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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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최근연재일 :
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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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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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DUMMY

“너네 아직 연예인 아냐. 건방 떨지 마.”


윤성조는 우리끼리 있을 때마다 우리에게 가스라이팅을 했다.


“너희가 우리 보호 없이 뭐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매니저가 어린 연예인의 일탈을 예방하고 사생활을 관리하기 위해 어느 정도 군기는 잡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지.

그가 하는 건 어디까지나 정서적 학대다.


솔직히 나야 그런 가스라이팅에 넘어갈 군번인가.

하지만 미령과 영미는 윤성조를 마치 엄한 부모 대하듯 기가 죽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미령과 영미가 행사장이나 방송국에서 다른 남자 가수들과 사적인 대화라도 나눌 때면 윤성조는 마치 보수적인 아버지가 된 것처럼 나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남자 연예인 중에 제대로 된 놈들 하나 없으니 가까이하지 마! 성민이 너도!”


나까지?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인맥이 중요한데 윤성조는 그런 것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었다.


‘역시 첫인상이 맞았던 건가?’


그리고 1집 활동이 거의 끝나가던 어느 날, 마지막 생방송 무대에서 사고가 터졌다. 미령이 입고 있던 의상의 상의 어깨끈이 끊어졌다. 당황한 미령은 한 손으로 끊어진 부분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잡고, 다른 손으로는 마이크를 들고 끝까지 노래를 불렀다.

다행히 그 이상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미령이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윤성조가 쌍욕을 했다.


“야 이 씨X년아! 생방 무대에서 실수하면 어떡해! 가슴 노출이라도 됐으면 어쩔 뻔했어!”


미령은 너무나 황당하여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와, 이건 도저히 못 참겠네.’


윤성조보다 내가 더 큰 소리를 내며 따졌다.


“이게 지금 누나 책임이에요? 의상이 잘못된 거잖아요!”


내가 윤성조의 눈을 째려보자 윤성조도 발끈했다.


“아니, 이 새끼가 감히 누구한테 눈깔을 부라리는 거야! 너 미쳤어? 어린놈이 보자 보자 하니까!”


내심 한 대 쳐 주길 바랐다. 하지만 조연출이 다가왔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다른 데로 가서 싸워요!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윤성조가 먼저 씩씩거리며 빠져나갔다.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치사한 인간이다.


“왜 그랬어? 미친개 하루 이틀이야?”


나에게 충고를 한 건 영미였다.


“미친개한테 물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나도 미쳐서 날뛰다가 죽는 거야. 죽기 싫으면 미친개는 몽둥이로 두들겨 패서 죽이는 수밖에 없어.”

“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럼 매니저 오빠랑 주먹질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활동도 끝난 마당에 매니저는 무슨!”


~*~


주차장으로 가자 윤성조가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미령과 영미가 차에 타자 윤성조가 팔로 내 가슴을 막았다.


“넌 그냥 버스 타고 가.”


그러면서 나만 두고 먼저 가버렸다.

다음 스케줄은 라디오. 난 필요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방송국 주차장에 달랑 나만 버려두면 어쩌라는 건지.

지갑도 가지고 있지 않아 버스조차 타고 갈 수 없었다.


‘좋아.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지?’


그때 주차장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아는 체했다.


“오랜만이다?”

“어? 형!”


이게 누구야?

진수현과 키키 1기였던 육명호였다. 군대 전역 후 작곡가 김탄과 함께 ‘탄탄명명’이란 팀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그를 보자마자 끌어안았다.


“그런데 너 혼자야? 매니저랑 다른 멤버는?”

“하, 말도 마세요. 매니저가 아주 진상이에요. 저만 버리고 가버린 거 있죠?”


내 말에 김탄과 육명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미령이 누나가 생방송 도중에 의상 끈이 끊어졌는데 그걸 누나한테 뭐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보기엔 의상팀 책임이었거든요. 그래서 따졌더니 그래요.”

“와, 완전 미친놈이네.”


다행히 둘은 내 편이 되어 주었다.


“근데 형, 전역하시면 상덕이 형이랑 저랑 함께 팀 만들기로 했잖아요!”

“어? 그랬었나?”

“아무튼, 혹시 시내로 가시는 거면 저 좀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나는 차를 얻어 타고 회사로 돌아왔다.


~*~


회사 건물 4층이 최만수 사장의 살림집이었기 때문에 나는 즉시 최만수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방송국에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이야기했다. 최만수도 생방송을 보았기 때문에 무대 상황은 알고 있었다. 그가 봐도 미령의 책임은 아니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구나.”

“평소에도 폭언에, 가스라이팅에 문제가 아주 많습니다.”

“그래, 알았다.”


최만수 사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구나. 원래 업계에서 좀 말이 있던 친구인데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이번에 기회를 준 거였어. 그런데 변한 게 없나 보군.”


어리석은 자는 자신의 주제를 알지 못한다.



한편, 같은 시각 윤성조는 미령과 영미에게 여전히 가스라이팅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것들이 매니저 무서운 줄 모르고! 잘 봐. 매니저한테 까불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테니까! 감히 이 바닥에서 무사할 거 같아? 그러니 너희도 내 말 잘 들어!”


미령과 영미는 겁에 질려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윤성조의 삐삐가 울렸다. 최만수 사장의 콜이었다. 윤성조는 서둘러 최만수에게 전화했다.


“네, 사장님.”

- < 스케줄 끝나면 회사에서 나 좀 보자. >

“네, 알겠습니다.”


윤성조는 뭔가 싸늘한 느낌을 받았다.


‘설마 성민이 그놈이 먼저?’




다음날 출근하자 최만수 사장이 알려주었다.


“윤성조는 어제부로 해고했다. 남은 스케줄은 많지 않으니까 진영이랑 함께 움직이도록 해.”

“네.”


그러자 영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제 매니저 오빠가 너 가만 안 둔다고 난리 쳤어. 다시는 이 바닥에서 못 다니게 한다고.”

“누가? 윤성조가 나를? 큭.”


그만 코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미령과 영미는 나를 철없는 아이 보듯 했다.


“맞아. 그래도 업계에서 너보다 훨씬 오래 일한 사람인데 어떡하려고.”


한숨이 나왔다. 설명도 하기 귀찮았다.

진영이 형의 출근을 기다리는 동안 호민환 사장에게 스피커폰으로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 < 어? 어제 방송 봤다. 어떻게 된 거야? >

“그냥 의상 사고였어요. 근데 무대에서 내려오니까 매니저 형이 누나한테 막 욕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게 왜 누나 잘못이냐고 따졌거든요. 그랬더니 저만 방송국 주차장에 버려두고 가더라고요.”

- < 뭐?! 그래서? >

“바로 사장님한테 와서 보고했죠. 그래서 어제부로 잘렸습니다.”

- < 그래, 잘했어. 상조 그놈 원래 사고 많이 치던 놈이었어. 만수 형님이 착해서 받아준 거지, 이젠 어디 받아줄 곳도 없을걸? >

“그러니까요. 그런 사람 때문에 자칫 성실하고 착한 아티스트가 업계를 떠날까 봐 걱정됩니다. 그러니 사장님께서 소문 좀 내주세요.”

- < 허허, 야. 걱정하지 마라.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놈이야. 이번 일도 소문나면 다시는 연예계에 발붙이기 어려워. >

“네, 그러면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군보다 적군을 더 많이 만드는 법이다.

전화를 끊자 미령과 영미가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야? 누군데 그런 얘기를 해?”

“거성기획 호 사장님. 통화 들었지? 윤성조는 이제 다시 연예계에 발을 들이지 못할 거라는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대.”


미령과 영미는 나를 대단한 사람처럼 우러러보았다.


“우와. 너 대단하다. 언제 그런 인맥을 만들어 둔 거야?”

“애즈기획 대표 프로듀서인데 이 정도 인맥은 있어야지.”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 진영이 형과 나보다 어려 보이는 남자애 둘이 회사 안으로 들어왔다.


“인사해. 오늘부터 우리 회사 연습생으로 나올 애들이야.”

“안녕하세요! 강찬이라고 합니다!”

“저는 문이성입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나중에 H.I.T의 메인 멤버가 되는 강찬과 문이성이다. 더군다나 강찬은 나중에 애즈 엔터테인먼트의 이사 자리까지 오른다.

안경 쓴 강찬의 얼굴이 무척 귀여웠다.


“와, 나도 문 씨인데! 반갑다!”


미령이 문이성을 반갑게 맞았다.


“안녕? 난 김성민이라고 해. 76년생이니까 형이라고 불러.”

“네, 형님!”

“겨우 두 살 차이인데 무슨 형님! 그냥 형이라고 불러!”

“네, 형!”


와, 이렇게 보니 귀엽네. 요런 애들이 나중에 우리나라 가요계의 그런 중요한 인물이 된다는 거지?




남은 스케줄 소화를 위해 우리는 이진영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얘기 들었어? 활동 끝나면 정산해준대.”

“얼마나 나와요?”

“성민이 넌 2천 5백 정도 되나 봐. 앨범 판매량에서 1천만 원 정도 되고, 나머지 공연과 행사 수입이 1천 5백 정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데뷔 후 히트하지 못해 망해나가는 가수들이 훨씬 많다. 반면 우리는 어느 정도 이름도 알리고, 앨범도 꽤 판매한 축에 속했다. 하지만 센세이션이라고 부를 정도의 빅히트는 아니어서 최만수 사장은 매우 아쉬울 터였다.


“다음에 형 앨범은 더 대박 나야죠.”

“하하. 그게 요즘 부담이긴 해.”


내가 앨범 편곡 작업에 참여했지만, 과연 운명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다.



공연장은 30분 일찍 도착했다.

나는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가슴이 들뜨고 시원할 땐, 바다로 가서 노래 한 번 불러봐. 너처럼 그렇게 마음을 열고, 쿵쿵 따리 쿵떡쿵떡 -♬”


나도 모르게 콧노래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쿵떡쿵떡은 사랑입니다>를 부르며 소변을 보았다.

그리고 변기 내리는 물소리와 함께 누군가 변기 칸에서 나왔다. 나보다 열두 살은 많아 보이는 아저씨였다.

그런데 그는 화장실을 나가지 않고 그대로 내 뒤에 서서 나를 기다렸다.


‘뭐지? 내 팬인가?’


내가 일을 끝내고 돌아서자 험악하게 생긴 그가 물었다.


“너 뭐야?”

“네?”

“너 뭔데 아직 공개하지도 않은 내 노래를 부르고 있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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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작곡 천재 24.08.17 87 1 12쪽
18 추락 24.08.16 92 1 11쪽
17 부도 24.08.15 90 1 14쪽
16 투자 +1 24.08.14 93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1 1 13쪽
14 투서 24.08.12 94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4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9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40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5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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