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최근연재일 :
2024.08.23 08:5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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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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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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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DUMMY

진수현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한국형 힙합? 그게 뭔데?”

“그건 형이 찾아야죠. 형이 1세대니까 직접 만들어 가야 하는 거예요!”


진수현은 한바탕 실소를 터뜨리더니 나에게 소리쳤다.


“이젠 너도 내가 우습게 보여? 뭐? 한국형 힙합? 그딴 게 있으면 잘난 네가 만들어 봐! 참나···. 네가 힙합을 그렇게 잘 알아? 힙합은 새끼야, 흑인이 만들고, 흑인이 이미 완성했어! 그런데 만들긴 뭘 만들어!”


그러더니 사무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환장하겠네. 이거 괜히 들쑤셔 놓은 거 아냐?’


이러다가 정말로 여기서 음악을 그만두기라도 한다면 난리가 난다. 역사가 바뀌는 거니까. <소중한 추억 속의 나>는 반드시 진수현에게서 발표되어야 한다.


‘역사가 바뀌는 건 아니겠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최만수 사장이 나와서 내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 화가 풀리면 다시 돌아올 거야. 저 녀석, 음악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아.”


그리고는 직원들과 대응책 마련 회의를 시작했다.

나와 함께 따로 남겨진 키키 멤버 김현우와 이재성은 정말 실망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수현 형이 그럴 줄은 정말 몰랐어.”

“아니, 뭐가 아쉬워서 마약에 손을 대?”

“너도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가 걸렸었잖아.”

“담배가 대마초랑 같냐?”

“그게 그거지, 뭐가 다르냐?”

“아무튼, 난 이해 못 하겠어. 정말 실망이야.”

“이젠 우리 실업자네.”

“키키에 들어와 무대에 선지 얼마나 되었다고, 참···.”

“이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속 음악도 하고, 일자리도 찾아봐야지.”


내가 나서 볼까? 어차피 아는 미래이지 않은가?


“형 둘이서 따로 팀을 만들어 보면 어때요?”

“우리 둘이?”

“그것도 좋지. 음반 내주겠다는 곳이 있다면···.”

“오, 남성 듀오 그룹!”

“그럼 팀 이름은 뭐라고 하지?”

“디럭스요.”

“뭐? 디럭스? 우리가 고급스럽나?”

“그 반대 아냐? 하하하!”


두 사람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럴 수밖에. 둘의 얼굴만 보자면 ‘디럭스’와는 완전 반대였으니까. 하지만 가수는 이름 따라간다고, 나중에 ‘디럭스’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힙합 그룹 이미지로 각인된다.


“저는 마음에 들어요. 그러니 두 분 음반 내실 때 꼭 ‘디럭스’라고 해주세요.”

“그래, 고맙다.”


사실 둘이 나에게 춤을 가르쳐주는 것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집에 가기 위해 밖으로 나오자 거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인 공일호의 <다시 시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_ 끝이 있어야 다시 시작하지 -♬

_ 졸업은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인 거야 -♪

_ 우리가 공유했던 시간을 추억으로 남길 순 없어 -♬

_ 그러니 떠나지 말자, 영원히 끝내지 말자 -♪


‘공일호는 지금 이 곡이 졸업식에서 가장 많이 불리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을까?’


어쩐지 진수현을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 거 같았다.


~*~


날이 밝자 치킨을 싸 들고 애즈기획을 찾아갔다.

사무실 분위기는 무거웠다. 가지고 온 치킨에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난 죄지은 사람인 양 구석에 박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곧이어 최만수 사장도 출근했다.


“수현이 연락되니?”

“아뇨. 집에도 가 봤는데, 없습니다.”

“도대체 얜 어딜 간 거야?”

“오늘 라디오 스케줄 있는데 어쩌죠?”

“우선은 오늘 일정 모두 취소해.”

“네.”


몇 안 되는 직원들이 열심히 어디론가 전화를 시작했다.

내가 풀이 죽어 앉아 있자 최만수 사장이 다가왔다.


“왜 그러고 있어? 죄지었니?”


대답하지 않았다.


“네 잘못 아냐. 나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네 말이 전부 맞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거든. 현재는 자수가 최선이겠지.”


이때 사무실 안으로 누군가 들어와 인사했다.


“형님, 저 왔습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최만수 사장은 무척 반가워하며 그를 맞이했다.


‘어? 이 아저씨 낯이 익다. 누구더라? 분명 내가 아는 얼굴인데···.’


내가 방문객을 빤히 쳐다보자 최만수 사장이 나에게 그를 소개했다.


“참, 너 구급차 좋아하지? 이분이 바로 그 구급차를 만든 분이야.”


뭐라? 남성 댄스 그룹 ‘구급차’를 만든 분이라고?

구급차는 사실상 최초로 기획된 아이돌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구급차를 만들었다고?

설마··· 그렇다는 얘기는!


“이번에 회사를 나와 집을 판 돈으로 거성기획을 차렸거든. 네가 보기엔 어떠니? 잘 될 거 같아?”


거··· 거성기획!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이 회사는 나중에 국내 3대 기획사로 꼽히는 GSD미디어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식스피스와 엔소드(End S.O.D), 이리스(Iris), 아크엔시엘 등 애즈기획과 함께 아이돌 엔터 제국을 세운 미다스 기획사 3곳 중 하나다. 당연히 이 회사 대표 호민환도 잘 알고 있다. 최만수 대표만큼!


“이 아이는 누구예요?”

“우리 회사 연습생.”

“아, 그래요?”


내가 먼저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애즈 기획 연습생 김성민이라고 합니다!”


호민환 사장은 물건 감정을 하는 것처럼 나를 구석구석 살폈다. 최만수 사장이 선택한 원석의 가치를 따져보려는 듯했다.

최만수 사장이 물었다.


“이 아이 어때? 뜰 거 같아?”

“글쎄요, 얼굴도 평범하고···.”

“얼굴이야 성형하면 되고!”

“목소리도 너무 평범한데요?”

“그게 문제야.”

“춤은 곧잘 추겠네요.”


뭐야? 그냥 겉모습 생긴 것만 보고도 그걸 안다고?

역시 미다스의 손은 달라도 뭐가 다르네.


“맞아. 춤엔 재능이 있어.”

“그런데 키가 너무 작지 않아요?”

“아직 어려서 희망이 없는 건 아냐.”


하아. 그래서 요즘 매일 키가 크는 스트레칭을 하는 중이다. 과연 얼마나 더 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최만수 사장이 나에게 물었다.


“네가 보기엔 어때? 호 사장이 성공할 거 같아?”


이미 그를 바라보는 내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나중에 제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사장님 회사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예상하지 못한 나의 대답에 두 남자는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이 녀석 보소. 나한테 투자를 하겠다고?”

“네.”

“왜?”

“최만수 사장님만큼 성공하실 테니까요.”

“너, 정말 대단하구나. 어린 애가 ‘투자’를 알다니. 겉모습은 애인데 속은 완전 능구렁이네. 허허.”

“그렇지? 이 녀석 내가 보기에도 그래. 말하는 거 보면 아이다운 구석이 없어. 차라리 매니저로 키울까 봐.”


한동안 두 사람은 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투자처가 또 생겼네.’


애즈엔터는 상장된 후 주식을 사 모으면 된다. 하지만 GSD는 미리미리 씨앗을 뿌려놔야 한다. 왜냐하면 20년 뒤에 내가 먹을 거거든.


30분 정도 지났을까.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려 퍼졌다.


“애즈기획입니다. 네, 네. 네?”


수화기를 내려놓은 직원은 서둘러 브라운관 TV를 켰다.

화면에는 경찰서 안에서 인터뷰하는 진수현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자수하신 이유가 뭡니까?>

<제가 너무 어리석었습니다. 그런 것도 흑인을 따라 해야지 힙합이 완성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아주 멍청한 짓입니다. 절대 따라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사, 사장님!”


사장실 안에서 최만수 사장과 호민환 사장이 뛰어나왔다. TV 화면을 본 최만수 사장이 물었다.


“이거 뭐야? 지금 생중계하는 거야?”

“그런 거 같은데요.”

“하-씨, 수현이 얘는 왜 상의도 없이 폭탄을 던지냐!”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는 호민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사무실의 모든 전화기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최만수 사장과 직원들은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 네. 인터뷰 내용은 사실입니다. 죄송합니다.”

“네, 방송 내용 사실이고요, 당연히 그 공연 출연은 취소입니다.”

“네? 위약금이요? 그건 저희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셔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너무 정신이 없어서요. 상황 좀 정리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자세한 건 제가 따로 인터뷰하든가 하겠습니다.”


사무실 벽의 보드에는 이번 달 진수현의 스케줄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었다. 어디 이번 달 뿐이랴. 진수현의 인기를 생각한다면 최소 6개월 동안의 스케줄은 예약되어 있을 텐데 그게 지금 모두 날아가는 거였다.

호민환 사장과 나만 구석에 앉아 지금 상황을 그저 놀란 눈으로 구경했다.


중요한 전화 수십 통을 해결한 최만수 사장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호민환이 최만수에게 물었다.


“형님, 이게 다 뭡니까?”

“뭐긴, 망한 거지. 광고 계약이랑 공연 모두 날아갔어.”


최만수의 입가엔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그런데 오직 나만이 밝은 표정으로 최만수 사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자수’ 때문에 미래에 있을 그의 피해를 대략 절반은 막을 수 있을 터였다.


“사장님, 인터뷰하셔야죠? 인터뷰 원고 지금 쓸까요?”

“아니. 이미 써 왔어.”


최만수 사장은 주머니에서 손글씨로 쓴 A4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을 다시 읽는 최만수 사장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하는 중이었다.


~*~


어제저녁, 애즈기획을 나온 진수현은 자신과 함께 대마초를 한 친구를 찾아갔다.


“뭐? 자수?”

“응. 자수. 그게 말이 되냐? 자수라니! 크크크.”

“그러니까 너희 회사 직원 모두 알고 있다는 거지?”

“응.”

“이런, 씨발! 우리 낙동강 돛 됐다.”

“왜?”

“이 멍청한 새끼야. 이러면 소문 나는 건 시간문제야. 당연히 경찰도 알게 될 거라고!”

“그럼, 당장 미국으로 갈까?”


잠시 고민하던 친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넌 미국으로 가서 버틸 돈이 있겠지만 난 아냐. 최만수 사장 말이 맞아. 차라리 자수하는 게 낫겠어. 그럼 최소 징역은 피할 테니까.”

“아, 새끼 진짜! 너 미쳤어? 그럼 정말 이대로 경찰서 가자고?”

“그럼 다른 수라도 있냐? 다 끝났어. 이건 최만수가 맞아. 그 사람 정말 똑똑한 거라니까.”


밤을 새워 고민하던 진수현은 결국 아침이 되자 자기 발로 경찰서를 찾아간 거였다.


...

다음날 경찰서 안.

진수현과의 인터뷰를 끝낸 기자들이 모두 나가자 본격적인 신문이 시작되었다. 진수현 앞에는 상당히 사납게 생긴 형사가 와서 앉았다. 강민호 반장이었다.

그는 먼저 진수현 앞에서 담배를 꺼내 피웠다.


“무슨 속셈이야?”

“속셈이라뇨?”

“약쟁이들이 이렇게 제 발로 찾아오는 게 쉽지 않거든. 특히 너 같은 연예인은. 소속사 사장이 시켰어? 더 크게 터지기 전에 지금 자수하라고?”


강민호는 거만한 표정으로 진수현을 노려보았다. 마치 다잡은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의 표정이었다.

담배가 다 타들어 갈 때까지 진수현이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하자 재떨이에 담배를 힘껏 비벼끄고는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며 버럭 욕설부터 내질렀다.

팡!


“이 새끼가 진짜! 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지금 까부는 거야! 한 번 다 털어 볼까? 엉!”


순간, 겁에 질린 진수현이 움찔했다.

그때였다. 여성 변호사 한 명이 안으로 들어오며 외쳤다.


“지금 제 의뢰인에게 뭐 하시는 겁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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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첫 무대 24.08.19 77 3 12쪽
20 편곡의 신 24.08.18 83 1 12쪽
19 작곡 천재 24.08.17 88 1 12쪽
18 추락 24.08.16 92 1 11쪽
17 부도 24.08.15 91 1 14쪽
16 투자 +1 24.08.14 94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2 1 13쪽
14 투서 24.08.12 94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4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9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7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1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2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40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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