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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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최근연재일 :
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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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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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DUMMY

미령과 와이프가 최만수 사장에게 꾸벅 인사했다.


“문미령이라고 합니다.”

“변영미입니다.”

“영미와 미령이?”


미령과 와이프를 바라보는 최만수의 눈에 이채가 띄었다.

최만수 사장뿐만 아니라 애즈기획 직원 모두가 입을 벌리고 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입 좀 다물죠. 아직 고등학생이라고요.”


내가 한마디 하자 정신을 놓고 바라보던 남자 직원들이 입을 다물며 침을 삼켰다. 최만수가 물었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온 거지?”

“에이, 얼굴만 예쁘다고 연예인이 될 수 있나요? 노래를 잘하든, 연기를 잘하든 재능이 있어야죠.”


오전구가 초를 쳤다. 나는 둘에게 춤과 노래를 보여주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한 손에 볼펜을 하나씩 쥐고 무반주로 <마네킹은 나를 비웃지>를 불렀다. 그리고 나는 탁자를 두 손으로 두드리며 박자를 넣어주었다.

춤과 노래가 끝나자 둘의 오디션을 지켜보고 있던 작곡가 송도한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방금 여성 듀오를 위한 곡의 멜로디가 떠올랐거든요. 당장 가서 작업을 해야겠어요!”


그러면서 작업실로 향했다. 표정으로 봤을 때 며칠이면 곡 하나가 나올 거 같다. 저렇게 갑작스러운 영감은 히트곡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 듀오라···. 팀 이름은 생각해 둔 게 있어?”

“아니요.”


하지만 난 있었다.


“아미스타. ‘아미스타’ 어때요?”

“아미스타? 무협지에서 나오는 그 아미파의 아미인가?”

“우정을 스페인어로 ‘아미스타’라고 해요.”

“호오, 그럴듯한데?”

“둘이 친구 사이거든요. 우정이 깊어 보여서요.”


최만수 사장은 ‘아미스타’라는 이름을 계속 입속으로 조아리며 미소 지었다.


“계약하려면 둘은 부모님 모셔와야겠다.”

“계약이요?”


미령과 와이프의 눈이 커졌다.

내심 좋은지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참, 사장님. 아미스타 이름은 제가 지은 겁니다?”

“어? 그, 그래.”


이로써 과거에는 없던 여성 듀오 그룹이 시작되었다.

최만수 사장은 내가 왜 이걸 강조했는지 모를 거다. 난 방금 팀 이름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았다. 지금은 내가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5년이든, 7년 후든 둘의 계약이 끝나면 멤버와 함께 그룹 이름도 내가 가질 수 있게 된다.

원래 없던 걸 내가 만든 것이니 ‘아미스타’는 이제 내 것이다.


“사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여자는 계약 잘못하면 신세 망치잖습니까? 보시는 것처럼 두 사람 매우 순진합니다. 저는 이 두 사람이 온전한 뮤지션으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그런 거라면 걱정 안 해도 돼.”

“그럼 사장님만 믿겠습니다.”


회사를 나온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꺼내 녹음 기능을 껐다. 구두 계약도 계약이다. 무엇보다 그룹 명칭에 대한 저작권이 확실하게 증거로 만들어졌다.


‘사람 목숨도 구하고, 내 걸그룹도 만들고. 1석 2조네.“


~*~


“안 돼! 절대 안 돼! 거기도 화류계야. 옛날로 치면 기생 아니냐!”

“기생이 아니라 가수라고요!”

“더군다나 거기 소속 가수가 대마초로 잡혀갔다며?”


미령의 부모는 흔쾌히 허락했으나 영미는 그렇지 못했다.

이 당시만 해도 연예계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지 못했다. 특히 예쁜 여자 연예인은 성 상납 같은 불미스러운 일에 동원된다는 것이 마치 정설처럼 소문으로 떠돌던 때였다.


미령과 와이프는 우리 치킨집에 와서 고민을 털어놓았다.


“부모님 반대가 너무 심하셔.”


하, 이러면 나가리인데.

난 어떡하든 아미스타를 만들어 데뷔시키고 싶다.

또 그래야 미령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멀쩡하게 연예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 같다.


“누나는 연예인이 꼭 하고 싶고요?”

“응.”


맞아.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꽤 보수적이셨지.

고민이 깊어졌다.

여동생은 둘에게 여전히 불만이 많은지 엄마에게 하소연했다.


“또 공짜야?”

“조용히 해! 둘 중 하나가 네 새언니 될지도 몰라!”

“저렇게 예쁜 언니들이 작은오빠를? 더군다나 연상이잖아. 난 가능성 없다고 봐!”


여동생은 우리에게 다가와 방해했다.


“또 공짜로 드시는 건 아니죠?”

“야! 너 얼른 안 꺼져?”


나는 동생에게 눈을 부라렸다.


“그럼, 그럼. 오늘은 돈 주고 사 먹을 거야.”

“아니에요. 누나는 내 스승님이니까 영원히 치킨 공짜입니다.”

“아냐. 어떻게 그래. 공짜는 한 번으로 충분해. 더군다나 네가 애즈기획도 소개해줬잖아.”


돈을 주겠다는 미령과 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 괜찮다니까요! 제가 이 정도는 해드릴 수 있어요!”


상황은 엄마가 와서 정리하셨다.


“여기 사장이 나니까 내 말대로 해요. 난 받지 않겠어요!”

“어머니, 그러면 제가 미안해서 앞으로 여기 올 수 없어요.”

“아, 그래요? 그럼 50% 할인을 해주면 되겠네.”


그렇게 양쪽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바로 합의라는 거군.’


그렇다면 영미의 부모에게도 그게 가능할까?

우리는 최만수 사장을 찾아갔다.


- - -


“그래? 그렇단 말이지?”


최만수 사장은 예상했다는 듯 표정 변화 없이 전화기를 들었다.

영미의 부모에게는 믿음이 필요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애즈기획의 최만수라고 합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그런 일 시키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

“저, 어머님. 직접 만나서 이야기 나누실 수 있을까요?”

<제가 그쪽을 왜 만납니까? 볼 일 없습니다!>

“한 번만 만나주시죠?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처음엔 최만수 사장을 절대 만나지 않겠다는 영미의 부모들도 최만수 사장의 삼고초려에 못 이겨 만남이 성사되었다.


“걱정하시는 게 무엇인지 잘 압니다. 저도 그런 걸 매우 혐오하는 사람입니다. 오직 음악만 할 겁니다. 제가 있는 한, 결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그것을 명시한 계약서입니다.”


최만수 사장은 영미의 부모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서에는 영미의 부모가 걱정할만한 모든 내용이 기술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절대 강요하거나 하지도 않을 것이며, 이를 어기면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또 담당 매니저도 여성으로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에 따른 반대 조항도 있었다. 바로 음악을 하는 당사자의 일탈에 관한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계약기간에는 연애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영미는 이 부분에 불만이 많았는데 영미의 부모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 좋아했다.

계약은 그렇게 성사되었다.


미령과 영미의 나이가 아직 어리고 준비가 덜 되어 있음에도 최만수 사장이 계약부터 밀어붙인 건 혹시나 다른 기획사에 둘을 빼앗기지나 않을까 두려워서다.

최만수 사장은 자신의 손안에 들어온 것은 절대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집착이 강했다.

보통 걸림돌이 발견되면 다른 대상으로 후보를 옮긴다.

하지만 단점이 없는 건 이 세상에 없다. 최만수 사장은 이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 단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최만수 사장은 자신의 감을 믿었고,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집념으로 밀어붙였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그의 이런 성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런 건 잘 배워둬야겠다.’


~*~


얼마 뒤, 타이즈&가이즈의 매니저가 된 박수남이 애즈기획으로 최만수를 찾아왔다.


“아무래도 수현이가 대마초로 작업을 당한 거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에이사(A.SA)뮤직에서 이번에 데뷔시킨 신인 있잖아요. 마진수라고.”

“아, 마진수? 알지.”

“수현이랑 ‘뉴잭스윙 힙합’이라는 장르가 같으니까 수현이 날개를 꺾으려고 그런 거 같습니다.”

“그게 정말이야?”

“수현이에게 대마초를 건넨 친구가 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있습니다.”


주먹을 쥔 최만수의 두 손이 떨렸다. 그리고 분노를 참지 못해 책상을 그대로 내리쳤다.

쾅!


“어떻게 이제 막 시작한 아이에게 그럴 수 있지?”

“수현이가 너무 뛰어나니까요. 외모, 노래, 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잖습니까?”

“그렇단 말이지···.”


평소 최만수 사장은 동네 좋은 아저씨처럼 보이지만 막상 비즈니스에서는 매우 무서운 사람이었다.

겉으로 무서운 ‘척’하는 사람의 실제 내면은 겁이 많은 경우가 많다. 반면 최만수 사장은 평소 온순한 사람 같지만, 내면에는 매우 잔인한 야수성이 숨어 있었다.

아마 에이사 뮤직도 최만수 사장의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무리한 작업을 시도한 것으로 보였다.


진수현은 최만수가 애즈기획을 설립하고 처음 만들어낸 자신의 분신과 같은 작품이다. 자신의 자식과 다름없는 존재를 망가뜨렸으니 그 마음 오죽 상할까.


“그럼 받은 대로 돌려줘야겠지?”


그렇게 전쟁이 시작되었다.

최만수 사장은 직원들에게 명령했다.


“에이사뮤직과 마진수에 대한 모든 걸 다 조사해! 그리고 뭐가 되었든 모든 약점을 다 찾아!”

“약점이요?”

“마약이든 여자 문제든 뭐든! 탈세도 좋고!”




작곡가 송도한도 여기저기 사람을 만나며 에이사뮤직에 대한 소문을 수집했다.


“마진수는 마약 같은 거 안 하나? 걔도 미국에서 오래 살다 왔잖아.”

“마진수 말고 에이사뮤직 소속 애 중에 대마초 한다는 애가 하나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그래? 그게 누군데?”


송도한은 그날부터 카메라를 들고 몰래 잠복하기 시작했다.


다른 직원들도 여기저기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소문을 취합했다. 그리고 기자 하나가 결정적인 정보를 제보해주었다.


“아는 사람 중에 에이사뮤직 경영관리 직원으로 있다가 퇴사한 사람이 있는데 거기 탈세 규모가 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분 연락처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매니저는 그렇게 에이사뮤직의 퇴사한 직원을 만났다.


“제가 안 좋게 나왔거든요. 거기 사장 갑질이 심하고, 그 밑에 데스크들도 그걸 배워서 따 똑같아요. 진짜 완전 쓰레기들만 모인 쓰레기 회사라니까요!”

“그럼 혹시 탈세 증거라도 가지고 계십니까?”


그러자 직원의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 뭉치가 나왔다.


“혹시나 해 복사해 놨는데 이게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 몰랐네요. 저는 돈 필요 없으니까 꼭 엿을 먹여주세요.”

“고맙습니다! 비밀은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에이사뮤직과 마진수에 대한 조사는 보름 가까이 치밀하게 이루어졌다.


“탈세 증거 잡았습니다. 규모가 꽤 커서 대표 구속까지도 가능할 거 같습니다.”

“어떻게 구한 거야?”

“퇴사한 직원 중에 안 좋게 나온 경리부 직원이 있었어요. 그 직원에게 받은 겁니다.”

“마진수는 아니고 다른 소속 가수 중에 대마초를 하는 애를 발견했습니다.”


송도한은 최만수 사장 앞에 사진을 내놓았다. 젊은 가수 하나가 대마초를 거래하는 장면이었다.


“와, 이건 또 어떻게 구했대?”

“대마초 한다는 소문이 있어서 한 일주일 따라다녀 봤어요.”

“고생했어.”

“그리고 이건 마진수와 관련된 겁니다. 발표한 곡 표절 논란이 있어요.”


그러면서 표절이 의심되는 곡을 틀었다. 멜로디와 코드, 곡조에 유사성이 선명했다.

최만수는 매우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선 표절 논란부터 터뜨린다. 그럼 음반 판매와 방송이 중지되겠지. 그리고 다른 가수 대마초 사건도 바로 이어서 터뜨리고. 그럼 경찰 쪽도 곱게 보지는 않을 거야. 참, 대마초는 꼭 수현이 담당했던 강민호 반장에게 해. 전에 보니까 연예인들을 곱게 보지 않더라고.”

“그럼 아주 정신없어지겠군요. 히히.”

“중요한 건 그다음이야. 정신없을 때 탈세를 터뜨리는 거지.”


그러자 직원 모두 얼굴이 굳어졌다.


“그걸 전부 터뜨리시겠다고요?”

“응. 왜?”

“그래도 그건 좀···. 탈세까지 한 번에 터지면 그 회사 문 닫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망하라고 그러는데 망하면 당연히 좋지.”


최만수 사장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직원들 모두 최만수 사장의 냉혹함에 혀를 내둘렀다.


“아, 그 회사 직원 중에 쓸만한 사람 있으면 미리 작업해 놔. 우리 쪽으로 데려오자고. 특히 여자 매니저 있을까?”

“네. 거기 쓸만한 여자 매니저가 있긴 합니다.”

“그럼 스카우트하자고.”

“직원 중에 수현이 공격에 아이디어를 내거나 참여한 사람이 있으면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 아이디어를 실행한 데스크나 오너가 문제지. 혹여 그런 인물이 있다면 데려와서 우리의 칼로 사용하면 더 좋겠지?”


직원들 모두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지금 자신들이 보고 있는 눈앞의 최만수 사장이 같은 사람이 맞나 싶다.


‘이렇게 잔인하고 냉정한 사람이었다고?’


모두 멍하니 서로의 눈만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이에 최만수가 명령을 내렸다.


“다들 뭐해? 서두르지 않고? 표절 의혹 누가 던질 건지부터 알아보고 진행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최만수 사장의 결정에는 거침이 없었다.


“수현이는 지금 어디서 뭐 해?”

“집 근처 공사장에서 일당 받는 막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막노동을?”

“아버지 약값 벌어야 한다고 해서요.”

“당장 데려와. 2집 준비해야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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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추락 24.08.16 91 1 11쪽
17 부도 24.08.15 90 1 14쪽
16 투자 +1 24.08.14 93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1 1 13쪽
14 투서 24.08.12 93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 복수 24.08.10 114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9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40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4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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