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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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최근연재일 :
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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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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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DUMMY

에이사뮤직 대표 노춘식은 자신의 대표실에서 젊은 남자와 단둘이 마주 보며 술잔을 기울이는 중이다. 한 병에 백만 원이 넘는다는 비싼 위스키였다.


“너 내가 이 술을 따라준다는 의미가 뭔 줄 알아?”

“뭡니까?”

“넌 내 사람이라는 뜻이야.”

“아, 그런 겁니까?”

“그러니 넌 걱정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뭘 하면 되죠?”


노춘식은 청년 앞에 투명한 비닐봉지 하나를 꺼내놓았다.

청년은 그것이 대마초라는 걸 단번에 알았다.


“이게 뭡니까?”

“너도 알잖아. 대마초.”

“그게 아니라 이걸 왜요?”

“이걸 진수현에게 사용하도록 만들어.”

“왜요?”

“네가 할 일은 거기까지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수현이를 무너뜨릴 생각이십니까?”


노춘식은 수현이보다 애즈기획의 최만수가 더 얄미웠다.

하지만 그걸 굳이 눈앞의 청년에게 말하지 않았다.


“수현이가 마진수의 경쟁 상대라서요?”

“뭐, 그런 이유도 있고···. 진짜 이유는 좀 더 복잡해. 그래서 넌 몰라도 돼.”


청년은 이것이 어른들의 싸움이라는 걸 직감했다.

사실 청년은 진수현의 절친이었으나 진수현이 슈퍼스타가 되면서 속으로는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다.


“겉멋 든 애라서 유혹에 쉽게 넘어갈 거야. 노래와 춤밖에 모르는 놈이거든. 넌 그냥 권하기만 하면 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청년은 노춘식이 주는 대마초를 받아들었다.


“그런데 수현이가 이걸 정말 할까요?”

“힙합 하는 흑인들에게 마약은 기본이야. 필수라고. 진수현에게도 그렇게 말해.”


청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지금 진수현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어딜 가든 사람들은 진수현을 알아보았고, 남녀 모두 진수현에게 애정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

청년은 그런 진수현이 정말 미치도록 부러웠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자신과 함께 클럽이나 떠돌며 함께 춤을 추는 놈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뀌었으니 얼마나 배가 아팠겠는가.


‘쉽게 얻은 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법이지.’


결심이 선 청년은 대마초가 담긴 비닐봉지를 주머니 깊숙이 쑤셔 넣었다.


~*~


진수현은 노춘식의 예상대로 친구의 유혹에 쉽게 넘어갔다.


“힙합은 마리화나도 기본이지! 이걸 해야 힙합의 진정한 맛을 알 수 있어! 특히 공연 후에 피우는 게 대박이라니까!”


진수현은 친구가 권하는 대마초를 망설임 없이 받아 피웠다.

진수현의 입가에는 공연 후 최고의 쾌감을 친구와 함께한다는 미소가, 친구의 입가에는 ‘이젠 넌 끝났어’라는 의미의 미소가 걸렸다.


- - -

청년은 노춘식에게 작전이 성공했음을 알려왔다.


‘끌끌. 완전히 끝났군.’


이제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경찰이 현장을 덮치도록 하면 된다.


‘대마초를 반드시 흡입한 이후여야 해.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있다가 무대에 올랐을 때 덮치면 완전히 대박 사건으로 터지는 거지.’


하지만 계획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대마초를 하자마자 진수현이 바로 자수해버렸다.

방송을 통해 자수하는 진수현을 본 노춘식은 어이가 없었다. 진수현이 자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수라니? 뭐야 저 녀석? 설마 최만수가 눈치챈 건가?’


진수현의 반성하는 모습이 뉴스를 타게 되면서 여론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 진짜 힙합에 미쳤군!

- 진정한 힙합 뮤지션은 역시 진수현이야!

- 진심으로 반성하는 거 같은데 대마초 정도는 용서해 주자.

- 미국 사람들이 이걸 보면 얼마나 웃길까? 힙합 뮤지션이 마리화나 좀 했다고 자수를 하고 뉴스까지 나오니 말이야.

- 실제로 나 아는 미국인에게 이 뉴스 보여줬더니 웃고 난리 났어!


팬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가 흘렀다. 이것이 X세대인 젊은 팬들의 생각이었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거 난감하네.’


노춘식은 진수현의 날개를 완전히 꺽지 못 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설마 내가 작업한 게 들통나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애즈기획 최만수도 뒤처리하느라 정신없을 테고···. 설마 그 순둥이 최만수가 뭘 어떻게 하겠어?’


노춘식은 최만수를 상당히 만만하게 보았다. 자신보다 나이도 어리고 그저 ‘미국 유학파’라는 간판만 화려한 샌님이라고 생각하며 무시했다.

그런데 그 샌님이 진수현이라는 신인을 발굴하여 미국식 뉴잭스윙 힙합을 대한민국에 선보이고 유행시켰다. 그런데도 노춘식은 최만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만수 정도는 자신이 쉽게 꺾을 줄 알았다.


‘음반 제작 업계가 오렌지족 도련님이 넘볼 만큼 만만한 곳이 아냐. 딴따라 출신 주제에 감히 어딜 넘봐!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맛 좀 보여줘야지! 흐흐흐.’


사실 노춘식도 과거에 비슷한 견제를 당하며 수없이 무너진 끝에 이룩한 사업이었다. 그런데 연예인 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음반 기획업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우습게 보일 수밖에.

그래서 일부러 만든 덫이었다. 이곳이 어떤 세계라는 맛만 살짝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분명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진수현과 최만수는 예상하지 못한 수를 펼치며 자신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제법이군.’


이때까지만 해도 노춘식은 최만수를 만만하게 보고 있었다.

복수의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


그날이 되자 여기저기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사장님, 신문사에서 마진수 표절 의혹을 터뜨리겠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절대 아니라고 하고, 잘 구슬리든, 소송하겠다고 협박을 하든 해서 막아!”

“6대 일간지는 물론 공중파에서도 뉴스로 다루겠다는데요?”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심각성을 깨달은 노춘식이 직원 모두에게 외쳤다.


“안돼! 이제 떠서 방송 스케줄과 공연, CF가 줄줄이 잡혀 있는 상황이잖아! 만약 표절로 판명 나면 음반 판매도 중지되고, 방송과 CF 모두 끝나! 반드시 막아야 해! 반드시!”


노춘식은 전화기를 붙들고 방송국부터 매달렸다. 거의 울 것처럼 사정도 해보고, 소송 얘기를 꺼내며 협박도 해보았다.


“기자님, 잠시 만나시죠. 제가 섭섭하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신문사 역시 영향력이 큰 곳부터 전화해보았으나 소용없었다.

사회부 기자는 연예부 기자와 달랐다.


“아니, 이게 지금 무슨!”

“사장님, 뭔가 이상합니다. 누가 일부러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한 번에 터질 수가 없어요!”


스캔들이 소문나기 시작하면 연락 오는 기자를 직접 만나 밥을 사주며 봉투를 찔러주든, 기삿거리를 던져주든 하며 잘 구슬려 무마하면 그만이었다. 6대 일간지와 공중파 3사 모두 해봐야 1~2백만 원씩, 1~2천만 원 안쪽의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였다.


또 방송국의 예능국과 연예부 기자들도 연예인들과 한솥밥을 먹기 때문에 민감한 문제는 쉽게 보도하지 않았다. 자칫 그들로부터 ‘팽’ 당하면 자신들의 밥그릇까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한 번에 터지는 경우는 뒤에서 누군가 작업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마 그 순둥이 샌님이?’


노춘식은 애즈기획의 최만수를 떠올렸다. 확실하진 않지만 최근 그에게 원한을 살만한 사람은 최만수뿐이었다.


‘아니지. 우리 진수가 오죽 성공했어야지!’


음반 업계에서 백전노장으로 불리는 노춘식도 국민 가수로 떠오를 정도의 성공을 거둔 가수는 마진수가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들었다 놓으며 가요계를 휘젓는 슈퍼스타를 자신의 손으로 탄생시켰다.

그런 초대박 히트에 질투를 느끼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심지어 경쟁 구도에 있는 가수의 팬클럽이나 팬이 공격하거나 괴롭히는 경우도 흔하다.


‘도대체 어떤 놈이 꾸민 일일까?’


이유야 어쨌든 누가 공격했는지는 나중에 알아보면 범인을 알 수 있다. 지금 당장은 표절 이슈를 잠재우는 게 급선무다.


- - -

하지만 노춘식은 이슈를 막지 못했다.

결국 표절 문제가 공론화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표절 판정을 받게 되었다.

믿을 수 없었다. 인생에서 최고 황금기였다.

혹시나 사고 칠까 운전도 못 하게 하고, 여자 문제도 직접 관리했다. 마진수의 사생활 전반을 세심하게 챙겼다.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이제 그 달콤한 과일을 따 먹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정상을 그냥 찍기만 하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이건 한 놈이 그런 게 아니야. 누군가 도화선에 불을 붙이자 모두 우리를 죽이겠다고 달려든 거라고!”


사실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최만수는 그런 대중 심리를 최대한 활용했다.


표절 판정이 나온 날, 에이사뮤직 사무실에 강민호 반장이 들이닥쳤다.


“당신이 노춘식 대표입니까?”

“네, 그런데요?”

“소속 연예인이 마약류를 소지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습니다. 수사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마, 마약이요?”


강민호는 수색 영장을 들이밀며 외쳤다.


“수색 영장입니다. 혹시라도 마약이 있는지 수색하겠습니다.”


형사들이 사무실에 들이닥쳐 여기저기 서류 더미를 꺼내며 뒤지기 시작했다. 사무실 안은 금방 난장판이 되었다.


“아니, 이게 지금 뭣들 하는 짓입니까?”

“공무 집행 중입니다. 방해하지 마세요!”


사무실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어도 마약이 나오지 않자 강민호가 외쳤다.


“여기 사장님과 직원 모두 경찰서로 연행해!”


그렇게 노춘식 대표와 에이사뮤직 직원 모두는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


경찰서 형사과에는 썰렁한 냉기가 가득했다.

중요한 조사가 있는 날이면 강민호가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였다. 실내가 썰렁하면 피의자들은 더욱 겁을 먹게 된다.


“당신네 소속 가수인 김영돈에게서 대마초가 나왔어. 흡연 사실도 확인했고. 그러니 모두 마약 검사에 협조해주셔야겠어.”

“영돈이 걔는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도 않아서 우리 관리를 받고 있지도 않았어요! 더군다나 그다지 인기가 있는 놈도 아니어서 회사 관심 밖이었단 말입니다!”

“그렇다고 소속 연예인을 방치하면 쓰나! 계약했으면 끝까지 관리해야지!”

“애도 아니고, 어떻게 일거수일투족 모두를 감시합니까?”

“회사 사정 같은 건 우린 모르겠고, 어쨌든 마약 사범이 나왔으니 우리는 절차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러면서 형사는 노춘식의 머리카락을 뽑기 시작했다.


“아얏! 난 마약 같은 거 안 한다니까!”

“마약 하는 사람들 대부분 안 한다고 그러거든요.”

“아니, 도대체 멀쩡한 머리카락을 몇 개나 뽑는 겁니까?”

“100개요.”

“뭐, 뭐요? 배, 백 개?”

“머리카락 말고도 음모도 50개씩은 뽑아야 해요.”

“음모도 50개나?”


노춘식은 환장할 거 같았다. 음모 얘기에 더욱 당황한 건 여직원들이었다.


“경찰서를 나가면 이 모든 게 어떤 놈의 짓인지 꼭 알아내고야 말겠어!”

“과연 나가실 수 있을까 모르겠네.”

“뭐요?”


그 시각, 에이사뮤직 사무실에서는 탈세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강민호가 비웃으며 말했다.


“지금 사장님네 회사 사무실에서 세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거든.”

“세, 세무 조사라고요?”

“응. 탈세라도 하셨으면 우리 사장님 큰일 나지 않을까?”


노춘식은 마른침을 삼켰다.

마진수가 빅히트를 기록하면서 수입이 많아지자 탈세를 위해 돈세탁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불법 탈세가 들통날 터였다.


‘망했다!’


노춘식은 강민호에게 물었다.


“이봐요, 하나만 물읍시다. 도대체 지금 이걸 누가 그런 겁니까? 어떤 놈이 내 뒤통수를 친 거냐고요!”


강민호는 비웃으며 답했다.


“이봐요, 노 사장님. 우리 경찰이 누구 손에 놀아날 정도로 호구인 줄 알아?”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라···. 그렇잖아요? 어떻게 하루에 마약 사건과 세무 조사가 한 번에 터지냔 말입니다!”


옆에 있던 형사가 끼어들었다.


“평소에 사장님 적이 많았나? 안 좋게 그만둔 직원, 아니면 돈 떼어먹은 거래처, 그것도 아니면 과거에 원한을 샀을 수도 있고···. 학교 다닐 때 한 대 때린 거 가지고도 이런 복수를 하기도 하니까.”


노춘식은 그런 사람들이 누가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머리만 더 아파져 올 뿐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노춘식은 탈세로 구속되었다.


~*~


1992년은 역사에 남을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바로 미국의 아이돌 그룹 ‘루키 온 더 타운’의 내한 공연 일정이 잡힌 거였다. <Piece by piece>, <alight>, <"You missed it> 등의 어마어마한 히트곡을 낸, 90년대 가장 큰 팬덤을 만든 팝 그룹의 방문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이들의 내한 공연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공연 도중 사고로 수십 명이 실신하고, 그중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건의 여파가 애즈기획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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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부도 24.08.15 90 1 14쪽
16 투자 +1 24.08.14 93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1 1 13쪽
14 투서 24.08.12 93 1 12쪽
»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3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8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2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7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39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4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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