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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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최근연재일 :
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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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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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수 사업

DUMMY

‘디럭스’ 이재성을 살리는 문제는 당장 급한 것이 아니어서 시간을 두고 고민하기로 했다.


치킨 장사는 정말 잘되었다. 1년도 되지 않아 은행 대출금을 모두 갚았을 정도니까.

그런데 이상했다. 닭을 튀기는 것과 양념 만드는 것 모두 레시피로 정확하게 만들었는데 가족 모두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조금씩 달랐다. 간장 양념은 특히 더 민감했다.


‘닭을 튀길 때도 기술이 필요한 법이야!’


우리는 모두 닭 튀기는 연습을 열심히 했다. 튀김 옷을 만들고 입혀서 적당한 온도에 시간까지 맞추어 튀겼다. 반복하여 연습하자 닭튀김 품질은 어느 정도 비슷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간장 양념이었다. 이건 난이도가 더 있어서 맛의 간격이 정말 좁혀지지 않았다. 그나마 어머니가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와 형, 여동생은 어머니와 내가 만든 양념의 맛이 똑같다고 했지만 난 분명 미세한 차이를 느꼈다. 그래서 어머니가 양념을 만드는 날은 꼭 양념의 맛을 확인했다.


춤 교육이 있는 날은 연습실 청소 때문에 미리 오전에 나가야 해서 양념을 어머니가 만드셨다.

그날도 양념은 어머니가 만드셨고, 오후 늦게 연습이 끝나고 돌아왔는데 느낌이 뭔가 싸늘하여 양념 맛부터 확인했다.

그런데 너무 싱거웠다.


“엄마! 이거 왜 이렇게 싱거워요?”

“손님 중에 짜다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다고 나랑 상의도 없이 양념 맛을 바꾸면 어떡해요!”


나는 당장 튀긴 닭에 양념을 발랐다.


“드셔보세요.”


나도 하나 베어 물었다. 역시 맛이 없었다. 그냥 멀건 간장 옷을 입힌 거 같았다.


“어머, 그 맛이 안 나네···.”

“당연히 100%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어요. 80%만 만족시켜도 음식 장사는 성공하는 겁니다. 입맛이 다른 나머지 20% 사람들에게 맞추면 나머지 80%의 손님을 잃게 된다고요.”


어머니는 내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쪽 바구니에 따로 분리해 놓은 닭튀김들이 보였다.


“이건 뭐예요?”

“매장에서 드시는 손님들은 조금씩 남기더라고. 그래서 아예 양을 줄인 거야.”

“네?! 더 많이 주지는 못할망정 양을 줄여요?”


환장하겠다.

음식 장사를 처음 하는 사람들의 흔한 실수다.

음식이 남으면 아까우니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양을 줄여버린다. 이러면 많은 양을 원하는 손님은 다른 곳으로 빼앗기게 된다.


“이렇게 장사하면 우리는 망합니다!”


나는 닭 크기도 경쟁 업소들보다 1호 더 키우고 배달 상자도 더 키웠다. 하얀 조리복과 모자도 쓰게 했다. 손님들이 보기에 위생적으로 관리되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만드는 사람도 전문적인 느낌을 들게 하여 항상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하루에 50마리 팔던 것이 금세 150마리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300마리 이상을 팔게 되었다. 많이 팔 땐 400마리도 팔았다.

테이크아웃과 배달을 주로 하기 위해 처음부터 주방을 크게 만들었으니 다행이지 주문을 모두 감당 못 할 뻔했다.


우리 가게가 승승장구하자 당연히 주변의 경쟁 업소는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양념치킨을 주메뉴로 하는 한 프랜차이즈 업소는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리고 바로 그 치킨집 사장이 술에 취해 우리 가게로 와서 행패를 부렸다.


“내가 이 집 때문에 망하게 생겼어!”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다.

다행이었다. 내가 있을 때 이런 상황이 터져서. 만약 내가 없을 때 그랬다면 분명 우리 부모님과 대판 싸웠을 거다. 벌써 어머니와 아버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는 두 분을 말리며 먼저 술에 취한 사장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경쟁에서 밀리면 얼른 사업 방향을 바꾸어 경쟁력을 갖추셔야죠.”

“어떻게!”

“앞으로 새로운 맛의 치킨이 계속 나올 겁니다. 저희가 마지막이 아니라고요. 그럼 사장님네 손님은 더욱 줄어들겠죠.”


그러자 술에 취한 사장은 펑펑 울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내 팔자야!”


“그러니 치킨 말고 남들이 하지 않은 메뉴를 하세요.”

“그런 게 있음 가르쳐 줘! 그럼 당장 하게!”


당연히 있지. 지금 시작하면 딱 좋은 거.


“피자요.”

“피자?”

“네. 피자가 의외로 많이 남습니다. 그래서 브랜드 피자의 절반 가격으로 판매하시면 아마 대박이 나실 겁니다.”


물론 이 사장님에게 권하는 이유가 있다. 난 피자 사업은 하지 않을 거거든. 앞으로 10년 후엔 동네 피자 전국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 알 리가 없는 만취 사장님은 눈빛을 빛냈다. 그리고 울음 또한 멈췄다.


“정말 피자를 팔면 재미 좀 볼 수 있을까?”

“네. 맛은 사장님 실력에 달렸지만요.”


피자는 브랜드를 좀 타는 메뉴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 동네 피자가 비집고 들어가기엔 약간 무리가 있다. 하지만 남들보다 먼저 시작한다면 분명 유리하다.


나는 그렇게 난동꾼을 큰 소란 없이 돌려보냈다.


~*~


1991년이 되었다. 아버지가 물으셨다.


“이제 파주 땅은 네가 벼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거 알지? 법 때문에 그냥 놀리면 안 돼.”


아버지는 ‘요놈 어디 한 번 고생 좀 해봐라’라는 표정이셨다.

지금이야 기계화가 많이 진행되고, 드론까지 동원되어 편하지만 사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벼를 키우는 논농사는 손이 많이 가서 고생스러웠다.


“물론이죠. 그래서 토지의 용도 변경을 신청할까 해요.”

“용도 변경?”

“네. 이제부터는 벼가 아니라 향나무를 심으려고요.”

“향나무는 왜?”

“향나무 아시죠? 학교 화단에 보면 가지를 둥글게 자른 조경수요.”

“알지. 측백나무나 사철나무를 말하는 거 아니냐.”

“네, 맞아요. 키가 큰 건 그루당 5백만 원 정도 합니다.”


난 고등학교 때 기술 과목을 농업으로 배웠다. 그때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이야기해준 내용이다. 그때부터 조경업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예 농업고등학교 출신이시다.

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다.


“너 그래서 향나무를 심겠다는 거냐?”

“네.”


5백만 원은 지금 시대에 일반 노동자 1년 연봉에 해당할 정도로 큰 금액이다. 나무 한 그루당 한 사람 연봉이 떨어지는데 이보다 이윤이 큰 사업이 있을까.


“향나무가 느리게 자란다는 건 알고? 키가 큰 건 아마 20~30년은 키워야 돈이 될 거다. 그래서 향나무가 비싼 거고.”


SKY대학교까지 졸업한 내가 그걸 모를까. 당연히 모두 계산해봤다.


“물론 알죠. 품종마다 자라는 기간이 다르고, 가격도 다르다는 걸 압니다. 2천 평이면 대충 4백 그루는 심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여러 품종을 섞어서 심을 겁니다. 3년생과 5년생, 10년생과 20년생 이렇게요.”

“여러 품종을 섞어서 심는다고?”


아버지가 흥미를 보이셨다.


“네. 3년생 100그루를 팔면 3년마다 최소 1~2백만 원의 수익이 생깁니다. 5년생 100그루를 팔면 5년마다 5백~1천만 원의 수익이 나죠. 최종적으로 20년생 100그루를 팔면 한 그루당 3백만 원만 받아도 3억이 떨어집니다. 벼농사보다 생산 비용도 적게 드니 훨씬 이익이에요.”


벼농사에는 비료 구매비와 인건비 등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 하지만 나무는 그렇지 않다. 시간 싸움일 뿐, 해마다 들어가는 건 비료와 해충 방제를 위한 비용뿐이다.


“만약 산불이 옮겨붙기라도 하면 어쩔 테냐?”

“파주는 비교적 산불이 적은 편이고, 혹여 나무에 불이 나더라도 도로변에 있어서 인근의 소방서에서 소방차로 불을 끌 수 있습니다.”


산이 아닌, 평지에 나무를 심으면 좋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버지가 장고에 들어가셨다.

아마 20년간 벼농사를 짓는 것과 조경수를 심는 것을 비교하는 중이실 거다. 하지만 아무리 계산해도 당연히 조경수를 심는 쪽이 훨씬 이득이다.


“치킨 장사도 네가 옳았으니 이번에도 네가 맞는 판단을 했겠지. 하지만 3년생과 5년생은 손만 많이 가지 돈이 안 돼. 그냥 절반은 10년생, 나머지 절반은 20년생으로 심자. 치킨 장사가 잘되고 있으니 3년생과 5년생은 굳이 필요가 없어.”

“네.”


10년생 200그루, 20년생 200그루로 하면 대략 20년 뒤엔 10억의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아버지는 여기까지 계산하셨다.

하지만 그 20년생은 다 크기 전에 땅과 함께 팔려나갈 거다.


“나무를 키우는 건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지. 그만큼 쉽지 않고 정성을 다해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조경수 사업이 시작되었다.

역시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이 사업은 고등학교 농업 선생님의 말씀으로 시작된 거니까.


가장 큰 걸림돌은 토지의 용도 변경이었다.

논은 정부의 식량 확보 사업에 아주 중요한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용도 변경이 쉽지 않다. 하지만 난 SKY대학교 출신이다. 토지 변경 이유서에 국내외 논문 자료까지 첨부하였다.


- 인구 감소로 인한 쌀 소비 감소

- 서구식 식생활로의 변화

- 적은 평수의 땅에서는 조경수 농사의 이윤이 더 큰 이유


이런 주제로 문서를 작성하고 자세한 계산 식까지 넣었다.

그래서였는지 토지 변경이 쉽게 이루어졌다.

이윤이 크면 그만큼 세금도 더 낸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래도 땅을 더 사는 게 좋겠어요.”


아버지와 나는 인근의 부동산을 찾았다.


“혹시 이 근처에 매물로 나온 농지 있습니까?”


나는 벽에 걸린 지도에 손으로 원을 그리며 표시했다.


“이 안에서요.”

“네, 있지요. 1,450평이고, 논입니다. 가격은 480만 원이고요.”

“가격이 시세보다 약간 높군요.”

“시내랑 가까워서 그래요. 위치가 여깁니다.”


부동산 사장은 손가락으로 위치를 찍어주었다.

내가 봐도 상당히 괜찮은 위치였다. 나는 사야 한다는 듯 아버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습니다. 당장 계약하죠.”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위해 내 인감도장을 주섬주섬 꺼내는데 아버지가 내 손을 잡으셨다.


“이 땅은 내가 살 거다.”

“네? 아버지가요?”

“응. 나도 여기에 나무를 심어보고 싶구나. 조경수가 아니라 과실수.”


이런.

이러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지금 이 땅도 나중에 20억이 넘어갈 테니까. 그럼 50억 아닌가. 땅은 매물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아쉬웠다.


‘참, 아버지는 농고 출신이시지.’


나보다 농업에 대한 지식이 훨씬 많으시다. 농촌에서 자라셨으니 오죽할까. 농사 사업에 관심을 가지시는 건 당연하다.


“대신 다음 매물은 몇 평이 되었든 제겁니다.”

“그래라. 근데 너 잔금 450만 원은 언제 갚을 거냐?”

“이미 예전에 치킨 가게에서 일하는 임금으로 대신해서 모두 갚았거든요!”

“아, 그래? 근데 이놈의 마누라는 왜 나한테 얘기를 안 해?”


나 역시 가게에서 열심히 일했고, 일당 대신 아버지께 드려야 할 450만 원에서 임금을 차감하기로 했었다.

그렇게 파주 땅 2천 평은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


‘진수현과 키키’가 방송 출연이 있거나 서울에서 공연하는 날에는 나 역시 키키를 따라다녔다.

진수현은 성격이 굉장히 예민해 보였는데 평소 차갑다가도 내가 어려서 그런지 나한테만큼은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내가 진수현에게 인사하자 진수현은 내 어깨를 감싸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왔어? 그럼 즐겁게 보고 가.”


그때였다. 후각이 매우 예민한 나는 평범하지 않은 냄새를 그에게서 느꼈다.


‘이건 분명 대마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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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7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39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4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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