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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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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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곡의 신

DUMMY

애즈기획과 계약한 이진영은 거의 매일 10곡씩 자신이 작곡한 곡을 녹음해 왔다.


“형, 도대체 작곡한 노래가 몇 곡이에요?”

“군대 있을 때 100곡 정도? 만들었지.”

“배, 백곡이요?”


결국 나는 매일 10곡씩 듣고 편곡을 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10곡 중에 쓸만한 곡이 꼭 1~2곡은 튀어나온다는 거다. 나는 그런 곡을 골라 ‘머니 코드’에 맞춰서 곡을 편곡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이진영이 몹시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직감적으로 이진영이 만든 곡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왜요? 편곡한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요?”

“어? 그건 아닌데···. 내가 아는 곡과 너무 비슷해서.”

“그 곡이 뭐예요?”


나는 이진영이 말하는 곡을 들어봤다. 비슷한 게 아니라 멜로디 라인이 똑같았다.


“형이 작곡한 곡 원래 원곡이 이 곡이죠? 이 곡 영향받아서 중간만 조금 바꿔서 만든 거 맞죠?”


울상이 된 이진영이 바로 실토했다.


“응.”


내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러니 내가 편곡하면서 다시 원곡의 멜로디로 돌아간 거였다.

당연했다. 원곡의 작곡가는 ‘머니 코드’ 법칙에 맞추어 작곡했을 테니.


“형, 이거 표절이에요! 나중에 분명 걸린다고요! 그럼 진짜 난리 납니다!”

“이거 똑같지 않기 때문에 괜찮을걸?”

“만약 대중과 기자가 표절했냐고 물으면 그렇게 대답하실 거예요? 똑같지 않으면 괜찮다?”

“...”

“음 몇 개만 바꾸는 걸 편곡이라고 해요. 그러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표절이 되는 겁니다!”


이진영은 어린 나에게 혼나면서 고개를 숙였다.


“작곡한 곡 중에 이런 식으로 영향받은 것들 모두 체크해 주세요.”


우리는 작업실에서 밤을 새워 원곡과 확인했다.




그렇게 10곡이 완성되었다. 내가 들어봐도 곡의 완성도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갔다.

최만수는 물론 직원들 모두 음원의 완성도에 박수를 보냈다.


“그럼 이제 작사가 문제인데···.”


사실 진짜 골치는 작곡보다 작사다. 대중가요의 가사는 일종의 ‘시’다. 시에 음원을 올려 노래로 만들고 부르는 게 가요다.

그런데 지금 시대는 아직 전문적인 작사 작가가 많지 않다. 정확히는 작곡가처럼 작사가도 투자하고, 양성해야 한다는 개념이 부족하다. 그래서 보통 작곡가가 작사도 함께 한다.


‘문제는 내 전공이 국어국문학이라는 거다!’


당연히 ‘시’를 어떻게 쓰는지 알고 있고, 좋아하기도 한다.

가요의 가사를 위한 시는 운율이 중요하다. 운율이 규칙적으로 잘 맞으면 반은 성공이다.

그리고 서점에는 그런 시집이 널리고 널렸다.


“출판된 시집 중에서 찾으면 어떨까요?”


그러자 최만수 사장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물론 그것도 한 방법인데 문학의 시는 뭐랄까···. 너무 고급스러워. 대중가요는 외우기 쉽고, 의미가 직관적이어야 하거든. 너무 철학적이거나 비유적이면 대중이 어려워하지. 그리고 저작권 문제도 까다롭고.”


하긴, 최만수 사장의 말이 옳다.

대중의 마음을 쉽게 훔칠만한 시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 대중가요의 가사는 대부분 사랑과 이별에 관한 것들이다. 그리고 우정과 부모 혹은 가족의 정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정과 가족애도 사랑의 카테고리 안에 넣는다면 결국 대중가요의 가사는 ‘사랑’과 ‘이별’, ‘결혼’과 관련된 것으로 귀결된다.

젊은 사람들의 취향은 그러하고, 트로트로 오면 또 달라진다. 사랑도 중요하지만, 중년은 고단한 인생사를 논하는 가사가 많다. 어렵게 살아온 사람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 마음을 대중가요가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반면 젊은 사람들은 남녀의 사랑이 가장 중요하므로 주로 남녀의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사장님, 그럼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소중한 추억 속의 나>도 네가 작사했으니 아마 잘할 수 있을 거야.”


과연 그럴까? 그게 될지 모르겠다.




띠발, 된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짝사랑, 만남, 재회, 이별, 키스, 프러포즈, 결혼, 신혼여행 같은 키워드로 가사를 쓰니 된다.

최만수 사장이 그랬다.


“성민아, 가사는 딱 중2 수준으로 써야 한다.”


중학교 2학년이 공감할 수 있는 곡을 쓰라는 얘기다. 열다섯 살 애들도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과 내용.

한마디로 어렵지 않게 직관적으로 쓰라는 거지.

그래서 그렇게 해보니 정말로 된다.


‘SKY대학 국문과에서 배운 걸 이렇게 써먹네.’


나는 일주일만에 10곡에 대한 가사를 만들어서 최만수 사장을 찾아갔다.

가사 원고를 확인한 최만수 사장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역시! 대단하구나. 10대 소년이 쓴 가사라고는 믿기지 않는걸.”


당연하죠. 그건 10대가 쓴 게 아니라 중년 아저씨의 인생이 묻어나오니까. 최대한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쓰려고 했는데 잘되지 않았나 보다.


최만수 사장은 10곡 중 7곡만 이진영 1집에 넣고 3곡은 2집에 수록하기로 한다.


“왜 10곡 모두 안 넣는 거죠?”

“하나의 앨범에 좋은 곡이 너무 많아도 안 좋아. 대중의 관심이 분산되어 타이틀곡이 힘을 못 쓰기도 하거든. 물론 명반에는 오르겠지만 우리나라는 빌보드와 달라서 3~4곡 정도만 히트해도 대박이야. 그리고 7곡 모두 좋지만 분명 좋은 곡인데도 외면받는 곡도 서너 곡 나오겠지. 그럼 너무 아깝지 않을까?”


보통 히트할만한 곡은 3~4곡만 넣지만, 데뷔하는 1집이기에 7곡을 넣기로 한 거였다.

솔직히 회귀하기 전에는 이진영이라는 이름만 들어봤을 뿐, 이 형이 부른 노래나 앨범은 아는 게 없다.


‘나 때문에 이 형도 운명이 바뀌는 거 아닌지 몰라.’


~*~


팀 이름은 ‘영원(Young one)’으로 정해졌다.

아미스타도, 버블걸스도, 에이 클래스도 아니었다.


“인기가 영원히 갔으면 해서···. 그리고 사랑 노래를 주로 부를 텐데 누구나 영원한 사랑을 원하니까.”


최만수 사장의 결정이었다.

회귀 전엔 분명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의 그룹이다.


물론 영원 1집에도 나의 편곡과 작사 곡이 실렸다. 그리고 타이틀곡인 <삼각관계>에서는 내가 뒤에서 춤을 추게 된다.


댄스 연습실에서 우리 셋은 다시 만났다.


“너 완전 ‘편곡의 신’이라는 말이 있더라?”

“아, 그래요? 그건 처음 듣는데?”

“몰랐어?”

“네.”

“난 네가 그런 천재인 줄 정말 몰랐어.”

“다 누나 덕분이죠. 누나한테 피아노 배웠으니까요.”

“그게 그거랑 같나. 작곡과 작사는 완전 다른 분야야. 아무튼 나야말로 영광이다.”


그러면서 미령이 나와 어깨동무했다. 그녀의 가슴이 내 팔뚝에 닿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난 본능적으로 눈동자를 돌려 영미의 눈치를 보았다. 아내는 신발 끈을 묶느라 정신없었다.


“그런데 우리 춤 너무 유치하지 않아요?”

“난 괜찮던데?”


와이프가 손바닥으로 등을 때리며 말했다.

짝!


“앗!”“네가 난도 높은 춤을 못 추니까 이렇게 바꾼 거잖아. 원래는 백조의 호수 같은 발레 춤으로 하려고 했거든!”

“아니, 발레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발레를 합니까? 평생 힙합 춤만 춰왔는데···.”


미령은 시간이 갈수록 날 인정해주고, 대하는 것도 부드러워지는데 영미는 그렇지 않다. 뭐가 불만인지 눈도 잘 맞추려 하지 않고 차갑게 땍땍거린다.


‘오히려 다행인 건가?’


이번 생에서는 결혼을 피하고 싶으니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삼각관계> 음악에 맞춰 배운 대로 춤을 췄다.

춤을 한 번만 춰도 온몸에서는 땀이 흘렀다.

영미가 먼저 가서 물을 마시며 갈증을 달랬다. 나 역시 물이 필요했다.


“여보, 나도 물 좀···.”


앗! 실수다.

회귀 전의 습관이 터져버렸다. 영미가 날 쏘아보며 물었다.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 여보? 여보라고 그런 거지?”

“아, 그게... 여-보세요 너니-♬... 갑자기 가사랑 멜로디가 떠올랐어요.”

“와, 노래 좋다.”


미령이 물기 가득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갑자기 맥주 한잔 마시고 싶어지지 않아요?”

“너 혹시 술도 마시냐?”

“아뇨!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죠.”


영미는 여전히 틈이 보이면 쏘아붙였다.

미령이 미소 지으며 물었다.


“넌 그런 게 막 떠올라?”

“네, 뭐.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갑자기 떠올라요. 샤워하다가도 떠오르고, 설거지하다가도 떠오르고 그래요.”

“와, 넌 꼭 작곡가로 성공할 거야.”

“작곡가는 아니고 편곡가이자 작사가입니다.”

“에이, 그게 그거지.”


갑자기 연습실 문이 열리며 최만수가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처음 보는 얼굴의 남자가 서 있었다.


“인사해라. 오늘부터 너희를 도와줄 매니저야.”

“반갑다. 윤성조라고 한다.”


나이는 서른 전후? 그런데 어째 느낌이 쎄-하다.

매니저는 장현천의 매니저로 옮긴 수남이 형이 좋았다. 성격도 그렇고 능력도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아주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를 맡게 된 매니저는 외모도 그렇고, 성격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꼭 학창 시절의 학생주임을 보는 듯하다.


최만수가 돌아가자 윤성조는 조심해야 할 것을 일러주었다.


“우선 우리 팀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모두가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 그러니 다른 팀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시간 엄수를 꼭 지키도록!”

“네.”

“그다음은 연애 금지다. 특히 여자 아이돌 가수니까 더더욱 조심하도록. 사내 연애는 물론 다른 연예인이나 외부인과의 연애도 금지다.”

“몰래 하는 것도 안 되나요?”

“당연하지! 연애를 어떻게 몰래 하나? 결국 들킨다. 그러니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좋아. 알겠나?”


너무 군대식인데?

마음에 안 들었지만 어쨌든 우리 매니저였기에 시키는 대로 따랐다.


“첫 방송 녹화 날짜가 잡혔으니 열심히 하자!”

“정말요?”

“나 벌써 떨리는데?”


드디어 나도 데뷔인가!




녹화는 저녁 7시인데 5시간 전부터 머리와 메이크업을 하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녹화 시간은 아직 5시간이나 남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가는 거예요?”


매니저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물었다.


“너희 모두 녹화는 처음이지?”

“네.”

“리허설도 해야 하니까. 녹화랑 똑같이 리허설을 진행하거든. 그러면서 무대 동선이랑 사운드도 체크하고, 가수의 긴장감을 줄여서 만약에 있을 방송 사고도 예방하는 거지.”


그러면서 충고하듯 말했다.


“명심해. 어느 무대든 쉽게 생각해선 안 돼.”

“네. 그런데 얼마나 남았어요?”

“여기 성수대교만 넘으면 바로야.”

“네?! 성수대교라고요?”

“응.”

“매니저님, 다음부터는 성수대교 말고 다른 다리로 다니면 안 될까요?”

“왜?”

“그게, 이 다리 곧 무너질 거 같거든요.”

“뭐어?”


윤성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비웃었다.

그나저나 성수대교 무너지는 게 언제였지? 올해였나? 내년? 날짜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M방송국 9시 뉴스!’


그래, 분명 무너지기 전날 M방송국의 9시 뉴스에 나왔더랬다. 놀랍게도 성수대교가 곧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다리는 정말로 무너져 버렸다. 그 때문에 여고생들이 탄 버스를 포함,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다.


‘어쩌지? 성수대교 사고에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막아야 하나?’


막을 수 있으면 당연히 막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부터 정부와 서울시에 투서를 보낼까?

아냐. 그게 통할 리 없다. 회귀 전에도 일주일 전부터 다리가 이상하다는 민원이 있었는데 그렇게 된 거였다.


결국, 방법은 오직 하나다.

M방송국 9시 뉴스에서 성수대교가 무너질 거라는 경고가 나오면 다음 날 출근 시간에 다리의 교통을 막는 방법뿐.


‘한쪽은 내가 막으면 되지만 다른 한쪽은 누구한테 부탁하지?’


오늘 저녁부터 9시 뉴스를 빠짐없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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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작곡 천재 24.08.17 87 1 12쪽
18 추락 24.08.16 91 1 11쪽
17 부도 24.08.15 90 1 14쪽
16 투자 +1 24.08.14 93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1 1 13쪽
14 투서 24.08.12 93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3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8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40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4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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