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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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최근연재일 :
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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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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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DUMMY

출자금과 지분은 다르다.

내가 투자를 하겠다는 건 지분을 달라는 의미였다.


“사장님, 저는 AS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원합니다.”

“지분을? 넌 곡 만드는 작업도 하잖니?”


이건 단순한 돈 투자가 아니다.

엔터 사업 특히 대중가요 시장에서 작곡가는 매니지먼트와 거의 동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더군다나 나는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 그룹의 리더나 다름없다. 그런데 돈까지 3억을 들고 와서 지분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법인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건데···. 이거 지분을 어떻게 나눠야 하나?”


최만수 사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민이 길어졌다.

3억 또한 적은 돈이 아니다. 이 돈은 분명 새로운 사업 시작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애즈기획은 원래 최만수 사장의 개인 회사다. 그런데 진수현의 마약 사건을 겪으며 자금난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법인’이다.

최만수 사장은 아예 법인을 만들어서 자신의 개인 재산에 피해가 최대한 적게 오는 사업을 구상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법인에 내가 첫 투자자로 나선 거였다.


“그래, 이번에는 너한테 한 번 기대를 걸어보자.”


최만수 사장은 메모지에 무언가를 쓰더니 나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너의 AS엔터테인먼트 지분이다!”


숫자를 확인한 나는 깜짝 놀랐다. 뒤에는 분명 ‘%’가 붙어 있었다.


“정말입니까?”

“응. 너와 나 함께 해보자고!”


난 놀란 입을 쉽게 다물지 못했다.


‘설마 지분의 개념을 모르는 건가?’


아니다. 어쩌면 AS엔터테인먼트가 앞으로 얼마나 크게 성공할지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회사가 커지고, 더 많은 투자자가 나타나고, 주식을 더 발행하게 되면 내 지분율은 떨어질 테니까.


“그런데 말이야. 넌 이 3억이라는 돈을 어디서 난 거니? 혹시 부모님이 주신 거야?”

“아뇨. 투자를 좀 해서 벌었습니다.”

“투자? 대단하구나.”


내가 거성 기획에 투자하고 있는 사실을 굳이 지금 말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곡 만드는 작업은 잘 되어 가니?”




내가 작곡 작업을 하는 방법은 이랬다.

팝송과 일본 대중가요(J-POP) 중에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앨범 표지에 있는 FAX 번호로 팩스를 보냈다. 지금은 이메일이 일반화되기 전이라 FAX가 적극적으로 이용되었다.

회귀 전 나는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도 간단한 회화 정도는 무리 없이 하는 수준이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가 일본어이기도 했고, 대학 다니면서도 영어와 함께 꾸준히 공부해두었다.

그래서 영어든, 일본어든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편지를 작성하여 FAX를 보냈다.


---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의 작곡가 김성민입니다.

OOO음반사에서 발매한 OO가수의 OOO앨범 중에 몇 번째 수록곡인 OOO OOO을 리메이크 편곡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원저작권자의 이름은 표시되고, 저작권 협회에 등록되며, 만약 한국에서 새로운 음반이 발매되면 정해진 저작권료를 받게 됩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작업을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아래 번호로 답변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


이렇게 FAX를 보내면 대부분 하루, 이틀 안에 답장이 왔다.

그리고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원곡자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만약 한국에서 앨범을 발매하더라도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까다로운 곳도 있었다.


- < 만들어진 곡을 들어보고 생각해보죠. >


아니면


- < 절대 안 됨! >


이라고 보내오는 곳도 있었는데 당연히 작업을 안 하면 그만이다.


보통 크게 히트한 곡들의 거절 비율이 높았다.

반면 그저 그런 성적을 보였거나 히트하지 못한 앨범은 적극적으로 허락해주었다.

특히 흑인 뮤지션들은 한 명 빼고는 모두 유쾌하게 허락해주었다.


이렇게 원작자에게 허락을 구하고, 작곡가 이름 칸에 원작자의 이름을 표기하면 ‘표절’ 시비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다들 무리수를 둔다. 편곡을 마치 자기 노래인 것처럼 발표했다가 표절 시비가 크게 일어나면 망하는 거다.


편곡은 어렵지 않다.

원곡을 분석한 후 ‘머니코드’를 참고하여 편곡하고, 빠른 곡은 느리게, 느린 곡은 빠르게 템포를 바꾸면 완전 다른 곡이 나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곡을 보내 주면 일부 원곡자들은 ‘Great!’, ‘Very Good!’이라며 자신의 곡도 편곡해달라는 부탁을 FAX로 보내오곤 했다.



이진영과는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이 달라 함께 작업하는 일이 많이 줄었고, 2집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이진영 2집은 실패했다.

나는 템포가 빠른 곡을 주로 만들었고, 작사도 계절을 주제로 많이 만들었다.


‘저작권 연금에 성공한 가수들은 대부분 계절을 주제로 만든 곡이었지!’


그래서 나는 모든 곡 제목을 <봄날>, <개나리 프러포즈>, <여름, 여름, 여름>, <해변의 사랑>, <가을밤>, <낙엽이 지는 날엔>, <첫눈>, <하얀 세상> 등으로 만들었다.


“노래가 왜 전부 계절이야? 이번 앨범은 주제가 4계절인가?”


보는 사람마다 그런 얘기를 했다.


‘여기서 히트곡 하나라도 나오면 난 평생 저작권 연금 당첨이라고!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그걸 모르겠지.’


나중에 미령과 영미가 고마워하면 좋겠다.

그렇게 미령, 영미와 함께 ‘영원’의 2집 작업을 해나갔다.


앨범의 표지는 수목원의 길이 4등분이 되어있고, 왼쪽 아래부터 봄, 왼쪽 위는 여름, 오른쪽 위는 가을, 오른쪽 아래는 겨울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가운데 미령과 영미가 서 있는데 왼쪽에 선 미령의 상의는 여름 반팔, 하의는 봄 스커트였고, 오른쪽에 선 영미의 상의는 가을 옷, 하의는 바지에 겨울 부츠를 신었다.


~*~


1995년 새해가 되자 타이즈&가이즈가 해체할 거란 소문이 들려왔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91년에 팀을 결성하여 92년부터 만 3년을 활동했다.


‘해체 이유 중 하나가 아마도 창작의 고통이었지?’


타이즈&가이즈와 장현천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유행하지 않는 새로운 음악 장르의 곡을 만들어 대중에게 소개해야 한다는 압박이 컸을 것이다.


‘그렇지. 어떻게 매번 새로운 장르로 대박 히트곡을 작곡할 수 있겠어.’


하지만 난 아니다. 장현천과는 완전히 방향이 다르다.

이미 만들어진 곡에 머니 코드를 대입하여 편곡하는 작업이라 창작의 고통은커녕 오히려 재미가 있었다.


타이즈&가이즈가 해체하면 가요계에는 빈자리가 생긴다.

지금까지 10대 청소년 음반 시장은 장현천의 타이즈&가이즈가 이끌어왔고, 국내 ‘탑티어’였다.

그런 타이즈&가이즈가 해체하고 은퇴를 한다? 그렇게 되면 대중은 그 대체 팀을 찾게 될 것이다.


DELUXE 역시 3집을 끝으로 김현우와 이재성도 팀을 해체하고 따로 활동하기로 했다. 김현우는 작곡 작업을, 이재성은 노래와 춤에 더 집중하기로 하며 김현우의 솔로 앨범을 준비했다.


‘역시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인가.’


이재성은 미국으로 떠났다가 귀국 후, 솔로 1집 컴백 무대를 가지게 되는데 그날 밤 사망하게 된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DELUXE는 타이즈&가이즈의 후속타가 아니다.

이에 최만수 사장은 아이돌 그룹 제작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타이즈&가이즈의 빈자리는 반드시 우리가 가져와야 한다!”


10대들의 우상을 만드는 일이다. 최만수 사장은 팀원 모두를 10대 청소년으로 채우려는 계획을 세웠다.


“사장님, 저는 이제 10대가 아닌데요.”

“음···. 그럼 넌 두 살 정도 나이를 속이자.”

“네?”

“원래 연예계는 그런 경우가 많아.”


그리고 새로운 매니저가 입사했다. 이름이 양경수라고 했다.

원래 이벤트 회사에 다니다가 연예 매니지먼트 일을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던 중 마침 매니저를 구하는 이곳과 인연이 닿은 거였다.

최만수 사장은 마음에 들어 했으나 난 아니다.


‘묘하게 거부감이 든단 말이야.’


전태인 대표는 외모부터 그냥 타고난 매니저다. 능력 또한 출중했다. 반면 새로 들어온 양경수는 그렇지 않았다.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스타일이었지만, 매니저라고 하기엔 감각도 떨어지고 능력이 좀 부족해 보였다.

양경수는 ‘영원’의 매니저가 되었다.




영원 2집 ‘사계절’은 나오자마자 대박이 났다.

수록곡 8곡 중에서 4곡이 가요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는데 그것도 각각 4계절을 대표하는 4곡이었다. 그중에 2곡은 5위권 안에 들었다.


‘아싸! 난 이제 1년 내내 계절 연금 당첨이다!’


대중은 ‘만약 이 곡들이 각 계절에 따로 발표되었다면 모두 1위는 했을 곡’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회귀 전 세상에는 없던 앨범과 가수를 내가 히트시킨 거였다.

기분이 묘했다.


‘이거 이래도 되나 모르겠네.’


반면 성공하면 시기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방송과 가요계에서는 부정적인 말이 더 많았다.


방송국 안에서 지나가다가 관계자들이 모여 잡담하는 소리를 엿듣게 되었다.


“영원 이번 앨범 전체가 번안곡이야. 작곡가가 전부 외국인에, 원곡이 따로 있더라고.”

“원래 히트한 곡 가사만 바꿔서 앨범 내는 건 ‘누워서 떡 먹기’ 아냐?”

“야, 그래도 대박 났잖냐. 돈만 벌면 되었지, 뭐.”

“에이, 수준 차이 나서 참나! 캭, 퉤!”


와, 어이없네. 사실상 편곡 수준의 곡을 몰래 속이고 자기가 작곡했다고 나온 곡들이 얼마나 많은데! 지금이야 다들 조용하지, 앞으로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모두 까발려지게 된다고!


이런 이야기는 점점 퍼져나가 결국 가족들까지 식사 자리에서 얘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형이 말했다.


“야, 원래 있는 곡 편곡하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냐? 넌 좋겠다. 이런 노래 만들며 돈 벌어서.”


난 바로 들고 있던 수저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탁!


‘이제 더는 못 참아!’


이런 식이면 영원 2집에 대한 이미지도 안 좋아진다.

내가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는 직접 들어봐야 다들 깨닫겠지.

바로 최만수 사장에게 전화했다.


“사장님, 라디오 프로그램에 아이디어 하나 제안하죠?”

- < 어떤 프로그램에? >

“M 방송국 차영민의 팝송 캠프가 좋겠어요.”

- < 저녁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이지. 그런데 거기는 팝송만 틀어서 영원 노래는 안 돼. >

“가능합니다. 지금 히트한 4곡의 원곡과 편곡한 영원의 곡을 서로 비교해서 틀어주는 거예요. 대중들도 궁금해하지 않을까요?”




나의 아이디어는 며칠 후 바로 실행되었다.


- < 안녕하세요, 청취자 여러분? 차영민의 팝송 캠프 진행자 차영민입니다. 오늘은 요즘 화제로 떠오른 여성 듀오 ‘영원’을 모시고 인기 차트를 휩쓸고 있는 ‘사계절’의 네 곡과 그 원곡을 함께 들어오는 시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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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예언가 24.08.22 52 1 13쪽
23 변명 24.08.21 70 2 11쪽
22 실수 24.08.20 72 1 10쪽
21 첫 무대 24.08.19 77 3 12쪽
20 편곡의 신 24.08.18 83 1 12쪽
19 작곡 천재 24.08.17 87 1 12쪽
18 추락 24.08.16 91 1 11쪽
17 부도 24.08.15 90 1 14쪽
16 투자 +1 24.08.14 93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1 1 13쪽
14 투서 24.08.12 93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3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8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40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4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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