 되겠죠! 어디 그뿐인가요, 이 회사는요? 형을 위해 헌신한 사장님과 여기 있는 사람의 미래는요! 형이 다 망쳐 놓을 거예요? 모두 오직 형을 빛나게 하려고 고생한 것뿐이잖아요!”


진수현은 그대로 서서 문을 바라본 채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마약을 해야 흑인 힙합을 더 잘하게 되는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형은 흑인이 될 수 없어요! 우리는 한국인이니까요! 그럼 한국형 힙합을 만들어야죠! 한국인은 흑인과 다릅니다. 한국인은 마약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우수한 민족이고요. 마약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런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뭐 그런 걸 흑인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 말이 끝나자 진수현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분명 변해 있었다.


“한국형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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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투서 24.08.12 9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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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복수 24.08.10 11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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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 대마초 24.08.06 111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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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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